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베뉴
주인 없는 땅은 깃발을 먼저 꽂는 사람이 임자다. 물론 빈 땅이더라도 깃발을 꽂을 만한 가치는 있어야 한다. 소형 SUV 시장은 예전에는 빈 땅이었지만 굳이 깃발을 꽂을 필요가 없었다. 잘 알다시피 우리 시장은 큰 차와 세단 선호 현상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몇 년 전부터 소형 SUV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취향 다양화로 새로운 차종을 원하는 시장 요구가 커지면서 틈새까지 빼곡하게 메우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세단보다 못한 차로 여기던 SUV는, 여러 차종 장점을 한 대로 누리는 특성을 인정받으면서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국내에 소형 SUV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때는 불과 5~6년 전. 그전까지만 해도 주인 없는 시장이었다. 비어 있던 땅이라 차는 속도가 더 빨라서 2014년 3만여 대에 불과한 시장이 지난해 15만 대가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먼저 꽂는 사람이 임자이던 시장이 어느새 여러 차종이 경쟁하는 치열한 구도로 바뀌었다. 아직도 빈자리가 있기 때문에, 신차가 늘어나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베뉴는 주간주행등으로 개성을 표현했다
새로 나오는 차는 깃발만 들고 나와서는 안 된다. 무기를 가지고 뛰어들어야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구매자를 사로잡을 매력 넘치는 요소를 가득 담아야 선택받는다. 소형 SUV 시장에 최근에 나온 모델은 현대자동차 베뉴다. 현대차 소형 SUV 막내 모델로 코나 아래 자리 잡는다. 막내 모델이니 내용이나 구성이 어느 정도 빤하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그런데 요즘 자동차 시장 경쟁은 상상 이상으로 치열하다. ‘이 정도면 되겠거니’ 하는 수준으로 내놨다가는 철저하게 외면당한다. 베뉴를 보면 요즘 소형 SUV가 어때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
SUV다운 형태로 소형이지만 야무진 느낌을 조성했다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아무래도 가격. 베뉴는 ‘소형차다운 가격’을 책정했다. 수동변속기 기본 모델 가격은 1473만 원, 무단변속기 모델은 1620만 원부터다. 쌍용 티볼리는 수동변속기 모델 가격이 1678만 원부터 시작된다. 자동변속기 모델은 1838만 원이다. 수동이든 자동이든 200만 원가량 낮게 시작한다. SUV에 입문하려는 사람 또는 젊은 밀레니얼 세대가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수준이다.
베뉴는 타깃층이 ‘싱글 및 밀레니얼 세대’로 확실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로 다양한 삶의 방식과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한다. 베뉴는 ‘독창적인 개성’을 추구해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다. 턴 램프와 헤드램프를 분리한 램프 구성, 사각형 주간주행 등이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인상을 완성한다. 테일램프 렌티큘러 렌즈는 다양한 패턴으로 반짝거리며 간결한 뒷모습에 포인트를 준다. 베뉴는 실용성을 추구하는 소형차를 넘어 패션카를 지향한다. 외장 색상만 해도 보디 10개 루프 3개를 조합해 21개나 마련했다. 시트도 조형적이고 트렌디한 패턴을 적용해 시각적 만족감을 높였다
공간을 잘 뽑은 베뉴의 실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30% 가까이 된다. ‘혼’자가 붙는 1인 라이프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그런데 정작 세 명 중 한 명인 1인 가구를 위한 자동차는 따로 없다. 자동차야 큰 차라도 혼자 타면 1인용이라 할 수 있지만, 베뉴는 아예 1인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콘셉트를 잡았다. 특히 ‘커스터마이징’에 주목해야 한다. 1인 라이프에 맞게 반려동물 패키지(ISOFIX 반려동물 카시트, 안전벨트 테더, 시트 및 트렁크 방오 커버 등), 공기주입식 에어카텐트, IoT 패키지, 프리미엄 스피커(케블라 콘), C필러 뱃지, 아웃사이드미러 커버, 내외장 디자인 패키지 등 커스터마이징 품목을 마련했다. 각자 개성과 취향에 맞게 차를 구성할 수 있다.
치열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베뉴는 자기만의 무기를 준비했다
작은 차 구매자는 으레 공간은 포기한다. 혼자 탈 차니 운전석 외 공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소형차의 공간은 단순히 혼자 타는 상황을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된다. 영위하는 생활을 기준 삼아야 한다. 베뉴는 ‘이상적인 공간 구성’으로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 트렁크 바닥은 2단으로 조절할 수 있어서 용도에 맞게 구성을 달리할 수도 있다. 트렁크 선반을 따로 마련한 수납공간에 집어넣으면 걸리적거리지 않고 편하게 짐을 실을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355L.
1인 가구에게는 효율 좋은 운전석
소형 SUV는 소형차의 높이를 키워 공간만 넓힌 차로 여긴다. 게다가 요즘은 죄다 도심형으로 나오니 SUV 특성은 기대하기도 힘들다. 베뉴는 도심형이면서 ‘SUV 정체성이 확실’하다. 노멀·에코·스포츠 3가지 드라이브 모드 외에 스노우·머드·샌드 3가지 트랙션 모드를 갖춰서 2WD인데도 험로 주행에 맞는 SUV 특성을 살렸다. SUV 정체성은 험로 주행 모드 외에 디자인에서도 드러난다. 패션카 다운 세련미를 추구하는 동시에 정통 SUV 특성을 살린 다부지고 탄탄한 스타일로 완성했다.
외관 커스터마이징 요소도 베뉴를 달라 보이게 한다
소형이라도 SUV이니까 연비는 낮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된다. ‘높은 효율성’은 소형 SUV가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기다. 베뉴의 파워트레인은 1.6L 가솔린 엔진과 수동변속기 또는 무단변속기 조합이다. 연비는 무단변속기 모델이 1L에 13.7km(15인치 타이어 기준)로 동급 가솔린 엔진 중에서 가장 좋다. 가솔린 엔진에 SUV이면서 이 정도 연비면 만족하며 타고 다닐 수 있는 수준이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은 차급을 불문하고 필요 장비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소형차급에서는 여전히 기본으로 넣기에는 부담이 가는 장비다. 베뉴는 전방충돌방지보조, 차로이탈방지보조, 운전자주의경고, 하이빔보조장비를 기본으로 갖춰 ‘차급을 뛰어넘는 안전성’을 확보했다. 후측방충돌경고, 후방교차충돌 경고도 옵션으로 마련했다. 전통적인 안전장비인 에어백을 6개나 넣는 등 안전 기본기에 충실하다.
베뉴는 애완동물을 위한 여러 패키지를 준비했다
베뉴(VENUE)라는 이름은 영어로 ‘장소’를 의미한다. 베뉴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열린 장소로 보이려는 마음일 테다. 어느 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트렌드에 맞추겠다는 의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베뉴는 새로운 차다. 소형 SUV 중에서도 가장 작은 차급이고, 차급을 뛰어넘는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다. 소형 SUV 시장에 깃발만 꽂으면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제대로 경쟁하려면 강점 하나는 들고 나와야 하고, 우위에 오르려면 다채로운 장점을 갖춰야 한다. 요즘 시대에 맞는 소형 SUV 영토 확장 전략을 베뉴가 확실히 보여준다.
글.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사진. penn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