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약사회, '개인' 심야약국 적극 활용…전국 현황 파악
현재 약사회는 심야응급약국 운영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기존 심야시간대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약국들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심야시간대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약국들을 파악, 이들을 심야응급약에 포함시켜 적극 홍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장 신속하게 심야응급약국을 도입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약사회 차원에서 일부 심야시간대 약국 현황을 파악해 운영형태를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도 심야응급약국 도입 및 향후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선점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불편해소TF 관계자는 "기존 심야시간대 운영 약국은 가급적 심야응급약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이들의 운영 실태는 심야응급약국 도입의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야시간 운영 약국, 상가·유흥가 집중…"일평균 300명 내방"
데일리팜이 대한약사회가 파악한 심야약국 운영현황 및 현장취재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심야시간대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약국들의 상당수는 위치적으로 유흥가 밀집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
▲ 서울 강남 지역에는 유흥가를 중심으로 인접한 약국 3곳이 24시간 영업을 지속하는 흔치않은 광경을 발견할 수 있다. | 이들 지역은 심야시간대에도 유동인구가 많아 일반약 판매가 꾸준히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낮 시간대 못지 않은 매약 중심의 매출이 심야시간대 운영을 가능케 하는 동력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서울 지역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24시간 약국이 있는 강남구 논현동 지역에 온누리제일그랜드약국, 강남오렌지약국, 건강한세상행복약국 등 3개 약국이 인접해 운영될 수 있는 것도 압도적으로 높은 심야시간대 유동인구 때문이다.
이들 약국들 역시 일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심야시간대에 발생하는 등 매출증대에 따른 경제적 동기가 심야시간대 운영의 목적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이들 약국 외에 약사회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지방의 심야약국 3곳 중 2곳도 24시간 약국 운영 후 경영수지가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지난 99년부터 24시간 운영을 지속해 온 제일그랜드약국 장경현 약사는 "개국 초기에는 낮시간대만 약국을 운영했지만 심야시간 운영 이후 매출증대가 이뤄진 것이 사실"이라며 "전체 매출의 40% 이상이 심야시간대에 발생한다"고 말했다.
장 약사는 "심야시간대를 기준으로 일평균 300명 정도의 고객이 약국을 찾는다"며 "경제적인 동기가 없이 심야시간대 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심야약국 매출 향상은 오해"…대구 심야약국 일매출 50만원 불과
|
▲ 강남의 건강한세상행복한약국 역시 24시간 약국을 표방하고 있다. | 그러나 심야시간대 운영이 약국의 매출향상과 직결되는 것은 약국의 개별적 특성이나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판단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구시약사회가 정책적으로 도입해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회관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심야약국 현황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구시약이 복지부에 전달한 심야약국의 일평균 방문객은 50명 내외로 일평균 매출 역시 50~60만원에 머물러 약값 및 인건비, 관리비를 합한 월평균 총지출액 2266만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대구시약 심야약국의 경우 약사회 등의 보조금 지원 없이는 사실상 약국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약사회가 그랜드약국, 대구시약 심야약국 등을 포함해 전국 5곳의 심야약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서도 심야시간대 일평균 방문객은 최대 180명에서 최소 43명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24시간 운영에도 불구하고 심야시간대 직접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O심야약국의 Y약사 역시 심야약국 운영을 매출과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Y약사는 "심야시간대만 본다면 일평균 100여명의 고객이 방문을 하지만 실제 매출향상과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는 다른 심야약국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간시간대의 높은 인건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을 감안하면 상당 수준의 매출을 올리지 않고서는 야간시간대 운영에 따른 이윤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상가와 유흥가가 밀집된 지역에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에서 하물며 여타 지역에 심야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심야약국, 오전 4시 이후 개점휴업…해열제·소화제 판매 집중
더욱이 이들 심야약국들은 오전 3~4시 이후부터는 방문하는 고객이 급감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약사회가 파악한 심야약국들의 시간대별 방문고객수를 보면 밤 10시~12시 사이가 36.2%, 12시~2시 28.8%, 2시~4시 14.8% 등으로 새벽 4시까지 전체 이용객의 79.8%가 해당 시간대에 집중돼 있었다.
대구시약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심야약국 운영 현황에서도 전체 일평균 고객 60명 가운데 10시~새벽 2시까지에 40명이 방문하는데 반해 2시~6시 사이에는 20명만이 약국을 찾는 것으로 드러났다.
|
▲ 24시간 약국에서 중견의 근무약사가 심야시간대 방문한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 이와 함께 약국 간 격차에도 불구하고 심야약국에서 주로 판매되는 일반약은 사실상 대동소이한 것으로 나타나 종합감기약, 해열진통제, 위장약, 숙취해소제 등이 집중 판매 품목으로 파악됐다.
서울에서 심야약국을 운영 중인 한 약사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새벽 3시가 넘어가면 사실상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문을 닫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혹시 의약품을 필요한 고객을 돌려보낼 수도 없어 새벽 6시까지는 운영을 하고 있다" 말했다.
심야시간 근무약사 구하기 하늘에 별따기…"고임금도 부담"
특히 현재 심야시간대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약국들은 일제히 관리약사 채용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아 약국 직원 관리가 향후 심야응급약국 운영 현실화에 가장 큰 숙제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시사했다.
심야시간대 근무약사는 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임금도 만만치 않아 심야약국 운영의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강남 지역 근무약사들의 낮 시간대 평균 시급이 1만5000원 이하에서 형성되고 있는 반면 심야약국의 근무약사 시급은 적게는 1만7000원에서 많게는 2만원 이상까지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온누리제일그랜드약국의 장경현 약사는 심야시간대 근무할 수 있는 젊은 약사들을 찾는 것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장 약사는 "심야약국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을 꼽자면 심야시간대 근무할 약사들을 찾는 것이다"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임금도 통상적인 수준보다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장 약사는 또한 "50대 이상의 연배가 있는 약사들 외에는 심야시간대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젊은 약사들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취재 중에 만난 20대의 젊은 심야약국 근무약사 역시 "약사로서의 전문성을 쌓는다는 차원에서 심야약국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허락한다면 낮 시간대 근무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체력 부담에 안전문제까지…"심야약국 운영 쉽지 않다"
|
▲ 익명을 요구한 한 심야약국의 약사는 범죄를 우려해 늘 비상벨을 소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심야약국 운영과 관려한 또 하나의 고충은 상당한 체력적 부담과 방범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해당 약사들은 입을 모았다.
근무약사를 고용하지 않은 이상 개설자가 24시간 약국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체력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면 심야약국 운영은 약사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5월부터 대구시약 심야약국을 도맡아 운영하고 있는 한정숙 약사는 운영 초기 한 동안은 직접 심야시간대 근무를 지속하다 건강 상의 문제를 겪고 나서야 결국 순번제 근무로 전환했다.
심야약국의 경우 시간대별로 고객의 방문이 급감하면서 범죄의 위험을 감수하는 등 방범 문제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이다.
대구 심야약국의 카운터에 운영 초기에는 없었던 방범창이 마련된 것도 약국 운영 과정에서 몇 차례 불안한 상황을 겪었기 때문이다.
대구 심야약국 한정숙 약사는 "남자 약사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여약사의 경우 심야약국 운영에서 방범 문제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며 "약국 운영 과정에서 불안을 느꼈던 상황이 몇 차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약국 이용객,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입 불편해소에 호평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심야시간대 의약품을 구매한 고객들은 일제히 구매 불편 해소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쏟아냈다는 점은 심야응급약국 운영의 필요성에 힘을 더하는 대목이다.
응급실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매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심야약국을 찾은 응급환자들은 약국을 찾는 수고로움보다는 의약품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약사회가 심야약국을 상대로 고객들의 반응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방문객들은 '필요할 때 약을 구할 수 있어 고맙다', '야간시간대 약을 살 수 있어 다행', '편리하다' 등의 평가를 내렸다.
지난해 기자가 직접 대구 심야약국을 찾았을 당시에도 약국을 찾은 대구시민들은 심야시간대 약국 운영에 호평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
▲ 지난 2008년 5월 문을 연 대구 심야야국은 운영 2년째로 접어들면서 대구 시민들의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었다. | 당시 12시를 넘겨 약국을 찾은 한 시민은 "심야약국 운영은 대구시민들에게는 엄청난 혜택이 아니냐"며 "앞으로 더 많은 심야약국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민도 "지난 번에는 해열제를 사기 위해 온 동네를 다 돌아다녔는데 이 약국은 몇 시까지 운영하느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으며 "늦은 시간까지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가 고맙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장경현 약사는 "응급환자라고 할 수 있는 방문객들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급하게 약이 필요한 환자들 중에는 인근에서 약국을 찾지 못한 채 경기도 일산이나 분당 등에서 오는 고객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
|
데일리팜 박동준 기자 기사 입력 시간 : 2010-05-18 12:20:02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