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신이라는 존재가 있었다고 한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공간.
그는 자신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아무생각 없이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무한의 공간에서 똑같은 나날을 지내고 있을 뿐이었다.
∴ 신계, 그리고 각 차원의 탄생.
그렇게 무한의 시간이 지나고 있던 어느 날. 이 신이라는 존재는 갑작스럽게 각성을 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능력이 무한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자신이 아닌 다른 것들이 존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시게 된다.
그렇게 뭘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고 있던 신은 우선 어둠을 걷히고 빛이라는 것을 만드시게 된다. 하지만 어둠을 완전히 없앤 것이 아니라 빛과 어둠을 공존하게 했다고 한다.
보통 빛은 생명, 어둠은 죽음이라고 해서 모두들 꺼려하지만 빛과 어둠이야말로 사라지면 안 될, 최고의 조화였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만들어진 빛과 어둠 사이에 여러 차원들을 만들고, 행성이라는 것을 만드셨으며 그 행성에 살아갈 자연이라는 이름의 생물들을 창조하신다.
하지만 동물이라는 것은 자기 본능밖에 알지 못했기에 곧 실증이 난 신은 거기에다가 자신을 닮은 세 종족. 일명 신족, 마족, 인족을 만드시게 된다.
신족에게는 자신의 뛰어난 두뇌와 창조의 능력, 그리고 빛의 힘을…, 마족에게는 자신의 육체와 파괴의 능력, 그리고 어둠의 힘을…, 그리고 인족에게는 문명이라는 것과 번식력이라는 것, 그리고 양면성의 힘을…, (물론 세 종족에게 모든 능력을 고루 나누어주기는 했지만 그 중에서 각각 더 뛰어난 능력을 하나씩은 주셨던 것이다.) 솔직히 겉으로 보자면 인족에게 가장 약한 힘을 주었다고 생각할 지는 모르겠지만 실상은 그것이 아니었다. 문명이나 번식력이라는 힘은 나중에도 나타나겠지만 경의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었으니까…….
또, 신께서는 하르벤 차원에 이들을 살게 하시고, 신족에게는 그들이 주거해야 할 신계와 각 차원을 다스리는 힘을…, 마족에게는 역시 그들이 주거해야 할 마계와 죽은 자의 영혼을 다스리는 명계를 주셨다. 하지만 무슨 일이 신지 인족에게는 아무 힘도 주시지 않으셨다. 그저 차원의 구석에 그들이 살 수 있도록 인계를 주셨을 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종족에게 감정이라는 것과 성격이라는 것을 주게 된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신족에게는 거만한 성격과 과격함이…, 마족에게는 악함과 잔인함이…, 인족에게는 질투와 비열함이 더 강한 성격을 띠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많은 종족들이 그런 성향을 띄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자 신은 자신의 법을 관리하는 법신 오딘과 모든 진실을 관장하는 신인 나, 라크라나를 창조하셔서, 하르벤 차원을 다스리게 하심으로써 모든 일에 어긋남이 없게 하셨다.
그렇게…, 억겁의 시간이 지나갔다. 그 시간동안 그 세 종족들은 각자의 문명을 이루어 나갔고, 신을 진신(眞神) 이트리나라고 칭하고는 여러 곳에 신전을 세워서 신을 칭송하기 시작했고, 빛과 어둠의 성격 차에 의해 신족과 마 족의 싸움이 더욱 치열해져 갔으며 그 사이에서 아무 힘도 없었던 인족은 어느 한 쪽에 편을 들지 않고, 중립을 지키며 기계라는 엄청난 힘을 개발하여 거대한 문명을 이룩하게 된다. 그리고 신은 자신을 칭송하며 서로 싸우는 두 종족의 싸움과 한 종족의 무한한 발전을 보며 흥미를 갖고 보시기 시작하셨다.
∴ 나뉘어진 신계.
신계력 7492만 4371년.
신족 내부에서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그 원인은 바로 신족의 수장 가문인 크리아틴 가문과 서열 두 번째 가문인 지그프리드 가문의 싸움이었다. 신계 15번째 수장인 라지키스트 디 크리아틴이 마족과의 싸움을 중지하고, 서로 화해를 하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신족의 귀족들이 들고일어났던 것이다. 결국에는 귀족의 수장 격인 지그프리드 가문이 모든 귀족들을 규합해서 나서게 된다.
세월이 흐르며 그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결국에는 비밀리에 인족과 동맹을 맺은 데이시안 크리폰 라 지그프리드가 대부분의 귀족들을 이끌고, 크리아틴 가문을 침으로써 결말이 나게 된다. 그로 인해 라지키스트는 사형에 처해지고, 그의 자녀인 유리키나 디 크리아틴 (신족에게는 형식적인 성별만 있을 뿐 특별히 정해진 성(性)은 없다.) 이 나머지 일족들과 자신을 따르는 가문을 이끌고 도망쳐 예전의 신계를 이어받는다는 뜻으로 고신계를 세우게 된다. 그리고 지그프리드 가를 주축으로 한 귀족들은 자신들을 주신족이라고 칭하고, 자신들이 사는 곳을 주신계라고 칭하게 된다.
그 후…, 신계라고 불리는 곳은 가장 발달한 문명을 가지고 있고 또, 가장 많은 수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던 인족은 당시 세력이 가장 강했던 주신계의 강압에 못 이겨 주신족과 힘을 합치게 되고, 주신족과는 많이 떨어져 숨어버린 관계로 어느 정도 힘을 회복한 고신족. 그리고 주신족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마족과의 연합 전선에 의한 대치 덕분에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었다.
∴ 제 2531차 신 마 대전과 인족의 차원 강등. 그리고…….
신계력 1억 년
드디어 제 2531차 신 마 대전이 일어난다. 발단은 고신계 제 1대 수장인 유리키나 디 크리아틴이 마족과 연합해서 자신의 원래 권위를 되찾겠다며 선전포고를 한 것.
유리키나는 자신이 여성체로 변해 고위 마족을 남편으로 들임으로써 마족과 동맹을 맺었던 것이다.
이때쯤 주신계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해 있었는데…….
바로 인족이 자신들의 눈에 거슬릴 정도로 성장해 있는 것 때문이었다. 더구나 자신들이 다스리는 차원 곳곳에 자신들의 일족을 보내 개척을 하고 있었으니, 아무리 자신들이 차원을 지배하고는 있다고 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모든 것이 인족의 세상으로 변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인족의 번식력을 걱정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인족의 세력이 커져있었다. 거기다가 진신(眞神) 이트리나님의 가호를 받고 있었으니…,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는데 그때 마침 신 마 대전이 일어난 것이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종족의 세력을 줄여 놓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데이시안과 주신계의 장로들. 우선 인족에게 사자를 보내 연합군의 측면을 기습해 줄 것을 요청한다. 그렇게 되면 기습받은 연합군으로서도 상당한 피해를 받을뿐더러, 주신계로 몰리던 대군도 방향을 틀어서 인족을 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인족의 수장이었던 키르기스 야리안 폰 카이너스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단번에 주신계의 생각을 꿰뚫고, 주신족의 요구를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한다.
이렇게 되니 급해진 것은 다름 아닌 주신족. 부랴부랴 대군을 일으켜서 연합군을 막을 준비를 하는데…, 이트리나님의 뜻이었을까? 아니면 주신계의 행운이었을까? 주신족에게 뜻밖의 소식이 전해져 들어온다. 바로 연합군이 인족을 먼저 치려한다는 척후의 보고였다.
원래는 주신족에 대한 막연한 증오심으로 군대를 출전시켰던 고신족의 왕, 유리키나는 고신족 신하들과 마족들의 의견에 따라서 우선 위험한 배후인 인족을 처리해서, 뒤를 튼튼히 한 후에 주신족을 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무래도 뻔히 적이 뒤에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 적을 등뒤에 두고 주신족을 친다는 것은 뒤에 강을 두고, 싸움을 벌이는 배수의 진보다도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주신족의 사신을 되돌려 보낸 뒤, 여유롭게 전쟁을 지켜보다 두 세력이 줄어들 때, 전쟁에 참여하려던 키르기스는 갑작스럽게 연합군의 선발대가 인족의 경계를 침범했다는 보고를 듣고, 깜짝 놀라서 허둥지둥 군대를 일으키게 된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연합군과 인족의 전쟁. 수로는 인족이 월등하게 많았지만 급조한 군사라서 상대적으로 훈련이 덜 된데다가, 고신족과 마족의 능력은 인족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강했다.
아무리 인족의 과학력이 발달했다지만 마족이나 고신족 한 명이 죽을 때마다 인족의 군사 수십 명이 죽어나가니 인족으로서는 버텨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었다.
결국 밀고 밀리는 전투 가운데, 인족은 연합군에게 수도, 발타이나까지 밀리게 된다.
이렇게 되자 키르기스는 주신족에게 머리를 숙여가면서까지 연합군의 배후를 쳐 줄 것을 요청하지만…, 글쎄? 주신족은 예전의 원병을 거절한 것을 괘씸하게 여긴다며, 냉정하게 요청을 거절해버리고 만다.
결국 믿었던 원군마저 거절당한 상황. 절망 속에서 치뤄진 전투는 그야말로 처절했다. 인족은 그야말로 수도를 지키기 위해서, 병사 하나 하나가 연합군과 자폭을 하면서까지 연합군의 앞길을 막았고, 연합군 또한 이들을 멸망시키지 못하면 주신계를 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죽음을 각오하고 전투에 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연합군과 인족군의 전쟁은 50여 년 동안 평화롭던 신계를 새빨간 피로 물들였고…….
결국 인계는 키르기스가 인계 최후의 요새, 마르칼티안에 설치해놨던 자폭 마법진을 발동시킴으로써 망하게 되고, 연합군 또한 그 폭발에 휘말려 상당수의 군사를 잃게 된다.
그때 상황을 지켜보던 주신계는 드디어 군사를 일으키며 나서게 된다. 비록 자신들의 계략과 천운으로 거의 멸망까지 이르게 만들었지만 이트리나 님의 가호를 받는 인족을 그대로 전멸하게 만들 수는 없었던 데다가, 이번 기회에 연합군까지 평정함으로써 하르벤 차원을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기 위해서였다.
의문의 주신족 술사에 의해 창조된 주신계의 비밀 병기인 드래곤 5만을 반으로 나눠서는 각각 마계와 고신계의 뒤로 몰래 보내서 치게 한다. 결국 마계와 고신계는 병력이 얼마 없던 시기에 드래곤의 침략에 당해서 6할 이상이 부서져버리고…….
결국은 주신계와 강화 협정을 맺음으로써 제 2531차 신 마 전쟁은 그 끝을 알리게 된다.
그리고 그 전쟁에 의해 자신들의 문명까지 파괴당한 인족은 주신족에 의해 기계력을 빼앗기고, 능력의 대부분을 봉인 당한 채 차원 강등을 당하며 신계의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여기서 잠깐…, 그럼 연합군의 뒤를 친 드래곤이란 무엇인가?
드래곤은 신계가 둘로 갈라지며 주신계의 세력이 약해지자 지그프리드 가에서 신족의 창조의 권능으로 만든 엄청나게 거대한 생명체이다. 높이만 해도 약 20로베나 (약 100m)는 넘어간다고 하니, 거기다가 비록 하르벤 차원의 족속들에게는 못 미치지만 상당히 잘 돌아가는 두뇌에 마법력과 신력까지 더해져 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생물이다.
일단 각설하고, 비록 드래곤 군 4만 6천이 마계, 고신계와의 싸움에서 소리 없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고신계만 치자면 9할 이상이 무너져버렸으니, 드래곤들의 희생도 그리 헛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큰 피해를 입은 고신계로서는 자체 회복이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대로는 주신계와의 싸움이 가망성이 없다고 판단한 고신계는 그 높은 콧대를 꺾고, 동맹군인 마계와 동화되어 버린다.
고신계로서는 아무리 동맹군이라고 해도 자신들의 종족성을 버리고, 마계와 동화되는 것이 좋지만은 않았을 테지만 그 자존심보다는 주신계에 대한 악감정이 더욱 컸기에, 그 치욕을 참으면서까지 동화되었던 것이다.
한 편, 그것을 지켜보던 이트리나 님은 자신이 가장 사랑해 마지않는 인간들이 신 마 대전의 사이에 껴서 신계에서 추방당하자 분노한 나머지 신, 마족들의 수명을 10만년으로 줄이고 또 신, 마족들의 영혼을 환생시킴으로써, 절대 그 수가 늘지 못하게 하셨다. 가끔 특이하게 영혼이 생기거나, 아니면 영혼이 아예 소멸됨으로써 수의 변동이 조금씩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 이후로는 주신족과 마족들의 수가 늘지 않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신계와 마계는 그 수를 충당하기 위해 천사와 악마 등의 생명체들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인족들이 차원 강등을 당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주신족의 수장 지그프리드 가에는 뒤를 이을 아이가 태어나 성장하게 되면 한 가지 시련을 겪게 하셨는데, 그것은 바로 신족의 신력의 반밖에 안 되는 힘과 자신 자체의 힘으로 인계를 여행하는 것이었다. 보기는 쉽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 내막을 보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신계라는 곳은 개인 생활이 일상화되어 있는 곳이다.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는 부모나 부부를 제외하고는 큰 잘못을 하지 않는 이상은 남을 간섭하지 않는 다는 것이 신계의 관습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족속들도 몇 있지만 그것은 아주 소수에 불과할 뿐이었다. 아주 소수.
어쨌든 그런 개인 생활에 익숙해진 신계에서 생활하다가 인간들의 사회생활을 겪는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물론 신력의 반과 신족 자체의 힘만으로도 힘이 금제 당한 인간들에게 죽을 염려는 없지만 가끔 선천적으로 그 금제를 풀고 나오는 인간들도 있거니와 인간들은 언제나 공동체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인간계의 여행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진신 이트리나 님은 주신 족을 멸망시키지도 않으셨을 뿐더러 인족들을 다시 신계로 불러들이지 않으신 이유는 아마도 신족 또한 자신이 만든 생물체이고, 자신이 사랑하는 생명체이기에 차마 멸망시키실 수는 없으셨을 뿐더러 인족들의 원래 본성을 알고 계셨던 탓이리라.
어쨌든 그렇게 해서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제 2531차 신 마 대전은 막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그 후…, 아주 오랜 세월동안 신계에도 평화가 찾아온다. 그리고 하르벤 차원도 점차 예전의 그 치열했던 전쟁으로 인한 상처 또한 아물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몇 천년이 지났을 무렵, 그때 또 한번의 사건이 터졌다.
∴ 검과 마법, 그리고 동시에 새벽과 평화의 탄생.
1억 6382만 4756년
지그프리드 가에서 한 아이가 태어난다. 그 아이가 태어날 때 모든 신계의 생물들이 그의 탄생을 축복했고, 또 하늘에서 비춰주는 이트리나 님의 광휘 또한 그를 비추는 듯 했다.
그의 이름은 정확히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그저 루비나 지그프리드라는 예명과 음악의 신인 가르펠니스 루베이라 일레안과 태양의 신 (태양의 신이라는 것은 줄곧 주신이 맡아오고 있다고 한다. 태양은 왕의 상징이라나?) 보로네인 게라드 루셀 폰 지그프리드가 그의 부모라는 것 밖에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르고, 진실의 신인 나조차도 알지 못한다. 아마도 주신계에서 모든 정보를 차단했던 듯싶다.
어쨌든 그는 1천살 경에 인계에 내려가서 모든 시련을 이기고 신계에 올라왔다. 그 이후로는 그를 검과 마법, 그리고 동시에 새벽과 평화를 관장하는 신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 신계 통합과 티이거 일족의 탄생.
그렇게 그가 6937살 때…, 주신이었던 보로네인이 마족들의 암살자에 의해 죽게 됨으로써, 왕자였던 루비나가 왕위에 오르게 된다. (사실 그의 본래 성이 남성이었는지 여성이었는지 조차도 알려져 있지 않다. 거기다가 특이한 것은 그는 태양의 신 자리를 잇지 않았다. 태양은 왕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화와 분열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그는 곧 엄청난 정치력과 계략을 통해 사분 오열 되어있던 주신 족을 하나도 규합한다. 그 후 그는 마족들을 달램과 동시에 주요 인물을 암살하는 양동작전을 씀으로써, 마족들을 분열하게 만든다.
그때 주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티이거 족이라고 불리는 호랑이와 비슷하게 생긴 생물인데, 티이거 일족은 정확한 유래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루비나가 하계의 호랑이라는 동물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하여튼 이 종족은 앞에서 나온 최강 병기인 드래곤처럼 덩치가 큰 것은 아니지만 크기는 약 1로베나였으며(약 5m),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와 명석한 두뇌, 그리고 파괴적인 마법력은 티이거족으로 하여금 드래곤족과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게 했다고 한다.
어쨌든 그들은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루비나의 손에서 만들어져 천천히 마계를 좀먹어 갔던 것이었다.
그런데 루비나가 7284살이 되던 해에…, 갑자기 주신계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만다.
그는 정확히 8천 살이 되던 해에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 그 동안의 정확한 행로를 밝혀지지 않았지만 마계에 다녀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의 곁에 마족인 로키 아르시온 네스티안 스칼룬이라는 소녀를 (보통은 로아네스라는 예명을 쓴다.) 함께 데려온 것. 그리고 마계에 몇 년 동안 티이거 일족들이 나타났던 것을 보면 말이다. (티이거 일족은 루비나의 직속 부대이다.)
그리고 정확히 1백년 후.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마계가 루비나에게 무릎을 꿇는다.
완전히 평화적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별 싸움 없이 마계는 주신계에…, 아니 루비나라는 주신 족 앞에 무릎을 꿇었던 것이다.
그렇게 신계를 통합한 41대 주신 루비나는 로아네스를 여왕으로 맞이하고, 역대 최고의 정치가라는 찬사를 받으며 주신 족과 마족을 적절히 융화시키며 평화롭게 통합시켜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루비나는 그 사이에 조금씩 자라고 있었던 장로들과 주신계의 귀족들의 불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를 파멸의 길로 인도할 것이라는 것은 더더욱 말이다.
∴ 역대 유일의 통합 신이었던 루비나의 죽음과 그 이후.
그렇게 1천년이 지나갔다. 그 동안 겉으로는 루비나 체제의 아래서 평화스럽게 전 신계가 운영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속사정은 그렇지가 못했다.
처음 5백년간은 주신 족들과 마 족들은 어느 정도 사이좋게 지내는 듯싶었다. 하지만 통합 통치가 시작 된지 5백여 년 이후.
예전부터 상반된 관계였던 신족과 마족의 싸움은 화해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은 채 점점 더 치열해져만 갔고, 그때쯤 해서 주신계의 장로들과 귀족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들이 처음 일으킨 사건은 다름 아닌 쥬렌 궁 암살사건이었다. 바로 신계 통합 여왕이자 루비나의 아내인 여왕 로아네스가 암살당한 사건인데, 로아네스는 쥬렌 궁 화원에서 산책을 하던 중 장로파의 암살자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루비나는 자신이 사랑했고, 계속 사랑하던 그녀의 시신과 영혼을 자신과 융화시킨 채 마음의 문을 닫으며 점점 미쳐가기 시작한다.
자신의 사랑하던 반쪽이 죽었을 때의 그 기분을 알고 있는가? 물론 진실의 신인 나는 사랑을 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다들 엄청난 허탈감과 함께 분노가 일게 된다고 한다.
주신 또한 그런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툭하면 누구를 죽이기 일쑤였으며, 신계의 일조차 보지 않고 있었다. 그런 그를 새벽의 군단의 단장이었던 크로베이안 케르비엔 카르하드는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지만 주신의 상태는 점점 악화되어 가고만 있었다.
그렇게 미쳐 공포정치를 하던 주신은 10년 후에 제 정신을 차리게 되고, 여왕 암살건의 진실을 조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진실을 안 주신은 허탈감에 빠지게 된다.
그 사건의 주동자는 다름 아닌 주신계의 장로들과 귀족들. 항상 자신의 편이라고만 여겨져 왔던 그들이 배반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그가 허탈감에 젖어있을 무렵 기회를 노리고 있던 장로들과 귀족들은 드디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결국은 루비나를 왕위에서 끌어내리고 만다.
하지만 루비나를 죽이려는 찰나에 갑작스런 새벽의 군단의 급습으로 루비나를 죽이는 것에는 실패를 하게 되고, 그렇게 루비나와 새벽의 군단은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신계는 마족의 반발로 인해 다시 둘로 분열하게 된다.
∴ 또 다른 새벽.
루비나 지그프리드가 사라진 후 그 뒤를 이은 제 42대 주신계 수장인 헬리시온 카이스틴 가브리엘 크리스티앙 브라엘 라 지그프리드와 운명의 신인 룬 라이시스 마르디안 라 지그프리드 사이에서 아이가 탄생한다.
바로 후에 ‘죽음의 신’이라고 불리는 신계 최강의 전사이자 차기 주신인 이베리노가 탄생한 것인데 아까도 말했지만 그 위에 자연의 신인 라이나르가 있었지만 그녀는 여성을 택했기 때문에 그는 차기 주신 자리를 얻게 된다. 결코 그가 원하던 자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 ‘죽음의 신’ 탄생
신계력 1억 6383만 9432년.
드디어 제 2532차 신 마 대전이 일어나게 된다.
이번에는 마계에서 통합 주신이었던 루비나의 죽음을 들고 일어선 것이었는데, 하지만 그 전쟁은 허무하리 만치 빨리 끝나고 만다.
그러니까 단 150일 (인계의 다른 차원들의 시간과 하르벤 차원의 시간은 어떻게 상관관계를 정할 수가 없다. 다른 차원들이 하루가 지나갈 때, 하르벤 차원에서는 1시간밖에 안 지나갈 때가 있는가 하면, 다른 차원들이 겨우 한 시간이 지나갈 때, 하르벤 차원은 10일이 지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에 이베리노가 마법 군단중 하나인‘루인 다크’라는 부대를 이끌고는 마계에 들어가서 쑥대밭을 만들어 놓은 탓이었다. 마계에서는 저번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후방 방비를 철저히 했지만‘루인 다크’의 이름만큼이나 강인한 힘과 이베리노의 새벽의 검 '알데히드'와 의문에 가려진 연두색 검에 의해 쉽게 무너지고 만다.
이로 인해 비록 얼굴은 마계 상부 층 밖에는 모르는 이베리노를 (자신을 본 마족들은 너무나도 철저히 죽여 버렸던 탓에 그를 본 마족은 없다고 한다. 다만 자료에 의한 것 일뿐….) 마계에서는 일명 '죽음의 신'이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주신 계에서는 '광휘의 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나도 한 번 만나본 적이 있었는데 이미지가 상당히 냉철했었다. 하지만 자신의 누님인 라이나르에게는 그와 정 반대의 이미지였으니, 아직도 어느 것이 진정한 이베리노의 모습인지 헷갈린다. 아마 이베리노는 이중성격이 아닐까?)
그때가 이베리노가 505세 (인간의 모습으로는 약 9세)가 되던 해였다.
∴ 새벽의 강림.
이제부터는 새벽과 마법을 관장하는‘죽음의 신’헬 이베리노 아스트란 루비나 에르니로티안 쥬엘 라 지그프리드…….
이제는 차기 주신인 그가 겪는 인계에서의 시련을 글로 적어보려고 한다.
현재는 인족들이 점점 하계에서 발전해 가고 있고, 또 마족들 또한 모종의 음모를 꾸미는 듯하고 주신족의 장로들 또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라 시국이 상당히 불안정하다.
거기에 루비나 사건 이후로 사라진 이트리나님의 신탁은 아직도 되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 한 곳이 들고 일어서면 큰불이 날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래서 일까? 왠지 요번 일은 다른 주신들의 이야기보다 더 흥미진진해 보인다. 그리고 이 사건이 끝남과 동시에 모든 진실이 밝혀질 듯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이트리나님께 짤 릴 각오를 하고 이렇게 자세히 적어보기도 했다. 아아, 마법의 펜은 역시 감촉이 좋단 말이야.
아…, 각설하고 이제부터는 진짜로 이야기를 쓰도록 하겠다. 지겹더라고 끝까지 읽어 주면 감사하겠다. 이상 끝!
신계력 1억 6382만 0285년
진실의 신 라크라나 디 이트리나의 신계 역사 이야기 중 새벽의 강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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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기법이 약간 틀린 곳이 있어서... 좀 수정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