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원시상태에서 벗어나 중세, 근대로 이전해오며
국가의 근간이 되는 정치나 '사회'를 이루어 나가는데는
언제나 일정한 사회적 '룰'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이러한 인간의 사회관계를 판단하기 위해
법을 만들고 규칙을 만들고,
하나의 관습을 만들어가야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일정한 룰에 의해 적용되는
틀에 벗어나 반칙을 하게 된다면?
'조용한 가족'과 '쉬리'로 우리 영화계의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배우, 송강호가 주연인
'반칙왕'은 고단하게 주어진 일상이라는 담장 밖으로
일탈하고 싶은 셀러리맨들의
꿈과 좌절을 해학과 웃음으로 펼쳐 보인다.
주인공인 '임달호'는 무능한 은행원이다.
은행 업무 조회 시간도 맞추지 못하는 게으른 사람이며,
영업실적도 전혀 올리지 못해 늘 부 지점장에게
눈에 가시 같은 존재로 찍힌 사람이다.
더구나 그는 퇴근해 돌아가서도 반겨줄 사람없이
늘 늙은 홀 아버지에게 타박만 듣는
가련한 셀러리맨이었던 것이다.
즉 그는 세련된 업무처리에다 실적으로 능력을 인정받는
자본의 경쟁질서에서는 늘
낙오된 무능하고 실패한 젊은이의 전형이다.
늘 그의 고지식함과 무능함을 탓하며,
그의 목을 헤드록으로 조여대며 약육강식의
자본질서를 강요하고 훈계하는 부 지점장에
시달려 사는 나약하기만 그....
그런데 어느 퇴근길, 허름하고 초라한 레슬링 체육관
간판 하나가 그의 눈에 들어오게 되고,
그는 왕년의 반칙왕이자 울트라 타이거 마스크였던
장칠삼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그의 기술을 연수받아 레슬링 무대에 서게 된다.
그가 선 사각의 링은 동물의 왕국 같은,
그가 서 있는 세상의 약육강식의 축소판이며
또 다른 '현실 세계'였다.
그러나 그는 시합에 나가 예정된 각본에 따라
마음대로 반칙을 구사하여 상대를 학대(?)하며,
현실에서 얻지 못하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반칙왕은 셀러리맨들의 절망스런 현실세계에서
달아나고 싶은 욕망, 그리고 여전히 돌아가야 할
약육강식의 법칙이 난무하는 세계로 다시 돌아와야
할 숙명을 잘 그려 보인다.
그 속에서 반칙왕은 엄연히 룰이 존재함에도
반칙이 세상의 규칙이자 순리로 호도되는
서글픈 현실을 직시하게 하며,
그 과정에 놓여있는 희극적 요소들은 상대를
가학적으로 다루어 주는 잔인한(?) 웃음으로 관객에 전달된다.
그러나, 불안하지만 잘 나갈 것 같은 반칙왕인
그는 마지막 시합에서 만큼은 주어진 각본에 의하지 않고
정말 실전처럼 싸워보지만, 그것은 이미 현실에서
증명된 결과처럼 그것으로 끝이다.
그것은 한 여름밤의 꿈이었고 일장춘몽에
불과한 놀이였던 것이다.
여전히 그가 다시 돌아가야 할 세계는 정글이 법칙이
우글거리는 절망스런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시사하는 '꿈에서 깨어나자 다시 현실세계에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에서 일탈하고 싶은 욕망과
그 현실세계의 간극은 늘 환상이자 꿈에 불과하다는 것이며,
그것은 다시 돌아가야 할 세상 앞에 또 좌절해야 하는
셀러리맨들의 비애를 우화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튼, 반칙하도록 짜여진 '계획된 룰'에 반칙하는
그가 반칙왕 일까, 아니면 정해진 '도덕적 룰'이
있는데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적당히 반칙하여
실적과 목표에 이른 사람들이
유능한 사람으로 평가되는 현실이 반칙일까.
그것은 이제 스스로의 판단에 맡겨야 할 몫인지도 모른다.
2004년 영화를보고서...
여기는 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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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도 반칙왕 시청각 공부 좀 하고 다시 와야 하것다. 천상화님은 반칙왕에 대하여 많은 공부를 하셨네요..
ㅎㅎ..그런가요 오래전에 쓴것이라요...지금다시보니 웃음기도하고요.....
저두 재미잇게본 것 같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