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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 이어...)---------------------------
드디어 집행을 위한 딱지를 붙이러 가는 날이 되었습니다.
법원사람들과 같이 나온 열쇠공이 현관문을 따고 다 같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떡!
이사를 가고 싹 비워둔 것이 아닙니까.
2-3일 전에 건너편 동으로 이사를 갔다고 이웃에서 말해주네요.
그런데 헐... 싱크대를 싹~ 뜯어가 버린 것입니다.
그 바람에 벽은 여기저기 망가지고... 끄응...
현관열쇠를 바꾸었습니다.
단골 열쇠 집을 불렀으면 훨씬 적은 비용이 들었을 텐데...
법원사람들과 함께 따라온 그 분은 단가가 좀...^^
집행관이 법원에 돌아가기 전에 그들이 가져온 안내장을 현관 앞에 붙이더군요.
낙찰자의 허락 없이 함부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가 들어있던 걸로 기억을 합니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그 집을 둘러보다 보니,
남겨둔 쓰레기 중에 된장이 한 통 있었습니다.
먹는 음식인데 버리기도 그렇고, 보아하니 정성들여 담군 것 같아서 나중에 돌려주려고 남겨뒀습니다.
다음날, 임차인이라면서 전화가 왔습니다.
왜 함부로 남의 집에 들어갔냐고...
그런데 그동안 저와 싸우던(?) 그 아주머니가 아닌 다른 사람 목소리였습니다.
제가 그랬죠.
“남의 집이 아니라 제집인데요...
그리고 억울하신 게 있으면 법원 가서 따지십시오. 법원에서 한 일이니까...”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실제로 그곳에 살던 사람은 주인 김모씨이고,
임차인으로 법원에 신고 되어 있던 사람은 다른 사람 이모씨인데
서로 언니 동생 하는 사이였습니다.
그 주인 김모씨가 지금껏 임차인 이모씨인 것처럼 행세를 하면서
주인이 싱크대 떼어가라고 했다고, 그리고 중문과 보일러도 모두 나중에 주인이 물어주기로 했다고...
그렇게 서로 짜고 친 고스톱이었습니다.
(자꾸 웬 화투장 운운하냐구요...?
제가 사실 글도 떼기 전에 열두 달 동양화를 먼저 떼고,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에 할머니랑 둘이서
민화투다, 육백이다 다 뗀 사람이지만... 제가 한 20년 전에 고스톱이란 걸 쳐보고 요즘은 통~
화투장이란 걸 만져보지 못한 터라... 그리움에 자꾸...^^)
일주일 정도 지난 어느 날,
임차인으로 신고 되어있던 이모씨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배당금 찾아야하니까 도장을 찍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전화로 괴롭히고, 애를 먹이고...
그리고 싱크대를 뜯으면서 벽을 훼손시키는 바람에 싱크대에 수리비까지
적잖게 추가된 경비가 생각나서 괘씸했습니다.
법적으로 정당한 방법으로 집을 구매한 것뿐인데
완전 몹쓸 인간취급 당한 것까지 생각하니 좀 억울해졌습니다.
그래서 그랬지요.
원상복귀 시켜달라고, 그러면 도장찍어드리겠다고...
그랬더니, 원상복귀는 어렵고 그 싱크대가 중고로 싼 것이고
또 얼마간 썼으니까 그 중고 값의 반값으로 대신 치르겠다고 하더군요.
전체로 따지면 손해를 많이 봤지만, 그래도 그나마 조금은 위로가 되었지요.
가스 사용료를 내지 않고 가버렸기에 그 돈으로 나중에 그 비용을 내는데 사용했습니다.
며칠 뒤, 이른 아침에 이모씨가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워낙 꼼꼼하던 제 성격 탓에 괜한 분란을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명도확인서를 주면서 한 가지 확인도장을 찍어달라고 했습니다.
<남겨진 쓰레기는 낙찰자가 임의대로 버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
는 내용이었지요.
그래야 아무 걱정 없이 이것저것 남아있던 쓰레기를 버릴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했는데... 괜히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한 셈이 되어버렸습니다.
갑자기 이모씨가 그 내용을 보더니,
이 쓰레기를 쓰레기가 아니라 재산의 일부라고 우기면 뭔가 되겠다 싶었는지,
도장을 못 찍어주겠다면서, 앞서 준 싱크대 중고 값 반 준 것까지 돌려달라는 것입니다.
도장을 안 찍어주는 것은 상관없는데,우리도 이미 미납되어있던 가스비로 납부를 했고,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생각지도 않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그 이모씨...
고래~고래~ 고함을 치며,
게다가 거실바닥까지 주먹으로 치며 뒹굴며 울부짖기 시작했습니다.
“내 돈 내놔라 ~ 야 이 *아 내 돈 내놔라 ~ 내가 혼자 산다고 무시하느냐~
이 *아 ~ 아이구 사람 죽네 ~”
헉... 혼자 사는지, 둘이 사는지 전혀 아무 것도 모르는데...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
글구 또 죽긴... 누가 죽여?
갑자기 스스로 자해하고는 상대방이 그랬다고 죄를 뒤집어씌우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아파트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그려지고,
뒤이어 상상되는 주민들의 수군거림...
그 조용한 이른 새벽에 아래윗집 떠나가라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는 그녀...
체면을 중시하고, 공중도덕을 법으로 알고 지키며 살아가는
지독히 범생이자 동시에 너무나 연약한 여인인 나...
끔찍한 고문이었습니다.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 이모씨를 껴안았습니다.
저보다 훨씬 큰 덩치인지라 품안에 다 들어오지 않는 그녀의 몸을
감당할 수 없어 몸 대신 목 주변을 팔로 감싸 안았지요.
그리고는 등을 다독였습니다.
그러자 그 이모씨가 갑자기 켁켁 거리며 소리질러댔습니다.
“이 *이 목 졸라 사람 죽이려 하네. 아이고 켁~ 켁~”
허걱...
몸집 작은 제가 손아귀 힘과 팔뚝 힘이 좀 센 편이라
힘 조절이 제대로 안 되었나 보다 싶어 얼른 팔을 내리고
찬물 한잔 가져다 드리며 일단 물 한잔 드시라 하고
최대한 침착한 어조로 설득을 했습니다.
(사실은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에 간은 콩알만 해져 있었지만 아닌 척~을 좀 했지요)
그리고 일단 반감을 최대한 줄이고자
이모씨 두 손을 꼭 잡고 일단 말씀 좀 들어보시라 달랬습니다.
“고정하세요...
혹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드셨다면 용서하세요... 절대 그런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저 일을 꼼꼼하게 원칙대로 하려다보니 이런 도장을 받고자 한 것이었고,
다른 어떤 것도 없으니 고정하세요.
절대 혼자 사신다고 무시한 적도, 혼자 사시는 것도 몰랐습니다.
혼자 사신다하니 솔직히 마음이 참 안됐네요.
하지만, 저희가 아주머니께 의도적으로 나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일부러 손해를 입히려고 한 것은 없지 않습니까...
저희가 그 집을 낙찰 받지 않았더라도 또 누군가 받았을 거구요.
그 점은 일단 인정하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대로 그냥 가시면, 아주머니는 더 힘들어지시고,
우리도 괜히 마음만 안 편하고... 서로 좋을 게 없지 않겠어요.
냉정하게 생각하시고 어느 쪽으로 하시는 것이 덜 손해인가를 생각해 보세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절대 아주머니를 무시하는 그런 마음은 추호도 없답니다.
자, 너무 힘드시면... 여기 좀 누우셔서 기운 차리세요. 그리고 저희 집에서 아침식사 하시고 가세요.”
.
.
후유...
아주머니는 명도확인서를 들고 가셨고,
나는 내 꼼꼼한 이 더러운 성질을 다시 한 번 자책했습니다.
괜히 도장 하나 받아두려고 했다가 새벽부터 그 날벼락을 맞았으니...
그렇게 자책했으면서도 금새 그 꼼꼼한 성격을 버리지 못해,
지난 번 남겨둔 된장이 또 생각나지 뭡니까... 그 상황에서 왜 그놈의 된장생각은 또 난 것인지...
그래서 그 아주머니에게 문자를 넣었습니다.
<지난번에 보니 정성들여 담군 된장이 있어 버리기 뭣해 보관해두고 있습니다. 가져가셔서 드세요..>
한참 후에 답이 왔더군요.
<그 된장에 니*이 독을 탔을지 뭘 탔을 지 어찌 알고 먹냐. 니*이나 실컷 먹어>
헉... 태어나서 이런 욕을 먹은 일은 또 처음입니다.
상처 깊은 이들이 뭔 말을 못하겠나... 스스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주인인 김모씨와
임차인으로 올라있던 그 이모씨가 번갈아가면서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이런저런 협박문구가 들어있더군요. 그래서 답변문자를 한통 날렸습니다.
<계속 이런 문자가 날아오면, 공갈협박죄로 경찰에 고소하겠습니다.
저 고소장 꽤 쓰는 편이거든요...>
그 뒤로 조용해졌고, 두어 주 지나서 임대를 놓았습니다.
이제 완전히 끝났다 싶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세입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떤 여자 둘이 와서 중문과 보일러, 화장실변기까지 떼어 가겠다고,
자기네들 것이라면서 우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두 여인에게 이렇게 말하라 했습니다.
“신발 벗고 거실에 발 들여놓는 순간에 신고할까요?
아님 다 떼어 가시고 신고할까요?
그냥 발만 들여놓은 후에 신고하면 형법 제319조 1항에 의거
무단주거침입에 해당되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다 떼어 가시고 신고하면 형법 제329조에 의거 절도에 해당되며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것이라고 그러네요.
그러면서 주인이 저더러 알아서 맘에 드는 시기에 신고하라고 하네요“
다시 그 두 여인은 조용해졌고,
그 후 1년이 지난 뒤에서야 전 그 당시에 가져와 창고에 두었던
이런저런 쓰레기랑 그 문제의 된장을 버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 그곳에는
모자의 정이 유난히도 두터운 두 분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된장 보글보글 끓여 드시면서...(*^_^*)
며칠 전 그 동네에 또 다른 아파트가 경매로 나와서 검색하던 도중
등기부상에 낯익은 이름이 보였습니다. 바로 그 김모씨였습니다.
‘아니 이 사람들은 일부러 경매 들어갈 집만 골라서 사나...’
그 물건은 바로 관심물건에서 삭제되었습니다.
그런 명도 전쟁...한 번은 몰라도 두 번은... Oh No~
-------------------------------------------------------------<끝>
앙증맞은 매화나무 주변에 벌들이 모여들고...
빛 고운 개나리가 메말랐던 가슴을 채색하고...
등 밝힌 벚꽃이 세상을 환히 비추는 아름다운 봄입니다.
이 봄을 올해도 이렇게 다시 맞을 수 있음에 참으로 행복합니다.
이 봄 아껴두지 말고 맘껏 누리시고... 모두들 행복하세요~
첫댓글 정말 대단하십니다.좋은 글 감사합니다.
잔잔하게 잘읽었습니다.일단 글속에서는 연약하시고 심성이 여리신분이시군요. 그래도 현명하게 하실건 다하셨네요...축하드리고 따스한 계절 ...포근한 봄볕에 어려웠던 일들은 다녹여 버리세요...그리고 그된장 좀 아깝기도 하네요..글을 읽고 같이 명도해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연약하신 미즈이로님...^^
오랜만이네요. 전에 글보다는 한층 읽기가 편해졌습니다. 좀 전투모드로 바뀌었고..
오랜만에 님의 글을 봅니다.항상 글이 멋집니다.
저와 성격이 비슷한것같아 너무너무 동감하며 읽었습니다 저는 아직 한번도 낙찰 받아보지는 않았지만 너무 공감하며 봤습니다
브라보~~~내숭속에 숨어있는 카리스마가 팍팍 느껴지는군요...멋져부러~~
수줍은듯 할일은 다하시는듯 합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재미있게 읽었읍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명도에는 정답이 없는거 같읍니다
대단하십니다^^
난언제 이렇게 되나
대단하신 분이시군요^^
차분하고 조용하면서도 힘을 느낍니다...
저도 경매하면서 한번은 부딛혀야 할 일이겠지요?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너무나 소중한 간접 경험이라 오늘 또 읽습니다.언제읽어도 감동이네요.^^그리고 닉네임이 일본어네요.하늘빛..하늘색...좋은글 감사합니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이런 별애 별것들이 다있어..아놔~~ 잘 껴않으셨습니다
한권에 소설 을 읽었읍니다 . 때론 웃고 때론웃으면서 마음 조리기도 하고 숙연해 지기도 하며 통쾌 하기도하고 박수 도 보내면서 마지막엔 서정적인 감정도 날리면서 참 멋진 분이시다 생각 되네요 .
잘 읽었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
잘 읽었구요~~~참 잘하셨어요^^*
긴글이지만 재밌게 읽었습니다. 느낀점은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뿐입니다.
늦었지만 잘 보고갑니다.
언젠가 한번 뵙고 싶은 분이시군요. 잘 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