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가을입니다. 정확히 8월 15일에 여름이 꺾이더니 보름이 지난 오늘
기숙사 에어컨을 닫았습니다. 작년 여름 개 고생을 했는데 올해는 에어컨 덕을 톡
톡이 보았어요. 들판의 나락이 1m 정도로 키가 컸고 제법 낱알이 여물었더라고요.
앞으로 한 달이면 연두에서 진노랑으로 컬러가 바뀔 것입니다. 농부도, 예공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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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열심히 지었으니 땀 흘린 만큼만 수확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벼르던 수녀원
근처로 일을 나갔어요. 안성엔 수녀원이 세 곳 있고, 수도원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사실 가톨릭 입장에서는 안성이 아주 중요한 곳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성당인
'미리내'부터 국보급 성당이 대여섯 개가 될 것입니다. 성당은 개신교의 예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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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이고 수도원이나 수녀원은 기도원 같은 곳입니다. 안성에 수도원은 작년(2018)에
착공식(삼죽면)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간 곳은 '요셉애덕 수녀회'입니다.
참고로 저는 프로테스탄트 크리스천입니다. 조국에 있는 성당은 명동성당부터 서너
곳을 방문했고, 미사도 참관해보았으나 수녀원은 아직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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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것처럼 루터는 가톨릭 신부, 수도사, 신학자이었는데 가톨릭 교황인
레오 10세가 성 베드로 대성당의 신축비용 확보를 위한 면죄부 발행을 남발하자,
자신의 직장인 비텐베르크 대학 정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붙인 일로 파면을
당합니다. 루터가 교황청으로부터 파면 통보를 받은 것은 사건 발생 3년 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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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는 파문 경고장을 받고 루터하우스 근처 공터에서 파문 위협 교서와 로마 교회
법전을 불태웠다고 합니다. 당시 불태워졌던 자리에는 이를 기념하는 '루터의 참
나무'가 심어졌대요. 루터가 1484년 생이니까 535살이 되네요. 그래서 종교 개혁
500주년이란 소리를 하나 봅니다. 우리나라로 하면 성종 임금님 살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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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제가 오늘 루터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그의 아내 카타리나 폰 보라의
수녀원 생활을 쓰고 싶었습니다. 카타리나 폰 보라(캐서린 폰 보)는 1499년 1월
29일 생입니다. 6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베네틱트 수도원에서 교육을 받던 중 16
살에 수녀가 됩니다. 이 무렵 루터의 저서를 읽은 카타리나는 자신과 뜻을 같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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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 12명과 탈출 계획을 알리는 편지를 루터에게 보냅니다. 탈출에 성공을 한 후
시간이 지나자 카타리나를 제외한 11명의 수녀가 모두 결혼을 하였고 그녀의 나이
26세에 42세의 루터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루터가 처음에는 카타리나와의 결혼에
반대했다고 해요. 호감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언제 이단으로 몰려 사형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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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지 모르기 때문이었습니다. 보통은 수녀로 받아주는 나이가 32세라고 해요.
당시 16살 차이가 나는 어 예쁜 신부를 아내로 맞은 루터는 카타리나가 아니었다면
종교개혁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대요. 카타리나는 수녀원 생활을 일찍부터 해서
검소하고 부지런했을 것입니다. 이후 20년 동안 살면서 루터가 풀타임을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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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던 것은 아내 덕이라고 봅니다. 저는 지금도 목회자의 사모는 미모와 함께 잡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속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의 아내는 나를 지극히
사랑해 주었다(루터)"는 말을 들으니 냉장고 위에 정 남호 목사 사진을 붙여놓았던
진실이 모친이 떠오릅니다. 부산에서 목회를 한다고 들었는데 잘 지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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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도 주의와 교회 세습 문제로 바람잘 날 없는 개신교 1세대 목사들이 다들 산
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을 보습니다. 저도 쉐퍼박사의'라브리 공동체' 정도는 나이
들어 하고 싶기는 했는데 지금 이 순간 접으렵니다. '양평 모세 골', 포천 '은 성
수 도원', 가평 '필그림하우스' '떼제 공동체' 임영수, 엄두섭, 홍정길, 최일도 목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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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자기 분야에 성공한 분들입니다. 한때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가 '관상기도'
라는 것을 했는데 '침묵 기도' 형식인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엄두섭 목사는
얼굴은 보지 못하고 '영맥'이라는 두꺼운 책을 '떼제'운동하던 지인을 통해 소개받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은 성수 도원은' 엄두섭목사가 장신 쪽에 기증한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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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니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다들 퇴역군인(보수)이라는 점입니다. 영락교회 담임
이었던 임영수 목사나 이동원 목사는 성경학자라고 할 만큼 인텔리전트입니다.
아마 현역 시절엔 교수도 했을 것입니다.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뜸을 들이냐면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과 구별을 하려고 한 일이 성찬식을 하지 않는 것과 수도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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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애는 것입니다. 그런데 복음주의자의 대표주자들이 앞을 다투어 다시 수도원을
부활시키는 듯한 인상이 듭니다. 내참 어이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저는 이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