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0일 (히3 창립주일).hwp
2018년 6월 10일 평화목교회 주일예배 설교
창립 6주년 기념 * 홍지훈 목사
히브리서 3:12-14
처음부터 지금까지
평화목교회가 생긴 지 벌써 6주년이 되었습니다. 오늘 저는 6번째 창립기념 설교를 하면서 지난 6년의 세월동안 우리가 어떤 여정을 걸어왔는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창립 때부터 함께 했던 16분의 교우들은 기억을 더듬어보시면 될 것이고, 다른 분들은 빈 기억의 공간을 채워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개인과 공동체의 역사는 그 정체성 확립에 도움을 줍니다. 평화목교회가 어떤 정신에 근거해서 설립되었고, 지난 세월 어떻게 목표를 향하여 걸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2012년 6월 3일 주일날 강성철 목사님의 사업장인 카페 디 마레에 교우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날 저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모인 교우들이 교회를 개척하기로 결의하고 예배장소를 물색하다가 마침 제 제자 목사님 한 분이 운영하는 성경연구소를 주일만 사용하기로 허락을 얻었습니다. 그 장소가 동천동 천변이었습니다.
한참 더위가 시작된 7월 8일 주일에 우리교회의 명칭을 <평화목 교회>라고 정했습니다. 이 의미는 3가지인데 첫째는 <평화나무>라는 의미이고, 둘째, <평화와 화목>을 의미하기도 하며, 셋째, <평화로 가는 길목>이라는 뜻도 포함시켰습니다.
그렇게 일 년 여가 지난 후 2014년 1월5일 주일부터 이곳 봉선동(정확하게는 방림동)에 예배당을 임대하여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로 이사 온 지도 벌써 5년째입니다. 장소는 옮겼지만, 우리교회가 속한 노회는 여전히 광주노회입니다. 대한 예수교 장로회 통합 측 노회가 광주를 3분하여 각각 전남노회, 광주노회, 광주동노회로 나뉘어 관할하는데, 우리는 그중 광주노회 소속입니다. 老會란 영어로 synod라고 하는데, 장로교에서 그 지역 교회의 목사전원과 장로대표가 구성한 기관입니다. 전국에 67개 노회가 있습니다. 그중에는 무지역 노회라고 불리는 이북지역 노회도 포함됩니다. 이 정도의 교회정보는 교우들께서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평화목교회는 창립 때부터 몇 가지 교회론에 대한 논의를 거친 후에 세운 교회입니다.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평화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시겠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참된 평화입니다. 참된 평화의 반대말은 거짓평화입니다. 겸손한 척하는 것과 겸손이 다르듯이, 평화로운 척하는 것과 평화는 다릅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평화로운 것이 참된 평화의 기본입니다.
그리고 우리교회는 이 평화를 우리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교회 밖에서 평화로운 삶을 누리고 전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방식은 교회의 재정을 세상과 나누는 방식입니다. 눈을 크게 뜨고 오래 보아야 보인다는 말이 있지요. 세상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국가가 이것을 완전하게 담당합니다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도움이 필요한 구석이 많습니다. 평화목교회 교우들께서는 눈을 뜨고 귀를 열고 도움을 청하는 소리를 찾아야합니다. 우리는 대화하면서 서로 경험한 도움의 현장소리를 공유해야 합니다.
저는 신학교 역사신학 교수입니다. 강성철 담임목사와 평화목교회를 개척설립하면서 말씀 선포와 교육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교회가 다 똑같다고 생각하신다면 절대로 틀린 말은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주인인 곳이고 우리 모두는 다 형제자매인 모임이 교회이니까요. 하지만, 신학자들은 성서적으로 그리고 신학적으로 교회다운 교회를 추구합니다. 그래서 제 역할은 평화를 목표로 모인 우리가 어떻게 교회다움을 유지하면서 행복한 신앙생활을 하고, 이 행복을 어떻게 이웃들에게 나누어줄까를 고심하는 역할입니다.
대한민국에 설립된 교회 수가 5만 여개라고 합니다. 그중에 대한 예수교 장로회(통합)에 속한 교회는 8.984개입니다. 우리 교단에 소속된 노회가 67개 지역노회이고, 목사의 수는 19.302명이며, 어른 세례교인은 1.733.000명 정도입니다. 전체 예산은 1조 3천억원 정도라고 합니다. 얼핏 계산해보면 교회별 평균 교인수는 192명입니다. 교회별 평균예산은 1억 4천 만원 정도입니다. 그러니 평화목 교회는 평균치에 못 미치는 작은 교회임에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속한 광주노회는 교회수가129개, 교인이 36.364명인데 그중 세례교인은 20.584명, 목사는 217명, 장로는346명입니다. 평균세례교인이 159명 정도이니, 노회 안에서도 우리교회는 작은 교회임에 분명합니다.
모두 보셨겠지만, 평화목교회 정신을 요람에 기록해두었습니다. 신학이 있는 교회, 내적성숙의 교회, 흩어지는 교회, 에큐메니칼 교회, 섬기고 나누는 교회라는 다섯 가지 정신입니다. 그리고 요람에는 개척당시 설립선언문도 실려 있습니다. 그 내용을 읽어보면 평화목교회가 어떤 목표를 가졌는지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외적으로 볼 때, 교인수도 적고 교회재정도 적은 교회이지만, 평화목교회가 바라보는 목표는 <온 세상>입니다. 교회 안과 밖을 함께 보는 교회입니다. 교회 안에서는 평화롭다가 교회 밖으로만 나가면 전쟁을 하고, 전쟁터에서 상처입고 다시 교회로 돌아오면 평화를 누리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어가기 위하여 노력하는 교회입니다.
외적성장이 아니라 내적 성숙을 추구하는 교회이기 때문에, 이런 교회정신을 함께 공유할 교인들을 기다립니다. 예배당도 전월세로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지만, 예배당을 건축하는 일은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주일예배로 모이는 것이 우리교회의 유일한 공적 모임입니다. 하지만 주중에는 여러 모임들에게 장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직 장소를 못 구한 개척교회에게도 이 장소를 사용하도록 해주었습니다.
평화목교회는 <우리교회>만 추구하지 않습니다. 교회는 다 교회입니다. 단지 교회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차이가 있을 뿐이고, 교인들은 자기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교회를 선택하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여서, 다른 교회를 다니다가 우리교회로 찾아와서 여기 남거나, 혹은 우리교회를 다니다가 마음의 평화를 회복하여 원래 다니던 교회로 돌아간 분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교회에서 만족을 못하고 떠난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모습이 평화목교회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6년간 창립주일 설교를 다시 읽어 보았더니, 처음 창립할 때 제가 기도에 대하여 3주 연속 설교를 했더군요. 교회를 개척할 때 보통 목사가 기도원에 들어가서 금식기도 하는 게 관례인데, 우리는 그 대신 기도가 무엇인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말씀을 나누자고 제가 제안 했던 것입니다. 교회 카페에 설교 원문이 다 실려 있으니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교회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어떤 교회가 될 것인가를 먼저 숙고해야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교회가 되어 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교회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제 말씀이 뜻은 <인간의 욕심으로 하나님의 뜻을 가리지 말자>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 속에서 우리에게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말합니다. 내가 잘했다고 생각할 때에 내 속에서 “정말 잘 한 것인가?”하고 말합니다. 내가 기뻐하고 만족할 때에, “양심에 거리끼는 것은 없는가?”하고 속에서 울립니다. 성경을 읽고 필사하고, 설교를 듣고 ‘아멘’하고 화답하는 일 보다 더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에 자기의 생각과 삶을 비추어 보는 일입니다. 그리고 반성하는 것이고 변화하는 것입니다.
2015년 창립 3주년 때에는 예배에 대한 설교를 했습니다. 형식적인 예배가 아니라, 예배다운 예배는 바로 그리스도의 머리되심을 인정하는 예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몸은 머리가 인도하는 대로 움직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뜻대로 움직여야합니다. 그렇게 따르겠다고 고백하는 시간이 바로 예배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내 속에서 나를 감동시키고 회개하도록 연습시간을 주는 것이 예배인 것입니다.
2016년에는 평화목 교우들이 삶의 굴레에서 자유로운 마음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설교했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놀라운 평강과 안정이 우리 양심에 주어진다.”는 칼빈의 말도 들려 드렸습니다. 인생살이가 힘들어서 속상할 때, 조용한 곳에 가서 “하나님!”하고 불러보십시오.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뜨거운 느낌이 속에서 올라올 것입니다. 그러고 나면, 다시 자신감을 회복하고, 힘든 세상을 헤쳐 나갈 용기를 얻어서 마음이 평안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작년에는 숙고하는 신앙에 대하여 말씀드렸습니다. 형식적인 신앙생활에 안주하지 말고, 신앙이 나를 어떻게 이끌어가는 지 숙고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지난 6년 동안 우리 교회가 추구했던 목표들을 되새기면서, 오늘 저는 창립 6주년을 맞아서 목사와 교우들 모두가 함께 한 해동안 할 일을 세 가지 제안하려고 합니다.
첫째, 예수의 삶을 살아보는 교회가 되어보자는 것입니다. 막연하지요. 저도 막연한 표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예수께 배우되 머리로만 배우지 말자는 것입니다. 예수의 가르침이 사랑이라면 사랑을 실천하고, 십자가의 희생을 배웠으면 한 번 희생을 실천해보고,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겟세마네 동산의 주님을 보았으면 우리도 그렇게 따라 해보자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똑같이 되자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끄덕였으면, 마음으로 동의했으면, 이제는 몸으로 살아보자는 것입니다. 거기서 느끼는 행복이 진짜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가 되자는 것입니다. 참 야심도 크지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니 말입니다. 이 말씀은 내 마음에 뿌린 씨앗이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를 거둘 때에, 교회 안에서 그 열매를 구하지 말고, 세상의 삶에서 그 열매를 따라는 것입니다. 조금 더 설명을 한다면, 우리는 교회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세상의 삶 속에서 예수의 정신이 어떤 결실을 맺는지에 주목하자는 것입니다.
셋째는 자기의 삶으로 공동체에 헌신하는 교회가 되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교회공동체에도 해당되는 것이고 다른 공동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크리스천은 예수의 道를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예수의 길을 추구한다는 것은 구도자의 삶을 산다는 것입니다. 그 길 위에서, 그 길을 걸어가며 만나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헌신을 보여주는 삶입니다.
이 세 가지에는 공통점이 한 가지 들어있습니다. 신앙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는 공통점입니다. 예수 믿는 신앙은 인생을 살아가는 도구입니다. 이 신앙으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가 더 중요한 목표입니다. 신앙을 가지고 신앙을 지키는 것이 중대한 목표였던 역사가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시대는 예수 믿는 것 그것 만 가지고 구원받은 만족으로만 살 수는 없는 시대입니다.
신앙인의 삶은 여러 갈래로 타인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중에는 그리스도인 끼리의 관계도 있지만, 가족과 일터에서 그리고 친목단체에서 우리는 비그리스도인들과 만나고 사귀며 살고 있습니다. 거기서 우리의 신앙적인 삶이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그 관계는 기독교 교리를 전파하고 구원을 논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어깨를 맞대고 사는 자리입니다. 그때 공의와 자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몸으로 보여줄 수 있고, 인내와 헌신이 얼마나 힘 있는 것인지 스스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외형 뒤에 숨겨진 본질을 직관하는 능력과 약함 속에서 드러나는 진정한 지혜와 힘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평화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 동행하는 길벗들입니다. 이왕 교회에 나오셨으니, 여기서 평화로 가는 길벗이 되어보십시오. 그리고 세상에서도 평화를 향해 함께 걷는 길벗을 많이 만드십시오. 그들이 신앙을 갖게 되는 것은 우리 하나님께서 하실 일이고, 우리는 그저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그들과 함께 길을 걸어가면 되는 것입니다.
평화목교회 창립 6주년을 맞았습니다. 여기서 평화를 맛보셨기 바랍니다. 한 번의 주일예배와 친교가 우리에게 완전한 평화를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6년간 연습했으니,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겠습니까? 평화를 향해 가는 길목에서 만난 길벗 여러분 우리 삶을 평화롭게 만드는 신앙을 가슴에 간직하시기를 바랍니다. 그 평화가 여러분을 자유의 길로 인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