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스 플랜>을 보았습니다.
스포주의!!
‘올 겨울, 사랑에 빠지고 싶은 뉴욕 로맨스’ 영화...가 아닙니다.
미혼모의 삶을 계획하던 30대의 여성이 유부남과의 느닷없는 사랑으로 가정을 이루게 되고,
이 결혼생활이 잘못된 걸 느끼자 남편을 전부인에게 반품하는 내용입니다.
MSG 가득 치면 <사랑과 전쟁>도 가능한 내용이죠.
그러니 사랑에 빠지고 싶기보다는 주저하게 하고
독신들에게는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도록 하는 영화입니다.
여행 영화로 치면 <비포 선라이즈>보다는 <테이큰>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영화의 톤은 <비포 선라이즈>에 훨씬 가깝지만요.
‘매기(그레타 거윅)’는 ‘정돈되고 윤리적인 삶’을 지향합니다. 그리고 엉뚱하죠.
‘인공수정으로 미혼모 되기’라는 계획에서 그런 그녀의 성향이 드러나죠.
그런데 ‘존(에단호크)’이라는 남자가 그녀의 인생에 훅 끼어들면서 계획은 물거품이 됩니다.
그녀의 첫 번째 잘못은 그 남자 ‘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는 제법 알려진 인류학자였고, 그녀가 평소 선망하던 소설 집필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말도 잘 통했습니다. (에단 호크의 얼굴까지!)
하지만 그보다 그녀의 ‘거사일’에 불쑥 찾아와 무릎을 꿇고는
가여운 아이처럼 구애하던 그의 모습에 그녀의 모성이 동했던 것 같습니다.
미혼모의 삶을 위해 인공수정을 계획할 정도로 모성이 제법 강한 그녀이거든요.
하지만 가여운 아이처럼 무릎을 꿇은 채로 그녀의 잠옷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는
그 ‘못된 손’에서 그의 진면목을 파악해야 했습니다.
‘존’은 한마디로 ‘홍상수 월드의 남자’입니다.
찌질하고 구차한데다가 자신의 지성을 그것들을 합리화하는데 쓰는 참 별로인 남자죠.
(에단 호크가 그런 연기 참 잘합니다. 언제 홍상수 감독이랑 영화 하나 찍길.)
순진한 처자를 불륜녀로 낙인찍혀서 결혼까지 해놓고 가정에 무심합니다.
소설의 완성에만 관심이 있죠.(자기 아내들을 이상한 캐릭터로 써먹기까지!)
딱 보니 잔소리 하지 않는 엄마를 찾아 헤매는 철없는 아이입니다.
매기는 3년이나 같이 살고 나서야 그걸 알게 됩니다.
그녀의 두 번째 잘못, 가장 큰 잘못은 ‘정돈되고 윤리적인 삶’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다는 겁니다.
그녀는 자신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너저분해진 것들을 모두 책임지려 합니다.
그래서 남편과 전부인 사이의 지속되는 관계도 눈감아주고, 그들의 자녀도 돌봐주기까지 하죠.
책임진답시고 한 결정들이 오히려 자신과 주위를 더욱 너저분하게 만들어버립니다.
그래서 극단의 조치를 하는데 그게 바로 ‘남편의 반품’입니다.
컴퓨터의 리셋버튼 같은 조치라고 생각한거죠.
그런데 이건 누가 봐도 우스꽝스러운 계획이고, 그녀를 더욱 너저분함의 수렁에 빠트립니다.
‘사랑은 너저분한거야.’라는 친구의 직언을 들었어야 했습니다.
사랑도 인생도 너저분한 걸 인정하고 너저분한 채로 둬야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사랑은 사람과 관계를 참 너저분하게 할 때가 많습니다.
인생에서 이불킥 하고픈 순간들은 되게 사랑과 관련된 때죠.
‘매기’도 사랑(인생)이 너저분할 수 있음을 일찍 깨닫고 인정했으면 더 좋았을겁니다.
(일드 <리갈하이>의 ‘사람의 추함을 사랑하라.’라는 대사가 떠오르더군요.
그러고 보니 <리갈하이>의 ‘마유즈미(각키)’와 ‘매기’가 닮은 구석이 있네요. 미모는 각키...♡)
어찌 됐든 과정은 많이 꼬였지만 ‘매기’로서는 최선의 긍정적인 결말로 끝을 맺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결말이 ‘매기’의 환상이나 꿈처럼 보였습니다.
그만큼 너무 이상적인 결말이어서 그랬나봅니다.
현실의 우리들도 잘 해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오히려 점점 수렁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그것의 결말이 이 영화와 같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프란시스 하>를 보진 못했지만, ‘그레타 거윅’은 사회 시스템에 온전히 안착하지는 못한,
‘참 여러모로 공감가는 언니’ 캐릭터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 답답한 이 캐릭터가 호감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그녀의 연기 덕분입니다.
그리고 ‘매기’의 성향이 단숨에 드러나는 패션과 걸음걸이가 인상적이었네요.
‘에단 호크’와 ‘줄리안 무어’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죠.
다만 ‘에단 호크’는 ‘멋짐’이 보이는 연기를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고,
‘줄리안 무어’는 왠지 점점 더 수척해지는 느낌이...
‘같다’는 언어적 콘돔이다!
‘존’이 동료들과의 대화 도중 하는 말인데, 제 가슴에 꽂혔네요.
제가 글을 쓸 때 이 콘돔을 엄청 쓰거든요. 방금도 ‘글 같은 걸 쓸 때’ 라고 할려고 했네요;;
뭐 그리 중요한 내용도 아니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려고 하는지. 소심함의 산물이죠.
콘돔은 본래의 목적에 맞게 씌워야 할 곳에 씌워야 할텐데 말이죠.
<비포 선라이즈>의 얼굴을 하고 <테이큰>을 보여줘버리네. ★★★
첫댓글 기대안했는데 묘한 재미가 있던 영화였습니다
ㅋㅋ
묘한 재미가 있죠ㅎㅎ
에단호크의 찌질함은 김상경을 못넘더라구요
찌질함은 김상경이 짱인거같아요 ㅋ
매기의 의상이 컨셉이라고 해도 너무 촌스러워서 몰입이 좀 힘들었어요.
뭔 무성영화시절도 아니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홍상수 영화였다면 에단도 찌질함이 레벨업하지 않을까요ㅎ
매기의 의상은 그래서 더 캐릭터를 잘 보여준거라고 볼 수 있겠죠. 뉴욕의 젊은 여성이 그런 패션이라니.
@풀코트프레스 으...매기의상은 정말 최악이였어요 ㅋ
에단 호크 영화 본투비블루에서의 연기를 보고 소름 돋았었습니다..기대되네요
그리 좋다던데 못보고 말았네요ㅠ
저도 재밌게 보았습니다. 언어적 콘돔 표현에 옳거니 했던 건 저와 똑같네요. 역시 전 그 말을 했던 매기의 남자사람친구가 제일 좋았어요 ㅎㅎ
저만 그런게 아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