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

[현기욱]

잘 아는 형님의 전화를 받았다.

'특전사 전우회'에서 예비역들의 수기를 공모하는데 자신의 글도 한번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초고를 보내겠다고 했다.

감수를 해달라는 얘기였다.

고칠 건 고치고, 수정할 건 수정해 달라고 했다.

최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마라톤을 하면서 알게 된 친한 형님이었다.

굳이 운동이 아니라도 일년에 서버번씩 만나 막걸리 잔을 주고 받는 관계다.

형님이 메일로 보내 온 전문을 소개해 본다.

안되면 되게하라

1979년 12월 12일 입영 전날밤친구들과 밤새도록 기타치며 노래하던 송별회를 뒤로하고

밤사이에 들렸던 총성의 의미를 모른채 입대를 하였다

훈련소에 입소하니 전체병력이 단독군장 으로 분위기가 매우 뒤숭숭 했다

이 사건은 후에 알게 되었지만12.12사태가 발생하여전 군에 비상이 발령되었던 것으로

대한민국 역사가 격동기 속으로 들어가는 싯점에운명적인 군생활이 시작이 되었다.

훈련소에서의 4주간 교육을 마친후특전사로 차출이 되었을 때 동료들로부터 험하고 위험한

곳으로 간다고 위로를 받았으나, 군입대를 앞두고 특전사에 대한 동경이 있었지만 시험일정이

맞지않아 지원을 못했는데 원했던 특전사로의 배치는 나에게 무한한 도전의식을 다시한번

일깨워 주는 동기가 되었다.

사령부 보충대에 도착하여 대기하면서 교육단에서 들려오는 교육생들의 우렁찬 함성은 훈련소에서 듣던 함성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정도로 크고 악에 바친소리로보이지는 않지만 강도높은 훈련임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공수 211기 교육생으로 공수기본교육에 받던 1980년 1월달은 평균기온이 영하 15도 정도로

매우 추웠지만 강도높은 교육을 받다보면 매서운 추위에도 땀을 많이 흘렸고 10분간 휴식시간에는 흘렸던 땀이 머리에 고드름으로 변할정도로 강추의에 훈련을 받았다

10키로 폭풍구보를 시작으로 교육시간 내내 뛰어야 하는 한계를

넘는 경험을 수도없이 하면서 머리속에서 잠재적으로 특전사 특유의 안되면되게하라의 강한

DNA가 심어지는거같았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악이다 깡이다” “공수 멸공” 의 함성은 귀에 메아리쳐 생생하게 기억

된다.

특수전120차 교육을 수료하고 3여단으로 배치를 받아 자대생활이 시작되어 전역을 할때 까지 인생에 있어 확고한 국가관과 안보관이이루어진 본격적인 군생활이 시작 되었다.

당시 3여단은 태권도시범전문 부대로 국군의날 행사 또는 외국의 원수가 방문시 태권도 시범을

전담하는 임무가 있었던 관계로 여단으로 전입되면 반드시 유단자과정 을 거쳐야 할 정도로

강도높은태권도 집체교육을 받았다.

자대생활을 하면서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는고통속에서실시된 고된 천리행군과 여름철 뜨거운 백사장에서 PT체조후 보트훈련 및 전투수영훈련을 하는 해상침투훈련의 기억은 극한 훈련 이었지만 그리운 추억으로 소중하게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전역을하던1982년 2월5일 제주도 한라산에서 707부대원이 탑승한 C-123 수송기가

추락하는 대형사건이 발생하여 큰 중격이발생하였는데이 사고가 발생한지4개월도 안된6월 1일에 청계산 상공에서 공수250기 교육생이 탑승했던동일기종의 C-123 가 추락하여 두사고로100여명의 전우가 순직하는 끔찍한 사고가 연쇄적으로 일어난 가슴아픈 사고가 있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과 영광에는 그들의 호국일념의 피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어 추모식때마다 숙연해지는 마음이 금할수없다.

전역을 일주일 앞두고 민병돈 여단장님(특전사령관,육사교장역임)께서 전역예정자 전원을

여단장실로 집결시켜서 전역교육을 하셨다.

원리원칙에 누구와도 타협을 거부하고 늘 솔선수범 하셨던 존경하는 여단장님으로부터 특전사 출신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어떠한 환경에서도 자긍심을 가지고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라는 귀한 말씀은 군생활을 마무리하면서 가장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전역후 국내최고의 증권회사인 00증권에 입사하는 행운을 잡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특전사출신의 전설적인 신화가 시작되었다.

1986년 여의도 본점건물이 민방위 시범평가 건물로 지정되어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비상사태를 가정하여 대응하는 훈련으로 가장 핵심은 본점건물 12층에서 로프를 이용한 비상탈출 이었다

당시에는 평가에 불합격으로 판정을 받으,면 기관장이 문책을 받던 시절 이었던 관계로

회사로서는 일년중 가장 중요한 행사였다

비상탈출 시범은 반드시 직원중에서직접 해야하는 상황으로 회시에서는 전직원3천명중에 지원을 받았으나한명도 지원을 하지않아서2차 3차에 걸쳐서 지원을 받았지만 역시 지원자가 없어서

회사에서는 전직원이 모인 조회석상에서 다시한번 간곡하게 지원을 호소할 때

총무과 사원 홍길동 시범지원합니다 라며 나도 모르게 손을 번쩍 드는순간 강당에 모인 전직원들로부터우뢰와 받은 박수를 받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특전사 출신으로서 이것은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시범 당일 내가 맡은임무인 비상탈출 시범을 완벽하게 수행한 결과 회사는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을 하게되었으며이번 시범으로 인하여 사장님 이하 전직원에게나의 이름석자가 유명한 인물로 강하게 각인 되면서 당해연도에특호봉을 받게 되었다.

이후 대리승진을 위한 자격고시 때에는 시험준비를 위해서퇴근후집에가지 않고 독서실에서 살다시피 불철주야 죽기살기로 노력을 하였다

당시 대리승진은 인사정체로 1차연연도에 합격이 불가능할 정도로 힘든 고시시성격의 시험이었으나뼈를깍는노력끝에 우수한 성적으로1차에 합격한 이후 늘 선두주자로 단 한번의 누락도 없이 승진가도를 달리면서 2000년도에 증권회사의 꽃인 지점장을최연소로 발령을 받았다.

지점장 시절에는 부진하고 어려운지점을을인수받아 정상으로 올려놓은 경영수완을 발휘 하였으며 회사가 중요한신사업진출등 전략적인 정책을 결정하기위해Tesk Force팀을 구성할때는

팀장을 맡아 완벽하게 결론을 제시하는등 회사측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인재로 쓰임을 받게 되어 임원양성과정의 일환인 꿈에 그리던 미국연수의 행운을 잡게 되었다.

그러나 꿈에 부풀었던 미국연수는 얼마가지 않아 역사적인 9.11테러사건이 발생하여 멘붕에

빠져 버렸다.

테러 현장인 세계무역센터 건물은 우리가 수시로 드나 들었던 곳인데 마치 전쟁터를 광불케 할

정도로 형체도 없이 폐허로 변해버린 모습을 보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이 참혹한 현장을 본 직원들은 매우 불안해 하며 극도로 혼란한 상태에 빠져있을때

연수단장으로서 직원들을 안정시키고 침착하게 비상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대응하여

전직원을 안전하게 귀국 시키는데 성공을 했다

이또한 특전사 출신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을 하고있다.

당시 테러를 당한 미국인들은 너나 할것없이 헌혈에 참여하고, 기업인들은 재난극복을 위한

기부에 참여를 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테러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자는 단합된 모습을

보면서 왜 미국이 세계를 제패하고 강한지 실감하게 되었다.

또 화재진압 및 인명구출을 위해 출동했다 순직한 343명의 뉴욕 소방관들에 대한 보상과

최고의 예우를 해주고 있는 미국의 국가관에 대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증권맨들은 업무특성상 근무시간 한시도 방심할수 없는 긴장속에서머니게임을 해야하는

관계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직종이다

물론 성과에 대해서 다른업종 보다는 최고의 보상으로 높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로 술로 많이 해소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나는 20년전부터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기위해 마라톤을 시작 하였다.

마라톤의 기록은 연습한만큼 비례해서 나오는 정확한 운동이라서 요행이 없는 정직한 운동이다.

출발후30분정도 지나면 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스트레스도 함께 날아가 버리고,

뛰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에 마라톤은 나에게는 분신과도 같은 운동이다

이렇게 좋은 운동을 경영활동에 적용하기 위해 발령을 받아 가는 조직마다 마라톤을 함께 하면서 직원들에게 정신적,육체적으로 자신감을 심어준 결과 인화단결이잘되서 조직의 목표가 쉽게 달성되는 것을 중요한 경험을 했다.

마라톤 풀코스42.195키로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운동으로 체력이 바닥난 마의 구간인 30키로 부터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극한 상황이 발생하면 나는 검은베레모를 힘차게 부르면서

국내 메이저대회를 모두 달린결과2014년 마라토너의 최고의 영예인 춘천국제마라톤대회명예의전당 입성에 성공을하였다.

골인지점을 통과 하면서 지난 세월이 마치 한편의 영화필림처럼 스쳐가는 것을 느끼면서

이제 인생 후반기는 국가를 위해 봉사를 하겠다는 결심한 끝에 특전예비군에 지원하여 7년째 동원예비군 훈련을 받고 있으며 안산시 단원구 특전예비군지역대 일원으로 국가 안보에 기여를 하고 있다.

또 특전사동지회안양지회일원으로 요즘같이 코로나19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있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방역봉사활동을 통한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한 활동도 열심히 하고있다.

그러나 바람없이 피는 꽃이 없다 하듯이 작년8월 뚯밖의암선고를 받았다

그동안 매년 종합건강검진시 실제나이 보다 20년 정도 젊게 신체나이가 나올 정도로 자신있었던

건강에 적색불이 켜지면서 심한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특전사 출신으로서 사나이 태어나서 한번죽지두번죽나, 우리가 언제 죽음을 두려워 했는가암정도는 능히 극복해 낼수 있다는 오기가 발동하면서

위축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 드리는 모습에 담당 의사선생님 께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주변에서는 아들도 예비군복무가 끝났는데환갑이 넘은 나이에 몸도 성하지 않은데 무슨 동원예비군훈련을 받고 있냐고 하지만 굶주림과폐허속에서청춘을 바쳐 조국근대화,산업화를 일구어낸 주역으로서 이생명 끝나는 그날까지 대한민국을 위해서 나의 모든 것을 바칠것을 다짐한다

또 여의도 증권가에서 살아있는 전설의 성공한증권맨으로우뚝서기 까지 강력한 정신력을

키워준 안되면 되게하라는 나의 영원한 좌우명이다.

형님의 글은 여기까지였다.

일이 많아서 제대로 음미하거나 심사숙고할 시간도 없었다.

원본에 바로 수정을 가해서 다시 형님에게 보냈다.

내가 형님께 보낸 글은 아래 댓글란에 옮긴다.

최대한 형님의 글맛이 느껴지도록 기둥은 그대로 쓰고 곁가지만 조금씩 수정했다.

형님은 '방광암'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초기였고, 수술 후 예후가 좋았다.

타고난 건강에 마인드까지 좋은 사람이라 앞으로도 문제가 전혀 없을 것으로 믿는다.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