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찾아간 경기도 안산시
삼보컴퓨터 공장에서는 100여명의 직원들이 PC 부품(메인보드)을 바쁘게 조립하고 있었다. 재빠른 손끝이 조립을 끝내면, 카트가 도착해 부품을 운반한다. 최종진(34) 과장은 "국내와 미주 지역의 주문이 다시 살아났다"며 "밤11시까지 야간 근무는 물론, 토·일도 나와서 일한다"고 말했다.
삼보컴퓨터가 영욕(榮辱)의 과거를 딛고 '초심(初心)'으로 다시 뛰고 있다. 2005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위기를 맞았지만, 올 1월 졸업한 다음 주력 사업인 PC 사업을 중심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셋톱박스업체 셀런에 인수된 뒤 올해 1·2분기 연속 흑자를 내고, 연 2000억원대로 뚝 떨어졌던 매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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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률 95%… 야근과 주말 근무로 활기 넘쳐삼보컴퓨터는 한때 국내 IT(정보기술)업계를 대표하는 연 매출 2조원대의 스타 기업이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확장과 PC시장의 경쟁 격화로 큰 손실을 보고 2005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05년 영업손실액만 2598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3년여 만에 삼보컴퓨터는 재기의 시동을 걸고 있다. 무엇보다 임직원들이 힘을 뭉쳐 주력사업인 PC 사업 회생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법정관리 직전 삼보컴퓨터 안산 공장의 가동률은 80%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비수기인데도 가동률이 95%에 이른다. 직원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최 과장은 "한때 일이 없어 직원들이 3~4시에 퇴근해야 할 정도로 분위기가 불안했지만, 최근에는 수주 처리를 위해 나간 직원을 다시 불러들이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보컴퓨터의 사원식당은 북적대는 직원들로 활기가 넘쳤다. 2005년 250명까지로 줄었던 직원 수가 최근 1000여명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생산 시설에만 270여명의 인력이 투입돼 있으며, 향후 더 늘릴 계획이다.
회사의 회복세가 불붙자, 직원들도 힘을 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삼보컴퓨터는 올 2분기 데스크톱 PC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50여명의 연구인력은 주말근무를 자청하며 주중에 개발한 신제품을 시험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까지 모두 35종의 데스크톱·노트북 PC를 내놓았다.
- ▲ 지난달 말 경기도 안산시 삼보컴퓨터 안산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라인 위에 놓인 데스크톱 PC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한때 연 2000억원이 넘는 적자를냈지만, 올 들어 1·2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다시 일어서고 있다. /삼보컴퓨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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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으로 돌아가다
삼보컴퓨터의 부활은 무엇보다 '기본'에 다시 충실했기 때문이다. 삼보컴퓨터는 법정관리절차 개시로 자금 위기를 넘긴 뒤, 강점에 집중하는 전략을 폈다. 먼저 매출은 컸지만 수익이 나쁜 해외사업을 전면 정리했다. 해외 PC 시장이
대만·
중국업체의 약진으로 당시 삼보가 넘볼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대신 원래 삼보컴퓨터의 주력이던 국내 사업을 강화했다. 500여개에 이르는 대리점망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지원금을 오히려 늘렸다. 대신 타사 제품을 판매하는 등 삼보컴퓨터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했다. 서비스센터는 비용을 들여 24시간 운영하고, 소비자가 원하면 타사의 PC까지 고쳐줬다. 그 결과 삼보컴퓨터에는 떠났던 고객들이 입소문을 통해 하나 둘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먼저 개인 소비자들이 돌아왔고, 이어서 삼보의 텃밭이던 공공기관 고객들이 돌아왔다. 해외 수출도 다시 재개됐다. 대신 예전의 ODM(제조자개발생산)방식은 철저히 피하고 있다. 시장 개척이 힘들더라도 철저하게 자체 브랜드 '에버라텍'을 밀어붙이고 있다. 해외 매출은 현재 전체 매출의 약 8% 수준이다.
김종서 사장은 "힘들더라도 자체 브랜드로 삼성·
LG의 뒤를 쫓아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을 밀고 나갈 것"이라며 "슬림형 등 새 디자인의 PC는 물론 미니노트북 PC와 IPTV(인터넷 TV)기능을 갖춘 PC로 새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입력 : 2008.09.01 21:28 / 수정 : 2008.09.02 0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