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vampire, 박쥐, 십자가 and blood . . .
그는 참으로 특이한 취향을 가졌다.
-끼 이익.
낡고 오래된 듯.
삐걱거리며 조금 스산한 음을 만들어 내는 문을 열었다.
이미 밖은 어둑 어둑. 해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하여 환한 보름달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달빛에 비춰 유난히 반짝이는 [그것]에 다가가 조심스레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의 연인.
그는 참으로 특이한 취향을 가졌다.
오래된, 그렇지만 하나도 낡지않은
마치 금방 만들어낸 새 물건처럼 반짝이는
[그것]을 손바닥으로 가만히 쓸어보았다.
달빛에 눈이 부신다.
그는 빛을 싫어한다.
곧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 검은색 커튼을 쳤다.
달이 사라졌다.
이제 그를 깨울 시간이다.
그는 늦잠 꾸러기라 항상 내가 깨워 주어야만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혀 귀찮거나 싫지않다.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끼 이익 . . .
조심스레 그가 잠자고 있는 [그것]을 열었다.
수백 년 묵은 튼튼한 오동나무로 만들어 졌는지 [그것]은
수 십년이 넘도록 그 어떤 충격에도 끄떡없이 튼튼했다.
안에는 그의 살결과 같은, 부드러운 하얀 실크벨벳으로 둘러쳐져 있어
보기에도 안락하고 따뜻해 보인다.
그의 몸 사이즈에 딱 맞는 안락한 그의 보금자리.
그가 어디서 [이것]을 만들어 왔는지 모르지만
그가 좋아하는 것이라 나도 좋아한다.
전에 그 모르게 한번 [그것] 에 누워 본 적이 있었다.
딱 한번 뿐이었지만
[그것]은 정말 안락하고 포근했다.
[그 안]에 그가 잠자고 있다.
아아, 나의 연인.
하얀, 아니 하얗다 못해 창백한 얼굴.
반짝반짝 윤이 나는 탐스러운 머릿결.
가지런히 가슴 께에 모은 두 손.
그의 눈동자 보다 진한 검은 벨벳 정장.
반짝이는 구두.
한번 본 사람이면 어느 누구나 반하게 되는
매력적인 그의 모습.
그리고 그의 주위에 놓여져 있는 붉은,
장미 송이들. . . .
취할 것 같은 장미 향.
그를 깨우기 위해 조심스레 그의 얼굴로 다가가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들릴 듯 말 듯 작은 속삭임.
“굿 모닝.”
그 어떤 칠흑보다도 검은, 흑 진주를 머금고 있는 듯한
그의 눈동자가 보인다.
그는 항상 나의 키스를 받으며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언제나 같은 속삭임.
“아니, 지금은 굿 나잇 인걸.”
웃으며 그의 말을 반박했다.
“봐- 벌써 날이 어두워졌어. 일어날 시간이에요.”
나의 말에 그는 몸을 스르륵 일으켰다.
세상의 그 어떤 움직임 보다도 성스러운 몸짓.
그가 일어나는 것을 도와주고 곧 그 자리를 정리하는 것은
나의 몫이고 또한 나의 일이다.
그는 참으로 특이한 취향을 가졌다.
그는 [관]을 좋아한다.
처음 보았을 땐 그저 이상한 취미가 있구나 생각했지만,
그는 자신이 vampire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느 영화 속, 어느 소설책에 나올 법한 인물처럼.
그는 어둠 속에서 일어나고
어둠 속에서 잠들며,
또한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
그저 웃었다.
지금은
그가 좋아하니까
나도 또한 좋아한다.
깨끗한 실크 천으로 그의 [관]을 닦았다.
더 - 더 - 조금 더 -
윤이 나도록.
그래서 그가 좋아할 수 있도록.
이건 나의 일이고, 나의 몫이다.
아아, 나의 연인을 위해서-
그는 일어나면 항상 [포도주] 한잔을 마신다.
세상의 그 어떤 것 보다도 더 [붉은],
찬란한 루비보다도,
어느 마을 처녀가 곱게 짠 붉은 실크보다도,
마치 그것은
생명의 근원.
그 [붉디 붉은]
[. . . red blood.]
투명한 와인 잔에 [red blood] 같은 액체를 따라
우아하게 손을 놀려 그 진한 향기를 음미하고
천천히 입에 가져간다.
그는 마치 언젠가 어느 영화에서 보았던
그 아름다운 영화의 주인공처럼
우아한 백조 같은 몸짓으로
나를 현혹한다.
그런 그를 나는 사랑해.
아아, 나의 연인이여.
나는 그가 [포도주]를 마시는 것을 보다가
미리 준비해 두었던 삶은 연한 살코기 한 점을
포크로 찍어
그의 입에 넣어 주었다.
그는 음식을 많이 먹지 않는다.
언제나 일어나자 마자 [붉은 와인] 한잔.
그리고 내가 넣어주는 살코기 한 점.
그리고 가끔 내가 만들어 주는 조그만 간식.
그 정도다.
그런 그가 참으로 신기한 생각이 든다.
어떻게 저것만 먹고 살 수 있을 까?
인간이라면 먹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을 텐데.
아마,
다이어트라도 하고 있는 걸까.
그는 자신이 정말로 [vampire] 라도 되는 줄 아는 것 같다.
나는 그가 [vampire]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의 시중을 든다.
그가 좋아하니까.
나도 . . .
좋아.
나는 그의 사랑스러운 연인.
나는 그의 사랑을 받는 연인.
나는 그의 옆에서 시중을 드는
그를 사랑하는.
작은
[vampire. . . . .]
아마도 난.
그에게 많이
너무나 깊게
빠진 것 같다.
그는 향기로운 장미.
품 속에 가시를 돋구고 있는 아름다운 장미.
그는 달콤한 독약.
한번 마시면 중독되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그는 깊고 깊은 늪.
한번 빠지면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는 어두운 늪지대.
아아,
나의 연인.
나는 그를 사랑한다.
[와인] 한 잔을 다 마시더니
곧 그 검은 눈동자로 나를 쳐다본다.
그럴 때 나는 조금 움찔한다.
정말 그럴 때는 그가
[vampire] 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무서움을 느끼고
두려운 눈빛으로 그를 마주 보게 된다.
무섭지만 그의 눈길을 도저히 피할 수는 없다.
그런 용기는 내게 없으니까.
가끔 씩 그는 장난을 친다.
[vampire] 놀이를 하는 것이다.
한참을 쳐다보더니 나의 손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그의 발그레한,
잠에서 깨어 날 때는 분명 창백한 얼굴 이었는데.
아아, 아마도 [와인]을 마셨기 때문이리라.
그의 발그레한 뺨에 나의 손을 가져간다.
조금 부끄러워 진다.
홍당무처럼 되어버린 나의 얼굴.
그는 나의 손을 한참이나 부벼 대더니
갑자기 입으로 손을 물었다.
그리고는 뚫어질 듯이 나를 쳐다본다.
나는 도저히 그의 눈길을 피할 수는 없다.
그는 정말 [vampire] 같은 날카로운,
아니, 일반 사람들 보다 조금 뾰족한
송곳니를 가지고 있다.
그는 나의 손을 금방이라도 콱 물어버릴 것처럼 행동하더니
내가 가만히 있자
입에서 손을 빼었다.
그리고 돌아섰다.
그리고 나의 입에서 나오는, 안도하는
탄식의 한숨.
가끔씩 하는 이 [vampire] 놀이에
이제 적응 할 만도 하지만
나는 아직 잘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이 놀이를 즐긴다고 했다.
나의 눈빛이 두려운 듯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즐겁다-
라고 했다.
그래서
나도 즐겁다.
그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
그와 내가 사는 이 외딴 곳
높은 고성에는
그와 나 말고도 또 한 [존재]가 살고 있다.
그는 참으로 특이한 취향을 가졌다.
그가 아끼는 [애완동물.]
그를 닮은 어둠을 지닌
[박쥐. . . . .]
그가 잠들고 있을 때면 [박쥐]는
내 손도 닿을 수 없는 저 높은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잠을 잔다.
아니, 실제로는 자는 척 하는 것이다.
[그것]은 나를 감시한다.
내가 하루종일 무엇을 하는지
일일이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고개를 들어 올려 다 보기에도 힘겨운
그 높은 곳에서
나를 감시한다.
나는 알고 있다.
[그것]이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그런 [그 존재]가 싫다.
왜 나를 감시하는 것이지?
나의 연인이 잠에서 깨어나면
[그것]은 기다렸다는 듯이 천장에서 내려와
그의 왼쪽 어깨에 살포시 앉는다.
그는 웃으며-
아아, 그의 웃음.
그 달콤하고 아찔한 유혹.
그의 사랑스러운 [애완동물]을 쓰다듬어 준다.
그런 것이다.
나는 그의 [애완동물]을 질투 하고 있다.
그가 그의 [애완동물]을 바라보는 눈빛은
나를 보고 있을 때완 사뭇 다르다.
그 느낌.
아아, 그 고혹적인 눈동자.
나도–
나도–
그런 웃음을,
그런 눈빛으로
바라봐 주어요.
그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서재로 곧장 들어가 버린다.
그가 저 복도 깊숙한 곳 그의 서재에서 무엇을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지루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나는 그와 나의 보금자리인 이 곳을 깨끗이-깨끗이
쓸고, 닦고.
어느새 나는
불빛이 없어도 이런 어둠에 익숙해 져 있었다.
그를
닮았기 때문이리라…
이 어둠뿐인 고성에는 참 많은 [십자가]가 있다.
이곳 저곳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그를 닮은 어둠과
특이하게 윤이 나는 [은색 십자가]들.
그 옛날 귀족이나 썼을 법한 고풍스러운
[십자가] 들이
이 낡은 고성 벽 마다 하나씩 걸려있다.
청소를 마치고도 심심해 지거나 따분해지면
나는 벽에 걸려진 [십자가] 를 조심스레 꺼내
하얀 실크로 윤이 나도록 닦는다.
이상하다.
[Vampire] 는 [은 십자가] 를 무서워 한다 하던데.
그는 조금도 [십자가]를 무서워 하지 않는 것이다.
역시 그는 진짜 [vampire] 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당연한 것이겠지만.
“하 – 하 -.”
입김을 불었더니 [십자가] 가 뿌옇게 흐려진다.
그것을 닦았더니 유난히 반짝이는 [십자가]가 눈을 부신다.
내 얼굴이 보인다.
바보같이 흔들리는 내 눈동자가 보인다.
그를 자신 있게 바라보지 못하는 흐릿한 눈동자.
바보 같은 눈동자.
크기만 해서 무서움만 많이 타는,
쓸모없는 눈동자.
그렇지만-
그가 이런 내 눈동자라도
즐겁다고 해주었으니까
나 또한
나의 눈동자가 좋다.
그가 서재에서 나오기 전에 어서 간식을 준비해야 한다.
나의 즐거움 중에 하나는
매일 저녁 그를 키스로 잠에서 깨우는 것과
그가 먹을 간식을 만드는 것이다.
오늘은 늦어 버렸다.
십자가를 너무 오래 닦았나 봐…
유난히 서두르자 손이 따라 주질 않는다.
오늘따라 헛손질이 많이 가는군.
안돼는데… 이러다 늦고 말아.
“아앗.”
-쨍 그랑.
그가 먹을 쿠키를 구워 담을 예쁜 접시를 꺼내려다가
그만 접시를 떨어뜨려 깨고 말았다.
이런…
아끼던 그릇이었는데…
어서 치워야지.
급한 마음에 서둘러 다리를 굽혀 앉아 깨진 파편들을 줏어 담았다.
이런, 많이도 깨졌군.
“아- 앗…!”
큰 조각을 집으려는데 그만 날카로운 면에 손가락이 베이고 말았다.
[피]가…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리고 깨어진 하얀 접시 위에
똑.
똑.
똑.
[붉은 점]을 만들어 내었다.
조금 아픔을 느끼며 [붉게 물드는 것] 을 보고만 있는데
언제 나왔는지 내 옆에 그가 서 있었다.
“아… 접시를… 떨어뜨렸어.”
그는 아무 말 없이 내 옆에 소리없이 주저 앉아
[붉게 물드는] 하얀 접시와 카펫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그가 나의 손을 덥석 잡아 끌었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그는 그의 입으로
나의 [red blood] 가 물든 손가락을 가져갔다.
“쪼 옥… 쪼 옥…”
그리고 나의 [생명의 샘물] 을
빨아 마셨다.
이미 너무 많은 양의 [피] 가 흘러내려 내 손 전체를 다 적시었는데도
그는 그것을
그 [붉은 흔적]을 없애려는 듯이
따뜻한 혓바닥으로,
그의 붉은 입술로,
깨끗하게
핥아 내었다.
그것을 몽환적인 눈으로 바라보다가
언뜻 눈에 비친 그의 입가.
저런…
그는 아직 서툰 어린아이 같아.
“이런… 여기 뭍었잖아.”
그의 입가에 뭍은 나의 [red blood] 를 다른 손으로
슬슬 만지작거리다가
나의 입을 그곳에 가져갔다.
그리고 나의 혀로 그 흔적을 핥아 내었다.
한참을 핥아 내다가 언뜻 눈에 비친 그의 목선.
이 세상 그 어느 보석보다도
찬란하고,
고귀하고,
백옥 같은,
그의 매혹적인 목선.
어떤. . . 맛이 날까?
맛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입술을 내려 더듬어 보았다.
뛴다.
두근 두근.
그의 목 안에 숨겨진 맥박이,
생명의 숨소리가
입술을 통해 느껴졌다.
조금 더 내려 그의 목을 지나
아름다운 그의 쇄골로 향했다.
이런…
너무 말랐잖아.
그렇지만
너무
너무
… 아름다워…
입술로 쇄골을 더듬다가 다시 목으로 올라갔다.
그는 내가 움직이기 쉽도록 목을 젖혀 주었다.
혀로 살살 간지러움 태우듯이 핥는다.
그의 한숨 섞인 숨소리가 들렸다.
코를 대어 맡아보았다.
아름다운 향기.
그 어느 고급 향수보다도
진하고,
독한,
그렇지만 거부감 없는,
무의식 적인 탄식을 내 두를 만한,
[향기.]
그것은
마치,
조금 비릿하기도 한 . . .
[red blood] 의
[향기.]
- 꽈 악…
-쯔읍…꿀떡… 꿀떡… 쓰읍… 쯥… 쯥… 꿀떡… 꿀떡…
그의 [향기] 를 마신다.
그의 [향] 에 취했다.
그의 [독약] 을…
마신다.
“아…!”
그대는 아는 가?
이 아름다운 의식을.
이 성스러운 행위를.
이 고귀한 움직임을.
그의 목에서 입을 떼고 그의 눈을 보았다.
여전히 아름다운 그대.
아아, 나의 연인이여!
“봐… 하나도 안 흘렸지?
이렇게 하는 거라고.”
나는 입가를 매만지며 웃었다.
[붉게 물든] 나의 입술.
[붉게 물든] 그의 목.
그가 웃으며 속삭였다.
아아,
그 아름다운, 매혹적인 웃음이여.
“… 이젠
내 차례야.”
그는 웃으며 나의 머리를 잡고
나의 목을 젖혔다.
그리고
-뽀드득 . . .
“아…… 아아…… 으 음…… 아!”
그대는 아는 가?
이 성스러운 의식을!
이 고귀한 행위를!
이 아름다운 몸짓을!
저기 천상의 그 어느 신보다도
고귀하고,
성스럽고,
아름다운.
성행위의 도착적인 형태.
. . . . .
[피]를 빨리는 [의식.]
. . . . . .
느껴지는 비릿한 [향기.]
.
.
.
.
점점 꺼져가는 의식.
.
.
.
.
.
.
[황홀경. . . . . . . .]
“아………아아…… 하 하 …하……하…아아……으윽… 아!”
당신에게 드릴게요,
아낌없이 드릴게요.
나의 이 보잘 것 없는 [피 한방울]일지라도. . .
[당신]이라면 언제든지
아낌없이…
모두
다
드릴…게…요.
점점 심해지는 피를 빨리는 고통과
그와 상반된 알지 못할 황홀경에 몸서리 치게
신음하며
그의 머리를 부여잡은 채
. . . . .눈물을
흘렸다. . . . . .
아아,
나의 주인이여,
나의 사랑이여,
아름다운
나의 연인.
………………vampire………… . . . . . . .. .
오랜만에 글 하나 남기고 사라집니다..;;
...
늘 쓰던 퇴마록에 관한 게 아니라서..
어떨지 모르겠네요...
...
카페 게시글
창작소설연재
창작소설[단편]
관, vampire, 박쥐, 십자가 and blood . . .
승희vs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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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2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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