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행촌(杏村) 이암(李嵒)이 원나라에서 도입한 “농상집요(農桑輯要)” 제하의 농서(農書)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원조정본농상집요(元朝正本農桑輯要)” 제하의 새로운 판본(板本)으로 재간행(再刊行)된 것인지 그 내력을 소개한다.
농상집요는 1273년(元 至元 10) 원대(元代)의 대사농사(大司農司)에서 간행한 종합적인 농서로서 당시 원대의 농업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할 수 있다.
그 이후 여러차례 재간행되었는데 1349년(충정왕 1) 행촌이 충정왕을 시종(侍從)하여 원에 체류한 이후 귀국할때 1336년(元 至元 2)에 재간행되었던 진주로총관부(辰州路總管府)의 대자(大字) 중간본(重刊本)인 선본(善本)을 고려에 도입한 것이다.
행촌은 1364년(공민왕 13) 일생을 마쳤는데 그가 생존시에는 고려에서 재간행되지 않았으나 세상을 떠난지 8년후인 1372년(공민왕 21) 당시 지협주사(知陜州事)로 재임하고 있던 공목공(恭穆公) 강시(姜蓍)를 중심으로 예문관대제학(藝文館大提學) 목은(牧隱) 이색(李穡),경상도안렴사(慶尙道安廉使) 김주(金湊)와 진주목사(晋州牧使) 설장수(偰長壽),대지국사(大智國師) 목암(木菴) 찬영(粲英) 등의 긴밀한 협조속에 “원조정본농상집요” 제하의 농서가 합천(陜川)에서 재간행되어 권농교재(勸農敎材)로서 여러 고을에 보급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래 행촌이 소장하고 있던 농상집요 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공목공이 소장할 수 있었는지 그 경위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것은 목은이 지은 “농상집요후서(農桑輯要後序)”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핵심포인트는 행촌이 농상집요를 그의 외생(外甥)으로 알려진 우확(禹確)에게 전하였는데 우확이 다시 공목공에게 전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행촌과 우확과의 관계에 대하여 논문마다 차이가 있다는 점인데 구체적으로 “農桑輯要와 山家要錄” 제하의 논문에는 우확이 행촌의 생질(甥姪)로 되어 있는 반면에 “杏村 李嵒의 ‘農桑輯要’ 도입과 의의” 제하의 논문에는 우확이 행촌의 이종사촌(姨從四寸) 동생으로 언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우확이 행촌의 생질이라는 사실보다는 이종사촌 동생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그러한 근거는 행촌의 부친 이우(李瑀)에게 3남 2녀의 자녀가 있는데 사위가 하즙(河楫)과 이은정(李恩正)이라는 사실이다.
만약에 우확이 행촌의 생질이라면 이우의 사위중에 우씨가문으로 출가한 딸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딸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우확이 행촌의 생질이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거기에 반하여 행촌의 모친 함양박씨(咸陽朴氏)의 여동생이 우천계(禹天啓)와 혼인하여 우확을 소생하였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우확은 행촌의 생질보다는 이종사촌 동생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필자는 근본적으로 행촌이 어떤 계기로 우확에게 농상집요를 전달하였는지 그 과정이 궁금한데 이를 알 수 있는 자료를 발견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우확은 또 어떤 경위로 공목공에게 농상집요를 전달하게 된 것인지 역시 그 과정을 알고 싶지만 더 이상의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팩트는 공목공은 행촌의 생질녀(甥姪女)인 진주하씨(晋州河氏)의 남편이므로 결국 행촌의 조카사위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농상집요가 최종적으로 공목공에게 전달되기 까지 그 중간에 우확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인데 이미 거론한 바와 같이 그 전후 사정을 상세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공목공이 농상집요를 소장하게 되며, 그 책을 대본(臺本)으로 하여 서두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목은을 비롯하여 김주,설장수,목암 등의 적극적인 협조속에서 원대의 “농상집요”가 고려의 “원조정본농상집요”로 재간행되었던 것이다.
이상과 같이 “농상집요”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원조정본농상집요”제하의 판본으로 재간행되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았는데 이 책은 고려 후기 농업기술 발달에 따른 지방사회의 성장에 일정한 역할을 하였으며, 더불어 조선 전기의 농서를 편찬하는데 있어서 저본(底本)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을 주목한다. pgu77@naver.com
*필자/문암 박관우. 역사작가. <역사 속에 묻힌 인물들>저자.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