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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맛기행/레시피 스크랩 [모꼬지후기]철을 알면 맛이 보인다
야니 추천 0 조회 40 13.05.05 18:5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철을 알면 맛이 보인다”

 

미식을 논하면서 절대 진리로 간직하고 있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식가에게만 국한 된 얘기는 아니다. 시절 음식에는 맛과 영양뿐만 아니라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까지 있다. 그러니 요식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까지 진리처럼 여겨야 할 대목이다.

 

최근 몇 번의 모꼬지를 통해서 맛객의 맛을 경험한 분들이 계신다. 내리 6~7번 참석하신 분도 계신 걸 보면 내놓은 요리가 그리 형편없지는 않았나 보다. 헌데 실은 요리라고 할 것도 없는 음식들도 많았다. 단지 삶고, 썰고, 최소한의 양념으로 먹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바로 제철의 산물을 내놓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모꼬지 참석자들이 경험한 미각은 요리가 아니라 제철의 산물이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며칠 전 모임에서는 황가오리무침을 내놓았다. 물론 남김없이 드셨지만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남는 요리였다. 사정상 주방 밖에서 음식을 만들기에 주방일은 식당 관계자에게 맡기기도 한다. 그날도 미나리데침은 식당 측에 맡기게 되었다. 황가오리도 황가오리지만 제철을 맞은 미나리를 풍성하게 내놓을 요량이었다. 그런데 데친 미나리를 보니 생각보다 소량이었다. 미나리가 적다고 하자 생 쑥갓을 넣으면 더욱 맛있다는 대답이다. 어쩔 수 없이 그리 따르긴 했지만 내 성에 차지는 않았다. 무침에 쑥갓이 들어가는 게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나의 구상은 제철에 난 산물을 이용한 무침이었다. 쑥갓이 들어간 무침이 제아무리 맛있다 한들 제철에 난 미나리만큼 맛있을지는 의문 아니겠는가.

 

발명가 트레버 베일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성공의 열쇠는 관습적인 사고를 따르지 않는 시도를 감행하는 데 있다. 관습은 발전의 적이다’

 

이 말은 발명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사회 모든 분야에 접목해도 좋은 명언이다. 요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무침에 쑥갓이 들어가야 한다는 사고는 관습적이다. 요리의 특성과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써는 파, 마늘, 고추 역시 관습이다. 고깃집에서 내 놓은 양파도 어떻게 썰어져 나오는지 떠올려보시라. 아마 공장제품이라 해도 좋을 만큼 차이가 없지 않는가. 동그랗게 써는 양파가 눈에는 보기 좋을지 몰라도 먹기에는 불편함이 있다. 또 통째 구워야 하기 때문에 불에 닿는 부분은 까맣게 타기 일쑤이다. 자 관습의 덫에서 나와 사각 썰기 해서 양파를 내놓아보자. 불에 잠시만 올려놓아도 잘 익기에 타는 염려도 없다. 또 젓가락으로 집기도 쉬울 뿐 아니라 한입거리기 때문에 먹기도 편하다. 요리란 창의성의 결과물이다.

 

 

 

모꼬지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지면서 내놓을 음식 구상에도 더 심혈을 쏟을 수밖에 없다. 이날의 주제는 노랑가오리와 광어, 전복이었다. 전복을 빼면 모두 제철인 셈이다.

 

 

 

노랑가오리는 봄철에 서남해안에서 나오는 산물이다. 흔치 않기에 간재미만큼 지명도가 있는 생선은 아니다. 하지만 그 맛을 아는 사람은 봄철에 노랑가오리를 떠 올릴 정도이다.

 

 

 

쫄깃한 육질은 회도 좋고 무침도 좋다. 회를 찍어먹는 양념장은 재래된장에 다진 마늘과 초장약간, 참기름을 혼합하였다. 노랑가오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일미는 바로 간이다. 생선의 간 중에서 일미는 홍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봄철의 노랑가오리 간 앞에서만큼은 홍어애도 기를 못 피지 싶다.

 

 

 

 

 

 

부드럽지만 밀도가 있는 식감에 고소한 풍미는 벌써부터 내년 봄을 기다려지게 한다. 이날 내놓지는 않았지만 숨어있는 별미가 하나 더 있다. 속이 꽉 찬 내장을 데쳐서 소금에 찍어 먹는다.

 

 

 

다음으로는 전복회를 내 놓았다. 완도에서 공수한 놈이라 선도가 눈으로도 보인다. 비릿함까지도 바다의 풍미로 해석되어진다. 도심에서 산지의 신선함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또 그 맛을 인정해주는 분들이 계시기에 즐겁고 고맙다. 이날 약 22미를 내놓았다.

 

다음 주자는 광어회와 해삼내장젓이다. 약 2,8kg짜리 자연산 광어이다. 참고로 자연산 광어는 무조건 커야 맛은 아니다. 산란기 이전인 겨울철에는 클수록 좋다. 하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1kg 미만이 더 훌륭하다. 다행히 이날 광어는 알이 갓 배기 시작한 상태라 크기와는 상관없었다. 맛있는 광어는 육질의 색상이 약간 노르스름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금강산 장전항에서 맛본 광어가 그랬다. 바로 이놈도 그렇다. 얇게 썰자 참석자 중 한분이 너무 얇게 써는 것 아니냐고 한마디 한다. 회는 칼의 요리이다. 칼을 대보면 맛보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가장 맛있는 두께를 찾아낸다. 나는 그 두께를 찾아 썰 뿐이다.

광어에서 일미는 등지느러미이다. 지방이 올라 고소한 맛과 쫄깃한 식감이 탁월하다. 각 한점씩 제공되었다. 개인적으로 양식은 지느러미에 흙내가 많은 편이어서 그리 즐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연산은 예외로 탐식을 부리기도 한다. 그래도 한 두점에 불과하지만.

 

 

한쪽엔 광어회를 또 한쪽에는 해삼내장젓을 올리는 중에 불현듯 생각난다. 아뿔사!!! 깜빡 잊고 달걀을 가져오지 않았다. 때문에 구상한대로 요리가 완성되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광어회와 해삼내장젓을 내 놓자 참석자들이 술렁거린다. 여기 저기에서 감탄사가 터지고 고개는 절로 끄덕인다. 진정한 광어회라는 평과 함께 해삼내장젓의 풍미가 압권이란다. 모두가 즐거워하니 요리를 내 놓는 사람으로서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먹지 않아도 배 부른다는 말은 이럴 때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광어회가 얇다고 말했던 분에게 한마디 했다.

 

“왜 얇게 썰었는지 이제 이해가 되죠?”

사실 먹어보면 알겠지만 그리 얇은 편도 아녔다.

 

 

 

게우젓도 내놓았다. 공구를 통해서 인기몰이를 했던 그 게우젓이다. 밥을 부르는 젓갈답게 “여기 공기밥 하나요~” 외친다.

홍어사촌지간쯤 되는 등택어는 찜으로 내 놓았다. 살짝 삭힌 놈이었는데 냄새는 홍어로 속을 판이다. 하지만 맛을 보면 홍어만큼은 못한다. 좋은 맛은 맛의 고저가 있다. 마치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처럼 상승하는 클라이막스가 있다. 헌데 이 등택어는 그렇지 않다. 밋밋함이 일정하게 이어진다고나 할까? 때문에 회보다는 무침으로 더 어울리겠다. 하지만 노랑가오리가 있기에 찜으로 내 놓았다.

 

 

 

마지막으로 노랑가오리무침을 내놓았다. 초장을 넉넉하게 넣고 데친 미나리와 고추, 양파, 쑥갓, 파와 함게 무쳤다. 마지막으로 산미를 가미했다. 미식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라 대번에 초장맛이 각별하다고 말한다. 나름 비법이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비법은 무슨.... 완도 아시나요식당에서 공수한 초장일 뿐. ^^;

 

 

 

예정된 요리는 요기서 끝이다. 하지만 이놈의 창의성은 또다시 발동이다. 즉석에서 요리 한가지다 떠오른다. 가수가 앵콜곡을 부르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남은 전복을 살짝 쪄서 세로로 반 토막 낸 뒤 게우젓 양념에 버무렸다. 아마 이런 전복요리는 처음으로 경험했으리라. 맛 괜찮았나요? 

 

재미있는 영화는 두 시간이 언제 흘렀나 싶게 훌쩍 지난다. 나에겐 요리가 재미있는 영화와 같다. 두시간반의 시간이 30분처럼 짧게만 느껴졌으니 말이다. 다 여러분 덕이다.

 

 

 

언제나처럼 이날도 주 술은 송명섭 막걸리였습니다. 약 23병 마셨나? ^^ 

 

 ■

 

맛객의 맛있는 모꼬지 참여를 희망하시는 분은

간단한 자기소개서와 함께 연락처를 j-cartoonist@hanmail.net 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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