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25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몬트리올 엑스포스전에 선발로 나선 박찬호(27.LA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홈런을 포함한 3타수 2안타 2타점에 7이닝을 무실점으로 호투하는 투-타 맹활약으로 시즌 13승과 통산 60승 고지에 올랐다.
박찬호는 7이닝 동안 26타자를 맞아 산발 5안타에 4구는 단 1개만 내주며 7개의 삼진을 잡았다. 투구수 110개중 스트라이크가 71개였으며, 최고 구속은 155㎞. 방어율은 3.66으로 좋아졌다.
마운드에서 무서운 투구를 보인 박찬호는 3회말 2사후 상대 투수 바스케스의 초구 147㎞짜리 강속구를 통타,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130m짜리 장거리 홈런을 뽑아내 0-0의 균형을 깼다. 박찬호는 4회말 1사 1,3루에서도 중전 적시타로 터뜨렸다. 3타수 2안타 2타점의 맹활약.
이날 마운드에서 유일한 위기는 5회초. 4회까지 2안타만 내주며 역투하던 박찬호는 5회초 첫 타자 블럼에게 2루타를 맞고 게레로에게 4구를 내주는 등 1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대타 세기뇰에게 몸쪽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 뒤 1번 버거론 역시 볼카운트 2-1에서 바깥쪽 꽉 찬 커브로 연속 삼진을 잡아내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이후 박찬호는 7회 1사후 게레로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단 한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으며 몬트리올 타선을 압도했다. 8회 마운드에 오른 구원투수 올슨도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박찬호와 동반 7대0 완봉승을 장식했다.
이날 승리로 2연승과 함께 13승째를 거둔 박찬호는 오는 30일 9시5분 밀워키와의 원정경기에 등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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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홈런을 친 박찬호는 25일(이하 한국시간) 경기가 끝난 뒤 샤워도 하기전에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데뷔후 가장 기분 좋은 날'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첫 홈런을 친 기분은.
▲아주 재미있다. 올해 몇차례 펜스 가까이까지 타구를 날렸으나 담장을 넘기진 못했다. 오늘 확실하게 홈런을 쳐서 기분이 아주 좋다. 홈런을 치고난 후 1구, 1구에 집중한다는 생각을 했다. 며칠전에 발데스가 홈런을 치고 나서 많은 실점을 했던 기억이 나서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타격 순간 홈런임을 알았는가?
▲처음에는 홈런인줄 알았는데 우익수가 계속 볼을 쫓아가 혹시 잡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다.
-오늘이 데뷔후 가장 기분 좋은 날인가.
▲아무래도 그렇다. 경기전부터 한국인인 양파가 노래를 잘 불러줘 기분이 좋았고, 불펜에서도 평소보다 빠르게 몸이 풀려 클럽하우스에서 쉬는 등 컨디션 관리가 잘 됐다.
-최근 변화구 제구력이 아주 좋은데.
▲변화구든 직구든 포수가 달라는대로 던졌다. 상황에 따라 계획적으로 던졌고, 변화구도 가운데가 아니라 안쪽, 바깥쪽으로 잘 들어가니 직구의 위력도 더욱 살아나는 느낌이다. 항상 똑같이 최선을 다해 던지는데 오늘은 제구력도 좋았고 운도 따랐다.
-좌타자 상대 바깥쪽 직구와 위기 상황 몸쪽 슬러브 등이 뛰어났는데.
▲위기 상황에서 내가 생각한 구질을 던졌다. 상대 타자들을 많이 연구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던져야할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주자가 1루에 있을 때는 몸쪽으로, 2루에 있을 때는 바깥쪽 공을 던졌다.
-완봉 욕심이 있었을텐데.
▲그런 마음은 있었지만 감독이 그만 던지라고 하니 할 수 없었다.
■데이비 존슨 감독-찬호는 오늘 완벽했다(perfect라는 표현을 강조했음). 마운드에서뿐 아니라 타석에서도 정말 뛰어난 경기였다. 갈수록 잘 던지고 있는데 지난 시즌과 비교해 훨씬 집중력이 좋아져서 그의 경기를 지켜보는 것은 즐거움이 될 정도다. 덕아웃에서 "번트를 댈까, 안타를 칠까"하며 농담을 해대더니 홈런을 터뜨렸다. 변화구 제구력이 완벽했고, 직구는 무섭게 살아 들어갔다.
■펠리페 알로우 몬트리올 감독-찬호가 요즘 아주 잘 던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정말 잘 던졌다. 바스케스도 2회까지는 아주 좋았는데 찬호에게 홈런을 맞고 나더니 흔들려 무너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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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간 25일 오전 5시56분.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야구 역사의 또 한장을 장식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타자 최초로 홈런을 뽑아낸 것.
3회말 다저스의 공격.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우완 하비에르 바스케스(24)는 8타자중 4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야수 실책 하나뿐인 거의 퍼펙트 행진을 벌이고 있었다. 타석에 들어선 박찬호는 가볍게 방망이를 흔들며 하비에르를 노려봤다. 절묘한 체인지업으로 다저스 타자들을 흔들어놓던 바스케스는 박찬호에게 초구 147㎞ 강속구를 뿌렸다. 마음껏 휘두른 박찬호의 배트에 공이 작열하는 파열음이 나는 순간 "넘어갔다"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쭉쭉 뻗어나간 공은 우중간 펜스를 훌쩍 넘어 관중석에 떨어지는 130@짜리 대형 홈런. 0-0의 팽팽한 균형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박찬호는 4-0으로 앞선 4회 1사 1,3루의 두번째 타석에서도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볼카운트는 2-1이었고 구질은 119㎞의 커브.
박찬호의 홈런은 메이저리그 데뷔후 178게임 256타석만에 처음 이룬 쾌거. 이 타석전까지 44안타(2루타 12개, 3루타 1개)를 뽑았으나 홈런은 없었다. 투수들중에 타격이 매서운 것으로 정평이 난 박찬호지만 이날 홈런까지 뽑아내 `공포의 9번 타자'라는 별명을 얻게생겼다.
이날 박찬호의 홈런으로 다저스는 올시즌 5개째의 투수 홈런을 기록, 4개의 샌프란시스코를 제치고 메이저리그에서 투수 홈런이 가장 많은 팀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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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양파,한복입고 미국국가 열창
인기가수 양파(21)가 25일 박찬호가 등판한 게임에 앞서 다저스타디움에서 미국 국가와 캐나다 국가를 동시에 불렀다.최근 로스앤젤레스에서 음반을 준비중인 양파는 “음반을 제작하는 소속사가 다저스 구단을 잘 알고 있어 박찬호 선수가 등판하는 게임에 맞춰 양국 국가를 부르게 됐다”고 밝혔다.
양파는 이날 머리에 비녀를 꽂고 화사한 한복 차림으로 양국 국가를 불러 관중들의 눈길을 끌었다.그러나 마치 도포에 갓 쓰고 자전거를 타는 양반의 모습이라고나 할까.한복과 미국,캐나다 국가는 어딘지 어색했다.
양파는 이런 거부감을 의식해서인지 “처음에는 이 제안을 받고 꺼려했다. 그러나 한국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고 판단했고 좋게 생각해 국가를 부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양파는 지난해 5월 미국에 건너와 보스턴에 소재한 버클리 음대에서 1년 동안 음악연수를 했고 현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음반준비에 바쁘다.박찬호와 다저스를 좋아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