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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한의학 이론 체계의 특징
기氣 정精 신神 에 대해 대략 이야기 합니다.
모든 것은 기의 변화로 볼 수 있다.
인체에서 기의 운동은 승강출입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의 정미로운 부분이 정이다.
신이란 정신의지 사유활동을 가리킨다.
한의약학은 장기적인 의료 경험의 기초 위에서 형성되었다. 그 형성 과정에서 당시의 음양오행학설陰陽五行學說과 정기학설精氣學說 등의 이론과 고대 철학의 영향을 받았다.
(1) 생명관
(가) 사람은 천지의 물질을 받아 생한다.
고대 철학가들은 세계를 구성하는 만물의 가장 기본 물질은 “기氣”라고 인식하였다. 장주莊周는 《장자莊子ㆍ지북유知北游》에서 “通天下一氣耳.(천하를 통通하는 것은 일기一氣일 따름이다.)”라고 지적하였고, 이 관점이 의학의 영역으로 들어와서, 천지 사이의 만물은 사람을 포함하여 모두 기에서 연유한다고 하여, 《소문素問ㆍ지진요대론至眞要大論》에서 “本乎天者, 天之氣也, 本乎地者, 地之氣也. 天地合氣, 六節分而萬物化生矣.(근본이 하늘에 있으면 천기天氣라 하고 땅에 있으면 지기地氣라 하는데, 천지의 기가 서로 교합하여 육절六節로 나누어진 후에 만물이 생겨난다.)”라고 하였고, 《소문素問ㆍ보명전형론寶命全形論》에서 “天地合氣, 命之曰人.(천지天地의 기氣가 합하니, 이를 명명하여 인人이라고 한다.)”, “人以天地之氣生, 四時之法成.(사람은 천지의 기에 의하여 생하고 사시운행四時運行의 법칙에 따라 형성된다.)”, 《난경難經ㆍ팔난八難》에는 “氣者, 人之根本也.(기氣는 인체의 근본이다.)”라고 하였다.
《관자管子ㆍ내업內業》에는 “精也者, 氣之精者也.(정精이란 기氣의 정미精微로운 것이다.)”라고 하여, 기氣의 정수精粹 부분을 정精이라고 보았다. 또한 한의학에서도 정精이 새로운 생명의 기초라고 인식하고 있다. 《영추靈樞ㆍ본신本神》에는 “故生之來謂之精, 兩精相搏謂之神.(그러므로 생명의 내원이 되는 물질을 정精이라 하고, 남녀의 양정兩精이 서로 결합하여 형성된 생명력을 신神이라고 한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문장 안의 “양정兩精”은 부모의 정기情氣로부터 받은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선천지정先天之精”이라고 한다. 부모의 정기精氣가 서로 합하여 태아발육의 원시물질을 형성한다. 정기精氣가 없다면 생명도 존재하지 않게 되니, 《영추靈樞ㆍ경맥經脈》에는 “人始生, 先成精, 精成而腦髓生, 骨爲幹, 脈爲營, 筋爲剛, 肉爲墻, 皮膚堅而毛髮長.(사람이 태어날 때는 먼저 정精이 형성되고, 정精이 생성되면 뇌수腦髓가 생성되는데, 골骨은 인체의 기둥과 같고, 맥脈은 울타리와 같으며, 근筋은 골격을 약속約束하여 강건剛健하게 하고, 육肉은 담장과 같으며, 피부가 견고해진 후에 모발이 자라 인체가 형성된다.)”이라고 하였으며, 《영추靈樞ㆍ천년天年》에는 “血氣已和, 營衛已通, 五臟已成, 神氣舍心, 魂魄畢具, 乃成爲人.(기혈氣血이 조화롭고, 영위營衛의 운행이 원활하며, 오장五臟이 모두 형성된 후 신기神氣가 심心에 저장되고, 혼백魂魄이 모두 갖추어져야 비로소 완전한 인체가 형성된다.)”이라고 하여 정기精氣가 인체 기본 물질을 구성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기氣는 인체의 기본 물질을 구성할 뿐만 아니라 인체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물질적 기초가 된다. 《소문素問ㆍ육절장상론六節藏象論》에 “天食人以五氣, 地食人以五味, 五氣入鼻, 藏于心肺, 上使五色修明, 音聲能彰: 五味入口, 藏于腸胃, 味有所藏, 以養五氣. 氣和而生, 津液相成, 神乃自生.(천天은 사람에게 오기五氣를 공급하고, 지地는 사람에게 오미五味를 공급한다. 오기五氣는 코로 들어와서 심폐心肺에 저장된다. 그 기氣가 상승하여 얼굴을 밝고 윤택하게 하고, 음성을 맑게 해준다. 오미五味는 입으로 들어가서 장위腸胃에 저장되어 오장五臟의 기를 영양한다. 기가 서로 조화를 이루면 진액이 생성되고, 이 기초 위에서 신기神氣 역시 자연적으로 왕성해진다.)”이라고 하였다.
기는 활동력이 매우 강하고 부단히 운동을 하는 미세 물질이 되어 기의 운동을 통하여 각종 변화가 나타나니 이를 ‘기화氣化’라고 한다. 기화氣化 운동의 과정은 실제적으로 인체 내부의 물질 대사와 에너지 전환 과정이다. 이러한 기 운동의 기본형식은 승강출입升降出入이다. 기의 승강출입升降出入의 운동이 없으면 인체의 생명활동도 없게 된다. 기의 운동에 대해서 《소문素問ㆍ육미지대론六微旨大論》에 “出入廢則神機化滅, 升降息則氣立孤危. 故非出入, 則無以生長壯老已, 非升降, 則無以生長化收藏, 是以升降出入, 無器不有.(기氣의 출입이 폐하면 신기神氣가 화멸化滅하고 승강이 멈추면 기가 확립됨이 고위孤危해진다. 그러므로 출입함이 없으면 발생ㆍ성장ㆍ노쇠하지 못하고, 승강함이 없으면 발생ㆍ성장ㆍ변화ㆍ수렴하지 못한다. 이러한 까닭에 승강출입升降出入하지 않는 물체는 없다.)”라고 하였으니, 이 말에 의하면 기화氣化가 없으면 생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 형形과 신神은 분리될 수 없다.
형신학설形神學說은 한의학 기초이론 중 하나이다. 형形이란 형체形體이다. 신神은 한의학 이론에서 여러 가지 뜻을 담고 있는데,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자연계 운동 변화의 기능 표현 및 그 내재 규율을 의미한다. 《소문素問ㆍ천원기대론天元紀大論》에 “故物生謂之化, 物極謂之變, 陰陽不測謂之神, 神用無方謂之聖.(그러므로 만물이 생生하는 것을 ‘화化’라 하고, 만물이 극極에 달한 것을 ‘변變’이라고 하며, 음양의 변화를 헤아릴 수 없는 것을 신神이라 이르고, 신神의 작용은 방方이 없으니 이를 성聖이라 이른다.)”이라고 하였고, 순황荀況은 《순자荀子ㆍ천론天論》에서 “萬物各得其和以生, 各得其養以成, 不見其事而見其功, 夫是之謂神.(만물은 각기 조화로움을 얻어 생하고, 각기 영양을 받아 이루어지며, 그 일을 보지 않고 그 공을 보는 것을 무릇 일러 신神이라고 한다.)”이라고 지적하였다. 둘째, 인체 생명 활동이 밖에 드러난 것의 총칭이며 생리ㆍ병리적인 외부 증상을 포괄한다. 《소문素問ㆍ이정변기론移精變氣論》과 《소문素問ㆍ유편遺編ㆍ본병론本病論》에서의 “得神者昌, 失神者亡.(신神을 얻은 자는 살고 신神을 잃은 자는 죽는다.)”이라고 하였으며, 《영추靈樞ㆍ구침십이원九鍼十二原》에서 “粗守形, 上守神.(의술이 조잡한 의사는 겉으로 나타나는 것만을 보고 병을 치료하나, 고명한 의사는 환자의 신神에 근거하여 질병을 치료한다.)”이라고 한 경우 등이 해당한다. 셋째, 사람의 정신의지 사유활동을 가리키는 것으로 ‘신지神志’, ‘신명神明’이라고 한다. 《소문素問ㆍ영란비전론靈蘭秘典論》에 “心者, 君主之官, 神明出焉.(심心은 군주의 관官으로 신명神明이 나온다.)”, 《영추靈樞ㆍ오색五色》에 “積神于心, 以知往今.(정신을 집중하면 병의 과거와 현재 상황을 알 수 있다.).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한의학에서 형신形神의 관계는 형체가 가장 먼저이고, 정신이 그 다음이다. 형체가 본이 되며 정신은 형체에서 파생된 것이다. 형체가 있어야 생명이 있고, 생명이 있어야 비로소 정신 활동이 나올 수 있다. 기혈氣血은 사람의 형체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며, 기혈은 신神의 기초가 되며, 기혈의 생성은 또한 장부의 정상적인 기능활동에 의지한다. 《소문素問ㆍ팔정신명론八正神明論》의 “血氣者, 人之神, 不可不謹養.(혈기血氣란 사람의 신神이니 삼가 기르지 않을 수 없다.)”과 《소문素問ㆍ육절장상론六節藏象論》의 “五味入口, 藏于腸胃, 味有所藏, 以養五氣, 氣和而生, 津液相成, 神乃自生.(오미五味는 입으로 들어 가서 장위腸胃에 저장되었다가, 오장五臟의 정미한 것이 저장됨으로써 오장의 기氣를 길러준다. 기氣가 서로 조화를 이루면 진액津液이 생성되고, 이 기초 위에서 신기神氣 역시 자연적으로 왕성해진다.)” 등은 모두 ‘신神’이 ‘형形’과 떨어져서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설명한 것이다. 인체 장부조직의 기능활동과 기혈운행은 신神의 주재와 영향을 받게 되니, 《유경類經ㆍ섭생류攝生類》에 “雖神由精氣而生, 然所以統馭精氣 而爲運用之主者, 則又在吾心之神.(비록 신神은 정기精氣에서 연유하여 생하나 정기를 통제하여 운용하는 주재자가 되는 까닭에 내 마음의 신에도 존재한다.)‘이라고 하였으며, 이러한 형形과 신神의 관계를 ”형여신구形與神俱“라고 한다. 형形은 신神의 집이요, 신神은 형形의 주인이니, 둘은 서로 의존하여 나뉘어질 수 없는 것으로 형신形神의 통일은 생명 존재의 주요 요소인 것이다.
한의학 이론체계 중의 형신통일관形神統一觀은 양생養生, 예방, 장수, 진단, 치료의 중요한 이론적 근거가 된다. 《소문素問ㆍ상고천진론上古天眞論》에 “故能形與神俱, 而盡終其天年, 度百歲乃去.(그러므로 능히 형形과 신神이 함께 하면 천수天壽를 다 누리어 백세百歲를 넘어서야 죽는다.)”, “恬憺虛無, 眞氣從之, 情神內守, 病安從來.(염담허무恬憺虛無하면 진기眞氣가 그를 따르고, 정신이 안으로 지켜지니 병이 어찌 들어올 수 있을 것인가!)”, “獨立守神, 肌肉若一, 故能壽蔽天地, 無有終時.(홀로 신神을 지키면 기육肌肉이 하나같이 되므로 능히 수명이 천지를 덮어 마침이 없다.)”, “外不勞形于事, 內無思想之患, 以恬愉爲務, 以自得爲功, 形體不蔽, 精神不散, 亦可以百歲.(밖으로는 일로 몸을 수고롭게 하지 않고, 안으로는 근심을 없게 하여 염유恬愉에 힘쓰고, 자득함을 공으로 삼아 형체가 폐하지 않고 정신 또한 흩어지지 않으므로 백세를 살 수 있다.)”라고 한 것들이 이를 나타내 주고 있다.
(다) 질병은 알 수 있고, 치료할 수도 있다.
한의학은 질병의 발생에 대하여, 자연계로부터 치병인소致病因素를 찾으려 하였을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인체 내부에서 질병발생의 근거를 찾아 병리변화를 설명하였다. 한의학에서는 질병의 발생을 항상 “사邪”의 침해侵害로 여겼는데, 《소문素問ㆍ조경론調經論》에서는 “夫邪之生也, 或生于陰, 或生于陽. 其生于陽者, 得之風雨寒暑, 其生于陰者, 得之飮食居處, 陰陽喜怒.(대저 사邪의 생함은 혹은 음陰에서 생하고 혹은 양陽에서 생하니, 그 양陽에서 생한 것은 풍우한서風雨寒暑에서 득한 것이고, 그 음陰에서 생한 것은 식기부절食氣不節, 거처(거처환경 또는 기거실상), 음양실조陰陽失調, 희로부절喜怒不節 등에서 득한 것이다.)”라고 하여, 병사病邪가 인체에 침범하는 것은 반드시 인체의 음양협조의 평형상태가 파괴되어야만 발병하게 된다고 보았다. 또한 발병여부의 관건은 인체 정기精氣의 강약에 있다고 여겼는데, 《소문素問ㆍ유편遺編ㆍ자법론刺法論》에서는 “正氣存內, 邪不可干.(정기精氣가 안에 있으면 사기邪氣가 범하지 못한다.)”이라고 하였고, 《소문素問ㆍ평열병론評熱病論》에서는 “邪之所溱, 其氣必虛.(사邪가 진溱하는 것은 그 기氣가 반드시 허虛하다.)”라고 하였다.
또한 질병은 치료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는데, 예를 들어 《영추靈樞ㆍ구침십이원九鍼十二原》에서는 “今夫五臟之疾也, 譬猶刺也, 猶汚也, 猶結也, 猶閉也. 刺雖久, 猶可撥也, 汚雖久, 猶可雪也. 結雖久, 猶可解也. 閉雖久, 猶可決也. 或言久疾之不可取者, 非其說也. 夫善用鍼者, 取其疾也, 猶撥者也, 猶雪汚也, 猶解決也, 猶決閉也. 疾雖久, 猶可畢也. 言不可治者, 未得其術也.(대저 오장五臟에 질병이 있으면 마치 바늘로 찌르는 것 같고 더러운 것이 묻은 것 같으며, 밧줄로 묶인 것 같고, 막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찌르는 듯한 느낌이 비록 오랫동안 지속될지라도 뿌리 뽑을 수 있고, 더러운 것이 묻은 듯한 느낌이 비록 오랫동안 지속될지라도 씻어 버릴 수 있으며, 밧줄로 묶인 듯한 느낌이 비록 오랫동안 지속될지라도 풀어 버릴 수 있고, 막힌 듯한 느낌이 비록 오랫동안 지속될지라도 소통시킬 수 있다. 어떤 이는 오래된 병은 침으로 치료할 수 없다고 말하는데, 이는 옳지 못한 견해이다. 무릇 침을 잘 쓰는 자가 질병을 치료할 때는 찌르는 듯한 감을 뿌리뽑고 더러운 것을 씻으며 묶을 것을 풀고 막힌 것을 소통시키는 것과 같이하여 병이 비록 오래 되었더라도 오히려 치료할 수 있으니, 치료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침술을 터득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치미병治未病”의 예방 위주의 사상을 제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