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의 발자취
장항선 열차가 금강하구언을 건너 호남의 관문인 군산역에
도착한다. 군산은 일찍이 마한 땅이었으나, 백제로 합병
하면서 마서량, 미사현으로 불려왔다. 1899년 일제에 의해
개항하기 전 까지만 해도 작은 포구였다. 부산, 원산, 제물포,
경흥, 목포, 진남포에 이어 일곱 번째로 강제개항하면서
호남 벌에서 생산된 미곡을 수탈하는 거점이 되었다.
군산여행의 시발점은 철새조망대가 있는 금강하구언
상류지점이다. 군산역에서 택시로 기본요금이면 금강
철새조망대 주차장에 도착한다. 철새들이 찾아오는 11월이
성수기인데,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이라 찾아오는
관광객도 없이 너른 주차장이 텅텅 비어있다.
철새신체탐험관으로 꾸민 오리모형관을 지나 전망대가 있는
건물로 올라간다. 고속엘리베이터로 11층 전망대에 올라서면
유유히 흘러온 금강을 사이에 두고 장항읍이 시원하게 펼쳐
진다. 10층, 9층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서 전시관을 둘러보고,
겨울철새의 이동경로와 조류 박제시설물이 있는 1층을 빠져
나와 철새를 탐조할 수 있는 강가로 내려선다.
1990년 금강하구언이 완공되면서, 강 주변으로 울창한 갈대
숲이 형성되고 겨울철새들이 찾아오는 보금자리로 변모하였다.
가창오리, 청둥오리, 기러기, 등 각종 희귀 철새들이 날아와
겨울을 지내는데, 해질 무렵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날아
오르는 모습을 보기위해 많은 관광객이 몰려온다.
금강랜드와 휴게소를 지나 금강하구언을 통과하는 지하통로를
빠져나오면, 고기들의 이동통로인 어도를 만난다. 민물과 바닷
물을 오가는 회유성 어류들의 통로이다. 산란을 위해 바다로
나가는 참게, 뱀장어를 비롯해 강으로 거슬러 오르는 항복,
웅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어류의 통로이다.
시민공원중앙광장에 들어서면, 화강암으로 만든 높이
17.9m의 진포대첩비가 있다. 1999년 개항 100주년을
기념하여 조성한 것인데, 돛을 상징하는 날개 모양이
하늘을 향해 솟아있고, 두 조형물이 만나는 꼭대기에
왜구를 물리칠 때 사용한 화포가 하늘 높이 걸려있다.
고려3대첩으로 일컬어지는 진포대첩은 우왕 6년(1380년)
금강하구에서 왜구 5백 척의 선박을 최무선 장군의 화포로
물리친 전투다. 군산은 예로부터 식량자원이 풍부한 곡창
지대여서, 조정에서는 진성창을 설치하여 인근에서 거두어
들인 곡식을 보관하였는데, 곡식을 노리는
왜구들의 출몰이 잦았다.
왜구들은 5백 척의 선박을 이끌고 기벌포로 출몰하여 인근
고을을 닥치는 대로 불태우고 노략질을 일삼아 양민의 시체가
산과들을 뒤덮고, 수많은 곡식을 약탈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 최무선 장군이 전함100척을 거느리고 출동하여, 왜적선
500척을 침몰시키는, 청사에 길이 빛나는 전승을 거두었다.
진포대첩의 찬란한 역사와 함께 개항100주년을 맞이하는
군산시가, 21세기 국제화시대를 맞이하여 서해안 중심도시
로서의 희망찬 미래를 상징하는 조형감각으로 시민공원을
만들면서 진포 대첩비를 건립하게 되었다고 한다. 진포시비
공원을 지나는 길목에서 채만식 문학관을 찾게 된다.
1902년 군산시 임피면에서 태어난 채만식은, 군산을 대표
하는 문학인이다. 탁류, 치수, 태평천하 등 300여 편의 작품을
발표한 채만식은 1950년 페결핵으로 사망할 때가지 군산을
배경으로 한 서민들의 애환을 그려낸 “탁류”가 그의 대표작이다.
우리의 생활이 향상되면서 삶의 질을 중요시하게 되고, 제주의
올래길을 시작으로 지방마다 특색 있는 산책로가 들불처럼 번져
가고 있다. 군산도 예외는 아니어서 금강을 중심으로 군산을
대표하는 길을 조성하였으니, 11개 구간으로 나누어
조성된 “구불길”이 188km에 이른다.
금강을 따라가는 “달밝음길”은 길이가 15km에 이르지만, 모두
답사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월명공원 수시탑이 있는 8km를 걷게
된다. 장항과 군산을 사이에 두고 흘러온 금강이 하구언을 경계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삼복더위의 열기를 받으며, 비단결
처럼 잔잔한 금강을 따라 하구로 내려서면, 구암동산에 이른다.
한강이남 지방에서 최초로 독립운동이 일어난 군산 3.5독립만세
운동의 발원지를 기념하여 3.1운동 기념탑을 세운 곳이 구암동산
이다. 억압과 핍박 속에서도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고취하고 군산
의 자긍심을 기리기 위해 공원으로 조성하고 있다.
진포해양테마공원에 도착한다. 이곳은 세계최초로 함포해전을
벌였던 진포대첩의 역사적 현장을 보존하고, 최무선장군의
업적을(사실은 장항 쪽에서 벌인 전투라 함) 기념하여 퇴역한
위봉함을 전시실로 꾸미고, 육해공군의 퇴역 군 장비
13종 16대를 전시하고 있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를 주재로 한 시설물과 장미공연장을 지나,
군산이 자랑하는 근대사 박물관 광장에 도착한다. 항일 투사
임병찬 의병장 동상을 바라보며 들어선 박물관은, 역사는 미래가
된다. 라는 주제로 해상물류유통의 중심지였던 군산의 옛 모습과
전국최대의 근대문화자원을 전시하여 서해 물류유통의 천년, 세계
로 뻗어가는 국제무역항 군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웃에 있는 세관건물은 1908년 독일인이 설계하고, 벨기에에서
건축 재료를 수입하여 유럽 양식으로 지은 건물로서 서울역,
한국은행본관건물과 함께 대한제국의 건축양식으로 단 세
곳만이 남아있는 문화재로서 가치가 높은 건물이다.
월명공원은 서울의 남산과 같이 군산의 중심에 위치한 월명산을
중심으로 군산시민들의 안식처로 조성한 공원이다. 1926년
10월 월명산을 관통한 해망굴은, 중앙로와 수산업의 중심지인
해망동을 연결한 길이 131m 높이 4.5m 규모의 반원형 터널
인데, 한국전쟁 당시에는 인민군의 작전본부로 사용하였고,
지금은 마을 주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다.
월명공원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해병대 군산, 장항, 이리지구
戰績碑다. 한국전쟁 당시 군산시가 인민군의 수중에 들어가기
3일전 군산과 장항 인근에서 있었던 전투를 기념하는 해병대 군산,
장항, 이리지구 전적비가 있고, 계단을 오르면
군산을 상징하는 수시탑이 있다.
해변이 바라보이는 정상에 세운 28m 높이의 수시탑은 바람에 나부
끼는 선박의 돛 모습과 타오르는 불꽃 모형으로, 군산시의 번영을
기원하는 뜻을 간직하고 있다. 만발한 배롱나무 꽃이 운치를 더하고,
금년 말 완공예정인 동백대교와 장항제련소 굴뚝이 금강하구의
유구한 역사와 장밋빛 미래를 전해주고 있다.
수시탑이 세워진 곳은 일제 강점기에 신사가 있던 곳이다. 수시탑은
원래 30m 높이로 세울 계획이었고, 탑 이름도 ‘봄을 기다린다’는
뜻의 ‘춘망대(春望臺)’였다. 하지만 예산부족으로 2m 모자란 28m로
제작되었고, 1968년 완공 시에는 군산시를 활성화 시키자는 뜻의
‘성시탑(盛市塔)’이었다가 얼마 후 수시탑(守市塔)으로 개명되었다.
이로서 군산의 일면을 답사하고, 군산역으로 향한다. 50만시민이
살아가는 군산은,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역사의 도시이고, 개항기
를 맞아 발전한 서해의 관문으로, 새 만금 개발사업이 완공되는 날,
기름진 평야와 풍부한 바다를 배경으로 21세기를 열어갈 첨단산업
도시오. 국제무역항으로 발전할 것이다.
금강 하구언
진포대첩 기념탑
갯골에서 고기 잡는 어부
진포 詩碑 공원
어청도 등대모형
군산세관
강 건너 장항제련소
단둘이가봤으면 - 최무룡
단둘이 가 보았으면
최무룡/노래
흰 구름이 피어오른 수평선 저너머로
그대와 단둘이서 가보았으면
하얀 돛단배 타고 물새들 앞세우고
아무도 살지않는 작은 섬을 찾아서
아담하게 집을 지어 그대와 단둘이
행복의 보금자리 마련했으면
저녁노을 곱게 물든 수평선 저너머로
그대와 단둘이서 가보았으면
갈매기 사공삼아 별빛을 등대삼아
늘푸른 나무들이 무성한 섬 찾아서
꽃을 심고 새도 길러 맑은 샘 파놓고
그대와 단둘이서 살아 봤으면
2016-11-17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