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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인도서 필기하면 송도학교 칠판에 주르르
‘현실이 된 미래’ 송도국제도시 가보니
윔 엘프링크 부회장을 비롯한 시스코시스템스 경영진이 17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전시장에서 인터넷과 도시 기반시설을 결합한 개념의 ‘스마트+커넥티드 커뮤니티’를 설명하고 있다. 시스코는 다음 달 25일까지 열리는 인천세계도시축전 국제박람회에서 이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시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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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경제] Cover Story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인천 송도 국제도시 중심가에 진작 자리 잡은 지상 64층 규모의 주상복합빌딩 더샵퍼스트월드. 17일 이 건물 63층 펜트하우스 현관 앞에는 윔 엘프링크 시스코시스템스 부회장과 진대제 인천세계도시축전 조직위원장 등 국내외 인사 30여 명이 모였다. 미국의 통신장비업체 시스코가 개최한 ‘지속 가능한 미래도시’ 콘퍼런스에 초청된 귀빈과 외신 들. 엘프링크 부회장이 호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내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아파트 문이 스르르 열렸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집이 …안에 들어가 창밖을 보니 서해안 영종도와 연결되는 인천대교가 눈앞에 확 트였다. 포스코건설이 완공해 올 들어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 안에는 조명이나 에어컨을 켜고 끄는 벽 스위치를 좀체 찾기 힘들었다.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나 터치스크린·리모컨 등으로 조작하게 돼 있었다. 엘프링크 부회장은 “정보기술(IT) 혁명이 미래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바꿀지 영화 같은 데서 많이 봤겠지만, 이곳처럼 사람이 사는 대단위 고급 주거공간에서 체험할 기회는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말했다.거실의 TV를 켜봤다. 인터넷TV(IPTV)를 비롯해 정부민원·쇼핑 등 다양한 아이콘이 떠 있었다. 정보 화면을 보면 실내 온도와 조명밝기, 전력사용량 등이 나왔다. 조범구 시스코코리아 사장은 “진공청소기 한 번 튼 전기 값이 얼마인지, 그 전력을 생산하려면 온실가스(이산화탄소)를 얼마 배출하는지, 이를 흡수하려면 나무 몇 그루가 필요한지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과 건물별로 에너지를 전략적으로 절약하는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지능형 전력망)’도 도입할 예정이다. 조 사장은 “2020년께 송도 개발이 마무리되면 전기값이 싼 심야시간대에 세탁기를 돌리고, 사람이 없으면 조명이 저절로 꺼지는 장치가 보편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구촌 학생과 얼굴 맞대고 …TV 화면의 학교 아이콘을 선택하자 5㎞ 정도 떨어진 송도국제학교(초등·중등학교)에서 초등 3년생의 영어를 가르치는 아일라 패브식 선생님이 화면에 등장해 오후 인사를 건넸다. 학교를 찾아가 만난 조지 넬슨 교장은 “지구촌 곳곳의 학생들과 실시간으로 토론하는 시설을 갖춘 곳은 여기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교실 한편의 전자 칠판에는 인도 벵갈루루 한 학급의 실제 영상과 인도 선생님이 그쪽 칠판에 적는 내용이 생생하게 나왔다. 교실에 붙어 있는 영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하면 한 반 학생 모두가 인도나 미국 학교에 있는 동급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고 토론까지 할 수 있다.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위원장은 “10여 년 전부터 구축한 통신 인프라가 큰 도움이 되는 걸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송도를 포함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시스코 등 국내외 정보통신(ICT) 업체들이 공을 들이는 비즈니스 격전장이다. 시스코의 강성욱 아시아총괄사장은 “미래 도시기반시설과 ICT가 얼마나 잘 융합될 수 있느냐 하는 시금석을 IT 강국인 한국이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인터넷이 정보 검색·커뮤니티의 도구에서 생활 양식 자체를 바꾸는 기반으로 발전하게 된다. 강 사장은 “교육·의료·보안·교통 같은 도시기반 설계부터 차세대 인터넷에 맞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도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런 개념을 도입한 도시다. 도로·학교·주거용 건물 등을 언제든지 유무선 망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만큼 송도에 대한 관련 업체들의 관심도 크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상반기에 방한해 “송도에 3년간 2억 달러를 들여 시스코 글로벌센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벵갈루루에 근무하던 이 회사 존 위 글로벌센터장도 사무실을 서울로 옮겼다.송도에는 송도컨벤시아·중앙공원·셰라톤호텔 등이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곳곳이 공사 현장이다. 타워크레인이 곳곳에 서 있고 덤프트럭이 분주히 오간다. 2단계 사업을 통해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와 151층 초고층의 인천타워가 들어설 예정이다.
‘투모로우 시티’ 전시관에서 관람객이 ‘E-헬스 시스템’을 체험하고 있다. [SKT 제공]
2020년까지 유비쿼터스 도시(U-시티) 기반시설까지 갖춰야 인구 25만 명의 첨단 신도시가 완공된다.국제학교를 나서 SK텔레콤의 현지 ‘투모로우 시티’ 전시관을 들렀다. 미래도시의 IT 인프라를 축약해 놓은 곳. 도로에서는 사람이 다가서면 저절로 가로등이 켜지고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들어온다. 미래형 버스정류장에는 버스가 몇 분 뒤 도착한다는 안내는 물론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귀가 후 신체 상태를 점검해 주는 ‘E-헬스 매니저’ 기기에 올라서자 ‘과체중’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아울러 일정 기간 ‘매일같이 5㎞ 정도 걸으라’는 처방까지 곁들인다. ‘스마트’ 러닝 머신에 올라서자 이미 이런 처방들이 전달돼 있었다. 유창번 김&장 상임고문(전 하나로텔레콤 회장)은 “편리하고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 유·무선 통신으로 사람-사람, 사람-기기를 연결해주는 ‘U-시티’야말로 도시의 미래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