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말하려고 했던것이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해 나는 자신있게 말할수 있다
다음 한문장으로 요약될수 있다
"육체적 욕망이 아닌 영원한 정신적 사랑의 역설미"
왜 위와 같은 것이 주제가 될수 있는가
조금 찬찬히 뜯어보면서 한기가 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팔았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우선 한기는 선화를 사랑한다
그가 아무리 선화를 창녀로 팔아버리고 다니고 있기는 하나 사랑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럼 도대체 왜?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선화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것인가
일단 그 이유를 알기위해서
마지막 엔딩장면에서 한기가 타고 다니는 트럭이라는 공간을 주목하자
그 트럭이라는 공간은 두 공간으로 나누어 져 있다 앞 운전석과 뒷 침실 이라는 공간
두 공간으로 나누어져있다
앞 운전석은 정서적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는 정신적 사랑이 존재하는 곳이다
뒷 침실은 정신적 사랑이 부재된 오로지 신체적 욕망만 탐닉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정신적 교감이 없이 육체적 욕망을 성관곌르 통해 해소되는 뒷 침실이 과연
진정한 사랑이 될수 있는가 물론 아니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오직 돈을 통한 거래이요 계약에 불과하다
또 영원이 아니라 순간에 불과한 관계에 불과하다
다른 남자와는 달리 한기는 선화를 사랑하지만 결코 그녀를 성노리개로서 보지않았으며
영원히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영화에 드러난 곳에서만 볼때
한기는 창녀촌에서 선화와 성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았다
그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선화를 찾아갔지만
선화에게 강요된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었을 뿐이다.
이는 선화와 함께 자게 될 경우
그녀와의 진정한 관계가 깨질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것을 절제하여 오래 지속시킬수록 그녀와의 사랑이 좀더 심화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역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사랑하면서도 그녀를 다른남자에게 팔아버린다는 기본구조도 그렇지만
한기가 사형되는것을 막기위해 교도소에서 한기를 마구 구타한 그의 심복동생의 행동을 통해서도 알수 있다
또 면회소에서 "나를 이렇게 만들고 너가 이대로 가버리면 안돼" 라고 울부짖는 서원의 행동을 통해서도
"증오된 사랑"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이 보여지고 있다.
증오와 사랑은 완전히 180도 반대말이기도 하지만
한 대상의 다른단면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는 때로는 대단히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갔을때 더욱 증오심이 불타곤 한다
반대로
대단히 증오심에 붙다던 원수가 떠나갔을때 오히려 역설적으로 어떠한 공허감에 빠진다
그 공허감의 존재가 무엇인가 그것은 애정과 연민이 교차된 사랑의 또다른 면이다.
그런 역설된 사랑의 감정을 바로 이 영화 "나쁜 남자"가 그리려고 했던 것이다.
선화의 입장에서는 '증오가 도치된 역설적인 사랑'을
한기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팔고 다니는 역설적 사랑'을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줄거리"
나의 애인 창녀 만들기
사창가 깡패 두목인 한기는 여대생 선화에게 매혹 당하지만, 그녀의 차디찬 경멸에 강제 키스로 응답한다. 그리고 심한 모욕을 당한 한기는 복수심과 소유욕에 불타서 선화를 창녀로 만들 계략을 실행한다.
계략에 말려들어 창녀가 된 선화의 방 거울은 밀실의 유리와 연결되어, 한기는 밀실을 통해서 매일 밤 서서히 창녀로 변해가는 선화를 지켜본다. 치욕과 공포에 찌들어가는 선화를 지켜보면서 한기는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자괴감을 느낀다.
선화는 그녀를 좋아하는 한기의 부하 명수로 인해 한기의 계략에 대해 듣게 되고, 명수를 이용해서 창녀촌을 탈출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그녀는 집 앞에서 한기에게 잡혀 창녀촌으로 끌려온다. 창녀촌의 일상에 젖은 선화가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한기를 밀어내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있을 즈음 한기는 숙적인 달수파의 공격을 받는다.
한기 부하인 정태는 이에 대한 복수로 달수를 죽이지만 한기가 정태를 대신해 사형 선고를 받는다. 뜻밖에도 선화는 한기에게 죽어서는 안된다고 절규하고, 이것을 본 정태가 자수를 하는 바람에 한기는 감옥에서 풀려난다.
한기는 선화를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보낸다. 그러나 둘은 바닷가에서 재회한다. 한기는 트럭을 타고 다니며 자기의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 판다. 두 사람이 탄 빨간 트럭이 바닷가 마을을 벗어나 또 다른 운명의 공간을 찾는다.
감독 스스로 <나쁜 남자>를 '지금까지의 자신의 영화 세계에 대한 일종의 살풀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 영화에는 기존 영화의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미 '자신의 영화는 크게 보면 한 영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듯이 '악어', '야생동물 보호구역', '파란 대문' 그리고 '섬' 등 전작들의 모티브와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이 때문에 <나쁜 남자>는 김기덕 감독 제 1기 영화 세계의 7번째 변주곡이라 할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전작들과의 연결 고리를 찾아 내는 것도 <나쁜 남자>를 보는 커다란 재미가 될 것이다.
<나쁜 남자>의 포스터와 카피는 올해 부산을 찾은 국내외 영화관계자와 관객들 사이에 단연 화제거리였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의 뒷모습과 거울 안에 담긴 남자의 얼굴이 고급스러운 어울린 비주얼 위에 '나의 애인 창녀 만들기'라는 카피가 얹힌 포스터는 영화 <나쁜 남자>의 내용을 정확하게 형상화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 때문에 밤마다 포스터를 떼어가는 관객들, 증정용 포스터를 몰래 빼내 가는 자원봉사자들이 속출했다.
공식 포스터는 심의 당국으로부터 거듭 반려를 당한 끝에 약간의 변신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미 일부 매체에서는 오리지널 포스터의 이미지를 옹호하는 기사까지 내보내는 등 '백만불 짜리 포스터와 카피'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나쁜 남자>는 김기덕 영화 특유의 모티브 즉, 하층계급의 소외와 폭력성으로 점철된 남성이 자신과 다른 세계를 선망하면서, 다른 곳에 속한 여자를 강제로 데려다 "자신이 인간임을 소개하고 화해를 청하는 위악성"이 더욱 전면화되었다.
부산 영화제에서 <나쁜 남자>를 본 일부 국제영화제 선정위원들은 "김기덕 영화 가운데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와 아울러 "여성에 대한 성적 학대 때문에 부담스럽다"며 고민에 휩싸이기도.관객들 또한 별점을 네 개 혹은 다섯 개씩 매기며 열광하는가 하면, 어떤 여성관객 중에서는 증정 받은 포스터를 찢어버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