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벚꽃
2023년 3월 30일(목) 맑음, 국립현충원, 덕수궁
덕수궁 석어당(昔御堂) 앞뜰에 노거수인 살구나무가 있어 그 꽃을 보려고 갔는데, 이미 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석조전 앞 수양벚꽃도 볼만하다. 수양벚꽃은 아마 국립현충원의 그것이 으뜸일 것. 그 길로 보러갔다.
노거수임에도 온몸으로 꽃을 피워 꽃 사태가 난 듯했다. 이 수양벚꽃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벚꽃과 관련된 한시 몇 수를 들었다.
대나무 숲 아래 누대에서 우연히 읊다(竹下臺偶吟)
신형(申泂, 1449~1487)
복숭아꽃 지려 하고 벚꽃은 피었는데
대나무 숲 아래 누대 위에 맑은 향내 짐짓 풍기어라
숲과 마주앉아 늦은 봄빛 차마 보랴
주렴 밖을 보노라니 옛 제비 돌아오네
桃花欲謝奈花開
故故淸香竹下臺
對樹忍看春晼晩
隔簾還見鷰歸來
ⓒ 한국고전번역원 | 양주동 (역) | 1969
요선에게 보임(示堯仙)
완당 김정희(阮堂 金正喜, 1786~1856)
진병인가 가병인가 비야에게 증명하세
부질없이 게으름만 날로 차츰 더해 가네
쟁기 너머 비 덕택은 곳곳을 따라가고
젓대 속의 봄 뜻은 집집마다 한가질세
시름에 익었어라 천 길의 하얀 머리
고움을 뽐내는 한 가지 붉은 벚꽃
바삐 가는 좋은 경치 잡아맬 수 있을 건가
쌍감이라 두주는 하늘가의 꿈이로세
病眞病假證毗耶
嬾漫公然日漸加
犁外雨膏隨處處
篴中春意盡家家
工愁千丈白髭髮
弄艶一枝紅杏花
好景怱怱勾住否
雙柑斗酒夢天涯
주1) 비야 : 《유마경(維摩經)》에 “伊時毗耶大城中有長者 名維摩詰”이라 하였음. 진병ㆍ가병은 유마힐의
병을 말함.
주2) 쌍감두주는 두 밀감과 한 말 술을 이름. 《운선잡기(雲仙雜記)》에 “戴顒春日携雙柑斗酒 人問何之曰
往聽黃鸝聲”이라 하였음.
ⓒ 한국고전번역원 | 신호열 (역) | 1986
모춘(暮春)
청장관 이덕무(靑莊館 李德懋, 1741~1793)
너무도 번화롭다 봄철의 물색
동황(東皇)님의 조화가 많았군그래
버들잎 푸르러라 연잎 푸르고
복사꽃 붉어라 벚꽃도 붉네
해문에 구름 걷혀 태평의 해 떠올랐고
강루에 바람 살랑살랑 채색 놀 흩날려라
누그러진 기운이 시절을 따라오니
돌아가는 기러기 떼 하늘가에 비끼었네
三春物色盛繁華
知是東君造化多
靑染池荷兼柳葉
紅粧塢杏與桃花
海門雲捲昇平日
江閣風輕散彩霞
暖氣渾隨時節至
天涯歸雁一行斜
주) 동황(東皇)은 봄을 맡은 신(神). 《尙書緯》에 “봄은 동황이 되고 또 청제(靑帝)가 된다.” 하였다.
ⓒ 한국고전번역원 | 신호열 (역) | 1978
봄을 느끼다. 병신년(1536, 중종31)(感春 丙申)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
맑디맑은 새벽이라 아무런 일이 없어
옷깃을 헤친 채 서헌에 앉았더니
어린 종놈 뜨락을 쓸어 내고
다시금 고요히 사립문을 닫누나
淸晨無一事
披衣坐西軒
家僮掃庭戶
寂寥還掩門
그윽한 섬돌엔 가는 풀이 자라나고
꽃다운 동산엔 좋은 수목 흩어졌네
살구꽃은 비 온 뒤에 드물고
복사꽃은 밤사이에 한창이라
細草生幽砌
佳樹散芳園
杏花雨前稀
桃花夜來繁
향기로운 눈인양 붉은 벚꽃 나부끼고
은빛의 바다인양 흰 오얏꽃 굽이치네
고운 새들 스스로 자랑이나 하는 듯
아침의 햇살 아래 무어라 우짖누나
紅櫻香雪飄
縞李銀海飜
好鳥如自矜
間關哢朝暄
빠른 세월 잠시도 머무르지 않나니
그윽한 회포는 애달프기 짝이 없어
서울에서 삼 년째 새봄을 맞이하매
옹색하기 마치도 멍에 맨 나귀같아
時光忽不留
幽懷悵難言
三年京洛春
局促駒在轅
실없어라 마침내 무슨 이익 있었던가
조석으로 생각하니 나라 은혜 부끄럽네
우리 집은 맑디맑은 낙동강 주변이요
희희낙락 즐거운 한가로운 마을이라
이웃들은 모조리 봄 농사에 나가고
닭과 개가 집에 남아 울타리를 지킨다오
悠悠竟何益
日夕愧國恩
我家淸洛上
煕煕樂閒村
隣里事東作
雞犬護籬垣
고요한 책상머리 서책들은 쌓여 있고
봄 안개는 나지막히 강과 들을 감돌리라
시냇물에 노니는 건 고기와 새들이요
소나무 아래에는 학이며 잔나비들
즐거울사 그 산골에 살아가는 사람들
나도야 돌아가 술이나 마시련다
圖書靜几席
烟霞映川原
溪中魚與鳥
松下鶴與猿
樂哉山中人
言歸謀酒尊
ⓒ 한국고전번역원 | 권오돈, 김달진 외 (공역) | 1968
앵화시의 운을 따라(次櫻花韻)
월봉 정희득(月峯 鄭希得, 1573~1623)
흰 벚꽃이 범왕의 집을 점점이 꾸미는데
한 그루 푸른 나무 대숲 밖에 비껴 있네
만일 이 풍치를 화정으로 하여금 보게 했으면
그 심정 어찌 꼭 매화만 향했으랴
白櫻裝點梵王家
一樹春風竹外斜
風致若敎和靖見
心情何必向梅花
천수(天叟)의 차운
만 송이 천 가지는 꾀꼬리의 집인데
푸른 이끼 두터운 곳에 비스듬히 섰구나
미친 노래 취한 춤에 봄 하늘이 저물어
꽃은 나그네를 짝하고 나그네는 꽃을 짝한다
萬朶千枝黃鳥家
靑苔厚處自欹斜
狂歌醉舞春天暮
花伴遊人人伴花
25. 주름잎
26. 꽃마리
하늘 끝 먼 나그네 집 생각에 괴로워
절문 두드리니 해는 서산에 뉘엿뉘엿
꽃 밑에서 외로이 읊다가 인해 느낌 있으니
고향 어느 곳인가에도 지는 꽃이 있겠지
天涯遠客苦思家
來扣禪扉日欲斜
花下孤吟仍有感
故園何處落閒花
현소(玄蘇)의 차운
흰 벚꽃나무 밑에서 집에 돌아가기를 잊고
술에 취해 시 읊으며 지는 해를 아낀다
모르겠네 명년에 또 이 꽃을 볼는지
늙은 몸이라 마치 바람에 지는 꽃과 같은 것을
白櫻樹下忘歸家
醉裏吟詩惜夕斜
不識明年又看否
老身恰似待風花
주) 범왕의 집은 대범왕(大梵王)의 사당. 조변(趙抃)의 서원시(書院詩)에, “이곳 집들이 모두 금벽칠을 했으니,
모두가 범왕의 집일세.” 하였다.
주2) 화정은 송(宋) 임포(林逋)의 시호. 서호 고산(西湖孤山)에 은거하여 매화를 심어 아내를 삼고 학을 길러
자식을 삼았다.
ⓒ 한국고전번역원 | 김달진 (역) | 1977
28. 꽃마리
29. 할미꽃
첫댓글 바위 밑에 핀 꽃마리가 마치 바윗속에 핀 듯 합니다.
이쁘네요.
꽃마리(Trigonotis peduncularis (Trevis.) Benth. ex Baker & S.Moore)
학명에서 보듯이 이 작은 꽃마리에 세계의 저명한 식물학자 4명이나 연구했으니,
꽃마리로서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