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문학(362호)청탁작품(시)2편
겨울로 가는 길 1
김일호
저승사자가 이승 길 배회하다
벗어던진 검은 옷일까
가을이 남겨둔 검은 그림자
산산이 부서져 새내로 흐른다
백발의 갈꽃도
불어오는 찬바람에 스러져
흔적만 남긴 채
검은 그림자를 덮고 누웠다
검은 외투의 철새와 노닐던
하얀 텃새 두루미도
어둠이 내려 둥지에 찾아들면
사라진 듯 어둠에 갇힐 거다
차가운 대지위에
긴 그림자 줄줄이 일어서려는 아침
찬 서리 내려앉은 천지에
밤을 지새우고도 다시 오르지 못한
수많은 별빛 얼어붙은
겨울로 가는 길을 걷는다
안식의 검은 옷 갈기갈기 찢어져
채 거두지 못한 어두움으로 남은
통 트는 이른 아침
새봄의 그날까지 탈색하지 않을
겨울 그림자를 아프도록 밟는다
겨울로 가는 길 2
아직 살아있으니
떠나는 가을 햇살조차 쓸쓸한 거다
살아남아 볼 수 있으니
해 저문 그림자도 아름다운 거다
함께 살아왔으니
떠난 임의 눈물도
오는 임의 미소도
아롱져 빛나는 거다
옷깃에 스미는 찬바람은
나의 호흡이며
발아래 밟히는 낙엽은
스스로 벗어버린 상념의 껍데기다
그렇게 다시 돌고 돌아
내일로 살아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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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출생*1985백수문학편집장*1991문학세계신인상
*전)소금꽃시문학회장*전)세종문학회장*전)세종시인협회창립회장
*한국문협세종시지회장*백수문학회장*세종시문학진흥위원회부위원장
*제11회 연기군민대상수상*국민훈장목련장수훈
*시집<노을에 젖다>공저시집<새내는 흐른다>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