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의 일입니다. 비서가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면 ‘하우 아 유(How are you? 안녕하십니까) 하면 된다고 했는데 긴장한 나머지 ‘후 아 유(Who are you? 누구세요)’라고 말해 버렸습니다. 이에 클린턴 대통령은 재치 있게 ‘I'm Hillary's husband(나는 힐러리 남편입니다)’라고 받아쳤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조급하게 바꾸기보다는 체인지 싱킹(change thinking)이 시작점이 돼야 한다”며 뜬금없는 영어가 나왔습니다. 또한 "거버먼트 인게이지먼트(Government Engagement, 정부개입)가 바로 레귤레이션(Regulation, 규제)이며, 2023년은 어그레시브(aggressive, 공격적)하게 뛰어보자“고 말했습니다.
한국식으로 잘못 발음하거나 비문법적으로 사용하는 영어를 콩글리시라고 합니다. ‘거번먼트 인게이지먼트가 레귤레이션이다’라거나 ‘2023년은 어그레시브하게 뛰자’는 말이 그런 사례입니다. “국립추모공원이라 하면 멋이 없고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다”라고 한 윤대통령의 말을 살펴보면, 영어에 대한 열등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결핍을 타인에게 전가하거나 확대해서 포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만찬 때 혼자 멀뚱히 앉아 있던 윤대통령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정작 영어를 말해야할 자리에선 꿀 먹은 벙어리가 되더니, 공적인 자리에서 되지도 않는 영어 단어를 남발하는 대통령이 한심하고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