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입니다.
아니 4월입니다.
빨리 끝내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새해 인사를 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3-2. 기획
기획의 생명은 컨닝..자료 조사입니다.
저는 공부할 때, 일단 많이 보는 타입이었습니다.
일단 많이 본 다음에 어느 정도 스키마가 쌓이면 이론을 봅니다.
하지만 편의상 이론부터 이야기합니다.
금강저 중 삼고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금강저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삼단 구성입니다.
머리 가슴 배
먼저, 금강저의 날인 ’고’ 부분입니다.
특히 삼고저는 가운데 날과 양날로 구성되었습니다.
고가 3개여서 삼고저입니다.
금강저와 몸통 사이의 연결 부위입니다.
그리고 몸통입니다.
이 구성이 후기 밀교로 갈수록 복잡해지고 난잡해집니다.
각각의 파트가 다시 여러 상징으로 구체화되고 세분화되면서 초기 원형을 많이 잃어버립니다.
이를테면 연결 부위가 연꽃 받침이 되어 밀교의 연꽃 방석을 상징하고..
각 날이 용의 입에서 나와서 신성함을 뜻하고..
밑으로는 바퀴가 추가되어 삼법인을 상징하는..
그래서 날이 없어지는..ㅡ.ㅡ..
상징하는 바와 연계되는 바가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정교함이 떨어지기에 제 스타일은 아닙니다.
정리의 끝은 안 보이게 넣어두는 것이라 했습니다.
저는 최대한 조용하게 만들 것이고, 상징하는 바는 모두 내부에 넣을 것입니다.
대충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았으니 이제 금강저들을 찾으러 가봅니다.
네이버 지식 쇼핑에 삼고저를 검색해보면 대부분 해외 직구 법구들입니다.
금강저는 밀교 법구인데,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밀교는 행법이 끊켜서 그 형체가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일본은 당나라 혜과스님으로부터 밀교를 전승받은 공해선사가 만든 진언종 밀교가 여전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금강저를 보려면, 일본을 찾아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 옥션에서 금강저를 찾아봅니다.
삐까 뻔쩍한 금강저들이 나옵니다.
일본은 밀교 법구 장인들이 많이 있어서, 수작업으로 깎아서 만든 제품들도 많습니다.
교토에서 장인들의 작품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실제로 보면 가격이 ㅎㄷㄷ 아름답습니다.
하나같이 정교하고 무게감이 있습니다.
이 금강저를 한번 살펴 보겠습니다.
칼날은 멋있습니다.
번개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너무 번개 같다고 해야될까요?
번개가 너무 명확해지면, 법구로서의 범용성이 줄어들 것만 같습니다.
진짜 번개를 날릴 건 또 아니니까요..
용구라고 합니다.
칼날이 용의 입에서 나오는 것인데요.
고려 말 즈음에 나타난 양식입니다.
건축양식도 마찬가지고, 어떤 양식이든 후기로 갈 수록 복잡해지고 다양해집니다.
그리고 이내 처음의 원형을 잃고 추상화되다가 스러지고 다시 초기의 형태로 돌아가는 것의 반복입니다.
특히 15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고전 건축 양식의 재발견과 인문주의의 부상이 르네상스의 복잡한 건축양식에
저는 용구를 뺄 생각입니다.
용이 신령스러우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니거든요.
자칫하면 바보 같거나 탐욕 스러워보입니다.
그렇게 찾다가 드디어 마음에 드는 금강저를 발견합니다.
그냥 이거 쓰면 되는데, 쓰지 못합니다.
유물이거든요.
송광사에 보관 중인 고려시대 금강저입니다.
저는 이런 형태가 마음에 듭니다.
복잡하지 않고, 단아하고, 힘이 있습니다.
정과 혜를 쌓으며 머무르지 않는 마음을 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실물 크기는 28cm 입니다.
진짜 무기로 사용할 것은 아니니까 크기는 우선 조금 줄일 생각입니다.
다음으로는 내부의 회로입니다.
내부 회로는 어떤 에너지적인 흐름이라던가, 상징적인 힘이라던가, 그런 기능적인 것들을 구현하는 것인데요.
실제로 작동하는가 하면, 중요한 건 꺾이지 않은 마음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이런 상징을 구축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몇 가지 있습니다.
01) 개념을 상징하는 것을 넣습니다.
이번에는 보석입니다.
저는 아미타불의 힘을 상징하는 석류석, 가넷을 넣을 것입니다.
02) 글자를 넣어 의미를 새깁니다.
지금은 정과 혜, 그리고 이것을 이루는 수단인 지와 관을 넣을 것입니다.
또한 아미타불의 종자인 ‘흐리’자를 새겨넣을 예정입니다.
03) 길(?)을 냅니다.
지와 관을 통해 정과 혜를 쌓고 이것이 모여서 금강의 힘이되고 그 힘이 서원으로 구축되는 길을 그려봅니다.
마음에서 손으로,
손에서 지와 관으로,
정과 혜의 회로로,
종국에는 세 개의 칼날에
새겨진 아미타불의 종자로 나아가는 길을 새길 것입니다.
3-3. 제작 과정
건너 뛰겠습니다.
스케치 -> 카빙 -> 샘플링 -> 재료 선정 및 수급 -> 제작 -> 개광 점안 -> 실사용 -> 스케치의 무한 반복입니다.
본업이 있으니 거의 대부분 새벽에 진행하기에 더욱 더딥니다.
또한 제 잠재의식은 여자친구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마음에 들 때까지 하다보면 한 세월 금방 흘러갑니다.
특정 부분을 외주 맡기거나 재료를 수급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만 마음에 안들면 다시 시작합니다. ㅡ,ㅡ...
리핏 어게인..
그러면 안 해줄 것 같지만 대체로 해주십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조르기로 유명하고,
언제나 거절은 거절한다는 강력한 행온을 일으키고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는 미적 감각과는 거리가 멉니다.
근데 그냥 마음에 안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이유로 하나의 법구를 완성할 때까지 대략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제작한 금강저를 들고 이번 주 내로 돌아오겠습니당.
첫댓글 부지런하지 않으면 엄두도 못 낼 작업 과정이네요.
제작하신 금강저 기대됩니다.~
원력이 깃든 기물은 ..분명 뭔가 신묘한 힘이 있을텐데 ..사고 싶네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