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념공원>
32년간 재직하던 한전을 퇴직한 후 2001년부터 21년째 부산시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부산의 여러 해설지를 거쳐 지금은 부산시 남구 대연동 소재 유엔기념공원에서 해설을 하고 있다.
흔히들 부산을 사포지향(四抱之鄕)의 도시라 말한다. 산과 강과 바다를 품고 있으면 삼포지향이라 하지만 여기에 온천을 더한 사포지향은 드물다. 그런데 부산이 삼포에 온천을 더한 곳이다. 금정산과 낙동강과 부산항 그리고 동래와 해운대온천 등 네 가지를 모두 품고 있는 고장이란 뜻이다.
그래서 부산에 살거나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범어(梵魚)가 살았다는 전설의 금샘(金井)에서 유래한 이름의 범어사가 있는 금정산을 찾기도 하며 석양의 낙조가 아름다운 낙동강 그리고 우리나라 유일의 도개교인 영도다리가 있는 부산항과 온천으로 이름난 해운대와 동래를 즐겨 찾는다.
이러한 부산에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다. 그것은 부산 남구 대연동에 소재한 "유엔기념공원"이다. 이곳은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군 묘지로서 한국전쟁 참전 유엔군 전사자 2,314명(11개국, 일부 전후 사망자 포함)의 묘가 133,700평방미터(40,500평)의 부지에 안장되어 있다.
유엔기념공원은 입구의 광장과 상징구역 주묘역 녹지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징구역과 주묘역에 전사자들이 안장되어 있고 이곳 공원을 8명의 전담 정원사가 관리하고 있다. 광장에는 정문과 추모관 그리고 기념관과 국제관리위원회 사무실이 있다. 추모관에서는 유엔묘지조성과 한국전쟁의 역사를 소개하는 영상을 볼 수 있고 기념관은 국제관리위원회 첫 회의가 개최된 곳으로 최초로 사용되었던 유엔기와 유엔군 활약상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상징구역에는 한국전쟁 참전 22개국(전투지원 16개국과 의료지원 6개국) 국기와 한국의 태극기 및 유엔기를 포함하여 총 24개 깃발이 게양되어 있다. 유엔기는 53사단 의장대에서 매일 게양식과 하강식을 거행한다. 여기서 대부분의 행사가 이루어지며 일반 방문객들의 참배도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는 낙동강 전투(창녕 영산 남지 박진나루터 전투 등: 전우회보197호 1면 "박정기 명예회장 박진전투 기념비 제막" 기사 참조)에서 치열하게 싸우다 전사한 카투사 36구가 상징적으로 안장되어 있으며, 그리스 터키 노르웨이 필리핀 태국 뉴질랜드의 참전기념비가 있다. 2005년 11월 APEC 정상회담 시 방문한 헬렌 클라크 총리가 기증한 뉴질랜드 기념비는 마오리족 여성의 턱 문신을 형상화한 것으로 미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주 묘역은 나라별(7개국: 프랑스 영국 네델란드 터키 호주 카나다 미국)로 구역이 나누어져 있는데, 안장자의 전사일에는 묘에 자국의 국기와 함께 국화꽃을 꽂아 그 희생에 감사함을 전하고 있다. 이곳에는 영국을 비롯한 영연방 5개국(영국 카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전사자 중 유해를 찾지 못한 392명의 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추모하기 위하여 세운 연연방 위령탑이 있다.
캐나다 참전용사 빈센트 코트네이씨가 디자인하고 유영문 씨가 조각한 캐나다 기념비에는 그들의 실종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소년 소녀가 단풍잎과 무궁화 21송이를 안고 있다. 버몬트 주에서 제작한 미국 참전비와 조각가 바스티안 씨가 호주군의 활약상을 조각한 호주 참전비를 지나면, 17세 최연소 전사자 이름을 딴 도은트 수로가 나온다.
이 수로는 묘역과 녹지지역의 경계에 위치하여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신성한 의미가 있다. 2만 여 평의 녹지지역은 묘역을 정숙하고 경건하게 유지하기 위한 완충지역으로, 여기에 있는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명비에는 40,896명의 유엔군 전몰장병들의 이름을 알파벳순으로 국가와 이름을 새겨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추모하고 있다.
각국별 전투지원 내역과 전사자 숫자를 등판에 새긴 유엔군 위령탑은 고 박 정희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있을 정도로 그 당시 우리 정부가 유엔군의 활약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2015년부터 생존해 있는 참전 용사의 사후 안장이 허용되어, 희망자 심사를 거쳐 나라별 구분 없이 날짜별로 안장을 하고 있다.
80여 종류 수목 일만5천여 그루와 해마다 심고 있는 일년초 식재들이 사철 모습을 달리하며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있다. 묘비 주위에 핀 오월의 장미는 가을까지 이어지며 유월의 영산홍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자기의 오늘을 내어 주었던 유엔군 전몰장병들의 혼을 위로하고 있다.
안장자 중에는 여러가지 사연을 가진 분들도 있다. 공원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곳에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는 도은트수로는 최연소(17세) 전사자인 호주 출신 도은트를 기리는 뜻에서 수로의 이름을 도은트수로로 하였는데 전사 후 형의 이름으로 참전한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그외에도 남편 사후 홀로 지내다가 사후에 남편 옆에 뭍힌 부부합장묘도 있으며 형과 함께 참전했다 전사한 형을 그리워히다 사후에 형옆에 묻힌 형제합장묘도 있다.
이곳은 언재나 개방되어 있는 곳으로 가까이의 주민들 뿐만 아니라 멀리서도 산책과 참배를 위해 방문하는 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승만 초대대통령을 비롯한 전직 대통령들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하여 참전국 수반들의 방문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매년 6월 6일 현충일, 10월 24일 유엔의 날에는 특히 방문과 참배객이 많은 날이다. 또한 11월 11일 11시에는 "턴투워드부산" 행사가 개최된다. 이날에는 세계 곳곳의 한국전 참전국에서 부산을 향해 1분간 묵념을 하는 행사이다. 이 행사에는 국무총리를 비롯한 고위관료들도 다수 참석하여 방송에서도 생중계를 하기도 하는 큰 행사이다.
지난 가을에는 전우회 부산지회사무실 개소를 축하하기 위해 온 각지의 전우회원들과 함께 참배차 방문한 장정규 부산지회장 일행에게 안내 및 해설을 하여드렸다(사진 참조). 일행 중에는 오랜만에 보는 재직시의 지인들의 얼굴들도 있어 무척이나 반갑고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해설사 활동을 계속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