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장기하씨가 어쩐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떤 맘으로 음악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장기하의 음반을 듣기 시작한지도 한 3일밖에 되지 않았고...
여튼 싸구려 커피 와 달이 차오른다 만 들을때는 몰랐던 반가움이 있어서 그리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서
몇 글자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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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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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가 속해있는 붕가붕가 레코드의 모토라고 한다.
지속 가능한 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있다. 녹색 공부할 때 엄청 자주 듣던 전문 용어.
뭐 녹색 사람들이 쓸 때와는 조금은 다른 뜻이겠지만 영 다른 이야기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워낭소리와 장기하를 같이 묶어서 생각하게 되는데, 그들은 메이저에게 간택받지 않고도 그들의 딴따라질을 지속적으로 하는 방법을
조낸 진지하고 가열차게 해 왔다는 점에서 존경의 마음이 생긴다.
워낭소리 프로듀서인가 그 분. 돈을 많이 벌어 마땅한 난 사람이다.
그분이 했던 말 중에 독립 영화 감독들이 독립 영화를 메이저의 눈에 들려고 만든다는 비판을 했다.
감독 혼자 간택을 받아서 메이저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 말고,
인디만의 인디다운 인디이기에 할 수 있는 개봉 방식, 홍보 방식, 상영 방식 등을 고민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 분은 디지탈로 찍어서 시민회관 대학교 등등을 돌아다니며 우리학교를 틀어제끼던 내공으로 워낭소리를 뻥 터트렸다고 본다.
맨땅에 헤딩한거다. 그거 대단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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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도 그렇다. 나는 장기하 보다도 붕가붕가 레코드가 더 무섭고, 헤비 공연 할 때 기획한 프리덤마스터인가? 그 기획팀이 더 무섭다.
그리고 이번에 보니까 홈페이지도 만들어서 앨범도 팔고, 티켓 판매하면서 관객 정보도 모으고 하던데 그런 움직임이 진짜 무섭다.
서울대 나왔다더니 진짜 똑똑들하다.
맞다! 그렇게 해야 한다. 메이저의 시스템 말고 인디다운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인디 밴드만 있어서는 아무것도 안된다. 인디가 공연할 공연장. 인디를 기획해 줄 기회팀. 인디가 앨범을 팔 판로.
인디만의 홍보 방법. 그런 것들을 고민하고 없다면 하나하나 만들어가야한다.
이걸 하고 싶었는데... 대구 밴드가 이걸 만들어내기 보다는 서울 밴드들이 내려오면서 이게 만들어질 것 같아서
씁쓸하고 아쉽다. 그리고 지금 연극이나 뮤지컬처럼 공연팀은 주로 서울팀이고 관객도 서울팀에게 몰리고,
기획사와 깔쌈한 공연장만 살아남는 분위기가 음악쪽에도 생길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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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장기하 노래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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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악은 잘 모른다. 그래서 배철수의 영향을 받았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가사에서 가슴이 시원해지고, 그가 가수가 아닌 교주의 자리를 넘봐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그는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1등이 아무것도 없잖어
나는 이 노래가 이렇게 들린다. 비싼 등록금 내고 가정 경제가 마를때쯤 고소득 보장한다해서 대학교에 대학원을 지나
해외유학까지 다녀와서 인제 돈좀 벌어볼라는데, 취직할라고 둘러보니 들어갈데가 없잖어.
20년 가까이 시키는대로 졸라 외우고, 시험치고, 밤잠을 설쳐가며 생존경쟁에 시달렸지만
시바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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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연애도 잘 안되고, 싸구려 커피나 마시는 신세.
어느놈 때문인지나 알면 가서 욕이라도 하련만 실체도 없는 빅 브라더...
멱살이나 한번 잡아보면 좋겠다는 푸념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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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기하가 진정 교주인 이유는 별 일 없이 산다.
무라카미 류의 69의 한 대사가 생각하는 노래.
즐겁게 사는 것이 최고의 복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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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도저히 믿지 못하고, 들으면 깜짝 놀라고 짜증이 치밀어 오를 소식.
그것은 우리가 별 일 없이 살고 있으며, 게다가 사는게 신나고 질겁다는 것.
좀 더 높이 오르고, 좀 더 많이 가지고, 좀 더 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리고 그렇게 되지 못해서
분해하고, 억울해하고, 스스로를 루저 혹은 패배자라 칭하며 음지에서 이를 가는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하며 별 일 없이 신나게 재밌게 사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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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 장기하. 존나 멋있다.
나보다 몇 발자국 앞서 있고, 또 주위에 말이 통하는 사람이 많고, 또 같이 저지르는 친구들이 있는 것 같아.
잠이 안 오도록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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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문화와 남미 여행을 테마로 블로그질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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