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는 일
崔 秉 昌
그때는 그곳에
가랑가랑한 물꼬도 트이고
햇살 바른 양지 뜸인 줄 알았지만
지나고 보니 많이도 잘못 든 길이었네
예로부터 주먹자랑 자식자랑 함부로 하지 말고 남의 자식 흉보지 말라는
말 절대로 허튼 말이 아니었으니
자식농사란 부모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애꿎게 다짐을 하면서도
자식은 아무렇게나 함부로 밖에 내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속내를 늦게서야
깨달았네 말하자면 이 땅에서 기발한 보물 찾기나 복권 맞추기보다 힘든
것이 사실 아니던가
한때는 마음 내린 그곳에 튼실한 뿌리를 내리며 세상천지가 온통
푸른빛인 줄 알았지만 지나고 보니 가랑잎 한 장도 그냥 있는 게 아니었네
잘돼도 잘못돼도 자식은 자식이네
잘된 자식은 남의 것이고 잘못된 자식은 내 것이라는 말 하나도 틀리지
않았으니
나이가 들면 지난한 발걸음으로 고향을 찾아오듯 원래 갈 데가 없다 보면
찾는 게 집이라고 자식이란 물건도 언젠가는 그렇게 슬하 곁으로 잦아드는
것이네
내 부모도 그랬고 다른 부모도 그랬듯이 무엇하나 부모 맘대로 되지 않는
자식 앞에 부모는 여지없이 고개를 숙이는 법이네
이제 자식은 자식이 아니라 제사상 앞의 높으신 혼령처럼 어렵고 준엄한
눈초리로 호령소리를 들어야 하는 모험의 알리바이였으니
셈여림도
아무렇게는 할 수 없다는
울퉁불퉁한 마지막 화음처럼
무소식이란 천하에 없는 대단한 희소식이었네.
< 2016.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