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인데도 아까시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어 떨어지고 있다. 그 결과 나무가 말라 죽고 있어 야단법석이다. 아까시나무의 황화(黃化)현상은 2001년 한반도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바 있으나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인천지역도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전지역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어 문제다. 그 원인에 대해 관계 전문가들은 나무의 고령화에 의한 생육저하현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아까시나무 혹파리 등에 의한 병해충의 감염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처럼 아직까지는 황화현상의 원인이 엇갈리는 등 뚜렷한 규명이 없어 그 대책 또한 모호한 실정이다.
생육저하의 원인은 아까시나무의 평균수명이 40∼45세라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더욱이 올해 5월은 전국적으로 예년보다 평균기온이 1.5도 가량 높은 건조한 나날이 계속돼 수명을 다한 아까시나무가 수분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황화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수령이 어린 아까시나무도 잎이 마르는 황화현상을 보이는 데서 생육저하 원인을 반박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동부지역에서 서식하는 아까시나무 혹파리가 국내에 처음 유입된 시기와 황화현상이 처음 발생한 시기가 일치한다는 점도 그 증거란다. 북미 원산의 아까시나무가 한반도에 도입된 시기는 1890년경이다. 일본인이 중국으로부터 묘목을 구입해 인천공원에 심은 것이 최초다. 당시의 인천공원이 지금의 어느 지역인지는 확실히 알 수가 없으나 증식의 일환으로 1897년에 소규모나마 최초로 조림했던 지역이 인천 월미도란 사료는 명백하게 전한다.
이래저래 인천은 아까시나무의 최초의 식재지인 동시에 최초의 조림지이다. 때문에 인천은 아까시나무의 시배지라는 식목역사의 일면을 지니고 있어 최근의 황화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르다. 아까시나무는 1960년부터 1990년까지 30여년에 걸쳐 연료림으로 무려 32만4000ha가 조림됐다. 현재 아까시나무는 전체 산림면적의 5%정도이지만 심은 면적만 따지면 무려 20%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심은 아까시나무의 황화현상이 생육저하가 원인이라면 1960년대에 심은 나무들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노란 잎으로 물들어 말라 죽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대로라면 그 후에 매해 식재했기 때문에 매년 말라 죽어갈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황화현상이 생육저하가 아니라 해충의 원인이라면 이에 대한 확실한 처방이 재빨리 실행돼야한다.
한반도의 아까시나무는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해로운 나무인가, 이로운 나무인가’에 대한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유용가치는 여전히 높다. 6·25 한국동란 등으로 헐벗은 민둥산을 일제히 녹음의 숲으로 바꿔놓아 산림의 일대 변혁을 이뤘던 나무가 아까시나무다. 그런가 하면 아까시나무가 한반도 최고 최대 그리고 대표적인 밀원수(蜜源樹)로서 전체 꿀 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 나무에서 나오는 꿀은 연간 1만5천t∼2만t이고 금액으로 환산하면 1천500억∼2천억원에 달한다. 양봉이 아까시나무에서 실패하면 한해 농사를 망치는 결과로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아까시나무가 사라지면 한반도 양봉업도 사라지게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더불어 한반도의 아까시나무는 심심찮게 무용론의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아까시나무는 지난 날 연료림이 부족했을 때 유효했으나 산림이 울창하고 연료림의 쓰임이 거의 없는 지금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싹트는 힘(맹아력)이 강해 아무리 제거해도 죽지 않고 자라나 밭이나 무덤 주위를 해침은 물론 옆의 다른 나무를 고사하는 물질분비의 타감작용(他感作用)을 한다는 연구보고도 있어 ‘독나무’의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를 두고 우리 강토를 망치려고 일본인이 일부러 심어놓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래서인지 관계당국에서는 이미 우리 산림의 수종교체 대상수목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자 역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까시나무에 대한 ‘독나무인가, 꿀나무인가’의 양면성을 놓고 각각의 단점과 장점을 언급하면서도 그 중점은 꿀나무보다 독나무에 모아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부분적으로는 아까시나무가 이 땅에서 어느 정도 제거돼야 한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수종갱신 차원에서 말이다. 지금도 이 주장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작금의 전지역적인 황화현상에 대한 대책이 필요치 않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까시나무가 일제히 모두 사라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인천의 아까시나무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보호대책이 절실하다. 월미도 것만이라도 특별히 보호해야 한다. 또한 사랑해야 할 것이다. 산림녹화는 물론 양봉업 발전과 함께 달콤한 향기가 등하교 길을 가볍게 해줬던 추억의 나무 시배지가 인천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아까시나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 인천일보/송홍선 민속식물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