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의 가격이 추락했다.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약혼반지의 스톤으로 선택하는 미국인들의 수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팬데믹 이후 전반적인 모든 품목의 다이아몬드 수요 역시 감소했다. 소비자들의 여행 및 경험 상품 소비는 증가한 반면, 경제 문제가 사치품 소비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인기 있는 값싼 1~2캐럿 솔리테어 예물 반지에 세팅되는 스톤의 가격도 다른 품목보다 더 가파른 하락폭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 이유로 랩 그로운 스톤의 수요 상승을 꼽는다. 합성 다이아몬드 산업이 이 품목에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품목의 소비자들이 가격에 특히 예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은 이제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소비국인 미국 시장에서 결실을 거두고 있다. 이 움직임이 약혼반지의 할인 폭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가격 하락은 광산 업체, 구매 업체, 딜러 업체들로 구성된 불투명한 시장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석이 주얼리 소매 매장에 도달하기까지는 이들의 비공개 가격표를 몇 단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 중 하나인 이 품목의 가격 하락폭과 그 속도는 시장을 당황시켰다. 현재 시점의 이슈는 이 품목 천연 다이아몬드의 수요 하락이 영속적일 것인지와 랩 그로운 스톤의 시장 침투가 비싼 다이아몬드(아시아 지역이 주요 시장임) 영역으로 이어질 것인가이다.
업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드비어스는 현재의 시장 둔화가 팬데믹 기간 중 집에 갇힌 소비자들에 의해 증가했던 수요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자연스러운 수요 위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취약한 저가의 약혼반지가 특별히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드비어스는 이 품목 시장에 합성 스톤의 침투가 일부 있었음은 인정하지만, 구조적인 변화라고는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 무역 부문장 폴 로울리는 “자기 잠식(신제품이 기존 주력 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진짜 문제는 거시경제적 환경에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적 특성이 동일하며, 마이크로웨이브 체임버에서 몇 주일 만에 생산되는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천연 다이아몬드 광산 산업에 실제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합성 스톤의 지지자들은 합성석이 천연 다이아몬드와 관련된 환경 및 사회적 이슈에서 자유로운 값싼 대체재라고 말한다. 지난 10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합성석은 가벼운 패션 아이템 시장만을 잠식할 뿐 다른 부문에 대해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위협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가 이제 바뀌고 있다. 랩 그로운 상품이 중요한 미국 예물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혀가기 시작한 것이다. 드비어스는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셀렉트 메이커블(2~4캐럿의 특정 원석을 말한다. 연마 후 절반 사이즈의 나석이 된다. 주로 예물 반지의 센터 스톤으로 판매되며, 내포물이 조금 있는 비교적 괜찮은 다이아몬드를 가리킨다)’로 불리는 품목의 가격을 크게 인하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에 드비어스는 이 품목의 가격을 40% 이상 인하했으며, 지난 7월에도 15% 이상 인하했다. 한때 독점 기업이었던 드비어스는 지금도 다이아몬드 원석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드비어스는 매년 10회의 사이트를 열어 원석을 바이어(사이트홀더라고 부름)들에게 판매한다. 사이트홀더들은 드비어스가 제시하는 가격과 구매량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드비어스는 큰 폭의 가격 인하를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한다. 또한 최근 위 품목에 대해 실시한 가격 인하폭은 투기 세력이 불러일으킨 가격 붕괴 시기를 제외하고는 전례 없는 일이다.
2022년 6월에 드비어스의 ‘셀렉트 메이커블’ 다이아몬드 판매가는 캐럿당 1,400달러였다. 올해 7월 가격은 캐럿당 850달러였다.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이는 2차 시장(딜러 및 연마 업체 간 거래 시장) 가격보다 여전히 10% 비싼 가격이다.
드비어스는 다이아몬드 가격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다. 인도의 다이아몬드 수출에서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야기한 시장 변화의 추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수치 중 하나다. 인도가 글로벌 다이아몬드 나석 공급의 약 90%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베룸 캐피털 마켓츠에 따르면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6월에 인도 다이아몬드 수출액에서 9%를 차지했다. 5년 전 점유율은 1%였다. 랩 그로운 스톤의 가격이 크게 떨어졌음을 고려할 때, 이는 중량상 수출의 25~35%가 랩 그로운 스톤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추세가 드비어스에 미친 영향은 상반기에 분명하게 나타났다.
앵글로 아메리칸의 자회사인 드비어스의 상반기 순익은 60% 이상 하락한 3억 4,700만 달러였고, 평균 판매가는 캐럿당 213달러에서 163달러로 떨어졌다. 8월 사이트 매출은 올해 들어 가장 낮았다. 드비어스는 바이어 정책 유연화로 대응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드비어스는 바이어들이 올해 남은 기간 계약 기간 중 1캐럿 이상 스톤의 약정 구매량의 약 50%의 구매를 내년 초로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천연 스톤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신생 산업, 즉 랩 그로운 산업에도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합성 다이아몬드의 가격 하락폭은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컸으며, (천연 스톤 대비) 할인율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약 5년 전만 해도 랩 그로운 스톤의 천연 스톤 대비 가격 할인율은 20%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약 80%에 달한다. 소매업체들이 갈수록 높은 할인율을 요구하는 한편, 원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도매 시장에서의 합성 나석 가격은 올해에만 절반 이상 떨어졌다.
드비어스는 2018년에 자체 생산한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판매를 시작했으며, 두 상품 간 차별화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천연석 대비 높은 할인율을 적용했다.
로울리는 “드비어스는 랩 그로운 스톤의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그렇게 되면 공급 쓰나미가 발생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천연과 랩 그로운 상품 간 가격 차이가 더욱 커져서 두 상품이 확실하게 차별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이 지나치게 떨어져 장기적으로는 너무 저렴해 예물과는 어울리지 않는 수준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두 상품은 서로 다른 상품이며, 천연 다이아몬드의 희소성과 한정성이 제안하는 가치는 합성과 다르다.”라고 말했다.
/ Fortune.com
출처) 귀금속경제신문(www.diamon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