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맑고 미풍이 살랑살랑 부는 아침.. 야외 법회보기 딱. 좋은 날^^..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부처님 오신 날 축하 법회와 아기부처님 목욕인 관욕 행사가
오월 마지막 날이며, 일요일인 5월31일 보리사에서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날이 바로 오늘이다.
그나저나 몇 달만에 가는 절인가..
가슴이 두근 반 할 수도 있지만.. 평상심이 도라 하지 않았던가^^
힐끔 시계를 본다. 몇 시지?..
뉴욕에서 뉴저지로 가려면 건너야만 하는 조 다리..
열흘 전인가.. 코로나 때문에 길 막힐 염려는 없겠지 하며 달리다..
웬걸 화물차들이 길을 가득 매워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오늘은 좋은 날이어서인지.. 뻐엉 시원하게 달린다.
조금 일찍 도착하려 했는데.. 늘 그렇듯이 사소한 일이 출발 전에 생겨 도착하니 10시 35분.
주차되어 있는 차는 이십 여 대.. 생각했던 것보다 차가 적었다.
코로나19가 쎄긴 쎄구나..
11시 부터 행사가 시작이니 야외에 임시로 법당이 이미 꾸며져 있었고
몇몇 보살님들은 분주히 마무리 작업을 하고 계셨다.
중앙에는 아기 부처님이 자리하고 있고..
"안녕하세요..()^^"..
"네에, 처사님도 안녕하시구요? 그 험한 강물을 건너오다니..^^"
오랜만에 보는 얼굴 반가운 건 나 뿐만이 아닌 모두의 감정이겠지..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누구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잘 지내시죠?"..
"그럼요^^"
이제는 그냥 지나치는 인사말이 아니다. 진심 잘 지내시기를 바라며 말을 건넨다.
이번 초파일 행사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실속만 차려 잘 치룰 수 있는 지를 보여준 훌륭한 행사였다.
이렇게 간단한 행사가 될수록 준비하시는 보살님과 처사님의 일은 더욱 많아지지만..
6법공양 예를 마치고..
스님의 목탁에 맞추어 주지 스님의 신도님들 가정화목을 기원하는 요식을 하고..
이어 주지이신 원영스님의 봉축 법문이 이어졌다.
스님께서는..
오늘 참석하신 신도님과 미처 참석하지 못한 신도님들 모두와 함께
이러한 야외 행사로 초파일을 맞이하는 것을 감사드리고..
코로나19가 온 사회를 덮치니 도시 속에 살아도 마치 절해고도 속에 사는 것 같다.
바다는 여러가지이니 전염병이 이제보니 바다요, 미네소타주 플로이드 사건을 보면 사회가 바다로..
사회 속에 홀로 살고 있는 것과 같다.
이와같은 고통의 바다[고해]를 건너가는 방법이 무엇인가?..
몸이 배가 되는 데.. 나는 나룻배 마음을 싣고 가는 있는 배라고 어느 시인이 노래하지 않는가.
배가 바다를 해쳐 나아가려면 돛을 올려야 하는데.. 돛이란 탐욕이니 재물 명에 권력이 그것이다.
둘을 너무 믿지 말라 했으니 몸은 편한대로 하려 하고, 마음은 좋은 것만 하려한다.
그리고 홀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함께 모여 가야 든든하니 화합을 해야만 하며
화합은 상호 존중에서 나온다.
이와같은 커다란 배의 선장은 관세음보살이시다.
그러니 <반야심경>에 나오듯 관세음보살[관자재보살]에 의지하여 고통의 바다를 건널 수 있다.
이것을 의심할 이유는 전혀 없으니 성철큰스님께서는 "우리는 본래 구원되어 있다" 고 하신 게 그것이다.
이어 신도회장 임현광 거사님은 인사말을 통해 참석하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하며..
코로나19와 싸움 최전방에서 오늘도 애쓰고 있는 분들에게 감사하자 고 했다.
오늘 초청 성악가인 김은수 보살님은 찬불가와 가곡 '그리운 금강산' 을 선사해 주었는데..
무 반주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내공이 그대로 전해져 천둥번개같은 갈채를 받았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 라이트..
세상에 태어난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는 관불의식이..
평소 참석자의 1/3 도 아니되는 조촐한 초파일 행사였으나 참석한 불자님들은 오히려 더욱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어려웠지만.. 올해도 해냈구나!
하는 뿌듯함이 아닌지..
30여 명 남짓 참석했음에도 수 년만에 만나는 불자님도 있어 그 또한 어찌 즐겁지 않으랴.
1800 여년을 이어오는 오늘 같은 날..
우리 조상님들은 당연히 한 자리에 둘러앉아 덕담과 농담 속에 한 끼를 함께 하는 미풍 전통이 있지만..
오늘만큼은 신도 몇 분이 정성으로 준비한 과일과 물 그리고 예당 떡을 돌아갈 때 가져가는 것으로 대신했다.
헤어짐은 서먹했는데..
"다음 법회에 만나요^^" 하지만.. 그 날이 언제일지 알지도 못하는 그런 불안이었다.
주지 스님께서는 신도님들의 그런 불안을 너무 잘 알고 계시니..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근심 걱정을 떨칠 수 있을지
신도 한 분 한 분 눈을 맞추시며 노심초사하시는 모습이 역력하시다.
한편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그런 가운데 내가 홀로가 아닌 나를 염려해주는 분들이 계심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주었다.
절을 나서기 전에 스님께 건의했다.
"나들이가 쉽지 않은 요지음 보리사 카페와 인터넷을 더욱 활성화 시키는 게 어떻겠습니까?().."
경을 모여 합송하듯.. 따뜻한 손길이 아쉽지만
스님께서도 강조하셨듯이 화합의 표시인
서로 존중하며 선한 마음으로 안부를 묻고.. 간단히 불법을 말하다 보면
많이 배웠다는 것 보다 이런 분이 내 곁에 계셨구나 하는..
기쁨의 만남이 보리사 카페나 카톡방에서 일어나지 않을까?..
침묵[묵언]은 금이 틀림없다.
그러나 방편이 있듯이 지금은 한 두마디 따뜻한 말을 인터넷에서 주고받는 게
훨씬 좋은 때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