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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부조어(釣人不釣魚)
낚시하는 사람이 물고기를 잡지 않았다는 뜻으로, 물고기에는 뜻이 없고 야망(사람)을 낚으려 했다는 말이다.
釣 : 낚을 조(金/3)
人 : 사람 인(人/0)
不 : 아닐 부(一/3)
釣 : 낚을 조(金/3)
魚 : 고기 어(魚/0)
출전 : 백거이(白居易)의 시 위상우조(渭上偶釣)
이 이야기는 유명한 강태공(姜太公)의 낚시 일화에 당(唐)나라 때 풍자시(諷刺詩)로 유명한 백거이(白居易)가 의문를 제기한 것이다.
강태공(姜太公)은 주(周)나라 때 사람으로, 원래 이름은 강상(姜尙), 자(字)가 자아(子牙)로, 여상(呂尙), 태공망(太公望), 여망(呂望) 등으로 불린다.
강태공에 얽힌 일화를 간다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부친 무왕(武王)의 명에 따라 어질고 현명한 인재(賢者)를 찾아 나섰다.
그러다가 번계(磻溪)에서 말총으로 만든 낚시 줄, 곧은 낚시 바늘에 밑밥도 달지 않고(直鉤無餌), 세월을 낚고 있는 70살의 노인 강태공을 만났다. 이야기를 나눈 후 강태공이 세상사에 달통한 인물임을 알고 등용한다.
강태공은 무왕과 문왕을 보좌하여 폭군의 대명사인 주왕(紂王)의 은(殷)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가 패권을 이루게 하였다.
정말 그랬을까? 강태공이 세월을 낚고 있었을까? 이 일화는 아주 먼, 그것도 예수님이 태어나시기도 1000년 전의 일이기에 추측이 무성했을 것이다.
그러나 속세의 명예와 이익(名利)을 끊고 고고하고 한적하게 살아가기를 바랬던 필부범인의 바램이었을까? 강태공의 이야기는 세월을 낚는 은자(隱者)의 상징으로서 굳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동기와 과정이 어찌되었든 주문왕은 결과적으로 강태공이 쳐놓은 구부러지지도 않은 곧은 빈 낚시 바늘에 물렸고, 이 때문에 강태공은 손자를 봤어도 한참 지난 나이에 세상에 나서서 주나라의 공신이 되었고 역사상에 유명한 군사전략가가 되었던 것이다.
아주 오래 전의 일화이니 우리도 한번 편하게 추측해 보자.
당시는 나라라고 해도 부족국가나 다름없었을 터이고, 과거시험이 당(唐)나라 때 행해졌으니 관원을 뽑는 일도 세습이나 추천을 통해 인재를 구하는 정도였을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전제로 한다면, 혹시 강태공은 70이나 되는 나이에 주왕(周王)을 상대로 멋진 쇼를 펼쳤던 것은 아니었을까?
관직에 나가고 싶은, 아니 그것보다 더 큰 개국의 공훈을 세우고 싶은 강태공은 나이 70이 되도록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때 마침 주왕이 인재를 구하러 다닌다는 소식을 접한 강태공은 기막힌 낚시 쇼를 연출했을 것이라고…
이것이 억측만이 아닌 것은 당(唐)나라 때 풍자시(諷刺詩)로 유명한 백거이(白居易)도 ‘위수에서 우연히 낚시하며(渭上偶釣)’라는 시에서, 강태공의 이야기에 딴지를 걸었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渭上偶釣(위상우조) / 白居易(백거이)
위수여경색(渭水如鏡色)
중유리여방(中有鯉與魴)
위수의 맑은 물은 빛깔이 거울 같고,
그 속엔 잉어방어 더불어 노니나니,
우지일간죽(偶持一竿竹)
현조재기방(懸釣在其傍)
대나무 낚싯대 하나를 가지고서,
낚시를 매어달고 가까이 자리 잡네.
미풍취조사(微風吹釣絲)
요요십척장(裊裊十尺長)
바람은 산들산들 낚싯줄에 불어오고,
열자의 기다란 줄 바람에 하늘하늘,
신수대어좌(身雖對魚坐)
심재무하향(心在無何鄕)
몸이야 제아무리 고기보고 앉았지만,
마음이 어찌하여 여기에 있을쏘냐.
석유백두인(昔有白頭人)
역조차위양(亦釣此渭陽)
옛날에 벼슬 못한 사람이 있었으니,
위수의 양지에서 그 또한 낚시하며,
조인부조어(釣人不釣魚)
칠십득문왕(七十得文王)
낚시를 하면서도 고기는 낚지 않고,
칠십이 되어서야 문왕을 만났도다.
황아수조의(況我垂釣意)
인어역겸망(人魚亦兼忘)
낚시를 드리우는 나의 뜻 그와 같아,
사람과 물고기를 모두 다 잊는 건데,
무기량부득(無機兩不得)
단농추수광(但弄秋水光)
계기가 없었으니 둘 다를 얻지 못해,
오로지 시름겨워 물빛만 희롱한다.
흥진조역파(興盡釣亦罷)
귀래음아상(歸來飮我觴)
즐거움 사라지면 낚시도 마치고서,
집으로 돌아와선 술잔을 기우린다.
강태공에 관한 일화 중 설원(說苑)에도 재미있는 고사가 있다.
강태공이 나이 칠십에 위수(渭水)가에서 낚시를 했는데, 사흘 밤낮을 해도 바늘을 무는 물고기가 없었다. 강태공이 화가 나서 옷과 모자를 벗어 제쳤다.
說苑曰; 呂望年七十, 釣于渭渚, 三日三夜, 魚無食者.
위쪽에 독특한 모습의 농부가 있다가, 강태공에게 말했다. “이보슈, 다음에 낚시할 땐 가는 낚시줄에 향기로운 미끼를 달아 물고기가 놀라지 않게 살짝 천천히 던져보시우!”
與農人言, 農人者, 古之老賢人也. 謂望曰; 子將復釣, 必細其綸, 芳其餌, 徐徐而投之, 無令魚駭.
강태공이 그의 말대로 했더니 처음에는 붕어, 다음에는 잉어가 낚였다. 물고기의 배를 갈랐더니 쪽지가 나왔는데, 그 쪽지에 “여망이 제나라에 봉후가 된다.”고 적혀 있어, 강태공이 귀하게 될 것을 알았다.
望如其言, 初下得鮒, 次得鯉. 刳腹得書, 書文曰; 呂望封于齊. 望知當貴.
(藝文類聚/卷066)
이글은 강태공이 제왕(齊王)으로 봉해질 수밖에 없다는 운명론적인 요소를 첨가했는데, 필자 같은 평범한 낚시꾼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범상치 않은 모습을 하고 있던 농부의 말이다.
낚시를 할 때는 가는 줄, 향기로운 밑밥, 물고기가 놀라지 않게 낚싯대를 천천히 던지라는 말은 낚시꾼에게는 명심해야할 법칙과도 같은 말이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법, 고기 하나 없을 것 같은 낚시터에서도 월척을 끌어내는 사람도 있으니, 날씨탓, 낚싯대탓, 미끼탓, 남 탓만 하지 말고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는 것은 어떠한지?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 재주좋은 사람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각설하고, 오늘날의 세상과 강태공이 살았던 세상은 엄청난 변화와 차이가 있음은 당연하다.
빈 낚싯대를 드리웠던 멋들어진 이야기에 필자가 비록 딴지를 걸긴 했지만, 강태공의 낚시 끝에 좀 더 풍류 넘치는 사연이 깃들여져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매한가지이다.
때문에 각박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 빠져 허우적댈수록 세월을 낚았다던 강태공이 더욱 부럽기만 하다. 천하를 낚은 강태공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한적한 시내물 속에 낚시를 담글 수 있는 여유 있는 마음이 부럽지 않은가?
좋은 계절, 자신과 타인을 위해 밤낮으로 노력한 심신을 위해 시간 좀 내 보지 않으시겠는가?
▶️ 釣(낚을 조/낚시 조)는 형성문자로 钓(조)는 간자(簡字), 鈟(조)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쇠 금(金; 광물, 금속, 날붙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勺(작, 조)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釣(조)는 ①낚다 ②낚시하다 ③유혹(誘惑)하다 ④탐(貪)하다 ⑤구(求)하다 ⑥낚시,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낚시를 조침(釣針), 낚싯대를 조간(釣竿), 낚싯줄을 조사(釣絲), 물고기의 새끼를 낚는다는 뜻으로 지방의 아전들이 백성들로부터 돈을 거두어 들이는 일을 이르는 말을 조곤(釣鯤), 낚시질하는 동지 낚시꾼을 조도(釣徒), 낚시질하는 노인을 조부(釣父), 낚싯배로 낚시로 고기잡이하는 데 쓰는 배를 조선(釣船), 물고기를 낚음을 조어(釣魚), 낚시터로 낚시질하는 곳을 조대(釣臺), 배를 저음을 조주(釣舟), 물건을 걸어 둘 수 있도록 작은 갈고리를 달아 매어 드리워 놓은 줄 또는 물고기를 낚을 때 미늘을 달아서 바다나 강물 속에 장치하는 줄을 조승(釣繩), 낚싯밥으로 낚시 끝에 꿰는 물고기의 먹이를 조이(釣餌), 낚시질을 하는 물가를 조저(釣渚), 거짓으로 명예를 탐하여 구함을 조명(釣名), 사원의 종루에 달아 놓은 큰 종을 조종(釣鐘), 조리로 쌀을 이는 데 쓰는 기구를 조래(釣乃), 물고기를 낚기 위하여 물 속에 낚시를 드리움을 수조(垂釣), 얼음이 풀린 뒤 처음으로 하는 낚시질을 시조(始釣), 고기를 낚음을 어조(魚釣), 임금의 은혜를 차지하여 벼슬을 얻으려고 꾀한다는 말을 조은매작(釣恩媒爵), 낚시질은 해도 그물질은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무슨 일에나 정도를 넘지 않는 훌륭한 인물의 태도를 이르는 말을 조이불강(釣而不綱), 꽃을 구경하고 고기를 낚음을 이르는 말을 상화조어(賞花釣魚), 바늘로 잉어를 낚는다는 말을 이침조리(以針釣鯉), 새우 미끼로 잉어를 낚는다는 뜻으로 적은 밑천으로 큰 이득을 얻는다는 말의 속담을 이하조리(以鰕釣鯉), 산에는 밭을 갈고 물에서는 물고기를 잡는 생활을 한다는 뜻으로 소박하고 속세에서 떠난 생활을 영위함을 이르는 말을 경산조수(耕山釣水) 등에 쓰인다.
▶️ 人(사람 인)은 ❶상형문자로 亻(인)은 동자(同字)이다.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서 있는 것을 옆에서 본 모양을 본뜬 글자. 옛날에는 사람을 나타내는 글자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썼으나 뜻의 구별은 없었다. ❷상형문자로 人자는 ‘사람’이나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人자는 한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이기도 하다. 상용한자에서 人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만 해도 88자가 있을 정도로 고대 중국인들은 人자를 응용해 다양한 글자를 만들어냈다. 이전에는 人자가 두 사람이 등을 서로 맞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해석을 했었지만, 갑골문에 나온 人자를 보면 팔을 지긋이 내리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었다. 소전에서는 팔이 좀 더 늘어진 모습으로 바뀌게 되어 지금의 人자가 되었다. 이처럼 人자는 사람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주로 사람의 행동이나 신체의 모습, 성품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人(인)은 (1)사람 (2)어떤 명사(名詞) 아래 쓰이어, 그러한 사람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사람, 인간(人間) ②다른 사람, 타인(他人), 남 ③딴 사람 ④그 사람 ⑤남자(男子) ⑥어른, 성인(成人) ⑦백성(百姓) ⑧인격(人格) ⑨낯, 체면(體面), 명예(名譽) ⑩사람의 품성(稟性), 사람됨 ⑪몸, 건강(健康), 의식(意識) ⑫아랫사람, 부하(部下), 동류(同類)의 사람 ⑬어떤 특정한 일에 종사(從事)하는 사람 ⑭일손, 인재(人才)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진 사람 인(儿),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짐승 수(兽), 짐승 수(獣), 짐승 수(獸), 짐승 축(畜)이다. 용례로는 뛰어난 사람이나 인재를 인물(人物), 안부를 묻거나 공경의 뜻을 표하는 일을 인사(人事),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인권(人權), 한 나라 또는 일정 지역에 사는 사람의 총수를 인구(人口), 세상 사람의 좋은 평판을 인기(人氣),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여 이르는 말을 인류(人類), 사람의 힘이나 사람의 능력을 인력(人力), 이 세상에서의 인간 생활을 인생(人生),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인재(人材), 사람의 수효를 인원(人員), 사람으로서의 됨됨이나 사람의 품격을 인격(人格), 사람에 관한 것을 인적(人的), 사람을 가리어 뽑음을 인선(人選), 사람의 힘이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일을 인위(人爲), 사람의 몸을 인체(人體), 사람의 얼굴의 생김새를 인상(人相), 한 사람 한 사람이나 각자를 개인(個人), 나이가 많은 사람을 노인(老人), 남의 아내의 높임말을 부인(夫人), 결혼한 여자를 부인(婦人), 죽은 사람을 고인(故人), 한집안 사람을 가인(家人), 장사하는 사람을 상인(商人), 다른 사람을 타인(他人),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뜻으로 사람의 삶이 헛되지 아니하면 그 이름이 길이 남음을 이르는 말을 인사유명(人死留名), 인생이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무상(人生無常),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이 짧고 덧없다는 말을 인생조로(人生朝露), 얼굴은 사람의 모습을 하였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인면수심(人面獸心), 정신을 잃고 의식을 모름이란 뜻으로 사람으로서의 예절을 차릴 줄 모름을 인사불성(人事不省), 사람의 죽음을 몹시 슬퍼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인금지탄(人琴之歎)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부적절(不適切), 부당한 일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魚(고기 어)는 ❶상형문자로 漁(어)의 고자(古字), 鱼(어)는 통자(通字)이다. 물고기 모양을 본뜬 글자로, 한자의 부수로서는 물고기에 관한 뜻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魚자는 ‘물고기’를 그린 글자이다. 魚자는 물고기를 그대로 그린 상형문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魚자를 보면 물고기의 주둥이와 지느러미가 잘 묘사되어 있었다. 이후 해서에서 물고기의 몸통과 꼬리를 田(밭 전)자와 灬(불 화)자로 표현하게 되면서 지금의 魚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魚자는 물고기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활용될 때는 주로 어류의 종류나 부위, 특성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魚(어)는 성(姓)의 하나로 ①물고기 ②물속에 사는 동물의 통칭(通稱) ③바다 짐승의 이름 ④어대(魚袋: 관리가 차는 고기 모양의 패물) ⑤말의 이름 ⑥별의 이름 ⑦나(인칭대명사) ⑧고기잡이하다 ⑨물에 빠져 죽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생선을 가공해서 말린 것을 어물(魚物), 물고기 잡는 그물을 어망(魚網), 물고기를 잡거나 기르는데 쓰이는 항아리 모양으로 만든 유리통을 어항(魚缸), 물고기의 알을 어란(魚卵), 물고기와 조개를 어패(魚貝), 생선 파는 시장을 어시장(魚市場), 물고기의 종류를 어종(魚種), 낚시로 고기잡이하는 데 쓰는 배를 어선(魚船), 물고기를 기름 또는 기른 물고기를 양어(養魚), 말린 물고기를 건어(乾魚), 미꾸릿과의 민물고기를 추어(鰍魚), 청어과의 바닷물고기를 청어(靑魚), 멸치과에 딸린 바닷물고기를 행어(行魚), 퉁가리과의 민물고기를 탁어(馲魚), 은어과의 물고기를 은어(銀魚), 가오리과에 딸린 바닷물고기를 홍어(洪魚), 가물치과에 딸린 민물고기를 흑어(黑魚), 학꽁치과의 바닷물고기를 침어(針魚), 멸치과의 바닷물고기를 약어(鰯魚), 동자개과에 딸린 민물고기를 종어(宗魚), 잉어과의 민물고기를 타어(鮀魚), 철갑상어과의 바닷물고기를 심어(鱘魚), 제사 상을 차릴 때에 어찬은 동쪽에 육찬은 서쪽에 놓음을 이르는 말을 어동육서(魚東肉西), 어魚자와 노魯자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몹시 무식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어로불변(魚魯不辨), 물고기와 물처럼 친한 사이라는 뜻으로 임금과 신하의 친밀한 사이 또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 사이를 일컫는 말을 어수지친(魚水之親), 물과 물고기의 관계와 같이 매우 친근한 사이를 일컫는 말을 어수지교(魚水之交), 고기 대가리에 귀신 상판때기라는 뜻으로 괴상 망측하게 생긴 얼굴을 형용하는 말을 어두귀면(魚頭鬼面), 고기가 솥 속에서 논다는 뜻으로 목숨이 붙어 있다 할지라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을 비유하는 말을 어유부중(魚遊釜中), 잉어가 용으로 화한다는 뜻으로 과거에 급제하여 입신 양명함을 이르는 말을 어룡장화(魚龍將化), 물고기의 눈과 연산의 돌이라는 뜻으로 두 가지가 옥과 비슷하나 옥이 아닌 데서 허위를 진실로 현인을 우인으로 혼동함을 이르는 말을 어목연석(魚目燕石), 물고기는 대가리 쪽이 맛이 있고 짐승 고기는 꼬리 쪽이 맛이 있다는 말을 어두육미(魚頭肉尾), 물고기 떼나 새 때가 흩어져 달아난다는 뜻으로 크게 패망함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어궤조산(魚潰鳥散),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되었다는 뜻으로 어릴 적에는 신통하지 못하던 사람이 자란 뒤에 훌륭하게 되거나 아주 곤궁하던 사람이 부귀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어변성룡(魚變成龍), 글자가 잘못 쓰였다는 뜻으로 여러 번 옮겨 쓰면 반드시 오자誤字가 생긴다는 말을 어시지혹(魚豕之惑), 용과 같이 위엄 있는 모양을 하고 있으나 실은 물고기라는 뜻으로 옳은 듯하나 실제는 그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어질용문(魚質龍文)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