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퇴근길에
혼자의 적막함을 채우려 비디오 대여점에 들렸다.
남편은 일터에
아이들은 단과 학원으로 가는 날이고.
사람의 머리속에
아니, 가슴속에 남아 있어야 하는 추억...
나보다 먼저 이 세상을 산 선인들의 말을 빌자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추억으로 산다고들 하는데...
"이터널 션샤인"
이 영화는...
조금은 색다른 소재를 가지고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나간 약간은 엉뚱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처음을 지나... 중반부로 갈수록
뭔가... 난해한 느낌으로 혼란스러웠는데
영화의 내용은 아주 단편적이었다.
그러나, 그 단편적인 단순한 모습들 속에서
지나 온 삶의 발자취를
되돌아 보게 하는 영화였다.
영화에 대한 기대보다는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딸아이에게 보여 주려 이 영활 선택했는데
의외의 내용과 연기자들의 연기 또한 너무 괜찮았다.
요즘 딸아이가 모대학에서
시나리오반과 소설 창작반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진로를 미리 결정해서 그것에 맞게 공부를 하고 있다.
해서, 엇그제 일요일도 나가기 싫다는 것을
억지로 꼬드겨서 영활 보고 왔다.
"그녀가 당신이라면"
동생은 외모만을 내 세우고
언니는 실력만을 갖춘
두 자매의 이야기를 코믹터치로 그린 영화였다.
나의 지난날 처럼...
딸아이의 삶엔 시행착오가 조금이라도 덜 하길 바라는
엄마로서...보다는
인생 선배로서의 인도쯤의 차원에서 말이다.
누구나 생을 살아 오면서
혹은, 살아 가면서의 시행착오는 필수적이겠지만
그 시행착오의 양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질과 양이 달라지리라 생각된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말이다.
*(각본 찰리 카프먼)
*(감독 미셸 곤드리)
짐캐리... 하면 마스크의 눈동자를 굴리는 모습만이
내게 각인되어 있는데
의외의 그의 진지한 연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것에 놀랬다.
또한, 케이트 윈슬렛...하면
타이타닉의 고전적인 우아함이 먼저 떠오르는데
여러가지 색갈로 물들인 단순 무식한 사고의
변신도 꽤 봐 줄만했다.
어지러운 진행속에서 초반에 중반으로 넘어 갈 때는
약간의 난해한게 혼란이 왔는데 종반에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이 아주 매끄러웠다.
사랑과 이별의 감정의 솔직함...
삶에서... 솔직함만큼... 진실한게 또 있을까 싶다.
내 주변이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의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을까?
위의 사진은 포스터에 실린 사진이다.
글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 조엘(짐 케리)가 소풍 간 호수
단단한 얼음으로 된 호수에
어두운 야밤에 둘은 소풍을 간다.
소심한 조엘은 무서워서 호수로 걸어가지 못하자
약간의 무대포인 글레멘타인이 괜찮다고 이끈다.
그리고, 나란히 누워 하늘의 별자리를 보면서
둘은 얘길 나눈다.
.
.
.
서로 다툰 그들은
클레멘타인이 자신의 기억을 지운 걸 알고
조엘도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는 작업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엘은
클레멘타인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기억에 남은 대사... 조엘이 소리친다.
"내 말 들려요?"
(Can you hear me)
"이 기억만은 지우지 말아줘요."
(I don,t want this any more! I want to call it off!")
.
.
.
기억을 지운다는 것...
사랑의 아픔때문에 이겨내기가 버거워
추억을 지운다는 설정...
사람의 머릿속에
아니, 가슴속에 남아 있어야 하는 추억...
평범하고 진지한 로엘과
단순 무식한 사고와 행동을 하는 클레멘타인의 관계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
즉흥적인 말과 행동이 얼마나 아픈 상처를 주는지
나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사랑은 음미하는 거라는 어느 영화속의 대사가 생각난다.
사랑은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아니면, 이별로 결말이 나든
사랑...은
행복이라는 것을 근본으로 하고 있다.
더 많이 사랑하면서 억울해 하지 말고
또한 집착하지 않고
그렇게 흐른다면...
사랑만큼 위대하고 아름다운게 또 있을까!
=== 기 차 여 행 ===
끝으로 제작노트를 검색해서 가겨왔다.
제작노트를 읽고나서는
이 영화에 더 애착이 가는건 어쩔 수 없는 나의 아날로그식 사고 때문인 듯 싶다.
장르의 구속을 거부한 가장 창조적인 러브스토리
<이터널 선샤인>은
‘뇌사 상태에 빠진 헐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물에 대한 카우프만의 멋진 힐책’이라는
뉴욕포스트의 평처럼 기존에 봐왔던 여느 러브스토리와 다른 새로움이 가득한 영화다.
그러나,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기억 삭제라는 소재를 가장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로 탈바꿈시킨 것은
바로 우리 주변에서 마치 일어나는 일처럼
현실감을 더한 촬영방식과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결합한 결과다.
데뷔작 <휴먼 네이처>에서
인공적인 셋트를 통해 환경을 통제한 미셸 공드리 감독은
<이터널 선샤인>의 경우에 반대로 접근한다.
몬타우크 해변과 웨인스콧의 저택,
브룩클린의 바, 메디슨 스퀘어 공원, 찰스 강, 125번가 지하철 역 등 뉴욕의 명소는
모두 셋트가 아닌 뉴욕에서 실제로 촬영되었다.
‘특수효과는 적게, 하지만 스펙타큘러하게’를 모토로 한 감독은
그가 연출한 뮤직 비디오와 CF 촬영에서 사용했던 카메라 트릭 역시 최대한 자제했다.
‘클레멘타인’과의 아픈 사랑의 기억을 삭제하는
‘조엘’의 기억 속 어린 시절 부엌 테이블 장면은
CG나 카메라 트릭이 아닌 초창기 영화촬영법을 응용한 것이다.
테이블의 크기를 뒤로 갈수록 커다랗게 제작하고,
가구들 역시 마찬가지로 만들어 앞쪽에 서있는 케이트 윈슬렛보다
짐 캐리가 상대적으로 어린아이처럼 작게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를 만들었다.
또한, 라쿠나의 기억제거장치는
말기 뇌종양 환자들의 뇌스캔에 사용되는 장치를 응용해
낯선 첨단과학장비처럼 보이지 않도록 유도했다.
미셸 공드리 감독은 관객들이 장비 같은 곳에 현혹되기 보다
스토리와 캐릭터를 따라가기를 원했고,
이 때문에 라쿠나社의 모습은 우리 주변의 흔한 사무실 모습 그대로다.
리허설 없이 진행하는 독특한 촬영스타일은
짜맞춘 듯 준비된 연기보다는 배우들의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그대로 흡수해 한층 자연스러운 연기를 이끌어냈다.
‘하워드 박사’ 역의 베테랑 연기자 톰 윌킨스는
처음 부담스러웠던 촬영방식이 나중에는 해방감을 안겨주기까지 했다고 전한다.
현장상황에 따라 시각적, 정서적으로 새로운 비전을 끊임없이 제시하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독특한 연출법은
촬영지 인근에서 펼쳐진 한 서커스단의 코끼리 퍼레이드에
모든 스텝과 배우들이 갑자기 달려가게 만들기도 했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나눈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순간 중 하나가
뉴욕거리 한복판에서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촬영이었던 것이다.
장르의 구속을 거부한 스토리, 평범함을 거부한 창조적인 촬영방식,
그리고 매 테이크마다 자유롭게
각자의 연기역량을 펼친 배우들까지 완벽한 호흡이 함께 한 영화.
바로 <이터널 선샤인>의 사랑이 새로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