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태는 진지하게 공부하는 얘기, 봉훈은 심각한 미 부동산 경기를 현재의 자기일과 연관하여 현실감 있게 보여주고 있건만 난 여기저기 놀러다니며 혼자 탱자탱자 하는 거 같아 이런 내 글이 위화감을 주는 거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맘이다만, 가급적 밝은 쪽의, 휘파람 불며 괴나리 봇짐 맨 나그네 처럼, 천진난만한 그런 글을 올려본다.
요즘 베스트 셀러인 '시크릿'에서도 밝고 긍정적인 좋은 생각은 자꾸 더 좋은 것들을 만들어 내고 부정적이고 우울한 생각은 또 그런쪽으로 간다하니. 부디 삐딱한 시선보단 그저 고운 시선으로 봐 주길 바라며 말야~
----------------------------------------------------------------------------------------------
딸 아이가 뉴욕으로 대학원 공부하러 가는 바람에 캐나다의 단독주택을 팔고 아내 혼자서 아파트로 이사하고 정리한 후, 비워두었던 그 집을, 이번 여행에서 난 마치 구경꾼처럼 처음 방문한 것이다.
한국-일본-뉴욕-밴쿠버로 계속대는 위치이동에 내 인체시계는 고장난건지 아님 여전히 시차적응 중인지 도대체 자고 깨는 시간이 엉망이다만, 그냥 흐르는대로 인위적인 조정을 하지않고 냅둔다. 졸리면 자고 깨면 움직이고~
이른 새벽이면 어김없이 떠지는 눈. 그동안 비워둔 집 대청소를 마치고 개인 락카인 아래층 창고에 가보니 마치 닭이 모이를 헤치듯이 어지럽다. 창고가 다 털렸네! 벌써 두 번째다. 지난번 처음 털렸을 때, "에잇! 이래도?" 하며 목수 불러다 아주 견고하게 문짝과 자물쇠를 교환 했다는데도 빠루로 모든거 망가뜨리고 말았다. 단독주택에선 몇 개월씩 집 비워도 이런일 없었는데, 키 없으면 통과 못하는 현관, 엘리베이터, 창고등 3중으로 보안 장치가 되었다는 공동주택이 이 모양이다. 정말 기분이 별로다.
소위 선진국이라는 이곳도 따지고 보면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지 사람 면면을 보면 나쁜 애들도 참 많다. 매니저에게 연락을 했으나 좀도둑은 잡기 힘들다며 그곳에 중요한 물건을 두지 말라는 성의없는 대답 뿐.
어질러진 짐 정리하며 계속 찜찜한 마음... 그러나 그거 있지? 내 무형의 재산인 긍정적 생각.
"에이~ 잃어버린 것은 가져간 놈이 요긴하게 쓰겠지 뭐~" 그러자...아니다 다를까~ 분위기를 조금은 상쇄 시키는 일이 발생한다.
"띠리릭~" 울리는 아내의 손전화. 여기서 사귄 친구의 아내가 지금 막 홀인원을 했다는 현지 생중계의 들뜬소식. 홀인원 턱으로 오늘 근사한 저녁을 사겠단다.
오늘 라운딩을 같이한 선배부부와 함께 모인 중국식당 임페리얼 - 르네상스풍의 실내 장식과 높은 천장의 으리으리한 분위기. 메뉴판을 살펴보니 꽤나 비싼 요리들. 일단 가격으로도 고급집이라 선뜻 주문을 못하고 메뉴를 뒤적이는데~ 홀인원 하면 3년은 재수가 좋다니까 자기 행운의 기 받으려면 개의치 말고 맘껏 주문하라는 주인공의 재촉이다.
이곳을 몇 번 와 봤다는 선배는 좋은 음식과 와인을 곁들여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홀인원을 축하해 주자며 요리 선택에 신중하시다. 특히 오늘은 (음력으로 추석날이 생일인 내가 그 명절에 가려져 오히려 제대로 못찾아 먹었던) 내 양력 생일날 아닌가 말이다.
드디어 진기한(따라서 값도 비싼) 음식들이 정해졌고 그 음식들이 하나씩 써빙될 때 마다 묵묵히 맛을 음미하고 그 맛에 대한 품평도 각자 한다. 특히 살짝 데친 회와 튀김으로 나온 'Geoduck'(일명 코끼리 조개) 요리가 나왔을 때, 나보다 13년 더 연장이신, 이런저런 경험이 정말 풍부하신 선배님께서, 이 음식의 설명과 함께 당신이 한국에서 꼽으시는 '남도삼미'와 만드는 법까지 자세하고도 맛깔나게 말씀 하시며- 통영의 도다리 쑥국, 목포의 홍어애 보리싹 된장국, 섬진강 참게탕 이 세가지라는데 - 특히 봄철이 제 맛이라는군.
아~ 여기 캐나다 중국식당에서 비싼 요리를 먹고 있어도 우리 남도의 구수한 사투리들과 어우러진 토종의 그 음식들이 머리속에 그려지며 지금 먹는 음식보다 더 맛나게 느껴지는 거 보면 신토불이, 역시 길들여진 입맛은 어쩔 수 없나보다.
홀인원에, 간만의 귀국에, 내 생일에~ 분위기는 유연히 흐르는 물과 같고 오늘 3번홀의 무용담(?)과 맛난음식 얘기, "홀인원 기념 트로피는 크리스탈로 멋지게 만들자"등등 대화는 순풍과 함께 유유히 순항 중.
밖에 나오니 까만 밤중에 피어나 더욱 하얀, 이름모를 꽃. 향기는 없었지만 오늘 참 향기로운 밤이다.
오늘따라 돈의 많고 적음에 대한 생각이 얼핏 스친다. 돈... 돈은 좋은 거... 내가 내기도 하고 얻어먹기도 할 때 필요한 이 놈. 하지만 그 좋은 돈을 무조건 펑펑 쓴다고 다 우아하고 향기롭게 느껴지는건 아닌데 왜 오늘은 유난히 그런 생각이 들며 밤공기가 향기로울까? 그 향기로움의 바탕에는 시기나 질투 이런게 배제가 된 순수함이 깔려있어서일까? 칭찬 해주고, 인정 해주고, 축하 해주고, 감사 하고, 베풀고 그러면서 아름다운 심성, 열린마음으로 고운말들과 웃음들의 대화가 오가서인가보다.
집에 와 글을 쓰다가...돈 얘기로 흐르는군. 가만있자... 예전에 돈에 대한 어떤글을 보관해 두었었는데~~ 그게 어딨더라???? 일단 늦은 밤이니 낼 찾아보자~
다음날...
돈에 대하여~
돈이 없는 사람은 돈이 있으면 이러저러한 일들을 할 텐데 못한다고 한탄한다. 돈이 원수가 된다. 돈이 많이 생길 때까지는 아무 일도 못하고 한탄하는 일로 시간을 다 보낸다.
돈이 없는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은 자신의 모든 문제가 돈이 없기 때문에 생겼다고 단정하는 일이다. 이런 경우 돈이 생기고 나서야 돈만이 문제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애타게 찾던 돈이 생겼는데도 자신이 생각했던 문제의 대부분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의 일이다.
막스 베버는 “인간은 돈벌이를 자신의 물질적 생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목적 자체로 여기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돈이 필요해서 돈을 벌던 사람이 나중에는 돈의 노예가 되고 필경에는 돈에 먹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슨 일을 하는 데는 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기고 돈이 없어서 아무 것도 못한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은 생각지 않는다.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은 돈이 있어야만 하는 일보다 훨씬 많다.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
l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본다.
l 아름다운 꽃을 보며 즐거워한다.
l 새벽의 여명과 저녁의 노을을 바라본다.
l 물고기가 튀어 오르는 호숫가를 걷는다.
l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산에 올라간다.
l 고요한 중에 명상에 잠긴다.
l 차 한 잔을 우려 마시며 향을 피운다.
l 책을 읽으며 고금동서를 넘나든다.
l 악기를 연주하거나 음악을 듣는다.
l 남과 즐거이 대화를 나눈다.
l 다른 사람이 들어올 때까지 문을 붙잡고 서 있다.
l 병들거나 외로운 사람에게 따뜻한 말로 위로한다.
l 조용히 가늘고 길게 숨을 쉰다.
l 글을 쓰거나 멀리 있는 벗에게 편지를 쓴다.
l 남이 사주는 점심이나 저녁을 맛있게 먹는다 - (난 어제 이거 확실히 했다)
l 편안한 마음으로 누워 잔다. (하루에 약 1/3에 해당한다.)
l 좋은 반찬에 구애 받지 않고 소식을 한다.(이것이 도리어 건강식이다.)
<돈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
l 좋은 집을 장만한다.
l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
l 남 보기 좋은 옷을 입는다.
l 좋은 보석이나 액세서리를 산다.
l 좋은 집에 갖다 놓을 좋은 세간을 구입한다.
l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아 수시로 파티를 연다.
l 자주 멀리 여행한다.
l 아이들을 호사스럽게 키운다.
l 남들이 보기에 부유하게 보이도록 한다.
l 큰 사업을 시작한다.
l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투자를 한다.
l 문화재단이나 자선재단을 설립한다.
l 자식들에게 많은 재산을 상속해 준다.
l 더 많은 복을 받기 위해 교회나 사찰에 많은 돈을 낸다
l 쓸데없는 데 돈을 쓴다(가난한 사람은 쓸데없이 돈을 쓸 돈이 없다.)
"영혼이 필요로 하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소로>
그나저나 어제 저녁, 홀인원 턱의 맨 마지막으로서 내가 고른 포춘 쿠키에 이런 글이 있더라.
"Smile, It'll make the world brighter."
그래 웃자! 크게 소리내어 많이 웃자! 그게 힘들면 마음으로나마 웃자.
웃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웃으면 마음도 밝아지더라.
그 밝은 웃음이 결국 세상을 밝게 만들겠지 뭐.

오해 마시고~ ^^ 요거이 어제 먹은 '코끼리 조개'인데 생긴것은 참 거시기 하다만... 맛은 쫄깃하더라.

첫댓글 벤치마킹 대상인 명진이가 역시 잘 지내고 있네. 삐딱한 시선이라니 천만에~~,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즐겁구먼. 그런데 코끼리 조개가 꼭 말 거시기 닮았네? ㅎㅎ
역시 명진이다운 글이고 삶이구나.. 그래 긍정적으로 밝게 웃으며 살아야지.. 돈? 마눌 몰래 비상금 정도는 있어야하는데~ 난 그 정도만 있으면 되는데... ㅠ ㅠ... 근데 저게 조개야?? 졸라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