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론 삼사 년 되었지 싶다. 하릴없이 거리를 돌아다닌 다던가 또는 마음먹고 근처 천변을 거닌다던가 할 때 보고 싶지 않아도 눈에스치는 각종 이름모를 꽃이며 나무며 풀들의 이름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불쑥 올라 왔다. 들은 풍월은 있어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들어가서 식물이름찾기무료어플을 깔아 놓고실행을 해보니 지랄개뿔(지송)이나 당체 작동법도 내 실력으론 도저히 모르겠고 그래도 아쉬워 잊을만하면 또 무료어플을 어지간히도 기웃거려 봤다. 결론은 cbr넘들, cbr넘들 뭔 광고 못하다 죽은 귀신이 쓰였다냐 돈벌이가 그리도 없더냐 뭔 결제? cfr넘들(더 지송) 내 노래방 갈 돈은 있어도 그깟 풀떼기 이름 알고 싶다고 쓸 돈은 없다. 우몽 참 구제불능 가련한 넘이 제 이 -,.-;;
그렇게 포기했다.
만난지 얼마 안 된 동료 중에 약간 모자란 동료가 있는데 뭐...팀이 5 명인데 우리 네 명은 그리알고 있고 본인은 아는지 모르는지는 까놓고 물어 볼 수도 없어 모르겠는데 가령 우몽이 쉬는 시간에 주위에 조선 솔방울이나 뽕잎이나 등등 보이면 차나 끓여 먹던지 술이나 담든지 하려고 주섬주섬 봉다리에 담고 있으면 꼭 옆에 와서는 그거 다 오염된 거여 꼭 이런다. 그럼 난 속으로 그려 넌(세 살 위 형이지만 속으로는 괞찮지 싶다) 계란도 오염된 거라고 안 먹는 풍신이니 대꾸는 패스하마..
그런 풍신이 바닷가 태생이라 그런지 가령 또 해변가에서 일을 할 땐 호기심 만땅 우몽은 뭐가 그리도 궁금한 게 많은지 쉬는 시간이면 썰물에 드러난 그 바글바글한 각종 생명체들의 이름을 동료들에게 물어 보면 다들 모르거나 별 관심도 없는데 그때마다 풍신이 다가와 그거 밤게여 보름달 되면 껍질이 연해져. 게장으로도 먹을만 혀 . 그거 칠게여 보통 튀겨먹으면 맛있지
등등 ..근데 난 이젠 안 먹어 오염됐으니까..지랄 잘 나가다가 말이지.. 그래도.. 어럅쇼 난 속으로 햐! 이 풍신 봐라!!
일할 땐 자타공인 분명 많이 모자라다. 팀장급의 동료가 챙겨서 들어 온 사람이라 그러려니 하고 우리가 조금 더 하면 되니까..
또 한 날 나는 풀 섶을 뒤적거리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이 풀은 눈에 많이 익은 놈인데 야관문인가? 갸우뚱 갸우뜽 거리고 있는데 저만치서 가끔 존경스런 풍신이 스마트폰으로 풀인지 꽃인지 뭣인지 쪼그려 앉아 뭘 찍고 있었다. 난 속으로 또, 햐 저 풍신이 고상한 취미도 있구나 싶어 다가가 뭘 찍는 기요? 물으니 응..이렇게 찍으면 풀 이름이 나와..
순간 거짓말 일 점도 안 보태고 난 머리에 벼락이 튀었다.. 오 싸부님은 이렇게도 강림하시는구나 간절하면 통할 수도 있다카더니 ..
형!! 그거 유료 어풀이여 무료 어풀이여 제발 나 좀 갈챠주시오 다가가니..
뭔 개풀 뜯는 소리냔 듯 보여 주며 가르쳐 주는데 아!!! cbr!!! 갑자기 나의 우뇌는 빛으로 쌓이고
좌뇌는 cfr으로 요동쳤다. 좌우가 바꼈나? 뭐 암턴...그건, 오.. 네이버였다. 난 이토록 나만 모르는 투성이일까 ..속으로 감격과 함께 자학통한의 눈물을 씹었다..네이버 홈 화면 검색창 옆에 동그란 아이콘 말이다. 그걸 콕 누르면 큰 동그라미가 뜨면서 거기 보면 파파고번역기도 있고 등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난 오로지 그 가끔존경풍신싸부가 가르쳐 준 렌즈아이콘만 달덩이처럼 보였다. 그걸 꽃이며 풀이며 들이대고 찍으면 네이버가 잘도 가르쳐 주었다. 그렇게 쉬는 날 가끔 나의 산책길은 때론 새벽 다섯시에 나가면 오후 2 시에 집에 들어올 때도 있다. 대관절 꽃 이름 풀 이름이 도대체 돈이 되냐 뭣이길래 그토록 굳이 알고 싶었고 이름을 불러 주고 싶었단 말이냐. 어쩜 죽을 때도 된 겨 옛날 같으 봐 벌써 죽었어도 안 이상하지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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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글코 눈꽃님, 조깅도 좋지만 너무 힘들 땐 우몽처럼 함 해 보십쇼. 단점은 우몽처럼 대책없이 하릴없는 놈이나 가능하단 건데요..거리를 걷다가 식당 앞이나 공원이나 눈에 확 들어오는 이름 모르는 꽃들도 있잖아요 .그거 쪼그려 앉아서 찍고 찍고 하다보면 거 솔차히 운동도됩디다 윙크 ^.)
첫댓글 재미있게 읽었어요^^
우몽님 어린이처럼 이것 저것 궁금한 것이 많으셔서 신선해 보여요.
궁금한 것이 많으면 삶이 지루하진 않죠?
생존을 위해 에너지가 소모되는 모든 것들에 지쳐가더라도
가끔 어떤 대상에 대한 호기심에 눈이 반짝일 때도 있어요.
호기심은 지적 갈망인데
삶의 무의미함에 빠져 있을지라도 무언가에 대한 지식이 습득될 때는 그 지식의 의미/무의미를 떠나 그쁨을 주거든요.
붓다를 알기 위해 시작된 지적 갈망으로 붓다께로 인도 되었는데..
지금 붓다의 가르침과 더불어 세상은 알고 싶은 것들로 가득 차 있어요.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 백년은 족히 더 살아야 할 것 같아요.
그러한 지적 갈망이 내 삶의 의미인 것은 아니나
의미가 아니라하여 그것이 가치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배움이 가치 있어서 배우려는 것도 아닌...
횡설수설 같은데
어쨌든 삶은 아무 의미 없으나, 배우는 것은 즐거움이 있고
즐거움이 있다고 의미있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우몽님 구수한 글재주가 이런 저런 생각들을 끄집어내게 하네요.
고맙습니다.
일부 거친 표현은 독자들의 품위를 고려해 수정했고요-.,-;; 재밌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화이링!!(^.^) 그리고 글재주라뇨..나오는 데로 씨부리는 넘이라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