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트라이아웃 연습경기 당시 펠리페)
남자부 트라이아웃이 진행된 지난 5월, 4순위로 지명권을 얻은 한국전력 김철수 감독은 장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지명을 감행했다. 그의 선택은 브라질에서 온 펠리페. 스물세 명 참가한 선수 중 19번째 순위, 그 누구도 예상 못한 선택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장 내에서 내뿜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힘도 좋고 적극성도 눈에 보였다”라며 지명 이유를 설명했지만 “그러나 체중은 좀 줄여야 한다. 8월 한국에 들어올 때 7kg을 감량해 오라고 주문할 것이다”라고 토를 달았다.
김 감독 생각이 적중했다. 펠리페는 지난 두 달 동안 고국 브라질에서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어 왔다. 적극성도 있었다. 벌써부터 빨리 훈련에 참가하고 싶어 스스로 나서고 있다고 한다.
그런 밝은 성격이 얼굴에서도 묻어 나왔다. 덕분에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오후 훈련이 시작되기 전, 선선한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Q. 한국 땅을 밟게 됐다. 소감이 궁금하다.
A. 굉장히 행복하다. 지난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한국 무대에서 뛰길 간절히 원했다.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현실이 됐다. 그것도 한국전력과 같은 좋은 팀에서 뛰게 됐다. 영광으로 생각한다.
Q. 지난 두어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A. 고국 브라질에서 오직 하나, 운동에만 열중했다. 유럽에서 리그를 마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스스로도 다시 몸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물론 감독께서 요구한 조건도 있었다. 그렇기에 매일 운동에만 매달렸다. 일주일 중 단 하루만 빼곤 크로스핏, 사이클, 필라테스 등으로 매일 몸 만들기에 집중했다. 덕분에 목표치 7kg 감량에 성공했다.(웃음)
Q. 한국에 와 생활하게 됐다. 얼마 안 보냈지만 한국에 대한 인상이 어떤가?
A. 딱 4일 있었다. 그래서 아직 잘 모르지만(웃음) 주변 모든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줘 놀라웠다. 사람들이 내 말을 온전히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갑게 대해준다. 다른 문화권에 왔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음식도 나쁘지 않다. 한국에 오고 그 다음날 한식에 도전했는데 다 맛있었다. 딱 하나. 김치가 좀 매운 것 빼고는 괜찮았다. 다들 잘 먹는데 나는굉장히 매웠다.
Q. 선수들 중 누가 가장 잘해주던가?
A. 한국 선수들 이름이 너무 어려워 아직 다 외우질 못했다. 모두들 잘해주지만 그 중에서 전광인(펠리페는 전광인 이름을 몰라 ‘점프 좋은 선수(High jumper)’라고 불렀다)이 장난도 잘 받아주고 함께 많이 웃는다. 주장 윤봉우(윤봉우는 캡틴이라고 불렀다.)와는 늘 함께 밥을 먹는다. 굉장히 따뜻하게 챙겨준다. 사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잘해준다.
Q. 지금 몸 상태는 어떠한지?
A. 100%.(단호) 완벽한 상태로 만들어 이곳에 왔다. 감독이 준 미션(7kg 감량하기)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그래도 아직 무리하긴 이르다. 천천히 몸을 끌어올려야 한다. 감독이 다음 주 떠나는 전지훈련에서 몸을 만들어보자고 말해줬다.(한국전력은 7일부터 16일까지 경남 하동으로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훈련을 받고 함께 운동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Q.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개성 있는 모습과 적극적인 자세로 이목을 끌었다.
A. 매 경기, 매 점수마다 최선을 다하고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파이팅 넘치는 건 내 개성이다. 사실 트라이아웃 때는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었다. 60% 정도였다. 그러나 이젠 완전히 살아났다. 더 힘 있고 파이팅 있게 뛸 것이다.
Q. 평소 추구하는 배구는 어떤 것이고 본인만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앞서 말했지만 한 점을 소중히 여기는 배구를 한다. 간절함을 통해 경기에 임하는 편이다. 내 장점? 완벽(complete)한 점이 내 장점이다. 공격, 수비, 서브 다 잘 할 자신 있다.
Q. 한국 배구는 외국인 선수 비중이 굉장히 크다. 알고 있나?
A. 사실 내가 뛰었던 팀에서 난 늘 그런 역할을 맡았다. 그래서 한국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다. 다만 시즌 끝까지 유지할 체력은 지금부터 계속 준비해야 한다. 무리는 없을 것이다.
Q. 이번에 함께 뛰게 된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을 알고 있는지? 그 중에서 라이벌을 꼽는다면?
A. 대부분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즌이 시작하지 않았다. 모두가 동등한 입장에서 시즌을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딱히 누군가를 라이벌로 생각지 않을 것이다. 아마 시즌이 시작된다면 생기지 않을까.
(사진: 펠리페와 통역 박근상 씨)
Q. 한국전력 이번 시즌 목표는 우승이다.
A.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는 팀은 없다(웃음). 우승은 나 혼자 잘해서는 할 수 없다. 한 팀이 되어 모두가 힘을 합쳐 나가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배구는 전쟁과 같다. 다 함께 싸워 이겨내야 한다.
Q. 다음 시즌 각오와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A. 개인적인 목표보단 팀 목표를 내세우고 싶다. 배구는 팀 게임이다. 팀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굳이 내 개인적인 목표를 꼽는다면 나는 “증명”하는 것을 목표라고 말하고 싶다. 훌륭한 선수들을 제치고 내가 지명 받았다. 그럴 자격이 있는 선수임을 경기로서 증명해내고 싶다. 팬들은 아직 만나지 않았지만 최대한 빨리 그들 앞에서 경기를 치르고 싶다. 긴 시즌 동안 내 가치를 증명해 그들에게 환호성을 받고 싶다. V-리그 몇 경기를 챙겨볼 때 한국 팬들이 참 열정적임을 알 수 있었다. 나도 그런 응원을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인터뷰가 끝나고, 한국전력 오후 훈련이 시작됐다. 펠리페는 최대한 적극적으로 훈련에 따랐다. 김철수 감독은 아직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적응 기간을 두려 하는데 본인이 워낙 적극적으로 나서니 되려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김 감독은 배부른 고민을 하고 있었다.
국내 선수들이 하는 대로 함성도 지르고 박수도 아끼지 않은 펠리페. 외국인 선수 얘기에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은 김 감독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과연 다음 시즌, 펠리페가 기대에 부흥하는 실력으로 수원 팬들을 미소 짓게 할 수 있을까. 한국전력이 보여줄 새로운 시작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