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스물여섯 수로 바꿔쓴
기미 독립 선언서
선언문
우리는 독립국이다, 우리는 자주민이다
만방에 이 뜻 알려 인류 평등 밝혀내고
이로써 자손 만대에 민족 자존 깨치리라
반만 년 역사 문화 이천만의 충성 모아
민족의 자유 발전 인류 평등 이룰러니
이것은 하늘의 명령, 어느 누가 막으랴
강권주의 침략주의 지난 시대 낡은 유물
누천 년 지킨 나라 빼앗긴 적 있었던가
부끄런 경술의 국치, 압제 세월 십 년째
십 년 동안 받은 피해 그 얼마나 많았던가
생존권은 짓밟히고 정신은 상처 입고
민족의 자존심뿐이랴, 독창력도 눌렸네
십 년 억울 지금 고통 장래 위협 벗자 하면
민족 양심 국가 염치 다시 떨쳐 펼치려면
그렇다 최대의 급선무 민족 독립 아닌가
한민족 겨레마다 인격자로 자라려면
불쌍한 자녀들을 부끄럽게 않으려면
우리들 자자손손이 경사로운 복 맞자면
겨레여 이천만이여, 가슴마다 칼 품으라
자유 평등 사랑하는 온 인류의 시대 양심
든든한 창이요 방패니 어느 누가 막을까
병자년 을사년에 정미년 경술년에
갖가지 맺은 약속 헌신짝 팽개치듯
일본은 그 무엇 하나 지킨 적이 있던가
학자들은 강단에서 정치가는 실제에서
조선은 식민지다, 조선인은 야만인이다
오만한 정복욕에 빠져 무시하기 그 얼만가
허지만 우리들은 일본 탓을 않겠도다
스스로를 추스림이 원망보다 더 먼저요
무너진 우리 현실을 일으킴이 먼저라
해묵은 원한으로 일시적인 감정으로
일본을 미워하고 배척하지 않겠도다
양심의 명령에 따라 새 운명을 개척할 뿐
낡은 사상 군벌 세력 얽매인 저 정치가들
그들의 공명심에 희생된 우리 민족
참으로 불합리한 현실 바로잡게 하리라
두 나라 합병이라니 애시당초 바랐겠나
그러하니 그 결과는 뻔한 일이 아니겠나
서로가 상극인 관계를 벗어날 수 있는가
용기 있는 결단으로 옛 잘못을 바로잡고
진정한 이해심과 동정심을 바탕 하여
두 나라 친구 돼야 해, 복된 사이 돼야 해
한이 맺힌 이천만을 총칼로 억누르면
사억만 중국인도 안절부절 시기할 터
동양은 다 망하고 만다, 비참하게 되리라
오늘의 조선 독립 그 의의가 참 크도다
조선인은 생존 번영 이루고 살 것이며
일본은 그릇된 길 나와 동양 평화 지키리라
중국마저 불안 공포 벗어나게 될 것이니
동양의 평화 없이 세계 평화 이루겠나
온 세계 평화 되찾고 온 인류는 행복 찾고
아아, 신천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십 년의 압제 시대 저만큼 물러가고
새로운 도의의 시대가 바로 여기 오도다
인도주의 맑은 정신 서광을 비춰주니
인류의 역사에도 새 봄빛이 쏟아진다
만물아 다들 일어나라, 새 봄빛을 맞으라
지난 날 십 년 세월 얼어붙은 추운 겨울
호흡조차 막던 시절 이제는 한때의 일
지금은 따뜻한 봄볕이 기를 펴라 하잖나
온 세상 복 돌아오고 세계가 달라진다
이 기회 틈탄 우리 주저할 게 무엇인가
자유권 생존권 찾아 민족 문화 꽃피우자
겨레여 이 겨레여, 떨쳐라 일어서라
인류의 맑은 양심, 자주 독립 그 진리가
우리와 함께 하나니 일어나라 떨쳐라
남녀가 따로 없다, 노소 또한 따로 없다
낡고 어둔 옛집에서 활발히 뛰쳐나와
이 우주 삼라만상과 함께 부활의 꿈 이루라
먼 조상 신령님들 은밀히 우릴 돕고
온 세계 새 형세가 바깥에서 우릴 돕네
시작 곧 성공 아닌가, 독립 향해 달리라
공약 삼장
오늘의 이 거사는 정의와 인도주의
생존 영광 갈망하는 온 민족의 요구이니
오로지 자유만 위할 뿐 배타 감정 안 된다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민족의 정당한 뜻 시원하게 발표하라
질서를 반드시 지키라, 주장 태도 떳떳하라
* 이 시조는 2002년 3월 1일(금),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3.1절 제83주년 기념식에 참가했다가 김대중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는 동안, 기미 독립 선언서를 시조로 바꾸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대통령이 기념사를 읽는 동안에 선언서의 초반부를 세 편의 시조로 만들어 보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종로 탑골공원에서 펼쳐진 3·1만세 재현 행사에 참여하면서 충전을 더하고 집에 돌아와 밤 8시 경부터 쓰기 시작하여 밤 11시 경에 제1차 완성을 한 후 여러 차례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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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산문, 칼럽
시조로 쓴 기미독립선언서
궁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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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
11.03.01 07:0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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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삼일절 92주년을 맞이하여 다시 올립니다.
정말 멋지고 대단합니다. 그 어려운 한자 투성이 선언서를 이렇게 쉽게 그러면서 뜻의 훼손도 없이, 아름다운 시조의 가락에 실어 표현하시다니, 한마디로 놀랍습니다. 우리 말의 아름다움과 궁노루의 시조 솜씨가 어우러져 새봄의 햇살처럼 아름답네요.
과찬이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