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편 묵상
2024년 8월 7일 수요일 (연중 18주간)
제일권
제 23 편
(다윗의 노래)
1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누워 놀게 하시고
2 물가로 이끌어 쉬게 하시니
3 지쳤던 이 몸에 생기가 넘친다. 그 이름 목자이시니 인도하시는 길, 언제나 곧은 길이요,
4 나 비록 음산한 죽음의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내 곁에 주님 계시오니 무서울 것 없어라. 막대기와 지팡이로 인도하시니 걱정할 것 없어라.
5 원수들 보라는 듯 상을 차려주시고, 기름 부어 내 머리에 발라주시니, 내 잔이 넘치옵니다.
6 한평생 은총과 복에 겨워 사는 이 몸, 영원히 주님 집에 거하리이다.
----------------------------
"내 잔이 넘치옵니다.“
시편 23편,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편입니다. 하느님의 보호하심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고백하는 신뢰 시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여유롭고 만족한 생활을 희망하는 아름다운 시라고만 할 수도 없습니다. 시인의 갈급하고 절절함이 느껴지는 구절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 자신의 간절함을 모아 바치는 시편을 탄원시라고 말합니다.
탄원은 ‘나 자신만을 위한 나’를 ‘하느님을 위한 나’로 변하게 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내 속에 나 자신만으로 가득하던 내가 하느님 앞에서 전혀 다른 나로 변화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람의 시편이라는 말입니다.
어떤 위험과 고통 앞에서도 나를 보호하시고 오히려 잔치를 벌여 주시는 하느님, 내가 누구이기에 이토록 귀하게 대해 주시는지 모를 하느님, 내 잔을 차고 넘치도록 채워주시는 하느님과 영원히 살고 싶다는 고백입니다. 하느님과의 친밀감이 특히 드러나는 시편입니다.
이러한 시인의 고백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신앙생활에도 깊은 묵상 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신앙생활은 아무런 위험이나 도전 그리고 어려움이나 아픔 없이 사는 삶이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고난과 고통 그리고 많은 위협 앞에서 늘 노출되어 사는 인생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런 인생 가운데서도 이끌어 주시고 함께 하시는 주님의 은총을 굳게 믿으며 살아갈 때 오늘과 같은 고백과 노래가 나오는 것입니다.
기감훼상(豈敢毁傷)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찌(기,豈) 감히(감,敢) 헐고(훼,毁) 다치게(상,傷) 하겠느냐는 말입니다. 아픔을 당한다는 것이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뜻입니다. 상처는 아픔이기도 하지만 새살의 돋움이라고 말합니다. 주님께서 이토록 사랑하시고 아껴주시는데 어찌 우리가 마냥 아프고 상하도록 내버려 두시겠는가! 기쁘게 만족함으로 언젠가는 우리를 이끄시리라는 믿음을 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신앙인들 앞에는 두 갈래 길이 항상 있습니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걸어가는 길은 십자가를 지지 않고서는 도저히 주님을 따를 수 없는 길이라 말합니다. C. S. 루이스는 ‘유대인들이 이교도보다 더 심각한 죄를 지은 것은, 그들이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과 더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가까이 선택받고 혜택을 입었다고 생각하는 그 자리가 오히려 하느님에게서 멀리 떨어질 수도 있음을 늘 기억합니다.
충분한 은총과 만족을 누리는 우리는 늘 감사하며 삽니다. 그리고 이런 기쁨을 누리는 것도 하느님의 은총임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이런 만족 전에 우리가 겪은 많은 고통도 기억합니다. 고난과 고통 없이 영광이 없다는 사실을 오늘도 기억합니다.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것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정확히 아뢰고 간구하기를 소망합니다.
첫댓글 아멘
마음을 데우는 묵상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