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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후...."
며칠이 걸릴지도 모르는 출장 때문에 새벽에 아로하가 떠나고.. 괜히 쓸쓸한 마음에 하루 종일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아서 창
밖만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 나. 벌써부터 보고 싶어서 어떡해!! 히잉. 진짜 여덟 밤이나 자고 오면 어떡하지?? 핸드
폰을 꺼내 얼마 전에 같이 찍었던 사진을 보며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잠깐 나 좀 봐."
"할 얘기 없어."
"난 있어!!"
갑자기 무시무시한 얼굴로 나타나서 애란이에게 할 얘기가 있다고 말 하는 아류. 그러고보니.... 얘네 어떻게 됐지??? 하루
종일 아로하 생각에 잊고 있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 보니까 애란이 기집애 오늘따라 차분하니 말도 별로 없었고, 지금 분위
기로 봐선.............. 진짜로 쫑났나보다. 어머 어머!! 아류 눈 부은 것 봐. 설마 운 거야?? 그런 거야???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아류 우는 모습. 여자한테 차이고 울었다고 생각하면 원래 웃겨야 하는데 이상해. 하나도 웃기지
가 않아. 완전 심각해!! 눈은 완전 띵띵 부어가지고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할 얘기 없다고 자신을 무시하는 애란이의 손목
을 잡고 그대로 일으켜 세우는 아류. 그럼 애란인 매몰차게 그 손을 뿌리치고 만다.
"놔!! 할 얘기 있으면 여기서 해!!!"
어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애란이도 아류 못지 않게 잔뜩 화가나 있었다. 갑자기 커진 애란이의 목소리 때문에 왕
눈이처럼 커져버린 내 눈동자. 살며시 핸드폰을 닫고 숨 죽여서 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한참동안 서로 말 없이 노려
보기만 하는 두 사람. 아... 왜 내가 긴장이 되는 거야?? 손에 땀이 다 난다.
"어제 얘기 다 끝난 거 아니였어?? 무슨 할 얘!!"
"닥치고 내 말 들어."
헐.... 아류야. 이봐 아류..... 닥치라니??? 좋아하는 사람한테 그렇게 막 대하면 너 못써.
어제 애란이를 좋아한다며 어울리지 않게 얼굴을 붉히고, 차이면 어떡하냐며 발을 동동 구르던 그 아류가 아니였다. 평소에
나한테 하던 것처럼 다시 까칠한 류로 돌아와서, 지가 좋아한다던 여자에게 거칠게 대하는 어리석은 류다. 얼마나 답답했으
면, 그 심정은 내가 이해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애란이의 말을 뚝- 잘라먹고 조용히 위협적으로 씨부리더니 벙쪄있는
애란이를 모른 척 하고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한다.
"어제 헤어지자고 했지? 그래 헤어져."
쟤 지금 뭐래..... 애란이도 어이가 없는 듯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실소를 터트리고.
"할 얘기가 고작 그거였어?"
"아니, 끝까지 들어."
"그래 해봐."
"우리 사귀자. 헤어진 건 헤어진 거고, 다시 사귀자 오애란."
헐........
"뭐...?? 너 지금 장난해???"
"장난 아니다."
"....."
아 답답해!!! 그냥 나 너 좋아한다고 한마디만 하면 될 걸, 무슨 남자가 얘기 하나 속 시원히 못하고 저렇게 우물쭈물 하고
있어?? 보는 사람 짜증나게!!! 아류는 진지해 보였지만 애란이는 장난으로 받아드렸는지,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한참동안
말 없이 노려볼 뿐이였고, 그 시선을 감당해내던 아류 놈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드디어 결심한 듯 주먹을 꽉 쥐며.
"내가 너 좋아하니까!! 아 씨발... 그래, 내가 너 존나 많이 좋아하니까 다시 사귀자고 병신아!! 저번에는 너도 나도 내기
로 얼떨결에 사귄거니까 이쯤에서 그냥 끝내고!! 다시 정식으로 사귀자고!!!"
"....뭐??"
"말기 못 알아들어??? 내가!!!!"
퍽- 갑자기 손바닥으로 아류의 머리통을 후려치는 애란이. 그리고 갑작스런 손찌검에 완전히 벙쪄서, 하던 말을 멈추고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애란이를 바라보는 아류.
"빈손으로 왔냐???"
"어...???"
"빈손으로 왔냐고."
"아, 아니!!"
고백하다 맞은 것도 황당한데 뜬금없는 애란이의 말에 잠시 당황하는가 싶더니, 이내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져서 어제 내가
말했던 천하장사 소세지를 무려 네개나 꺼내 애란이 앞으로 불쑥 내미는 아류. 원래 저 손에 꽃이 들려있어야 하는 건데 고
작 500원짜리 소세지 네개라니..... 다른 여자들 같았으면 이게 뭐냐고 콧방귀를 뀌면서 손을 쳐내고도 남았을 테지만 역시
우리 애란인 달랐다.
손에 천하장사 소세지를 들고 뇌물처럼 받치는 이 순간에도, 아직 상황 파악이 잘 되지 않는 듯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서
있는 아류를 향해 건방지게 한 번 피식 웃어주더니, 왼손으론 소세지를 챙기고 오른손으론 벙쪄 있는 아류의 머리를 쓰다듬
어주며 유유히 뒷문으로 사라지는 애란이다. 잠시 멍하니 서서 애란이의 잔상을 쫓아 고개를 돌리다가, 금방 정신을 차리고
쫄래쫄래- 뒤따라 나가는 아류 놈.
"아..... 뭐 저런 것들이 다 있어?"
절대 평범하지 않아. 근데 왠지.... 아류가 애란이한테 완전 잡혀 살 것 같다. 나 말고 아류를 때린 여자도, 머리를 쓰다듬
어준 여자도 오애란 니가 처음이야. 그래서 아류도 많이 당황스러워 하는 것 같았지만. 어쨌든 이제 둘이 진짜로 사귀는 건
가??
-오늘 뭐해?
"나 오늘 바빠."
-뭐 하는데~
"시험도 얼마 안 남았고 해서."
-설마 공부???
"응."
사실 오늘 공부는 예정에도 없었고, 애란이 기집애는 다시 아류랑 잘 됐다고 또 종례 마치자마자 쌩 나가버리고.. 아로하도
출장 간 마당에 딱히 할 일도 없었는데, 혼자 외로이 하교를 하던 중 김태양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바쁘지도 않으면서 바쁜
척 하며 요즘엔 관심도 없는 공부 핑계를 대고 있는 나한테 공부 그건 중요한게 아니라며 같이 놀자는 놈. 얘도 미술과라고
하지 않았나?? 소아도 그렇고 김태양도 그렇고 대학 안 갈 건가??? 실기 준비엔 아예 관심 없어보이는 두 사람.
-나 바쁘다니까!? 멍청이."
-나 멍청이 맞아. 그러니까 나랑 놀아. 수업 언제 끝나?
"나 끝날라면 아직 한참 멀었어!!"
-아... 진짜?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그럼 지금 앞머리 까고 사탕 빨면서 혼자 촐랑맞게 내려오고 있는 사람은 누구지?? 돼지랑 똑같이 생겼는데.
나 시력 완전 좋아 돼지야~ 게다가 요즘은 유치원생들도 안 들고 다니는 노란색 세일러문 가방까지 앞으로 메고!!
헐.... 최대한 외로운 티를 내지 않기 위해 기분 좋은 척, 무슨 신나는 일이 있는 척, 두 다리로 리듬을 타며 교문을 향해
내려가고 있다가. 어디선가 나를 보고 있는 듯한 김태양의 말에 우뚝 멈춰서 주위를 살펴보면, 교문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바이크를 대놓고 그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손을 흔들고 살짝 웃어보이는 김태양.
"역시 내가 아는 돼지가 맞았어. 거짓말 되게 뻔뻔하게 잘 한다!!"
난 여태 살면서 지처럼 뻔뻔한 사람은 본 적이 없고만, 누가 누구더러 뻔뻔하데???
"흥."
콧방귀를 뀌면서 자신의 옆을 그냥 지나치는 내 뒤를 천천히 따라오는 놈.
"야. 너 왜 그냥 와??"
"응???"
"저거 니꺼 아니야?"
"아닌데?"
"아, 그래...."
난 저 오토바이가 김태양 건지 알았는데 아니랜다. 근데 왜 괜히 앞에 서있고 난리야 사람 헷갈리게!! 바이크를 향해 쭉 뻗
어있던 손이 민망해져서 얼른 거두고 다시 앞을 보며 걷고 있는 나.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와서 내 손을 스윽- 잡는
김태양. 나는 놈을 흘겨 보며 말했다.
"500원."
"500원?"
"내 손 잡을 때마다 1초에 500원씩이야."
"완전 도둑이네! 그럼 한 시간이면 얼마야?? 3만원???"
난 다시 한 번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0.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바로 계산해서 말해버리는 김태양의 머리에 감탄하며.
"오... 너 공부 잘 하나봐?"
"셈이 좀 빠른 편이지. 미술 다음으로 내가 잘 하는게 수학~"
"오... 안 그렇게 생겼는데."
"그럼 어떻게 생겼는데?"
"공부 못하는 뺀질이처럼 생겼어. 맨날 여자나 후리고 다니는 영양가 없는 카사노바!!"
"내가?? 왜!!!! 얼굴이 너무 잘 생겨서 니가 오해하나 본데. 아니거든???"
"웃기시네. 니가 클럽에서 한 짓이 있는데!!"
"클럽....??? 아, 그건!!"
"쯧쯧쯧."
그날의 김태양은 분명히 싸구려 여자 하나 끼고 찐하게 키스를 나누며 끈적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그때 내가 끼어들지 않았
으면 분명히 누울 기세였다. 그날 일을 들추자 갑자기 흥분하며 변명을 늘어놓으려고 하다가, 내가 혀를 쯧쯧- 차며 고개를
저으니 다시 다문 입술. 무슨 말을 해도 내가 변명으로 밖에 안 들을 걸 알았는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혼자 입술을
씰룩거리며 얌전히 내 손을 잡고 따라오는 김태양이다. 놈이 꽉 잡고 있는 내 손을 슬쩍- 한 번 바라보고는 다시 정면을 보
는 나. 어차피 놓으라고 말해봤자 씨도 안 먹힐 텐데 괜히 내 입만 아프지.
"돼지야."
"왜."
"오늘 내 애인이지? 친구 아니지??"
"....."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물끄러미 얼굴을 올려다 보면, 잠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내 이마에 쪽- 입맞추는 김태양.
"고마워."
"뭐가??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해줄 거잖아."
"헐."
"우리 돼진 착하니까 해줄 거야."
아..... 저 눈빛. 내가 정말 해줄 거라고 믿고 있는 눈빛이 아니라, 제발 그렇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듯 간절하게 나를 바라
보는 눈빛.... 입도 웃고 눈도 웃는데 눈동자가 살짝 떨리면서 걱정이 잔뜩 서려있는, 저 모순에 가까운 표정. 너무 측은하
게 느껴지는 김태양의 모습에 난 또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마주치고 있던 시선을 거둬 다시 앞으로 걸어갈 뿐.
"아-"
"싫어. 내가 먹을 거야!! 그리고 이 손 좀 치워."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했더니 아이스크림 가게로 날 데려 온 김태양. 거기까진 좋았다. 맞은편에 앉지 않고 내 옆자리
에 앉더니 한 손으로 가볍게 내 허리에 팔을 두르고 자꾸 먹여주려고 하는 놈. 원래 누가 먹여주고 이런 거 좋아해서 아이
처럼 잘 받아먹긴 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아씨 형제들한테만 한해서지 그 외 다른 남잔 아니다. 더군다나 허리에 팔까지
두르고.. 누가 보면 진짜 사귀는 사이인 줄 알겠네!! 내 허리에 둘러져 있는 놈의 팔을 떼어 놓으며 말하자, 잠시 나를 바
라보다가.
"그렇게 많이 부담스러워?"
"당연하지. 남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어!?"
"둘이 사귀나보다 하겠지. 남자가 여잘 많이 좋아하는구나 하겠지!! 근데 니가 손해 볼 건 없잖아??
나처럼 잘생긴 남자가 좋아해주는데. 다들 부러워하는 시선이 느껴지지 않아???"
"꺼져!! 그놈의 자뻑은."
"만약에... 지금 너 남자친구 없으면. 그럼 나랑 사귈래?"
"나한테 만약에란 없어."
"그래도 만약에!! 만약에라고 멍청아!!"
"만약에 남자친구 없어도 너랑은 안 사귈거 거든???"
"왜...??"
"넌 내스타일 아니야. 난 너처럼 그렇게 여자 밝히고 야한 남자 싫어."
"나 그런 놈 아니라니까!!! 그땐 진짜!!!"
"됐거든??"
이번에도 변명을 들어 줄 마음이 조금도 없는 난 또 중간에 얘기를 뚝 잘라먹었고. 그런 날 보며 억울한 듯 씩씩대며 혼자
꿍시렁거리는 김태양. 그리고 한참만에 다시 차분한 얼굴로 돌아와서.
"그럼 넌 어떤 남자가 좋은데?"
"나?? 나는 포근하고 따뜻한 남자!!"
"니 남자친구가 그래?"
"응!! 그러면서 가끔은 무섭기도 하고, 애처럼 잘 삐지기도 하고.. 너무 귀여워!!"
근데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건 아닐까. 아직 그 사람을 못 잊은 건 아닐까 불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더 안달이나.
"그만해 질투나니까!! 이제 안 들을 거야."
"니가 왜 질투를 해??"
"좋아한다고 했잖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남자가 좋다고 얘기하는데, 그럼 질투 안 나??"
"이거 완전 거짓말쟁이구만???"
아이스크림을 크게 한 숟가락 퍼서 먹으면서 얘기하면, 똑같이 한 숟가락 퍼먹으며 '내가 왜?' 라고 묻는 김태양.
"너 아직 니 첫사랑 못 잊었잖아. 그런 수작 나한테 안 통해!"
"홍지애... 야 이 돼지야."
"왜."
"아주 너만 보면 깝깝해 죽겠다."
"뭐?? 왜!!"
"...됐다."
뭐야 저 죽일 놈. 지금 사람 무시하는 거지??
"아무튼. 내 첫사랑은 내가 좋아해도 좋아할 수가 없고, 사랑해도 사랑할 수가 없어."
알아..... 니 첫사랑은 죽었으니까.
"그래서 내가 너한테 부탁했잖아. 잊게 도와달라고. 그러니까 니가 협조 좀 해줘!! 오늘까지 딱 세 번.
진짜 내 애인처럼... 해줄 수 있지??"
"난 진짜 이해가 안 되서 그러는데... 그게 말이 돼?? 나랑 만나면서 잊겠다는게 도대체 말이 되냐고."
"말 돼."
"어떻게??"
한참동안 진지한 표정으로 말이 없던 김태양이 다시 입을 열기 시작한다.
"아직 헤어질 준비가 안 됐는데 갑자기 헤어졌어. 분명 어제까지 사랑한다고 했는데, 그랬던 애가 갑자기 내 앞에서 사라진
거야. 그럼 넌, 잊을 수 있겠어??"
"아니."
"거봐. 그래서 더 보고 싶고 그립고, 미련도 많이 남아서.... 못 잊는 거야. 그래서 못 잊는 거라고."
"....."
"그러니까 니가 도와달라는 말...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지?"
"조금은."
"내가 더 이상 미련갖지 않게 나한테도 시간을 줘. 니 옆에서.... 널 잊을 수 있게."
"응...????"
"바보. 내 첫사랑이랑 너랑 똑같이 생겼다니까??? 우리 애인으로 만나는 3일 동안은. 나 너랑 내 첫사랑이랑
구분 안 할 거야. 그러니까 '너'가 맞아. 그렇게 놀랄 필요 없다고."
아....... 난 또. 햇살이 말처럼 얘가 정말 첫사랑이랑 나랑 착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놀랐었는데, 역시 그건 아니구나.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아서 피식 웃어버리자, 갑자기 내 손을 잡고, 내 네번째 손가락에 껴있는 반지를 한 손으로 가볍게 잡
아 빼는 김태양. 눈을 부풀리며 쳐다보자 가볍게 웃으면서 내 조끼 주머니에 잘 넣어주는 놈이다.
"뭐해?"
"나랑 있을 땐 잠깐 빼고 있어."
"....너 짱이다. 갑자기 무서운데??"
"내 여자친구일 땐 빼고 있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웃는 얼굴로 말하며 내 입술에 쪽- 뽀뽀하고는 아이스크림이 다 녹아서 이제 맛이 없다며 내 가방을 들고 먼저 일어나는 김
태양. 난 잠시 자리에 앉아서 놈의 얼굴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멍하니-
"왜??"
"아, 아니.... 그냥."
다른 남자가 내 입술에 뽀뽀하는데 나 왜 가만히 있지...??? 원래는 하지 말라고 화를 내야 하는데. 놈이 불쌍하다고 느껴
져서인가 이상하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저기 김태양...."
뒤로 자신의 가방을 메고, 한 손에 내 가방을 든 채. 다른 한손으론 내 손을 꽉 잡고 있는 김태양. 아이스크림 가게를 나와
몇 발짝 걷다가 내가 먼저 놈의 이름을 불렀다. 옅게 웃으면서 옆으로 고갤 돌려 나를 내려다 보는 김태양. 항상 봐오던 까
불까불한 모습도 아니였고, 첫사랑 얘기를 하며 슬퍼하던 모습도 아니였고, 클럽에서 봤던 것처럼 거친 모습도 아닌.. 편안
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띄고 있는 얼굴. 약간은.... 내가 좋아하는 아로하와 비슷한 느낌의 분위기.
"왜?"
"응?? 아니, 그게..."
"뭔데? 말해봐~"
원래는 니가 말 하는 3일에 스킨십도 포함이냐고 물어보려고 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꾸 뽀뽀해대는 녀석 때문에. 근데
너무 당연하게 '응' 이라고 할 것만 같아서 머뭇거리고 있으면, 걸음을 멈추고 약간 몸을 굽혀 내 눈높이와 맞춘 후 내 머
리를 살짝 헝클여 놓는 김태양. 첫사랑 얘기 할 때 빼곤 항상 웃는 모습만 보여주던 김태양이지만, 오늘처럼. 지금처럼 그
모습이 그렇게 예쁘게 보인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방금 내 머리를 헝클여주며 웃어주던 모습이 너무 예뻐서 또 잠시 멍해진 나. 김태양의 눈동자에 비치는 내 모습이 너무 바
보같아 보였다. 그리고 나를 담고 있는 김태양의 그 눈빛이 정말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너무 행복한 눈을 하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했다. 왜 내가 울컥하는진 모르겠지만, 왠지 김태양.... 그 첫사랑 잊을 수 있게 내가 도와주고 싶어.
"내 눈에 뭐 있어? 왜 그렇게 빤이 봐?? 부끄럽게."
가까운 거리에서 날 보며 계속 웃고 있는 놈. 놈의 눈에 비치는 내 모습만 계속 빤히 바라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뾰루
퉁한 표정으로 입술을 씰룩거리며 쭉 내밀었다. 그랬더니.
"아~ 뽀뽀해달라고?? 알았어!!"
그걸 또 오해하며 내 입술에 다시 한 번 뽀뽀하는 김태양 놈.
"에이 진짜... 아니야!!!"
놈을 팍 밀쳐내고, 손등으로 입술을 벅벅- 닦으면서 놈의 손에 들려있던 내 가방을 낚아채 걸음을 떼던 나. 정말 재수없게,
하필 이럴 때. 같은 예고 교복을 입은 친구와 팔짱을 끼고 놀란 눈으로 우릴 바라보는 소아와 눈이 마주쳤다. 아.... 젠장.
"소아야....."
"태양아..."
"어? 유소아!! 학원....!!"
난 소아의 이름을 불렀지만, 소아는 김태양의 이름을 불렀고. 소아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던 김태양은, 갑자기 자신의 품에
덥썩 안기는 소아를 보고 놀란 듯, 하던 말을 멈추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나 너 좋아해 태양아..... 지애랑 만나지마."
"야.... 너 지금, 무슨....."
"지애도 알아. 내가 너 좋아하는 거... 그치 지애야...?"
여전히 김태양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나를 향해 묻는 소아.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떡거리면, 또
그런 내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김태양. 아..... 내가 잠시 미쳤었나봐. 분명 소아가 김태양을 좋아한다고 했었는데 바보
같이 그걸 잊고 도와주려고 했었다니. 아무리 김태양이 불쌍해도 내가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방금 나 때문에 상처 받
았을 소아를 생각하며 작게 미안하다고 말한 후 급하게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밤.
"왜....."
"너 반칙이야 그거."
"뭐가..."
"니가 그냥 도망가버리는 바람에 하루가 그냥 날아가 버렸잖아."
또 다시 집 앞에 찾아와 공원 앞에서 다시 만난 김태양. 처음에 나오라고 했을 때 안 나간다고 했더니 나올 때까지 기다린
다고 하길래,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 끊었는데도 자꾸만 신경쓰여서 결국 2시간 만에 공원에 와있는 나.. 자판기 옆 벤치에
혼자 앉아있는 김태양 앞으로 가, 고개를 푹 숙이고 천천히 땅을 차며 물었더니 저렇게 말 하는 놈이다.
"소아가 너 좋아해."
"그래서?"
"응??"
"유소아가 나 좋아하는 거랑, 니가 나 도와주는거랑 무슨 상관인데?"
"소아랑 나랑 친구잖아!!"
"너 나 진짜 좋아해??"
"뭐???"
"아니잖아. 상관 없잖아 그럼."
"그래도..."
"니가 제대로 안 도와주면 나 너 절대 못 잊어. 계속 이렇게 옆에서 맴돌지도 몰라. 그래도 좋아?"
"....."
"그럼 너도, 나도... 그리고 니 남자친구까지 모두 다 힘들어질 텐데, 그래도 좋냐고."
"그건 싫어..!!"
갑자기 일이 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렇게 되면 내가 아로하랑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나서 눈에 애꿎
은 눈물이 고여왔고, 젖어드는 목소리로 얘기하는 날 보고 작게 한숨 쉬더니 날 자기 품에 안아버리는 김태양. 2시간 동안
밖에서 날 기다린 탓에 차갑게 얼어버린 몸으로 날 꽈악- 안아주면서.
"그러니까 바보야. 딱 세 번이라고 했잖아. 오해 안 생기게 할 테니까, 딱 그만큼만... 딱 그만큼만 나 도와줘.
나랑 있을 땐 다른 사람 생각하지 말고 제발 내 생각만 해줘. 그럼... 다신 니 앞에 안 나타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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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주말 잘 보내세요 ♡
아잉밥호, 슬픈사랑주인곤, 석아가자, 미안해..그사랑 늦게깨달아서.. 똘이맘, 나리용, 달콤한샴푸♡
로맨시s, 샬라카둘라, 고구마쫑, 꿀한통설탕두스푼, lussy93, 감지틔, 떠날꺼야, 베베베이비, 뿅쟉히
감사합니다 ♡
첫댓글 ㅜㅜ흑... 불쌍해요 태양이.. 그치만 지애는 로하가 잇다는거..ㅠㅠ 요샌 아민이 얘기가 안나와서 슬프네용..ㅠㅠ 에효.. 태양이 때문에 로하랑 지애사이에 오해 생기는건 아닌지..ㅠㅠ 담편두 완전 기대할게요^^업쪽주세요 ㅎㅎ
아 그쵸 ㅠㅠ 아민이가 처음엔 류보다 많이 나왔는데 요즘 좀 밀렸죠 ㅋㅋㅋㅋ 다른 얘기 다룰게 많아서 좀 밀렸네요 ㅠㅠ 다시 등장 시켜야겠어용 ㅋㅋㅋ 그나저나 태양이도 불쌍하고 이런 ㅠ 담편도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당~~ ㅋㅋ
마져~ 태양이가 불쌍하긴하짐나,,,, 로하가 있으니까~~설마지애가 다시 태양이한테 가버리는거 아니죠?ㅜ
ㅋㅋㅋㅋ 그럴까요? ㅋㅋㅋ 아 어떻게 할까요 ㅋㅋㅋ 태양이도 불쌍하긴 하지만 ㅠ 님 말대로 로하가 있으니까 ㅠㅠ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ㅋㅋ 감사합니당 ㅋㅋㅋ
ㅋㅋㅋㅋ 그럴까요? ㅋㅋㅋ 아 어떻게 할까요 ㅋㅋㅋ 태양이도 불쌍하긴 하지만 ㅠ 님 말대로 로하가 있으니까 ㅠㅠ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ㅋㅋ 감사합니당 ㅋㅋㅋ
재밌어요 ~ 태양이보단 로하가 더좋아요 ㅜㅜ
ㅋㅋ 역시 태양인 어쩔 수 없나봐요 ㅠㅠ 로하가 너무 막강한 ㅋㅋㅋ 감사합니다~~
아하하 재밌어요!!ㅠㅠ 전편꺼 다봤어요 ㅠ ㅋㅋ 이거 하나 댓글 올려서 죄송해요 ㅠ 이제부터 열심히 봐서 하나하나 다올릴꼐요!! 그리고 지애가 태양이랑 만나고있음 아 ㅠㅠ 로하는 알고있나??ㅠㅠ 태양이도 아프겠어요 ㅠ 헝헝 ㅠㅠ 로하야 얼른 돌아와요오!ㅋㅋ 소아는 어떡해 ㅠㅠ
ㅋㅋㅋ 아직 로하는 모르죠 ㅠㅠ 아무것도 모르고 지금 홍콩에서 열심히 일만 하고 있어요. 그래도 완전히 마름이 놓이진 않겠죠? ㅋㅋㅋㅋ 그동안 ㅈ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ㅠ 앞으로 계속 뵐 수 있었음 좋겠어요~~ ㅋㅋㅋ
흑~~ 태양이 넘 불쌍하다~~
태양이 불쌍하죠 ㅠㅠ 그쵸 ㅠㅠ 아흑 ㅋㅋㅋ 태양이도 많이 응원해주세요~~
아 태양이 너무 불쌍해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한테 하루아침에 차인것뿐아니라 그 여자 기억속에는 더 이상 자기 자신이 없고 이렇게라도 3일간 사귀면서 잊어야하는 사실이...흑흑
그쵸 ㅠㅠ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사람한테 차이는 기분 ㅠ 정말 아무도 모를 거에요. 사실 저도 그게 어떤 맘인지 잘 모르겠지만, 정말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차이고 나면 안그래도 힘들텐데 이제 아예 기억도 못하니 ㅠㅠ 얼마나 서럽고 마음이 아플까요. ㅠㅠ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한꺼번에 보셨군영 ㅋㅋㅋㅋ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쭉 지켜봐주세용 ㅋㅋㅋ
대체 어쩌라는 건지...... 소아도 불쌍하고 태양이도 불쌍하고 로하도 불쌍하고 라희도 불쌍하고 맞고사는 아류도 불쌍하고 ㅋㅋㅋㅋㅋ 안불쌍한 사람이없네 없어
맞고사는 아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은 다들 불쌍하지만 언젠가 다들 행복해지겠죠? ㅠ 그런 날이 빠리 와야할텐뎅... ㅋㅋㅋ
아그래도안되는데우리로하엄청불안해할텐데 ㅠ ㅜ
그쵸 ㅠㅠ 로하가 알면 아마 불안해서 일도 제대로 못할 거에요 ㅠㅠ
점점 태양이가 미워지려고 해요ㅜㅜ
태양이 ㅋㅋㅋ 불쌍하긴 해도 약간 미움사는 캐릭터죠 ㅠㅠ 어쩔 슈 없이 ㅠㅠ 그래도 넘 미워하진 마세요 ㅠㅠ
태양이가불쌍하긴하지만..그래도미운건어쩔수없다ㅠㅠ 그냥빨리로하가왔으면
제가 봐도 그런것 같아요 ㅠ 불쌍하긴 해도 어쩔 수 없는 듯 ㅋㅋ 로하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ㅋㅋㅋ
재미있게 읽었어요..^^ 기억이 돌아와 로하에게 가길...ㅎㅎ 자기 똥강아지는 기억했으면..ㅎㅎ
ㅋㅋㅋㅋ 지애 기억도 조만간 돌아오겠죠? ㅋㅋ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재밌게 지켜봐주세용 ㅋㅋ
아 뭐야 태양이ㅜㅜㅜㅜㅜㅜ시러 꺼져 로하가 보면 또 무슨오해할려고ㅜㅜ
로하는 지금 출장가고 없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돌아와서 보면 아마 가슴이 무너지겠죠 ㅠㅠㅠ
아소에서 완결된거 보고 여기로 슝 ! 날라왔어요 ㅋㅋㅋ 태양이 정말 불쌍한거같아요 ~~
아 ㅋㅋㅋ 졸파 말씀하시는 거죠? ㅋㅋㅋ 태양이 ㅠㅠ 불쌍하죠; 로하랑 태양이랑 둘 다 응원해주세요 ㅋㅋㅋ
태양아 지애를 놔주는게 어떨까...
태양이;; 아우 ㅠㅠ 태양이만 생각하면 한숨이 ㅠㅠ
잘봣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