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여행의 선물 같은 계절이지만, 성큼 떠나는 건 쉽지 않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을 벗어나 훌쩍 떠난 통영 여행은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벚꽃엔딩의 아쉬움을 신록으로 위로 중인 '벚꽃 마을' 봉평동의 '심쿵' 골목길을 만난 것도 행운이다. 그 골목에서 전혁림미술관과 봄날의 책방과 소소한 카페들과 게스트하우스를 만나 정겨운 시간을 보냈다. 떠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신록의 계절에 봉평동 골목 어귀에서 눈부신 나의 봄날을 만났다.
[왼쪽/오른쪽]꽃 편지에 담긴 동네 지도 / 당신이 나의 봄, '카페 이봄'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 봉평동
해마다 4월이면, 봉숫골 벚꽃축제가 열리는 봉평동은 통영의 핫플레이스 루지(Luge)에 열광하는 젊은 여행자들로 북적거리는 곳이다. 봉숫골은 통영 케이블카와 루지를 타러 가는 길목인 용화사거리에서 미륵산 용화사까지 이르는 골목을 부르는 봉평동의 옛 이름이다. 용화사거리에서 해안가 쪽으로 있는 김춘수 유품전시관과 해저터널까지 10분이면 닿는 거리라 봉평동은 반나절 산책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봉평동 골목에서 만난 정겨운 풍경
봉평동의 완만한 언덕길을 따라 걷다 보면, 통영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과 지금도 당산제를 올린다는 당산나무와 목욕탕과 미용실, 마트가 익숙한 풍경으로 나타난다. 누구나 한 번쯤 살았을 동네처럼 편안하고 언젠가 한 번쯤 지나쳤을 소박한 풍경들이 정겹게 이어진다. 봉평동 골목 끝자락에는 아름다운 미륵산이 있어 등산객들에게 일찌감치 보리밥과 찜 골목으로 사랑받았다. 그 골목에 있는 '전혁림미술관'과 '남해의 봄날' 책방과 찜 요리로 유명한 봉수골과 달콤한 디저트 '카페 하루케이크', '카페 이봄'과 '김춘수 유품전시관'은 세상, 여유롭게 타박타박 둘러보기 좋은 오래된 '동네 풍경'이다.
[왼쪽/오른쪽]해마다 4월이면 벚꽃으로 꽃 대궐을 이루는 봉평동 / 낡고 오래된 풍경이 정겹다. [왼쪽/오른쪽]동네 사람들의 휴식처, 목욕탕 / 해마다 당산제를 올리는 당산나무
봉평동의 예술과 문화, 전혁림미술관, 김춘수 유품전시관, 봄날의 책방
용화사거리에서 미륵산 쪽으로 오르다 보면 전혁림미술관의 이국적인 외관이 보인다. 색채의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았던 전혁림 화백의 예술 작품을 만나는 곳이다. 회화뿐만 아니라 도자, 목조 등 다양하고 독특한 색채로 표현한 작품 80여점과 미술관의 화려한 외관은 압도적이다.
미술관으로 가는 길목에 키 작은 나무로 꾸며진 예쁜 책방이 보인다. '봄날의 책방'이다. 그 옆에는 책방과 함께 운영되는 '봄날의 집' 게스트하우스가 보인다. 낡은 폐가를 수리해서 출판사와 책방과 게스트하우스가 탄생했는데, 건축가 주인장의 섬세한 솜씨가 돋보인다. 1년에 한 번 '봉수골 꽃편지'라는 마을 신문을 만들어 이웃들의 소식과 통영의 문화를 공유한다.
봉평동의 마을 신문, '봉수골 꽃편지' [왼쪽/오른쪽]전혁림미술관 / 봄날의 책방
용화사거리에서 해안 쪽으로 내려가면 김춘수 유품전시관이 나온다. 꽃의 시인, 김춘수 선생을 떠올리기엔 왠지 아쉬운 건물이지만, 생전의 시인이 사랑하고 아끼던 물건들을 만나는 소중한 공간이다. 그의 친필로 만나는 시 구절은 애잔하고 평생 통영 바다를 향했던 그리움은 파도처럼 마음을 적신다.
김춘수 유품전시관 실내 전경
벚꽃 마을과 찜 골목, 오래된 봄날의 추억
지난 4월 초에는 제15회 봉숫골 꽃 나들이가 열렸다. 벚꽃이 피는 용화사 광장에서 용화사까지 차량 통제를 하고 온전히 봄날의 벚꽃 산책을 즐기는 마을 행사다. 봉평동은 예나 지금이나 통영 사람들이 벚꽃 구경을 오는 곳이다. 봉평동에 처음 생긴 식당 중의 하나인 봉수골은 지금도 어머니 손맛 그대로 구수한 아귀찜을 만든다. 봉수골 외에도 용화찜, 단대목 등 10여 개의 찜 식당이 이어지는 골목은 소문난 찜 골목이다.
봉숫골 찜 골목
새벽 어시장에서 공수하는 싱싱한 아귀로 만드는 봉수골의 아귀찜은 신선하다. 봄에 넉넉히 잡힌 아귀를 급속 냉동해서 늘 부드럽고 구수한 맛을 낸다. 20년을 훌쩍 넘긴 봉수골은 옛집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외갓집에 놀러 간 듯 정겹고 편안하다.
생아귀로 만드는 통영식 아귀찜은 부드럽고 시원하다.
커피집 우리 동네, 카페 하루케이크, 카페 이봄에서 소소하게 맛있는 오후
봉평동에 가장 먼저 생긴 커피집 우리 동네는 소박한 외관 그대로 커피 맛을 지키는 커피집이다. 동네 사랑방처럼 동네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다. 얼마 전에 문을 연 '카페 하루케이크'는 유기농 밀가루와 프랑스 버터로 디저트 케이크와 쿠키를 만든다. 문을 열면 금방 구워낸 마들렌의 고소한 버터 냄새가 진동을 하고 달콤한 케이크는 맛과 착한 가격으로 사랑받는다. 커피도 디저트에 어울리는 향과 맛을 찾아서 내린다는 주인장은 봉평동 동네 식빵 만들기에 돌입했다. 빵 수업을 받는 월요일에 문을 닫는 이유다.
카페 하루케이크의 레드벨벳 케이크
용화사거리에서 해안가로 내려가는 골목 안에 '카페 이봄'이 숨어 있다. '당신이 나의 봄, 이봄'이라는 이름처럼 커피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통영 사람들의 문화를 공유하는 곳이다. 동네 사람들을 위한 유익한 클래스가 매주 열리고 작은 전시회는 늘 한쪽 벽을 채운다. 출판 일을 했던 주인장이 책을 읽다가 찾아낸 멋진 문장이 카페 구석구석에 적혀 반짝반짝 빛난다.
카페 이봄의 입구
스타일대로 골라 가는 재미가 쏠쏠, 개성 만점 게스트하우스 3
봉평동 골목을 누비다 보면, 개성 만점의 게스트하우스를 만나게 된다. 봉평동 주변으로 이어지는 골목에도 우후죽순처럼 새로운 게스트하우스가 생겨나고 있지만, 봉평동에 자리 잡은 세 개의 게스트하우스는 왠지 이 골목에 잘 어울린다.
책으로 꾸며진 봄날의 집 거실
'봄날의 집' 게스트하우스는 미술관 옆 게스트하우스답게 화가의 방, 장인의 다락방, 작가의 방 등 테마로 꾸며진 공간이 아름답다. 통영의 푸른 바다를 연상케 하는 화가의 방은 블루컬러의 다양한 색감이 한 폭의 그림처럼 꾸며졌다. 게스트하우스치고 가격대가 높은 대신 동네 세탁소에 세탁물을 맡길 수 있고 통영의 계절 별미로 차려진 정갈한 조식을 만난다.
통영의 푸른 바다색으로 꾸며진 화가의 방
통 게스트하우스는 미대 출신 주인장의 감각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게스트하우스다. 처음부터 게스트하우스로 지어진 목조 실내는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세월의 품위가 느껴진다. 독립된 실내 구조는 차분한 휴식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알맞다.
나무로 꾸며져 편안한 도미토리
'벚꽃 엔젤 게스트하우스'는 통영을 사랑한 나머지 자칭 타칭 '통영 홍보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인 주인장의 보금자리다. 2층 주택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는 '아는 언니' 집에 묵는 듯한 편안함 덕분인지 여성 여행자와 가족의 방문이 많다. 2년쯤 되었는데, 한 번 묵었던 손님은 반드시 단골이 되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주인장이 직접 만든 수제 잼으로 차리는 조식
여행정보
- 주소 : 경상남도 통영시 봉수1길 10
- 문의 : 055-645-7349
- 주소 : 경상남도 통영시 해평5길 142-16
- 문의 : 055-650-2670
봄날의 책방
- 주소 : 경상남도 통영시 봉수1길 6-1
- 문의 : 070-7795-0531
주변 음식점
- 봉수골 : 아귀찜 / 봉수로 75 / 055-645-4125
- 카페 하루케이크 : 케이크 / 봉수로 51 / 055-649-9752
- 카페 이봄 : 커피 / 도남로 96-6 / 055-649-3170
첫댓글 통영에는 뭐라해도 낚시가방메고 낚시 가는것이 최고라요
아름답고,소중한 인연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