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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신흥사 주지 마근스님이 반야노인요양원에서 지역주민들에게 나누어 줄 땔감을 싣고 있다. |
| 지난 10일 찾은 설악산의 날씨는 을씨년스러웠다. 겨우 내내 내린 눈이 계곡계곡에 쌓여 층층을 이루고 있었고, 이날도 진눈개비가 동해지역을 강타하고 있었다. “올해는 유달리 지독스럽게 오네요” 속초에 내려 신흥사로 향하는 택시안에서 운전기사는 이번 겨울을 ‘설해(雪害)라고 했다.
그래도 수북이 쌓인 눈은 왠지 푸근해 보여 싫지 않았다. 신흥사에 들어 뵌 주지 마근(馬根)스님의 마음도 그랬다. “강원도에 오면 눈 구경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대웅전 앞에 사람키 만큼 쌓인 눈은 강원도가 아니면 구경할 수 없기에 스님은 사중 대중들에게 “치우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고 한다. 남에게 나서기를 지독스럽게 싫어하고, 언론에 나오는 것을 무척 꺼려하는 신흥사 주지 마근스님. 마지막 설득은 “교구본사를 알리기 위해 스님이 나서 주셔야 합니다”라는 의지를 내세워 겨우 인터뷰 허락을 받아 주지실 방문을 두드렸다.
교구본사 주지스님으로는 보이지 않는 마근스님의 하심(下心)으로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며 무언의 경책을 내렸다.
“저는 30년 넘게 절밥 먹은 인연으로 거추장스러운 주지직을 맡았습니다. 저는 교구본사주지는 ‘절의 큰 머슴’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절 수채구멍 막힌 것 뚫고, 부처님 도량 한번 더 청소하는데 앞장서는 소임이 주지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원래 부처님 가르침을 대중들에게 설하지 않습니다. 다만 시간만 있으면 우리 관내 노인요양원이나 복지시설에 가서 노인들 돌보는 일을 보람으로 삼고 있습니다.”
교구본사 주지스님으로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며 이웃을 위해 자비행을 베푸는 두타행(頭陀行)은 놀라왔다.
부처님 도량 청소하는 절의 ‘큰머슴’
“지난 태풍피해로 휩쓸려 나간 나무 잔해를 모아 땔감이 없는 지역민들에게 나눠주고, 틈틈이 어려운 이웃을 찾아 양식도 몰래 전해주었지요. 저는 25년 이상을 지역의 어려운 노인들과 함께 살아왔어요. 그래서 고급 음식점이나 숙박시설에 가면 이상한 냄새가 나서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우리 관내에 어렵게 사는 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두런두런 살아가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고 총무 정념스님이 전했다. 스님은 자신이 돌보는 이웃을 찾으며 “어느 사찰 주지스님과 잘 아는데 그 스님의 심부름으로 생필품을 가져다 준다”고 속이고 몇 년동안 심부름을 하기도 했다.
1979년부터 신흥사 말사인 양양 명주사 주지 소임을 줄곧 보아 오면서, 스님은 동네 주민들과 농사일을 같이 하며 어려운 이웃에게는 논도 갈아주고, 밭도 갈아주었다. 이런 공로를 고맙게 여긴 주민들은 스님을 면에 천거하여 “상을 드리자”고 하자, 스님은 “이러면 제가 우리사찰 주지직을 물러나야 한다”며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하기도 했단다. 결국 주민들의 간곡한 청으로 도지사 표창을 받았지만 마근스님은 못마땅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단다.
스님의 법문은 삶과 무관하지 않았다. ‘이웃을 위한 자비행 실천’이 스님의 사(事)요, ‘이웃을 위한 자비행 실천’에 대한 방법론 연구가 스님의 이(理)였다.
“처처(處處)가 불공(佛供)이요, 사사(事事)가 불공이요, 시시(時時)가 불공입니다. 또 처처가 예배요, 사사가 예배요, 시시가 예배이지요. 그 뿐이겠습니까. 처처가 미사요, 사사가 미사요, 시시가 미사이지요.”
스님은 ‘일체법은 불성을 갖추고 있다’는 가르침을 논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종교의 벽을 이미 넘어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갖추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었다.
“우리 노인요양원에 있다 보면 신부도 오고, 수녀도 오고, 목사도 와서 봉사하고 갑니다. 이들을 보면 그들의 마음과 우리 마음이 한곳으로 통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고리를 만들어 주지요”
스님은 지난해 엄청난 수해 피해를 상기하면서 그 당시의 흔적을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저는 법상에 앉아서 법문을 하는 중이 아니예요. 그냥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어려운 일 도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실천을 중요시 여기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며 인터뷰를 중단했다.
어려운 이웃에 땔감·양식 나눠줘
간단하게 점심공양을 하고, 주지스님 방 앞에 도착하니 스님은 손수 지프차 핸들을 잡는다. “아마 지프차에 츄레라 연결해서 다니는 교구본사 주지는 저 밖에 없을 겁니다. 저는 고급 승용차보다 힘이 좋고, 츄레라까지 연결할 수 있는 지프차를 타고 다녀요. 물론 운전기사도 없지요. 절 집에서 쓰는 모든 재산은 삼보정재인데 함부로 쓸 수가 있겠습니까. 1년 운전기사 월급 아껴서 어려운 이웃 도와주는 일이 훨씬 의미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눈길을 휑휑 달리던 스님이 갑자기 멈춘다. 사찰에 어린아이가 종종걸음으로 부모님과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문을 덜거덕 연 스님은 “어디서 왔노. 몇 살이니”하면서 반겨준다. 어린아이 부모님은 난데없이 자상한 스님의 행동에 놀라면서 감복하며 ‘어디서 왔노라’며 아이 대신 대답한다. 이러한 스님의 어린이 사랑은 신흥사가 속초시내에서 운영중인 300여명 수용규모의 ‘반야 어린이 집’과 무관해 보이지 않았다.
노인요양원·어린이집 돌보며 자비 실천
속초시내 한 켠에 위치한 ‘노인요양원’에 도착하니 열더미가 넘게 쌓인 나뭇더미가 스님의 원력(?)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지난 수해 때 강물에 떠 내려온 나무를 모아둔 것이지요. 아직도 우리 관내에는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는 어려운 이웃이 있어요. 이들에게 저 나무는 든든한 양식이 되지요”
함박눈이 내리는 데도 지프차에 츄레라를 연결해 나무를 싣는 주지스님은 당신이 말한대로 흡사 ‘사찰의 큰 일꾼’이었다.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던 스님은 “이제 법문은 다 했으니 조심해서 돌아가시라”며 두터운 손을 덥석 내밀었다.
속초=여태동 기자 3Dtdyeo@ibulgyo.com">tdyeo@ibulgyo.com
사진 김형주 기자 3Dcooljoo@ibulgyo.com">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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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신흥사 대웅전에 선 마근스님. | / 마근스님은...
“평생을 자비 봉사” 원력 세워
마근스님은 1968년 부산 선암사에서 무산스님을 은사로, 고암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하고, 1971년 역시 범어사에서 고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스님은 이어 선암사에서 수선안거를 시작하여 3안거를 성만했으며 1972년에는 법주사에서 불교전문강원 대교과를 수료했다. ‘평생을 자비봉사로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해야겠다’는 원력을 세운 스님은 1979년 강원도 양양군 소재 명주사 주지로 부임한 이래 지금까지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속초 ‘반야노인요양원’등 지역관내 복지시설에서 무주상의 자비실천 인연을 맺었다.
주요 경력으로는 1982년 낙산사 총무국장, 1990년 삼화사주지, 1992년 낙산사 주지, 1995년 인제 백담사주지를 역임했다. 또 1998년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원, 2000년 제3교구 신흥사 부주지, 2000년 (재)성준장학재단 이사(현), 2001년 설악산 신흥사 복지법인 이사장(현), 2002년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이사(현)를 거쳐 2001년 6월 20일부터 제3교구본사 신흥사 주지소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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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신흥사 본사에 건립한 항성선원. 이곳에서 이번 동안거에 20명이 정진했다. | / 요즘 신흥사는...
관광사찰 아닌 수행도량 변신
회주 무산스님을 정신적 지주로 수행과 포교일선에 나서고 있는 조계종 제3교구 신흥사는 요즘 통일시대에 대비해 남북한을 아우르는 연구소 설립등으로 분주하다. 특히 50여년 동안 닫혀있던 육로관광이 시작되어 교구말사인 건봉사를 통과하게 되고,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수행도량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향성선원’에 수행납자들이 정진함으로써 관광사찰이라는 고착된 이미지를 극복하고 있다. 올 동안거에는 20명의 납자들이 정진했다. 이미 신흥사 말사인 백담사에는 ‘무문관’이 개설되어 10여명의 눈푸른 납자들이 용맹정진을 하고 있는 것도 큰 자랑이다.
신흥사의 복지사업도 눈부시다. 1994년 속초종합사회복지관을 수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신흥사는 1996년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신흥사 복지원을 설립하고 그해 속초 원각사에 ‘반야 어린이 집’을 개원했다.
1998년에는 반야무료노인요양원을 개원했으며 2000년, 장사룸비니어린이집 개원, 2001년 아동그룹홈 개원, 2002년 속초 반야자활후견기관 개관등 지역사회복지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신흥사는 서울에 구로종합사회복지관(1995년 개관), 본동종합사회복지관(1997년),제천장애인종합복지관(1998년), 신도림복지관(1999년), 구로 연꽃어린이집(1995년), 구로아나율 장애인어린이집(2000년), 본동 선재어린이집(1999년)등 20여곳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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