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발전을 위해 한평생 죽으라고 일만 했건만, 그 댓가로 받은 것은 정리해고 통지와 처절한 분노감이었다.” 얼마전 회사의 구조조정계획에 따라 졸지에 정리해고된 K모씨의 분노섞인 독백은 결코 혼자만의 독백이 아닐 것이다. 조직의 발전이 개인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믿고 있는 수많은 샐러리맨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경구임에 틀림없을 거 같다.
노동에 관한 낡은 계약에서는 조직이 개인에게 안전을 제공했다. 그리고 그 보답으로 개인은 조직에게 충성을 바쳤다. 주지하다시피 그 거래는 이제 무너져 버렸다. 직업, 기술, 그리고 회사의 소용돌이가 거세지자, 프리 에이전트는 분산 전략을 통해 신분상의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오늘날 재정적인 문제에서 처신하는 방식과 똑같이 개인은 다변화를 통해 안전을 확보한다. 안전이란 한 개인의 인간 자본을 여러명의 의뢰인이나 프로젝트로 분산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 한군데에 모든 것을 내맡기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충성심도 변하고 있다. 그 결과 새롭고 보다 도전적인 사회적 노동계약이 형성됐다.
프리 에이전트는 기회(돈,기술습득,그리고 인간관계)를 얻는 대가로 재능(제품,서비스,조언)을 제공한다.
오늘날 미국 노동인구의 4분의 1 이상인 3300만여명이 단독업자,임시직,초소형사업체(두세명으로 구성된 회사) 와 같은 프리에이전트(독립노동자) 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조직의 ’굴레’ 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보호’ 도 포기한 이 새로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자유.진실성,책임감, 그리고 자기가 정한 조건으로 정의한 성공’ 이라는 새로운 노동 신조를 추구하는 독립노동자를 말한다. 또 한 사람의 보스나 제도에 대한 ’수직적 충성’대신 수많은 의뢰인과 소비자, 그리고 가족과 친구에게 ’수평적 충성’을 바치는 인간이기도 하다. 이제 노동의 형태가 바뀌고 있다. 평생 직장은 이제 더이상 찾아볼 수 없기에 노동의 형태가 변화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의 생활방식 조차 변화하고 있다. 20세기가 샐러리맨으로 대표되던 조직인간이 사회 경제의 주체였다면 21세기는 자유롭게 자기 삶을 컨트롤하며 자유롭게 일하고 자유롭게 여가를 즐기는 ‘프리에전트의 시대’이다. 원하는 시간,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만큼, 원하는 조건으로,그리고 원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기를 원하는 현대인들에게 조직을 벗어나 자신의 의지대로 일하고, 여가를 즐기며 살수 있는 근거와 전망을 원한다.
1956년 포춘의 편집인 윌리엄 화이트가 갈파했던 ‘조직 인간’의 시대는 끝났다.대학생이 회사에 입사해 ‘충성’을 맹세하고,회사는 조직원에게 평생고용과 연금이라는 ‘안정’을 보장하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평생고용은 이제 회사도 조직원도 바라지 않는 단어가 됐다.한 편의 영화마다 계약하고 일하는 할리우드의 배우와 수많은 스태프도 프리 에이전트며,마이크로소프트와 계약한 디자이너,프로그래머도 프리 에이전트다.번역가나 카운셀러,개인 인터넷 사업가도 프리 에이전트다.정의하자면 ‘독립노동자’ 정도가 될까.
프리에이전트가 생겨난 사회적 배경으로 네 가지를 꼽는다.노동에 대한 사회적 계약관행이 파괴됐으며,사업을 위해 값비싼 도구가 필요 없어졌다는 점,조직 자체의 생명력이 짧아졌기 때문이다.물론 프리 에이전트의 어두운 측면이 존재한다.낮은 급료와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는 임시직 노동자다.
하지만 임시직이기 때문에 급료가 낮다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다.“오늘날 노동의 불공평성은 정규 직원과 프리 에이전트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다.필요한 기술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새로운 재능시장에서 협상력을 발휘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존재한다. 또한 사회적인 제도와 지원여건의 미비도 프리 에이전트에게는 큰 장애다.건강 보험제도나 조세제도,법률,사회적 활동조건에서 프리 에이전트는 정규 직장을 가진 사람보다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이것은 국가가 프리 에이전트를 인구통계상 ‘기타’나 ‘잠재적 실업자’가 아닌 공식항목으로 포함시킬 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프리 에이전트에 대한 오해와 불합리한 관행에도 불구하고,프리 에이전트는 획일화된 노동의 테일러주의를 극복하고 새로이 등장한 전형적인 노동자상이 되고 있다. “지금이 좋은 시대건 나쁜 시대건 또 경기가 활황이건 파산 직전이건 상관없이,오늘날 주사위는 (조직이 아니라)개인의 편에 던져졌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6년간 활약한 박찬호 선수는 올시즌이 끝나면 마침내 '프리에이전트(FA) ' 가 된다. 지금의 컨디션과 성적을 유지한다면 그는 어느 팀과 계약하든 올해 연봉인 9백99만달러의 두배 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더이상 스포츠의 자유계약선수에 한정되지 않으며, 이들의 명암은 바로 우리의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흔들어 놓자.더 흔들어 놓자. 조직보다 인간들이 어떻게 기존의 사회.경제 질서를 흔들어놓을 수 있는지 실험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