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일기(6) : 역답사(경북 영주역)
1. 영주역을 다시 방문했다. 몇 달 전에는 경북선의 종점으로 방문했지만, 오늘은 중앙선을 타고 내려왔다. 양동역에서 2시간도 안되는 거리다. 오늘의 방문 목적은 영주에서 출발하는 작은 역들, <승부역>나 <분천역> 등의 코스를 점검하기 위해서이다. 역무원들에게 문의하니 애석한 답변이 돌아온다. 이번 여름 장마 때 그쪽 방향 철도가 파손되었고 아직 보수되지 않아 언제 개통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철도역 중에서 가장 오지 지역을 오가는 열차가 중단된 것이다. 이용자도 거의 없는 그곳이 언제 열리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마치 경원선 개통을 계속 미룬 채 대체버스로 운영되는 연천과 철원 지역처럼 말이다. 목소리가 작으면, 목소리는 무시되고 사라진다.
2. 지난 번 영주 방문 때에는 그다지 좋은 인상을 갖지 못했다. 역 앞은 혼란스러웠고 시청주변도 쓸쓸했으며 역 앞의 도로를 따라 걷던 길은 조금은 답답한 느낌을 받고 돌아왔다. 당시에는 시간의 여유가 없어 2시간의 답사였지만, 오늘은 6시간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답사를 시작했다. 많은 곳을 걷고 새로운 장소를 만나면서 영주에 대한 인상은 완전하게 달라졌다. 영주의 매력을 발견했고 영주의 아름다움을 찾았기 때문이다. 먼저 지도를 찾아 방문한 <영주근대역사거리>는 부산의 산동네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특별한 모습이었다. 높은 지대에 집들이 들어서있었고 그 끝에는 오래된 정자가 서있었다. <관사골>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과거 영주역의 관사들이 있었던 장소라 한다. 아래쪽에 바라본 마을이 특별했다면, 마을 위에서 내려본 영주 시내 또한 색다른 모습이었다. 영주의 인상이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3. 영주의 인상을 변화시킨 또 다른 장소는 도시 중앙을 흐르는 하천과 그 옆에 있는 도서관 그리고 북카페였다. 하천길 옆 높은 장소에 위치하고 있는 도서관은 보기에는 좋았다. 하지만 도서관의 외양과는 달리 도서관 내부는 각자 책을 읽는 열람실만 있었을 뿐 자료실의 규모는 작았고 책의 양도 부족했다. 최근 멋진 도서관을 많이 보았는데 그런 점에서 영주 도서관은 조금은 확충될 필요가 있을 듯했다. 도서관에는 실망했지만 바로 옆에 있는 북카페에서 바라본 영주의 모습은 아쉬움을 날려 보내 주었다. 높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카페는 영주의 랜드마크가 한눈에 들어왔다. 오랫동안 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앉아있고 싶은 장소였다.
돌을 찾는 여정
영주의 인상을 확고하게 바꿔준 것은 하천 바로 옆에 조성되어 있는 마애여래삼존불과 여래상이었다. 산 속 깊숙이 숨어있는 대부분의 마애불과는 달리 영주의 마애불은 하천 바로 옆에서 친근하면서도 위엄있게 영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양쪽의 협시불은 상대적으로 작고 조금은 볼품없었지만 중앙의 본존불은 듬직한 얼굴과 위엄있는 인상을 지닌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천과 함께 마주하는 마애불의 모습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이루어진 특별한 만남이었고 그 특별함에서 마애불의 인상은 더욱 오래 남을 듯싶다. 마애삼존불 옆의 여래상은 삼존불 발견 후 우연하게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크기는 작지만 단아하고 정돈된 모습을 하고 있다. 마애불 아래 쪽 바위에 암각화도 새겨져 있다는 설명이 있지만 제대로 찾을 수 없었다. 깊은 산 속에서 숨어서 존재하는 보통의 마애불과는 다른, 일상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얼굴의 마애불을 만난 하루였다.
첫댓글 - 언젠가 TV에서 마을 작은음악회를 여는 카페로 소개되던 곳이다. 커피와 음악이 어울리는 경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