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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이 유자(儒者)인지라 깊이 불도(佛道)를 신봉하거나 심취하지는 않는다. 다만 공부를 위하여 한자, 한문 학습을 위한 방편으로 유가의 경전(經傳)들을 베껴 쓰고[寫經] 읽고 풀이하면서,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불경들 또한 접할 수 있었으므로 그 일이 취향처럼 되어 이런 유형의 소론을 쓸 기회가 더러 있었을 뿐이다.』
佛說四十二章經
經序. 世尊成道已.作是思惟:離欲寂靜,是最為勝,住大禪定,降諸魔道.於鹿野苑中,轉四諦法輪,度憍陳如等五人而證道果.復有比丘所說諸疑,求佛進止.世尊教敕,一一開悟,合掌敬諾,而順尊敕. ▶憍-자랑할교, 교만할교
講前簡介啟講此經,先介數語.
一, 為契初機,不講玄義.講經規矩,或守華嚴十玄門,或守天台五重玄義.玄者妙也.未講經文,先講其中妙義也.今如守此規矩,惟恐不契初機.以未聞經,先聞妙義,猶之未遊某地,先聞其地之異景,不無茫然之感.
二, 佛法傳入中國,以此經為權輿.譯者為順此土機宜,務取簡要,故經首之譯法,少異通途.
三, 此經之傳中國,緣後漢明帝夜夢金人,後問群臣,知西域有佛法,遂遣朝臣蔡愔,秦景多人,前往尋求,請得高僧迦葉摩騰,竺法蘭二人,暨梵文經藏回洛陽.時無佛寺,寺皆官署,遂安於一官署,又以白馬馱經,故名是署為白馬寺,初譯此經. ▶竺-대나무축, 나라이름축. 馱-실을타[태]
四, 佛法初傳此土,遭道教之敵視,此二高僧曾與道士鬪法,勝之,事盛而奇,茲不具述.
第一章. 佛言:辭親出家,識心達本,解無為法,名曰沙門.常行二百五十戒,進止清淨,為四真道行,成阿羅漢.阿羅漢者,能飛行變化,曠劫壽命,住動天地.次為阿那含.阿那含者,壽終靈神上十九天,證阿羅漢.次為斯陀含.斯陀含者,一上一還,即得阿羅漢.次為須陀洹.須陀洹者,七死七生,便證阿羅漢.愛欲斷者,如四肢斷,不復用之. ▶洹-강이름원
第二章. 佛言:出家沙門者,斷欲去愛,識自心源,達佛深理,悟無為法.內無所得,外無所求,心不繫道,亦不結業.無念無作,非修非證,不歷諸位,而自崇最,名之為道.
第三章. 佛言:剃除鬚髮,而為沙門,受道法者,去世資財,乞求取足,日中一食,樹下一宿,慎勿再矣,使人愚蔽者,愛與欲也. ▶剃-머리깎을체. 鬚-수염수
第四章. 佛言:眾生以十事為善,亦以十事為惡.何等為十,身三,口四,意三.身三者:殺,盜,婬.口四者:兩舌,惡口,妄言,綺語.意三者:嫉,恚,癡.如是十事,不順聖道,名十惡行.是惡若止,名十善行耳. ▶綺-비단기.恚-성낼에
第五章. 佛言:人有眾過,而不自悔,頓息其心,罪來赴身,如水歸海,漸成深廣.若人有過,自解知非,改惡行善,罪自消滅,如病得汗,漸有痊損耳. ▶痊-병나을전
第六章. 佛言:惡人聞善,故來擾亂者,汝自禁息,當無瞋責,彼來惡者,而自惡之. ▶瞋-부릅뜰진.
第七章. 佛言:有人聞吾守道,行大仁慈,故致罵佛.佛默不對.罵止.問曰:子以禮從人,其人不納,禮歸子乎?對曰:歸矣.佛言:今子罵我,我今不納,子自持禍歸子身矣.猶響應聲,影之隨形,終無免離.慎勿為惡.
第八章. 佛言:惡人害賢者,猶仰天而唾,唾不至天,還從己墮,逆風揚塵,塵不至彼,還坌己身.賢不可毀,禍必滅己. ▶坌-먼지분
第九章. 佛言:博聞愛道,道必難會,守志奉道,其道甚大.
第十章. 佛言:睹人施道,助之歡喜,得福甚大.沙門問曰:此福盡乎?佛言:譬如一炬之火,數千百人各以炬來分取,熟食除冥,此炬如故,福亦如之.
第十一章. 佛言:飯惡人百,不如飯一善人.飯善人千,不如飯一持五戒者.飯五戒者萬,不如飯一須陀洹.飯百萬須陀洹,不如飯一斯陀含.飯千萬斯陀含,不如飯一阿那含.飯一億阿那含,不如飯一阿羅漢.飯十億阿羅漢,不如飯一辟支佛.飯百億辟支佛,不如飯一三世諸佛.飯千億三世諸佛,不如飯一無念無住無修無證之者. ▶辟-임금벽
第十二章. 佛言:人有二十難.貧窮布施難,豪貴學道難,棄命必死難.得覩佛經難,生值佛世難.忍色忍欲難,見好不求難,被辱不瞋難,有勢不臨難,觸事無心難.廣學博究難.除滅我慢難,不輕未學難,心行平等難,不說是非難,會善知識難.見性學道難,隨化度人難,覩境不動難,善解方便難.
第十三章. 沙門問佛,以何因緣,得知宿命,會其至道.佛言:淨心守志,可會至道.譬如磨鏡,垢去明存.斷欲無求,當得宿命.
第十四章. 沙門問佛,何者為善,何者最大?佛言:行道守真者善,志與道合者大.
第十五章. 沙門問佛,何者多力,何者最明?佛言:忍辱多力,不懷惡故,兼加安健,忍者無惡,必為人尊.心垢滅盡,淨無瑕穢,是為最明,未有天地,逮於今日,十方所有,無有不見,無有不知,無有不聞,得一切智,可謂明矣.
第十六章. 佛言:人懷愛欲不見道者,譬如澄水,致手攪之,眾人共臨無有覩其影者.人以愛欲交錯,心中濁興,故不見道.汝等沙門,當捨愛欲,愛欲垢盡,道可見矣.
第十七章. 佛言:夫見道者,譬如持炬入冥室中,其冥即滅,而明獨存.學道見諦,無明即滅,而明常存矣.
第十八章. 佛言:吾法念無念念,行無行行,言無言言,修無修修,會者近爾,迷者遠乎,言語道斷,非物所拘,差之毫釐,失之須臾. ▶釐-다스릴리, 毫釐-몹시 적은 분량. 臾-잠깐유
第十九章. 佛言:觀天地,念非常.觀世界,念非常.觀靈覺,即菩提.如是知識,得道疾矣.
第二十章. 佛言:當念身中四大,各自有名,都無我者,我既都無,其如幻耳.
第二十一章. 佛言:人隨情欲,求於聲名,聲名顯著,身已故矣.貪世常名,而不學道,枉功勞形,譬如燒香,雖人聞香,香之燼矣.危身之火,而在其後. ▶燼-깜부기불신
第二十二章. 佛言:財色於人,人之不捨.譬如刀刃有蜜,不足一餐之美,小兒舐之,則有割舌之患. ▶䑛-핥을지
第二十三章. 佛言:人繫於-妻子舍宅,甚於牢獄,牢獄有散釋之期,妻子無遠離之念.情愛於色,豈憚驅馳,雖有虎口之患,心存甘伏,投泥自溺,故曰凡夫.透得此門,出塵羅漢.
第二十四章. 佛言:愛欲莫甚於色,色之為欲,其大無外,賴有一矣,若使二同,普天之人,無能為道者矣.
第二十五章. 佛言:愛欲之人,猶如執炬逆風而行,必有燒手之患.
第二十六章. 天神獻玉女於佛,欲壞佛意.佛言:革囊眾穢,爾來何為,去,吾不用.天神愈敬,因問道意,佛為解說,即得須陀洹果.
第二十七章. 佛言:夫為道者,猶木在水,尋流而行,不觸兩岸,不為人取,不為鬼神所遮,不為洄流所住,亦不腐敗,吾保此木決定入海.學道之人,不為情欲所惑,不為眾邪所嬈,精進無為,吾保此人必得道矣. 嬈-예쁠요, 번거로울뇨
第二十八章. 佛言:慎勿信汝意,汝意不可信.慎勿與色會色,色會即禍生.得阿羅漢已,乃可信汝意.
第二十九章. 佛言:慎勿視女色,亦莫共言語.若與語者,正心思念,我為沙門,處於濁世,當如蓮華,不為泥污.想其老者如母,長者如姊,少者如妹,稚者如子,生度脫心,息滅惡念.
第三十章. 佛言:夫為道者,如被乾草,火來須避.道人見欲,必當遠之.
第三十一章. 佛言:有人患淫不止,欲自斷陰.佛謂之曰:若斷其陰,不如斷心.心如功曹,功曹若止,從者都息.邪心不止,斷陰何益?佛為說偈:欲生於汝意,意以思想生,二心各寂靜,非色亦非行.佛言:此偈是迦葉佛說.
第三十二章. 佛言:人從愛欲生憂,從憂生怖,若離於愛.何憂何怖.
第三十三章. 佛言:夫為道者,譬如一人與萬人戰,挂鎧出門,意或怯弱,或半路而退,或格鬥而死,或得勝而還.沙門學道,應當堅持其心,精進勇銳,不畏前境,破滅眾魔,而得道果. ▶挂-그림족자괘. 鎧-갑옷개
第三十四章. 沙門夜誦迦葉佛遺教經,其聲悲緊,思悔欲退.佛問之曰:汝昔在家,曾為何業?對曰:愛彈琴.佛言:弦緩如何?對曰:不鳴矣.弦急如何?對曰:聲絕矣.急緩得中如何?對曰:諸音普矣.佛言:沙門學道亦然.心若調適,道可得矣.於道若暴,暴即身疲,其身若疲,意即生惱,意若生惱,行即退矣,其行既退,罪必加矣.但清淨安樂,道不失矣.
第三十五章. 佛言:如人鍛鐵,去滓成器,器即精好,學道之人去心垢染,行即清淨矣.
第三十六章. 佛言:人離惡道,得為人難.既得為人,去女即男難.既得為男,六根完具難.六根既具,生中國難.既生中國,值佛世難.既值佛世,遇道者難.既得遇道,興信心難.既興信心,發菩提心難.既發菩提心,無修無證難.
第三十七章. 佛言:佛子離吾數千里,憶念吾戒,必得道果.在吾左右,雖常見吾,不順吾戒,終不得道.
第三十八章. 佛問沙門,人命在幾間?對曰:數日間.佛言:子未知道.復問一沙門,人命在幾間?對曰:飯食間.佛言:子未知道.復問一沙門,人命在幾間?對曰:呼吸間.佛言:善哉,子知道矣.
第三十九章. 佛言:學佛道者,佛所言說,皆應信順.譬如食蜜,中邊皆甜.吾經亦爾.
第四十章. 佛言:沙門行道,無如磨牛,身雖行道,心不在道,心道若行,何用行道.
第四十-章. 佛言:夫爲道者,如牛負重,行深泥中,疲極不敢左右顧視,出離淤泥,乃可蘇息.沙門當觀情欲,甚於淤泥,直心念道,可免苦矣.
第四十二章. 佛言:吾視王侯之位,如過隙塵.視金玉之寶,如瓦礫.視紈素之服,如敝帛.視大千世界,如一訶子,視阿耨池水,如塗足油.視方便門,如化寶聚.視無上乘,如夢金帛.視佛道,如眼前華.視禪定,如須彌柱.視涅槃,如晝夕寤.視倒正,如六龍舞.視平等,如一真地.視興化,如四時木.▶礫-조약돌력. 訶子-가리륵 나무 열매. 耨-김맬누. 阿耨池-아누지 혹은 아뇩지, 항하의 발원이라는 못 이름
佛說四十二章經 第十二章 『擧難勸修. 佛言人有二十難』 略解
불교 경전의 하나로 『佛說四十二章經』이 있다. 동한(東漢·後漢, 25-220) 이전에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래되어, 후한의 가섭마등(迦葉摩騰), 축법란(竺法蘭)이 A.D. 67년에 공동으로 한역(漢譯)하였는데, 후대 명(明) 나라 수수(守遂, 1072~1147)가 주해(註解)하였다. 주되는 내용은 석가세존(釋迦世尊) 성도(成道) 후 대선정(大禪定)에 들어 마도(魔道)를 모두 항복시키고 녹야원(鹿野苑)에서 사제법륜(四諦法輪)을 설파하여 도교진여(度憍陳如, 阿若多憍陳如) 등 5인(五人)이 도과(道果)를 성취토록 한 기록이다. 나아가 비구여럿이 풀고자 원하는 의혹들을 하나하나 세존께서 가르쳐 모두 깨달음을 얻게 한 내용을 또한 담았다.
이 경전에다 『불유교경(佛遺敎經)』과 『위산경책(潙山警策)』이 합철된 바를 일명 『불입열반약설교계경(佛入涅槃略說敎誡經)』이라 한다. 『불유교경』은 진(秦)의 구마라집(鳩摩羅什, 344~413)이 한역하고 명(明) 나라 수수가 주해한 것이며, 『위산경책』은 당(唐) 나라 영우(靈佑, 771~853)가 찬(撰)하고 수수가 주해한 것이다. 3책 모두 수수가 주해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경전은 4권 1책으로 고려 말 1361년(恭愍王 10)에 간행된 후 1384년(禑王 10) 및 조선 초에 중간되어 우리 불교 교학사상 가치가 높다. 2011년 2월 1일에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321호로 지정되고, 이후 보물 제1224호로 되었다.
이 경전의 원문 전편 또는 영인본의 부분을 중국이나 우리나라의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접할 수 있고, 1986년에는 서울 선문사(宣文社) 간행의 역해본(譯解本)이 나왔다 하나 현재 서점들에는 보이지 아니한다.
그 경서 가운데에서 소생이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 다양한 사회교육에서 교재로 활용한 부분은 제12장 『擧難勸修. 佛言人有二十難』이었는데, 그 전문 및 소생의 풀이는 다음과 같으며, 여러 차례 인터넷 공간 등에 올린 바 있었다.
『第十二章,
擧難勸修. -수양을 권하기 어려운 일들을 들어 보겠다.
佛言人有二十難, -부처님말씀에 인간사 어려운 일이 20 가지인데,
貧窮布施難, (1)-가난한 이 보시하기 어렵고,
豪貴學道難, (2)-부유하고 벼슬 높은 이 불도를 닦기 어려우며,
棄命必死難, (3)-목숨을 다 바쳐 죽음을 맞기 어려우며,
得睹佛經難, (4)-부처님 가르침의 경전(經典)을 직접 보기 어려우며,
生值佛世難, (5)-살아생전에 부처님 세상 만나기 어려우며,
忍色忍欲難, (6)-색욕, 물욕을 참기 어려우며,
見好不求難, (7)-좋아하는 것 보면서 탐내지 않기 어려우며,
被辱不瞋難, (8)-모욕을 당하고 성내지 않기 어려우며,
有勢不臨難, (9)-권세를 가진 사람이 남을 누르지 않기 어려우며,
觸事無心難, (10)-일을 당하여 무심하여지기 어려우며,
廣學博究難, (11)-널리 배우며 깊이 탐구하기 어려우며,
除滅我慢難, (12)-스스로 교만을 없이 하기(滅諦) 어려우며,
不輕未學難, (13)-배우지 못한 사람을 경멸 않기 어려우며,
心行平等難, (14)-마음 먹은 일과 행위를 일치하도록 하기 어려우며,
不說是非難, (15)-옳고 그른 일을 말하지 않기 어려우며,
會善知識難, (16)-훌륭한 스승을 만나기 어려우며,
見性學道難, (17)-깨달음을 얻어 불도를 행하기 어려우며,
隨化度人難, (18)-깨달은 사람을 뒤따라 바뀌기 어려우며,
睹境不動難, (19)-순경, 역경에 흔들림 없기 어려우며,
善解方便難.』(20)-부처님의 수행 길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우니라.
근자(近者) 필자는 중국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 『Yahoo奇摩』를 섭렵(涉獵)하던 중 우연히 雪廬老人講, 徐醒民 筆錄의 『佛說四十二章經表注講義』라 한 방대한 글을 보았는데, 그 가운데 위 ‘佛言人有二十難’을 풀어 다음 도식처럼 불도 구도를 6 단계로 나누고, 그 난능(難能)의 원인(原因)을 10 가지로 해설한 것이었다.
구도의 차례에서 첫째로 받드는 것이 자비(慈悲)이다. 중생에게 자비를 베풀면 즐겁고, 슬픔을 주면 고통을 당하나니, 이 모두가 이타(利他)이다. 그러므로 불도 닦기를 구하는 사람은 반드시 보시를 행하여 고통에서벗어나게 하고 즐거움을 주고자 한다. 보시의 유별(類別)에 ‘財施, 法施, 無畏施’의 셋이 있는데, 재물로 하는 보시가 더욱 보편적이다. 그러나 보시는 단지 외공(外功)일 뿐 내법(內法)이 없으므로 아직 구도라 말하기 부족하다. 사리에 밝지 못하면 그 희구가 법도에 맞지 않아 맹목적인 수행이 될 뿐이다. 사리는 경전 속에 풍부하며, 경전은 삼보의 법보(法寶)이라 옛적에는 그 만나기 어려움이 지극하였으나 지금에는 술흥(術興)으로 폄하되어 쉽게 유통되는데, 그러나 사람을 만나 설파하지 않거나 만나도 만나지 아니함만 같으며, 비록 사람을 만나 설파하더라도 이치와 기회에 닿지 아니하면 또한 공허한 것이 된다. 그러므로 구도의 다음 제일보가 곧 우법(遇法-佛法을 만남)이다. 불법이 8만 4천 가지이지만 ‘지관(止觀-마음을 고요히 하여 진리의 실상을 관찰하는 불교수행법)’의 두 가지 법에 지나지 아니한다. ‘지(止)’는 사념을 그침(止其念)이니 외연을 붙좆지 아니함이며, ‘관(觀)’은 그 지경을 봄(觀其境)이라 법접하여 소요치 못하게 함이다. 이것을 습정(習定)이라 하며 곧 구도의 제3단계이다. 제4단계가 사수(思修)인데, ‘사(思)’는 ‘사유(思惟)’이다. 공자 또한 “배우기만 하고 사유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다” 하였으니, 깊이 생각을 기울인 다음에 수양하면 그 닦음이 반드시 돈독하리라. 다섯째의 단계가 단혹(斷惑)이다. 중생은 다 불성을 갖추었으므로 모두 성불할 수 있다. 요사이 고뇌하는 범부들은 다 무명(無明)에 가리어(蔽) 있거니와 무명은 곧 미혹이라 의혹을 끊어야만 불성이 나타난다. 혹 어떤 미혹은 끊어버리는 즉시 사수(思修)와 습정(習定)의 공(功)조차 끊어지도록 한다. 여섯째 단계는 견도(見道)이다. 선종(禪宗)은 견도가 필수인데 그 시발점을 일컬어 수도라 하거니와 이는 칼 갈기와 같은바 응당 칼의 소재를 알아야만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칼이 보이지 아니하여 헛되이 시간을 허비할 뿐이니, 이를 어찌 아무 쓸모 없는 일을 따지고 논의하는 희론(戱論)이 아니리요. 그러나 정종(淨宗)은 견도(見道) 여부를 불문하고 모두가 수행이 가능하다 하였으나 그것이 불가사의한 법문(法門)이 되면 오직 부처님만이 능히 궁극을 탐구할 수 있다. 견도(見道)를 어떻게 할까? 지관법(止觀法)으로 징험할 경우 사념을 일으킨 이는 견도(見道)하지 못한다. 사념을 일으키지 아니한 이는 망념(妄念)을 그칠 뿐이라 역시 견도하지 못한다. 진실로 능히 견도한 이는 곧 불가사의한 경지를 나타내 보이므로 만약에 사람이 물을 마셔도 그 차고 더움[冷緩]을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으리라.
불설사십이장경(佛說四十二章經) 경문 중 위 제12장은 불학의 대지(大旨)가 ‘장애의 파제(破除) 및 앎을 바꾸어(轉識) 지혜를 이룸(成智)’ 두 가지임을 설파하였다. 이 두 가지는 오래도록 간난신고를 겪지 않고서는 성취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만약 간난, 고난을 두려워하여 용약 앞으로 나아가지 아니하면 결코 끝끝내 성공하지 못한다. 석가모니께서는 성불하였는데 나는 왜 그러지 못할까? 단적으로 이는 간난이 두려워 부정(否定)함 때문이다. 중생들은 어찌하여 간난을 두려워하는가? 불가에서 말하는 인과관계의 인(因)에 사연(四緣), 십인(十因)이란 것이 있는데, 그 중 주요한 것이 무력(無力)과 나태였다. 이 십인이란 것이 간난을 두려워하는 병인지라 이를 다스리면 비로서 능히 민난(萬難)을 극복하여 불도를 이루게 되리라.
불언이 일컬은 ‘人’은 당연히 일반인 곧 상인과 수도자를 포괄한다.
사람 모두 인생사에서 어려움 겪는 일 20가지 중 첫째의
‘貧窮布施難’은 재물 없이 남을 돕는 일이 너무나 어려우며, 지혜 없이 남을 돕는 일 역시 어려운 일임을 말한다.
‘豪貴學道難’의 ‘豪’는 부자를 일컫고, ‘貴’는 벼슬 높음이다. 중생이 부귀를 누리면 생사에 미혹하여져 도심(道心)을 발양하기 어렵거니와 그러므로 부귀는 인간의 팔난(八難) 중 한 가지가 된다.
‘棄命必死難’은 선업(善業)을 이루고자 함인데 세법의 충신 효자 역시 모름지기 목숨을 버림으로써 이뤄진다. 때로 세법을 벗어나 큰 이룸을 얻고자 하면 혹간은 불구덩이(火坑)나 지옥에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그 이치는 쉽지만 그 실행은 지난한 것이다. 만약 그리 행하지 아니하면 그 이치조차 밝지 못한 것이 된다.
‘得覩佛經難’은 범부의 경우 생사에 부처를 믿지 않고서도 오직 복 누리기를 구하겠지만 꼭 열성껏 불경을 읽고 탐구하여야 지혜를 얻고 깨우칠 수 있을 터인데, 그러한 불경을 목도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는 말이다.
‘生值佛世難’에서 살아서 부처님 세상을 만나거나 불법을 들을 수 있다면 생사의 대행(大幸)일 터인데 그런 일 이루기가 지극히 어렵다. 부처님 적멸 후 불자들에 의하여 불법이 일전(一傳) 재전(再傳)하는 사이에 혹은 전하여지거나 망실(亡失)함이 있어 현세가 곧 말법(末法)의 세상으로 되어 그 경법(經法)의 본의를 잃어버렸다. 그러므로 불경의 강설은 모름지기 전부를 조사(祖師)의 주석에 의지하여 감히 사심(師心)을 자용(自用)하지 말아야 한다. 비록 지금 말법의 세상을 만났더라도 오히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을 수 있고, 부처님의 세상을 만날 수도 있다. 만약 멸법(滅法)의 시기를 기다린다면 사람과 하늘에 장야토록 업해(業海)가 망망(茫茫)하더라도 중생이 고통을 당하는 일이 더는 없게 되리라.
불도를 닦음에서 생각이 미혹함을 끊어야 하거니와 그 사혹(思惑)을 끊어버리기가 지극히 어렵다. 사혹을 탐하는 일 가운데 색욕이 가장 강하거니와 진에(瞋恚, 노여움)가 곧 인욕(忍辱)을 어렵게 하고, 치우(癡愚)가 이치를 어둡게 하며, 오만이 스스로를 건방지게 하고, 의심이 신덕(信德)을 없이 한다. 불경에서 이른바 ‘忍色忍欲難’ 아래의 다섯 구절 곧 ‘見好不求難, 被辱不瞋難, 有勢不臨難, 觸事無心難’까지는 다 사혹(思惑)을 장차 끊어내기가 크게 어려운 일임을 말하였다.
‘廣學博究難’은 학불(學佛)이 모름지기 사굉서원(四宏誓願-煩惱無邊, 法門無量, 衆生無邊, 佛道無上 등 誓願)으로 이뤄지는데, 그 중 하나가 법문이 무량하기 서원이었다. 세간에 출세 방법이 모름지기 호학이었거니와 공문(孔門) 대현(大賢)의 으뜸으로 추앙받는 안자(顔子)는 공자로부터 호학한다고 일컬어졌기 때문이었다. 제자들이 스승께 “언제 어느 때에 학문을 이룰 수 있습니까? 물었는데, 공자는 대답하지 아니하고 다음날 제자들 함께 교외를 거닐면서 한 묘지에 이르러 무덤을 가리키며 묘중 인물 중 학문을 말릴 사람을 일어나게 하도록 지시하셨다. 곧 사람은 죽는 날까지도 배워야 함을 깨우치신 것이다. 출세법의 공부는 사혹(思惑-분별, 판단이 바르지 못함)의 나타남을 남김없이 끊고, 더욱 자잘한 미혹들을 모조리 끊어야 하나니, 배우지 않고서 어찌 끊을 수 있겠는가? 여기서 말한 ‘廣學博究’는 널리 배우되 모름지기 다양한 탐구를 아울러야 함인데, 이것이 곧 관세음보살이 문(聞)ㆍ사(思)ㆍ수(修)를 실천하여 삼마지(三摩地) 곧 선정(禪定)에 도달함이다.
‘除滅我慢’과 ‘不輕未學’은 다 오만을 물리침이다. 비록 어렵더라도 반드시 힘써 행하여야 한다. 불도를 배우는 이는 자신의 학문을 믿어 오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며, 당연히 배우지 못한 후생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한다. 연부역강하면서 배우지 않고 버려두지 말아야 하며, 기왕에 배운다면 속히 이루어야 하거니와 그러므로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것이다.
‘心行平等難’은 아집을 가지면 평등심을 갖출 수 없음을 말한다. 그러므로 아집을 깨뜨리지 않고는 비록 삼장(三藏-經律論)을 숙독했더라도 이 또한 쓸모가 없는 것이 된다.
‘不說是非難’은 불도를 배우는 이면 반드시 모든 사념(思念)에 도리를 생각해야 한다. 어느 겨를에도 사람의 시비를 가리고자 할 때에 만약 선의로서 사람을 규제코자 한다면 오직 스승이 생도를 가르치듯 하고, 아비가 자식을 가르침과 같이 해야 할 따름이니라.
‘會善知識難’에서 제악사를 아는 이를 악지식(惡知識)이라 하고, 제선사를 아는 이를 선지식(善知識)이라 한다. 주칠(朱漆)을 가까이 하는 이가 붉은 물을 들이고, 먹(墨)을 가까이 하는 이가 검정 물을 들이는 법이다. 수행인이라면 반드시 악지식을 멀리 하고 선지식과 친근하여야 한다. 그러나 선지식을 만나기가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 다행스럽게 만나게 된다면 삼가하여 떠나지 않아야 하리라.
‘見性學道難’ 중의 견성(見性)은 곧 견도(見道)의 뜻이다. 수행자 모두가 어려움을 알거니와 이는 모름지기 망념(妄念)을 물리침으로부터 비롯한다.
‘隨化度人難’은 세상 법도에서 비밀스럽게 배우는 이를 불법에서 불허하나니 반드시 홍법(弘法)으로 사람을 제도해야 한다. 그러나 혼미할 적에 중생을 제도하기 쉽지 아니하나니, 모름지기 지혜로써 그 심리를 관조하여 분수를 따라 중생을 제도한다면 꺼려하지 못하리라.
‘覩境不動難’의 ‘경(境)’은 순경과 역경이다. 수행은 정진을 뛰어나게 하고, 뛰어난 변역은 요괴와 마주치게 한다. 그러므로 선지식에게 인도 받기를 바라는데, 그러지 않고서 어찌 능히 순경, 역경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는가? 석가세존께서 성도의 순간을 시현해 보이고자 하셨을 때, 오히려 욕계(欲界) 제육천(第六天) 마왕(魔王) 파순(波旬)의 소요를 당하셨는데, 범부가 선지식을 떠나서 어찌 수행할 수 있겠는가?
‘善解方便難’에서 ‘방편’이란 곧 부처와 보살이 편하고 쉬운 방법으로 중생을 제도하는 지혜인 권지(權智)를 가리킨다. 하급의 권위보살(權位菩薩)이 그 지혜를 처음으로 구현하였으나 무척 어려운 것이지만 비록 어렵더라도 두려움과 막힘에 순응하지 않아야 하나니, 모름지기 불법에 의탁하여 힘써 행할지어다.[2021.05.17.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