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언젠가는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섬이었다.
한참 스쿠버에 미쳐 있을 때 내가 스쿠버동호회를 만들고서도
정작 본인은 가보지 못했던 섬.."가거도"
목포에서 서남쪽으로 장장 4시간 반 이상을 달려가야만 볼 수 있는 "섬"
사람들은 "가히 살만한 곳, 가거도", "소흑산도" 로 칭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섬, 가거도"
4월 3일 금요일~
드디어 D Day -1일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나는 나만의 래시피를 준비하였다.
안심 스테이크 고기, 소스, 참기름, 해바라기씨유, 피망, 버섯, 블루크리 등등~
평소 손에 물도 안 묻히는 "나" 백페킹 동반자들을 위하여 아주 가끔 아이들에
게 해 주던 스테이크 요리를 나는 준비한다...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그 열정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늦은 밤, 늦게 업무를 마치고..
시계를 새벽 5시에 맞춘다.
그러나 나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금요일 밤 기상 상황도 썩 좋지 않다.
지난 목요일 밤에는 여기 전남에는 강풍이 몰아쳤고, 토요일 바다 상황이 예감이 좋지 않다.
기상 상황을 수시로 체크해보지만....-_-;;
일기예보엔 오후에 비가 20~40밀리 예보되어 있고 남서해 먼바다는
강풍 경보 구역에 하필이면 가거도 해역이 포함되어 있다.
후회해본다.
청명 한식일 즈음에는 늘 비가 오고 바람 부는데..
왜 내가 이날을 잡았을꼬?
"미쳤는가 보다"
하지만 한 달 전 부터 오켐에 공지를 했었고 다들 생면부지의 백패커들만의 모임이라..
취소도 못 한다.(ㅜ.ㅜ)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설치고..
나는 한 시간 전에 목포 연안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한다.
서울서 오신 분은 새벽 4시에 도착하여 차 안에서 잠시 쉬고 있다고 한다.
부산서 오시는 분들도 5시 즈음에 도착하시고..
각각 시간 맞추어 다들 한 시간 전에 연안여객선 2층 대합실에 모인다.
큼직한 배낭을 메고 있어 나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남자들,,,,
수컷들은 야생의 법칙에 따라 동성끼리 쉽게 동화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마치 십년지기처럼 만나자마자 이야기꽃을 피운다.
넘ㅎ 잼ㅋ 난다.
50대 중반을 넘고 있는 시점에 이런 재미라니?
참 우습고도 신기하다.
40 초반 1명, 40 중반 1명, 50 초반 1명, 50 중반 2명, 이렇게 멤버가 구성된다.
완전 왕초보인 나는 본의 아니게 어설픈 리더가 된다.
대합실 한쪽 휴계실에서 커피 한잔을 나누며 서로 자기소개와 인사를 나눈다. ^^&
그리고 나는 이번 산행의 전반적인 일정 설명과 산행 경로, 현지 교통수단과 연계방법
그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현지식에 대한 매뉴에 대한 설명과 비박지 구성, 현지인과의
이해 발생 시 조치방법 등에 관해 토론을 수행한다.
각자의 전문지식을 최대한 끄집어 내어 나의 메모리에 기록한다.
총무는 내가 맡았다.(-.-;;)
쓸 수 있는 카드를 가져오지 않아 혈기왕성한 SW 님께서 자금 집행을 총괄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계획을 잘 잡아도
늘 변수는 작용하는 법..
전날 강풍으로 인해 흑산도 해역을 벗어나자마자 파도는 점점 심하게
요동을 친다.
완전 장난이 아니다..약 5 m 이상을 급상승, 급강하를 반복한다.
이 상태로 선장은 두 시간 가량 더 가야 하니 움직이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만재도는 아에 사람들을 내리지도 태우지도 못한다. 만재도 여행객들은 벌써 며칠째 잡혀 있다고 한다.
우리도 불안에 휩싸인다.
네 시간 반이면 도착해야 하는 남해프린스호는 13시 20분에
겨우 가거도 해역에 접어든다.
[무려 5시간 이상을 배를 탔다..ㅜㅜ, 쾌속선으로~]
내리자마자 심한 비바람으로 난 판단 능력을 상실한다.
어디가 어딘지 구분도 안가고...
이미 비바람을 예상하고 몇 시간 전부터 이런 상황에 대비해 섬누리민박집을 불러보았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달린다.
일단은 거친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대합실로...
그곳에서 친절한 섬나라 공주님인 미모의 매표소 아가씨...
우리는 매표소 아가씨의 소개로
아주 인심 좋은 횟집 겸 식당을 소개받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텐트를 칠 수가 없다.
우리는 민박 하기로한다.
서둘러 짐을 풀고 점심을 맛있는 자연산 광어회와 지리탕으로 한다.
[회는 입에 촥촥 감기며 그 식감이란~^^&, 또한 지리탕은 최고였다]
점심을 먹고 나니 비바람이 잦아진다.
이 부분에서는 정말 아쉽다. 비가 한 시간만 빨리 왔어도 사이트는 구축할 건데~..
다들 아쉬워한다.
하지만 오늘만 날은 아니지 않은가?
소화도 시킬 겸 비는 여전히 뿌리지만 랜턴을 준비하여 싱시야는
시야는 없지만 하늘공원과 전망대까지 산행하기로 한다.
진돗개 한 마리가 우리를 인도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산행한다.
크게 한 바퀴 돌아 샛개재로 해서 하산하고 싶지만 짙은 운무로 10 m 앞을 볼 수 없다.
시간은 7시를 가리키고 있다. 전망대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르고 곡 바로 하산을 한다.
일행 중 IG 님 께서 그래도 우리가 비박을 왔는데..
쉘터라도 쳐서 고기라도 구어 먹자고 제안을 한다.
우리는 미리 보아둔 몽돌 해수욕장 한 귀퉁이로 한밤중에 움직인다.
[거제 xx 몽돌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7~8인용 쉘터다. 신기하다. 가볍고 스틱을 이용하여 천막을 친다.
동작도 빠르다. 난 구경만 한다. ^^&
비바람에 쉘터 고정이 어렵다. 씨름하고 있는데 주민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자경대에 의해 제지를 당하고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철수를 한다.
잠시 후...
민박집 방안...
7~8인용 큰 방이다. 5만 원에 빌렸다.
다들 바쁘게 요리를 준비한다.
난 "안심스테이크".
CS 님 께서는 "우럭찜"
SO 님 깨서는 "계란말이" 와 직접 노래미회를 썰어주시고~
OJ 님 께서는 상어찜과 밥을 준비하고,
그리고 리엑터를 켠다. 온방이 따스하다. 기분이 좋다. 따뜻하니~^^&
방바닥도 난방이 잘 되고 있다.
음식이 계속 나온다.
또 나온다.
우리는 이렇게 자정까지 먹고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
한 분이..
나는 코를 심하게 곤다고 자수를 한다ᆞ 앗! 그 흔한 귀마개를 빼먹었다.
아~!!!!.또 한 가지를 빼먹었당
대 대xx를 때러 주고 싶다~~ㅜㅜ
하지만 그분은 밤새 코를 골지 않았다.
(알고 보니 우리를 위해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한다..ㅜㅜ)
덕분에 잠자리에 예민한 편인 나는
밤새 잠을 편안하게 잤다.
5시에 모두 눈을 뜬다.
잠자기 전 잽싸게 움직여 트럭으로 독실산 가까이 접근(교통비 6만 원 협정가라고 한다)을 한 후
독실산 정상을 찍고 등대, 섬등반도, 가거항까지 산행하기로 협의를 미리 해 둔 상태이다.
바쁘게 아침을 먹고..
우리는 배낭을 미리 싸둔다. 약 15 km 이상을
산행하기에 상황에 따리 13시 배를 못 탈 수도 있다.
이 경우 현지 기상 상황을 보아 다음 주 화요일까지 잡힐 수 있다고 하였다.
아침 7시, 사장님이 트럭을 가지고 오셨다.
그러나 못 간다고 한다. 짙은 안개로 위험하다고 한다ᆞ
우리는 지도를 보며 방향 전환을 도모한다.
나는 가거항에서 샛게재, 독실산 찍고 등대는 시간이 안 되니..
등산 안내지도는 없지만 인터넷 검색해보니 선답자가 다녀온 등로로 바로 하산,
폐교로 가는 빠른 등로가 있으니 그쪽으로 제의한다.
결정적인 건 6만 원 번다는 거..^^&
우리는 독실산까지 빠른 속도로 산행한다.
헬기장 지나자마자 정상이다.
해경(육경) 초소가 있었다.
육경이 출입을 통제하고..
정상까지 가이드 해 준다.
우리는 방명록(?)에 서명하고, 정상에서 등반 기념 사진을 찍는다.
짙은 운무로 시야는 전혀 없다. 하지만 서해안에서 제일 높은 최고봉이다.
[나는 이것으로 동, 서, 남 최 끝단 최고봉에 올랐다]
현재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항리에서 가거항까지 걸어가도 한 시간 정도..
남는 시간이 예상된다.
독실산 지나자마자 바로 우측으로 꺽는다.
이윽고 등로가 점점 희미해지면서 눈앞엔 짙은 운무로 5 m 전방이 안 보인다.
순간 당황스럽다. 이 길은 등로 안내 지도에도 없고 오럭스맵에는 등고선 표시도 안되고 있다.
잠시 후 길을 잃었다.
당황스럽다.
길은 잃어도 시간은 지연하면 큰일이다.
머릿속엔 13시 출발하는 배 시간만 맴돈다.
올러 갔다 내러 갔다 몇 번을 해본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알 수 있는 위치에서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그래도 가다가 끊기고, 가다가 끊기고 길이 안 보인다.
짙은 운무속에서 방향을 보며 전투 산행은 경사가 심해 매우 위험해 보인다.
돌아가야 하나?
우리는 각기 서로가 콜 할 수 있는 지역까지 산개하여 길을 찾아보기로 한다.
이때 SO 님 께서 바로 눈앞의 가시 등불 사이로 조난 표지판이 보인다고 한다.
길을 찾았다.
불과 5 m 앞인데도 그걸 못 찾았다.
아~~쪽 팔린다.
약 십분 정도 헤맨 거 같다.
멀리 야생소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여긴 산중에 야생소가 있고 놀라게 하거나 건드리면 공격한다고 한다.
급경사를 약 한 시간 가량 하산하니 드디어 항리에 도착했다.
가져온 족발과 과일 소주로 요기를 하며 트럭을 불렀다(가거항 항리까지는 4만 원을 받는다. 이 또한 협정가다).
열시 반 쯤 민박집에 도착, 거북손찜과 매운탕을 식당에 부탁(거북손찜 4만 원, 우럭매운탕 4만 원) 하여 점심을 맛있게 먹고
여유 있게 사진도 찍어가며 13시 동양고속 쾌속선에 승선한다.
파도도 바람도 없지만 돌아갈 때도 약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지겹다, 정말 지겹다, 지겹도록 멀다. 하지만 다시 또 찾고 싶은 아름다운 섬이다~~
목포항 근처 미리 답사해둔 흑산도 홍어집에서 뒤풀이 겸 저녁 식사를 한 후 우리는 다음 백패킹을 서로 기약하며
SW 님께서 밴드를 만들어 서로 사진을 공유하기로 하고 다음 비박지를 서울서 오신 CS 님께서 xx도를 제안하셨고,
우리는 그렇게 하기로 동의 하였다.
무인도이기에 어선을 이용해야 하고 최소 8명에서 10명 선이라고 한다.
비박지가 좁아서 많은 인원은 갈 수가 없다고 한다ᆞ
우리는 이렇게 일박이일 동안 백패킹, 아니 힐링 산행 일정을 모두 마치게 된다ᆞ
이것으로 5년 만의 약 3주 동안 출장도 이번 주 금요일을 종점으로 마치게 된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며~~
그리운 가족과 직장 동료들을 만나러 갈 시간이 다가온다~~
.끝.
함께 하였기에 더욱더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임말 : 인물 사진은 제외되었습니다.






첫댓글 헉 거북손...잘 갔다오셨네요...부럽습니다..^^선배님 가셨는지 모르겠네요..ㅋ
재밌으셨겠네요~
생생한 후기 앍었습니다!
저도 담엔 꼭...
고생하셨습니다 ~~/
저는 쬐게날씨가 도와주어서 ~^^
가거도 언제나 한번 가보려나 싶네요...
생생후기 매장 노트북으로 글씨가 작아서 한참을 상세히 읽었네요...
고생해야 더 추억에 남는다고 하더이다.
고생들 하셨어요~~~^^
좋은 곳 다녀오셨네요.
13년전에 혼자 여행다녀온 생각이 납니다.
그 당시에는 배가 이틀에 한번 있었는데....
섬등반도가 그곳 최고의 절경.
다음번 가실땐 꼭 들려 보세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