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루비콘강을 건넜다. 두 회사는 4월15일 구글이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불공정 거래 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그 여부를 가려달라는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로써 모바일 검색을 둘러싼 구글과 NHN·다음의 신경전은 공정위 조사로 판결이 나게 됐다.
먼저 안드로이드폰이 출시되는 과정을 보자. 구글은 안드로이드OS를 단말기 제조사에 무료로 공급한다. 단말기 제조사는 이를 받아 안드로이드폰을 만들면서 제조사마다 이용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골라 넣는다. 이 때 구글 검색, G메일, 구글 지도, 유튜브 같은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를 함께 넣고, 구글이 배포하는 테스트 도구를 써서 직접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테스트 결과를 e메일로 구글에 보내고, 구글은 호환성 검증 과정(CTS)을 거쳐 인증 여부를 단말기 제조사에 회신한다. CTS를 통과하면 제조사는 구글 서비스가 포함된 안드로이드폰을 이통사를 거쳐 이용자에게 유통한다. CTS 과정은 대개 2주 정도 걸린다. CTS를 통과하지 못하는 안드로이드 단말기는 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탑재할 수 없다.
논란의 뼈대는 이 CTS다. 다음과 NHN은 구글이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와 마케팅 계약을 맺으면서 구글 모바일 서비스와 경쟁하는 국내 포털 서비스들을 선탑재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과녁은 ‘검색’을 조준한다. 구글 검색을 기본 탑재하면서 네이버와 다음 검색은 사전 탑재하지 못하게 단말기 제조사에 압력을 넣었다는 얘기다.
단말기 제조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구글이 CTS 과정을 고의로 지연시킨다고 다음과 NHN은 주장했다. 다음쪽 관계자는 “고의로 지연하는지, 더 철저히 검사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구글이 내건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평소 인증 기간의 2~3배에 이르는 기간이 걸린다”라며 “이 경우 이통사 출시 시기를 뒤흔드는 만큼, 이통사로서도 구글 검색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된 이통사와 제조사의 e메일 진술 내용을 확보하고 있다”라며 “e메일엔 (다음과 네이버 모바일 검색을 선탑재하지 말라는) 구글의 압력이 있었다는 걸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국내 출시된 단말기 가운데는 LG전자 옵티머스Q가 네이버 검색을 기본 탑재해 내놓은 유일한 안드로이드폰이다. LG전자는 애당초 5월29일 옵티머스Q를 출시한다고 밝혔지만, 예정된 출시일이 두 번이나 늦춰지면서 결국 열흘 가량 늦게 시장에 나왔다. 당시 LG전자쪽은 “구글과의 인증 문제로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NHN쪽은 “당시 네이버나 구글 검색을 사전 탑재하면 기술 지원이나 여러 면에서 비협조적일 것이란 메시지가 구글에서 LG전자쪽을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옵티머스Q는 지난해 11월 생산을 중단할 때까지 5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11만대 가량 팔렸다.
NHN과 다음은 구글의 압력이 이통사에도 미쳤다고 주장한다. 구글은 현재 SK텔레콤과 ‘요금합산 청구 계약’(캐리어 빌링)을 맺고 있으며, 다른 이통사 한 곳과도 계약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금합산 청구 계약은 이용자가 안드로이드마켓에서 응용프로그램(앱)을 구매한 대금을 이통사 요금 고지서에 합산해 결제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원래는 구글 계정을 이용한 카드결제만 지원됐지만, 요금합산 청구 계약을 맺으면 신용카드가 없는 이용자도 손쉽게 앱을 유료로 구매할 수 있다.
요금합산 청구 계약을 맺으면 이용자는 편리하고, 이통사는 수익에 도움이 된다. 그러니 이통사는 이 계약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요금합산 청구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구글이 이통사에게 경쟁사인 국내 포털 검색 서비스를 사전 탑재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걸었다는 게 NHN과 다음쪽 공통된 주장이다. 다음쪽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통사와 제조사의 e메일 진술을 확보하고 있다”라며 “e메일엔 구글의 압력이 있었다는 걸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폰에 검색 기능을 기본 탑재하는 게 왜 민감한 문제일까. NHN과 다음은 그게 모바일 검색 점유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폰이 제공하는 검색 기능은 둘로 나뉜다. 단말기 버튼 형태로 제공되는 ‘핫키’와 바탕화면에 설치해 쓰는 ‘위젯’이다. 이 가운데 핫키 방식의 검색은 구글 검색만 제공된다. 네이버나 다음 검색을 위젯 형태로 바탕화면에 고정해두고 쓸 순 있지만 그 또한 만만찮은 일이라고 NHN과 다음은 주장한다.
이들은 “이용자가 직접 다음과 네이버 검색 위젯을 안드로이드폰 바탕화면에 설치하려면 적어도 안드로이드마켓 접속부터 위젯 설치까지 8단계 이상 거쳐야 한다”라며 “심지어는 위젯을 직접 바탕화면에 추가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용자도 적잖다”고 말했다. 네이버쪽은 “심지어는 구글 검색 위젯에서 네이버를 검색해 네이버 모바일웹으로 들어오는 유입량도 꽤 많다”고도 말했다. 사실상 이용자 선택을 막은 조치란 얘기다.
이번 논란은 독과점 문제로도 확대될 조짐이다. 다음은 제소 취지를 밝힌 글에서 ▲구글이 국내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OS 시장지배력을 모바일 검색시장으로 전이시켰고 ▲경쟁 검색사업자의 검색 프로그램을 프리로드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법으로 다음을 비롯한 모바일 검색 서비스 사업자들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고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한 부당한 거래행위를 했으며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공정거래법에 제시된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금지’, ‘불공정거래 행위의 금지’, ‘불공정거래 행위의 지정’ 조항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다음쪽은 “그 동안 제조사나 이통사와 다음 검색을 사전 탑재하기 위해 수차례 사업 협력 시도를 했지만 번번히 막혔다”라며 “구글의 압력과 강제가 원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코리아쪽은 일단 원론적 입장을 제시하는 선에서 지켜보는 분위기다.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상무는 “안드로이드는 무료로 공개되는 오픈 플랫폼으로 이통사나 제조사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으며, 어떤 앱을 얹느냐는 이통사나 제조사의 비즈니스 결정사항”이라며 “구글은 오픈 플랫폼을 제공하고 개발자나 제조사,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드릴 뿐”이라고 밝혔다.
CTS가 지연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호환성 인증 테스트는 제조사나 이통사가 안드로이드마켓과 구글 제품을 넣었을 때 이것이 잘 구현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라며 “탑재하는 서비스가 많아지면 테스트 기간도 길어지고 버그가 발생하면 더 늘어질 수도 있는 만큼, 단말기 사례마다 인증 기간은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수건은 던져졌다. NHN과 다음이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함에 따라, 공정위는 심사를 거쳐 구글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 조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당분간은 누구 말이 맞는지 공식 판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메트릭스모바일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으로 국내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OS는 66.6%를 차지하며 19.7%를 기록한 iOS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윈도우 모바일과 심비안 OS가 각각 10.9%와 2.5%로 뒤를 따르고 있다. 전세계 점유율은 올해 2월 가트너 자료를 기준으로 안드로이드 OS와 iOS가 각각 22.7%와 15.7%로 나타났다.
구글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같은 iOS 기반 스마트폰에도 기본 검색엔진으로 등록돼 있다. 아이폰의 경우 이용자가 ‘설정’ 메뉴에서 구글, 야후, 빙 가운데 기본 검색엔진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다. 구글은 이 대가로 애플쪽에 적잖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이를테면 비즈니스 거래인 셈이다. NHN과 다음쪽은 “현재로선 아이폰보다는 오픈소스로 무료로 제공되는 안드로이드 OS의 검색 앱 사전 탑재 문제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