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 학교 기숙사에 있다가 집에 오니 설겆이가 쌓여 있었습니다.
몇주동안 착실히 잘 해 놓더니 이제 좀 진력이 난건지 아니면 너무
바빴는지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며 늦은밤 설겆이를 하고 있자니
남편은 괜스레 미안해 하며 양말을 벗다말고 한마디 합니다.
<이 양말 좀 봐 어찌나 바쁘게 일을 했는지 양말이 남아 나질 않네,
이번주만 양말을 두개는 버렸어.....>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괜스레 미안한것을 구멍난 양말에게 덮어 쒸웁니다.

오늘은 날씨가 좀 개여서 오전에 밭에 무엇을 좀 심어 놓고
미래의 계획을 세워 놓은 우리산밭으로 봄맞이를 가 보기로 합니다.
같은 김삿갓면에 있지만 집과는 좀 떨어져 있어서 작년 9월쯤에 가 보고는 이제 처음 갑니다.

이곳은 차에서 내려 길도 거의 없어진 산길을 5리정도 올라가야 합니다.
남편과 저는 미래에 이곳에다가 자연치유센터를 목적으로 하고 5년전에 이곳을 구입했습니다.
사철 맑은 샘물이 흘러가고 아무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곳......
언제와도 마음이 편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에도 꽤 여러채의 농가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깊은 산골에서도 논농사를 지어 쌀밥을 먹었었다고 하니 대단한 일이지요.
실제로 손바닥만한 다랭이논이 줄줄이 서른배미는 됩니다.

지금은 화전금지정책으로 30년전쯤에 심은 낙엽송이 하늘 높이 자랐지만 그 논배미들은 여전합니다.


여러채의 집이 있었던 집터중 두개의 집터는 터째 온전히 살아 있습니다.

가끔 이렇게 오래 된 솥단지나 요강 깨진 것들이 사람이 살았구나 하고 흔적도 자연의 일부처럼 그렇습니다.
이곳에다 문명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나무와 돌과 흙으로 집을 짓고, 다랭이논에 손모를 심어 벼농사를 하여
밥을 짓고 콩농사하여 된장과 간장, 고추장 담그어 두고, 사철 나오는 산나물과 약초로 반찬을 만들어
자연 그대로 옛맛그대로를 살려 아픈이들에게 그리고 고향이 그리운이들에게, 그리고 자연이 그리운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픈 남편의 꿈 그리고 저의꿈입니다.
올라가는 입구에 족두리풀이 꽃을 피웠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 꽃이에요.
그게 무슨 꽃이냐고 어떤이는 무시하지만 자세히 보아 주세요.
얼마나 예쁜지를요.

특히 이곳에 있는 족두리풀은 자색입니다. 꽃은 빌로드천 같이 생겼구요.
다른 족두리풀과 다른색 다른꽃모양 입니다.

비밀의 방에 불을 켠 것 같지요.
그 색이 정말 환상의 색입니다. 보통 족두리풀은 꽃은 자색이지만 잎은 연두색인데 반해 이곳에 있는 모든것은
이런 자색입니다.

이 꽃도 족두리풀의 꽃인데 이건 평창 육백마지기에 피는 꽃입니다.
여기도 색이 특이하지요. 나름데로 개성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족두리풀의 모습입니다.
이 것은 약간의 독성이 있어서 나물로는 먹지 않는데 본초학공부를 하다 보니 세신이라고 하여
아주 좋은 약재로 쓰이는군요.
두통 기관지천식, 근육통 관절염등과 눈을 맑게 하고 가슴을 열어주는 장수보약일 뿐만 아니라 이 뿌리가 은단을
만드는데도 들어 간다고 하네요.
그리고 민간에서는 중풍으로 인한 인사불성에는 이 약초 말린 것을 가루내서 코에 불어 넣으면 깨어 난다고 합니다.
세상에 존재 하는 것들이 다 그 의미가 있고 약초가 됩니다.

이 계곡에는 이끼도 풍부합니다.
이끼계곡을 흘러 아래로 흘러 가는 샘물들.....
이끼는 세재가 필요할적에 이 것으로 설겆이를 하면 깨끗이 씻기지요.
산에 가서 설겆이를 할적에 한번 해 보세요.
신기할 정도로 뽀도독 소리가 나며 깨끗이 설겆이가 된답니다.


목이 마르면 아무곳에서나 물을 떠 마셔도 거리낌이 없답니다.
우리가 먹는 물 중에 가장 좋은 물은 샘에서 나오는 물 그리고 곡갱이로 팔 수 있을 정도의 깊이에 있는 물이
가장 좋은물이라고 하지요.
더군다나 이곳에는 물을 정화해 주는 자연석인 견운모와 흑운모가 적당히 섞여 있어요.
장수마을에 조건중에 하나는 물이 흐르는 가운데 이런 맥반석이라든지 운모가 섞인 토질에서
나온 물을 먹는다는 것이라고 해요.


물을 마시고 있자니 어딘가에서 은은한 향기가 납니다.
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구릿대 백지네요. 벌써 이만큼 자랐습니다.
조그만 싹이 나와서 가을이 되면 제 키 보다 훨씬 크게 자라는 녀석이에요.
꽃양산과 닮은 하얀꽃을 피우는데 궁궁이와 잘 구분이 안갑니다.
아직 이맘때는 나물로 먹을만해서 몇 잎 뜯어 넣습니다.

이건 지장보살이라고 하고 정식명칭은 풀솜대에요.
본래 이산에 한두개 밖에 없었는데 4년전부터 씨를 뿌려 보았더니 여기저기 잘 자라네요.
뿌리가 둥글레와 비슷한데 번식이 잘 되는 편이에요.
거의 고산지대에 사는데 7월이면 열매가 완성되니 이 친구의 씨앗을 받으려면 6월말에서 7월초에 와야합니다.
많은곳은 이 것만 몇만평씩 깔려 있어요.
초고추장에 무쳐 놓으면 아주 맛있고 먹는소리가 뽀드득 뽀드득 이렇게 나요.
맷돼지들이 이 뿌리를 아주 좋아하지요. 달짝지근 하거든요.

올라오면서 벌써 꽃대를 가지고 나옵니다.
꽃피울 것 몇개씩 남겨 두고 이것도 나물로 땁니다.
지금 따도 또 새로운 싹이 올라오니 걱정없어요.

또 다른 집터에는 오래된 대추나무 죽은 것이 있습니다.
이 대추나무가 여기 사람이 살았었다고 또 이야기 해 주네요.

대추나무 주변에 촛대승마가 꽃 피울 준비를 한창 해 가지고 나왔어요.


어떤 꽃을 피울까 궁금하지요.
이런꽃을 피웁니다.
은은한 향기도 나요.

이 친구는 연복초라고 하는데 얼마나 작은지 아기 새끼손톱만해요.
꽃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아주 재미있게 생겼어요.

아무렴이 한껏 접사를 했는데 보이나요.
꽃의 얼굴이 동 서 남 북 그리고 위까지 다 있지요.
각자 다른 시기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다른 시기에 꽃을 피우는 것은 근친수정을 않으려는 본능인 것 아시지요.
다섯개 꽃중에서 한개만 맞아도 되니 잘 번식을 해서 아주 많이 깔려 있답니다.
지
지금은 야생에 흔하지 않은 꽃이 되어 버린 며늘취예요.
정식명칭은 금낭화라고 부르지요.
우리집에 있는 것은 지난주부터 꽃을 피웠는데 여기는 해발이 높아서 그런지 아직 꽃망울만 맺었어요.

하지만 깊은산속 야생에는 지금도 몇천평씩 피어 있답니다.
꽃잎이 며느리가 밥풀을 물고 있는것 같다고 며늘취라고 하는데 우리지역에서는 묵나물을 해 두었다가
볶아 먹습니다.


여기에는 남산제비꽃도 많아요.
남산이 전국에 많아서 그럴까요.

아기손 같은 새싹을 내 밀고 천천히 올라오는 이것은 무얼까요.
남편이 딱 두개만 캐 봅니다.


뭔지 알겠지요.
산양산삼입니다.
이 땅을 사면서 이곳에 잘 되는지 어쩐지 시험적으로 심어 본 것입니다.
3년생을 심어서 올해 5년째에 들어가니 7년생이지요.
이제는 약성이 갖추어져서 훨씬 더 향이 강합니다.

이곳에 200뿌리정도를 심어 놓고 재작년부터 캐서 식구들이 먹고 있는데 보통 7년이 되면 50% 만 나와도
잘 나오는데 토질과 환경이 맞는지

여기도 저기도 90%는 나왔습니다.
이곳이 해발 700m 정도인데 아주 잘 맞는가 봅니다.
이 산에 올적마다 보물을 캐듯 캐 가지고 즉석에서 한 뿌리씩 먹는 재미도 이 산에 오는 재미입니다.

냇물에 흙만 씻어내고 하나씩 그 맛을 음미합니다.

이 시기에는 잎도 약성이 좋아서 조금 더 자라면 캐서 시어머니 시누이도 가져다 주려고 더 캐지는 않았지요.
쌉싸름하면서도 단맛이 나고 그 향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남편은 요즘 힘들었는데 한 뿌리 먹었더니 힘이 난다고 합니다.

위로 더 오르니 샘곁에 머위가 많이 올라 왔습니다.
머위로 장아찌를 담아 먹으면 그 시원한 향이 그만인데 딱 알맞게 자랐습니다.

머위는 식용나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약초에 더 가깝습니다.
꽃과 잎 뿌리등이 약효가 조금씩 다른데 이렇게 환절기 감기 걸리기 쉬운 계절,
그리고 기관지가 않좋은 계절에 나오는 것은 그런것에 좋은 역할을 합니다.
특히 꽃은 관동화라고 하여 기침에 좋고 꽃을 말려서 갈은 다음 그것으로 양치하면
편도선이 부었을 때 빠르게 가라 앉혀 줍니다.

그래서 해열을 시키는데, 천식등 기침에 인후염에 약재로 쓰이고 당뇨병에도 좋은 것이지요.
우리나라 보다는 다른 나라 특히 유럽에서는 암치료제로 이 머위를 많이 쓴다고해요.

저는 이것으로 여러가지 요리에 적용합니다.
그리고 좀 자라면 효소를 담기도 하지요.
이 머위는 워낙 잘 자라서 1년에 많게는 여섯번 일곱번을 따도 또 나옵니다.
번식력도 워낙 왕성해서 금방 퍼지지요.
이 산속에 머위가 있다는 것도 이곳에 예전에 사람들이 살았다는 증거입니다.

머위를 따면서 남편과 퍽 아쉬워 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꿈을 펼칠 이곳을 일이 있어 팔려고 합니다.
살아가면서 내 뜻과 생각데로 못할 때 가장 마음이 아프지요.
하지만 미래 보다는 현재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접습니다.
이 천연의 나물밭 약초밭에서 올해를 끝으로 더이상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지라도 더 많이 번식하기를 바라면서 꽃을 피우는 모근들은 잘 가꾸어 둡니다.
누군가 또 다른이가 저처럼 잘 쓰길 기도했습니다.
빈손으로 올라 갔던 산에서 남편과 제가 양손가득 얻어 가지고 집으로 왔습니다.

집으로 오면 끝나는 것이 아니지요.
가져 온 나물들을 용도에 맞게 잘 다듬어야지요.

머위는 간장에다가 생으로 장아찌를 담습니다.
여름에 나오는 줄기는 껍질을 벗기지만 이럴때는 그냥 해도 됩니다.
줄기는 고추장에 섞고, 작은것은 그대로 간장에다가 담습니다.

그리고 살짝 데쳐서 고추장과 된장을 넣고 무쳐도 맛있습니다.

이 고추다진것은 가을에 고추장에 박아 두었던 것인데 아주 담백합니다.
이것을 쌈 싸먹을 때 한두개씩 넣어 먹으면 맛을 더해 주지요.
요즘에는 학교에 이것과 멸치볶음 그리고 달래간장을 해 가지고 가서 두고 먹습니다.

이렇게 살짝 데쳐서 고기를 싸 먹으면 그 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향이 정말 입맛을 돋우워 줍니다.

오늘 해 온 나물들을 저녁식탁에 올립니다.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것 맞지요.
첫댓글 자연그대로이군요...아름다움..잘감상하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