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가 선진국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옆에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거대 시장 중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1992년 한중 수교이후 마트나 시장에 가면 중국 제품 천지여서 이러다가 우리나라 산업이 망하는 것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지만, 곧 이런 물품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산더미 같이 들어와도 중국에 반도체나 스마트폰 몇개만 팔아도 더 큰 이익을 남긴다는 말에 안심했었다. 사실 우리나라와 중국 간의 무역규모는 미국과 유럽을 합한 것 보다도 크고 우리나라의 무역 흑자의 대부분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2016년때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한국에 사드 미사일을 배치한다고 했을 때 진보 세력은 이에 반대했고, 이에 중국이 국제적 무역관행에 어긋나는 경제 보복을 했을 때도 중국보다 미국을 더 비판했었다.
그렇지만 2016년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고압적인 태도와 한한령같은 일방적인 보복조치와 한국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 때문에 우리 나라 기업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반중정서가 팽배하게 되었고, 시진핑 정권의 강압적인 통치행위와 중국인들의 배타적 민족주의가 더해지고, 더구나 이를 기화로 무분별한 중국에 대한 혐오를 유도하는 보수언론과 유튜브의 기사와 방송으로 인해 이제는 중국이 일본보다 더 싫은 나라가 되고 말았다.
한청훤씨는 중어중문학을 전공했고 오랫동안 중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중국에서 첨단산업의 발전상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중국통이다. 한청훤씨가 자신의 경험과 수많은 자료를 섭렵한 후에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한청훤씨에 의하면 2013년 시진핑 정권 출범이래로 중국의 기존 정책인 도광양회(韜光養晦 : 자신들의 속마음을 감추고 조용히 힘을 기른다)를 버리고, 경제 규모 2위라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중국몽(중화민족의 부흥을 실현한다는 중국의 꿈)과 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듯한 공동부유를 추구하면서 국내정치에서는 강압적인 독재체제를 구축하였고, 국제적으로 일방적인 경제보복을 자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2022년 현재 시점에서 한국 경제와 산업경쟁력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다름 아닌 과거의 기회이자 성장의 토대가 되었던 중국이라는 것이다. 사드 사태 이후에 한한령의 보복조치로 한국 전기차용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여 한국 배터리 3사(LG엔솔, SK온, 삼성SDI)는 중국에서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고, 2021년 기준으로 중국의 한 배터리 업체의 점유율이 한국 3사의 점유율을 합한 것과 거의 맞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한한령으로 관광업, 뷰티 패션 산업, 엔터테인먼트 같은 서비스업이 직접적인 피해를 봤지만,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현대와 기아차는 중국 시장을 완전히 잃었고, 스마트폰 갤럭시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거의 0%수준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던 디스플레이 산업인 LCD도 시장점유율에서 중국 제품에 이미 추월당했다고 한다. 대외경제연구원에서는 2020년 6월 한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12개 산업분야의 경쟁력을 비교 분석한 결과, 시스템 반도체, 통신기기, 가전,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이미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으며, 5년 후에는 자동차, 조선, 철강,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일반기계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추월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5년 후에도 유일하게 경쟁력을 유지하는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 딱 하나였다.
미국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자신을 추월하는 것을 용납하러 하지 않는다. 중국이 미국의 하위 체제에 위치하여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적당하게 돈을 버는 것은 용납하지만 첨단 고부가치사업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경제에서 중국을 배제하려고 하고 있고, 한국의 전체 대외 수출 중 25%를 소화해 주고 있는 중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블록에서 배제되는 것이 현실화 되었을 때 한국이 겪을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만큼 클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경우에도 차이나쇼크는 온다는 것이다. 장차 중국의 국력이 지금보다 강화되어 산업적 안보적 측면에서 한국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고, 중국이 내부적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침체되어도 한국은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고, 시진핑 정권이 국가적 야심과 정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대만과의 통일을 위한 전쟁을 일으켜도 한국은 엄청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시진핑이 마오쩌뚱과 덩사오핑에 버금가는 업적을 남기려면 대만과의 통일 밖에 없어서 한청훤씨의 주장에 의하면 향후 5년 안에 대만과의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이 그나마 경쟁력을 유지하는 이유가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굴기를 좌절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진핑 정권은 대만의 반도체 업체인 TSMC를 갖기위해 대만과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차이나쇼크에 대비하는 한청훤씨의 제안은
첫째, 30년간의 탈냉전 시대가 끝났다는 인식의 사회적 확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식의 좋은 시절은 끝났고 신냉전이 확실히 도래했다는 인식이 확고해야 어떤 위기에도 기민하고 슬기롭게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이고
둘째, 국제적 이슈에 대한 국내 여론의 관심 제고를 위한, 한국 미디어들의 국제 뉴스에 대한 보도 강화이다. 앞으로 한국은 외교, 안보, 경제 문제가 얽힌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고, 이 선택의 합의에 이르는 첨예한 논쟁과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국제적 이슈들이 한국과 무관하지 않음을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셋째, 대한민국은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라는 객관적 자기 인식이 필요하다. 과소평가된 자기 인식은 주변 강대국들의 엄포와 보복 협박에 대처하는 대응력을 약화시킨다. 중국은 현재 한국 정도의 경제력과 군사력, 그리고 대외 영향력을 가진 국가까지 공식적으로 반중 전선에 참여할까 전전긍긍하는 중이다.
넷째, 중국에 대한 경제적 산업적 의존도의 점진적 축소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실시한 신남방정책은 경제와 산업측면에서의 리스크 분산과 회피 전략으로 윤석열 정부도 계승하여 적극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다섯째, 산업적 측면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가 중요하다. 반도체는 이제 단순히 경제와 산업 영역뿐만 아니라 외교와 안보 영역에서도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과의 초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과 주목이 커야 정책적 노력이 힘을 받기가 수월할 것이다.
여섯째,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이지만 한일관계의 개선이필요하다. 동아시아에서 궁극적으로 지역 패권 국가로 떠오를 중국에 맞서 한국이 장기적으로 실질적 주권과 국가의 자주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중국과 세력 균형을 이룰 역내 파트너가 필요하고 그 파트너는 일본이 되어야 한다. 일본은 독일에 비해 과거 청산이 매우 미흡하고, 우익이 정치권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역사왜곡을 시도하여 한국을 자극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과거에 수차례 한국과 아시아 국가에 저지른 침략 행위를 국가 차원에서 공식 사과해왔고,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도 부분적으로나마 노력하기도 했다. 동아시아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 등 동일한 사회적 가치관을 공유하며 궁극적으로 전략적 파트너로 손을 잡을 고려대상은 일본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마지막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는 요인들이 쌓여 감에도 불구하고, 한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중요하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며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악화를 피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중 외교는 상당히 선방했다. 미국이 동아시아 서태평양 지역에서 쌓고 있는 블록에 한국이 들어가는 것은 결국 불가피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대중국 압박 최전선에 우리가 앞장설 필요 또한 없다. 미중간에 신 냉전이 격화되더라도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최악의 대치로 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 외교 기조에 있어 철저히 국익에 기초한 초당파적인 컨센서스를 이루고,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상관없이, 그것을 따르고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