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 밤
어머니는 소쩍새가 되셨다
잠결에 품에 안긴 새끼 훌쩍새
아무것도 아니다며
한참을 훌쩍거린 모자새
이유를 모른 체
왠수를 갚겠다는 새끼 새가 돠었다
세상에는
내가 가진 나의 비밀이 있고
너와 내가 나눠가진 우리의 비밀이 있고
너만 가진 너의 비밀이 있다
누군가에게 힘이 들때 응원군을 청하는 비밀
나는 소쩍새가 된 비밀을 였들었다
한 동네 신창댁과 나눈 이야기
웬수는 아버지
소쩍새의 비밀이
새끼 훌쩍새의 비밀이 되었다
속으로 속으로 슬픔을 먹고 자란
눈물 많은 훌쩍새
때로는 소쩍새 뒤에서 우는
눈물을 삼키며 자라는 꺽꺽새
나무처럼 버티고 선 웬수
짝 잃고 둥지 잃은 소쩍새
새끼에게 죄 없는 죄인으로 사셨다
나무뿌리엔 또 다른 나무
소쩍새는 소쩍 거리며 용서하셨다
새끼들이 다 컸으니까
훌쩍새는 그 나무에 둥지를 틀지 않았다
소쩍새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보라 보라고 소쩍새 둥지를
들어라 들어라고 소쩍새의 울음소리를
소리치고 싶었다
그러나 소쩍새의 비밀은
늘 부끄러웠다
어머님의 무덤가엔
아직도 소쩍새 울음 소리가 들린다
등짝에 솟은 핏대를 뽑아내며
가끔은 훌쩍새가 되어 운다
*시작노트
명절이 되어오니 그 옛날 어머님 생각이 난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박경리 선생의 유고시집을 읽으며
나는 내 속에 상처로 남아 있는 비밀같은
이야기를 틀어내고 홀거분해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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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ㅡ웬수
진아 김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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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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