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저속전기차 열풍 주인공, '껍데기 실적'에 관리종목 전락
-이영기 대표 해외 자금 유치위해 출국
-직원들 "붕 떠서 살았다… 참고 견디면 좋은날 오겠지"
-"저속전기차 노하우 기술력만큼은 최고" 환경보조금 기대
13일 충남 당진군 고대면 옥현리에 자리잡은 전기차업체 CT&T 공장을 찾았다. 먼저 홍보동영상을 봤다.
CT&T (130원 9 -6.5%)의 장밋빛 청사진이 가득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공식 전기차, 카이스트(KAIST)와 공동협약, 국내 최초 안전기준 통과, 미국 본토 및 하와이, 중국 공장 설립 추진…' 벽에 걸린 홍보사진 중에는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CT&T의 전기차를 타고 파안대소를 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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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T 홍보동영상 속의 이명박 대통령 부부. |
그러나 홍보동영상이 돌아가는 내내 공장 간부들의 얼굴에는 민망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현재 CT&T가 처한 상황은 동영상에서 꿈꾸는 '세계 최고의 전기차 회사'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기 때문이다.
저속전기차 업체의 '대장' 격인 CT&T 주식은 지난해 한 때 증시에서 가장 잘 나갔다. 우회상장을 추진하면서 대상 업체로 거론되는 숱한 기업들의 주가를 요동치게 만들며 CT&T는 코스닥 시장의 '황제주' 대접을 받았다. 우회상장을 앞둔 지난해 6월에는 주가도 2450원까지 치솟았다. 이 과정에서 홍보동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화려한 비전과 전망을 쏟아냈다.
하지만 현실은 '비전'과 거리가 멀었다.
CT&T는 지난해 420억원의 영업손실과 6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자본잠식률은 84.7%까지 올라갔다. 엉망인 경영실적은 관리종목 지정으로 연결됐고, 올해 특별한 반전이 없다면 증시에서 퇴출될 수 있는 위험에 처해있다. 주가는 130원대로 곤두박질쳤고, 투자자들은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CT&T는 열악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10대1 감자를 결정했고, 조만간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도 추진 중이다. 후반기에는 유상증자도 계획하고 있다. 사정이 다급해진 CT&T는 회사까지도 M&A 시장에 내놓은 상태다.
전기차 신화를 쓰는 듯 했던 이영기 CT&T 대표는 회사 경영을 전문경영인인 박해정 사장에게 맡겨놓고 현재는 해외에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자금줄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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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T 당진공장 e-ZONE 생산라인 전경 |
회사가 기울면서 공장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었다. 골프카트와 저속전기차 브랜드로 CT&T를 상징하는 'c-ZONE'과 'e-ZONE' 생산라인은 생산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한가한 느낌이었다. 야근과 휴일 특근이 사라진지도 꽤 됐다. 한때 당진 공장에만 170명이 일했지만 지금은 85명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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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외부에 출고 대기 중인 저속전기차 e-ZONE |
회사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구조조정된 이들도 있고, 회사에 실망해 자발적으로 떠난 이들도 있다. 지금도 급여가 2달 가까이 연체돼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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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 CT&T 당진공장 공장장(전무) |
공장장을 맡고 있는 김호성 전무(사진)는 "직원들한테는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직원은 "아무래도 전처럼 흥이 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회사를 믿고 묵묵히 일하는 수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전반적으로 의기소침해졌음에도 직원들이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는 점도 느껴졌다. 그 배경에는 과거에 대한 반성도 포함돼 있었다. 그동안 내실 없이 외형만 과대포장해오면서 후폭풍을 자초했다는 비판에 대한 후회다.
한 간부급 직원은 이렇게 현재 심경을 밝혔다. "1년 전만 해도 저희가 구름위에 붕붕 떠서 살았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더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 만큼 지금부터는 겸손하게 할 수 있는 것만 하면서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직원들에 따르면 이영기 대표도 치밀한 준비 없이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데 대한 반성을 수차례 밝혔다고 한다. 김 전무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양동이의 물을 다 비웠는데, 이제부터는 다시 채울 일만 남았다"는 표현으로 현재의 각오를 전했다.
그는 여전히 전기차 부문에서 최고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회사가 회생할 수 있는 발판이라고 강조했다. CT&T는 인증 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의 전기차 기준을 통과한 유일한 한국 전기차 회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CT&T는 일반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입할 때 정부가 지원해주는 전기차 보조금이 머지 않아 확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김 전무는 "새로운 투자자가 들어와서 자금만 수혈된다면 회사는 다시 날개를 달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직원들에게도 최악의 경우라도 전기차 시장은 분명 성장할 것이니만큼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CT&T가 증시에서 일으킨 '전기차 바람'은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데 일조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나친 환상과 이에 따른 절망은 오히려 '저속전기차'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켰다는 후폭풍으로 돌아왔다.
부활이냐, 몰락이냐는 갈림길에 서 있는 CT&T의 미래가 어떻게 그려질지, 국내 저속전기차 산업의 시동이 꺼지지 않고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