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부유한 가난뱅이
아주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 돈을 쓸 줄 모르고 쓰지도 않으며,
심지어 안 좋은 곳에다 쓰려 한다면 비록 돈이 있지만 가난뱅이와 다를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선생경善生經》에 보면 시갈로와다(Sigalovada, 尸伽羅越)
장자가 어느 날 세상에서 가장 희귀하고 값진 멀구슬나무로
만든 금빛의 상자를 얻자 사람들에게 선포했습니다.
"이 값지고 귀한 물건을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에게 선사하곘소."
많은 가난한 사람이 그에게 금빛 상자를 달라고 찾아왔지만 시갈로와다
장자는 이 사람 저 사람이 와서 달라 해도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 아니오" 하면서 거절했습니다.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하면 물었습니다.
'장자께서는 진심으로 이 상자를 남에게 줄 마음이 없는게 아닙니까?"
그랬더니 시갈로와다 장자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이 금색 상자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이에게 선물하려 하는데,
누가 가장 가난한 사람인가 여러분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바로
우리의 국왕 파세나디 왕으로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입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파세나디 왕은 불쾌하지 짝이 없었습니다. '흥!
일국의 군주인 나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라고?'
왕은 당장 시갈로와다 장자를 불러들이라고 명령했습니다.
시갈로와다 장자가 궁으로 들어오자 왕은 갖가지 보물로
거둬둔 창고로 그를 데려가 물었습니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아시오?"
시갈로와다 장자가 답했습니다.
"여기는 보물을 쌓아놓은 금고입니다."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파세나디 왕이 큰소리로 시갈로와다 장자를 구짖었습니다.
"내게 이렇게 많은 재물이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어찌 나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라고 헛소문을 퍼트리는 것이오?"
시갈로와다 장자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요? 파세나디 왕이 비록
돈과 재물이 많으나 그것으로 백성들을 돌볼 줄 모르고, 국민 복리에 대해
신경 써 일하지 않으니 이것이 돈이 있어도 쓸 줄을 모른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시갈로와다 장자가 바로 이런 의미에서
왕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다고 말한 뜻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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