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8일 서경식 선생이 별세 하셨다. '나의 서양미술 순례', '디아스포라 기행' 등의 수많은 경계인을 대변하는 저서를 발간한 분이시며 평생 소수자를 대변하며 일본에서 재일조선인으로 약자와 비주류, 소수자의 인권에 연대했던 분이시다. 한번도 뵌적은 없지만 디아스포라 기행을 통해 이 분이 말하는 경계인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알았고 세상에 대한 또다른 눈을 뜨게되었다. 평생 미술과 문학으로 인권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냈고 이 책은 저자의 마지막 유고집이며 그러기에 더더욱 깊게 느껴진다.
'나의 미국 인문 기행'이라는 책은 미국 전역에 대한 광범위한 이야기는 아니다. 작가가 만난 사람, 작가가 만난 작품, 시대상황, 정치적 이슈에 따른 의미화 된 작품들이 소개되는데 모든 왼쪽 페이지에 사진이나 그림이 실려있다. 왼쪽에는 그림, 오른쪽에는 글이 있다. 일기처럼 그가 보낸 하루를 눈에 선하게 구체적으로 서술했는데 그 방식이 하나의 소설을 읽는 듯했다. 뉴욕과 워싱턴, 디트로이트에 있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그림들 중 고통, 전쟁, 인간의 추함, 노동자 계급, 벽화, 저항정신을 다른 그림들에 얽힌 작가 이야기와 그 이면의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물론, 독자의 입장에서는 재미지만 작가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신념이었으니 서경식 선생이 아니라면 이렇게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책 전반에서 우울감이 많이 느껴졌다. 향년 72세에 작고하셨는데 그 때까지 이 분이 겪었던 힘겨움은 가히 상상이 안된다. 주변인이자 경계인으로 사는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문장 사이사이에서 너무도 뚜렷이 느껴졌다. 서경식 선생을 통해 팔레스타인이자 미국인인 에드어드 사이드를 알게 되었다. 이 사람은 팔레스타인계 아랍인이자 기독교인, 미합중국 국민이었던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 [문화와 제국주의]의 저자로서 문화연구 분야에서 전 세계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고등교육을 받은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p.198) 이 사람은 음악에 조예가 깊었고 경계인이자 지식인, 문화비평가이자 평화주의자였다. 어쩌면 서경식 선생과 비슷한 정체성과 고민을 해오지 않았을까 싶다. 가장 오랫동안 서경식 선생의 동지였을지도 모르겠다.
책 전반에서 정치적 상황과 벼할 것 같이 않은 이 체제에 비판하고 문제제기 하면서 보통의 사람들이 보지못하는 부분들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슬픈 지식인. 미술이 위로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버텼을까 생각이 될 정도였다.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무척이나 묵직해졌다. 어쩜 이런 분들 덕에 미처 보지 못했던 관점을 한번쯤 되짚어 볼 수 있었떤게 아닐까 싶다. 평생 저항하고 타협하지 않는 삶이 얼마나 버거울지, 버거웠을지 가늠도 안된다. 이 분의 죽음에 조의를 표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이 그나마 이정도로 진보한 것에 저항과 연대로 힘을 보태인 서경식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