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얼마나 행복할까?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필자와 같은 60대 와는 달리 양적 경제 성장보다 삶의 질을 추구하고 있는 경향인 것 같다. 필자는 40여년을 교직에 종사해 왔다. 지난 어린 시절의 삶을 되돌아보면 요즘 아이들에게는 먼 나라 동화 같은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어릴 적부터 가난 했던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배고픔을 경험했고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학생, 교사, 학부모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우정, 존경과 사랑, 신뢰의 강이 흐르고 있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들에게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었고 꿈과 희망을 잃지 않았다. 교사들 역시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면서 스승으로서의 본분을 다 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그 옛날 친구들과 은사님들이 문득문득 그립고 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해 할까?
과거에 비하면 대체로 경제적‧교육적 수준이 많이 높아진 터라 외형상으로는 좋은 교육환경 속에서 문화적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 교사, 학부모 사이에 흐르는 강이 막히고 메말라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교육적 환경 속에서 과연 얼마나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까? 다음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하여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함께 해결책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①사례1: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 보건복지부가 2013년 조사에서 18세 미만 한국 청소년 삶의 질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이고, 네덜란드의 아이들 만족도는 94.2범으로 1위였다.
• 레가툼 연구소가 조사(142개국) 발표한 ‘2014 세계 번영 지수’ 결과 ‘살기 좋은 나라’에서 한국은 25위(2013), 노르웨이는 6년 연속 1위, 스위스가 2년 연속 2위, 뉴질랜드가 3위를 기록했다.
②사례3 : 아이와 부모의 생각 차이
• ‘어느 외교관의 이야기’: 외교관인 남편은 늘 일에 파묻혀 살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범 공무원이지만 가정에는 좀처럼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그것이 불만이었다. 모처럼 휴일을 맞아 낮잠이나 자면서 책을 보려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바람 좀 쏘이고 오라.”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낚시를 가게 되었다. 봄바람 속에서 아이들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마구 뛰어 다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시간이 그렇게 달아나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날 일기장에 “오늘은 아이들과 낚시를 다녀왔다. 소중한 하루를 낭비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아들은 후일 훌륭한 역사가가 되었는데, 그가 쓴 그날의 일기장에는
“오늘은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다녀왔다. 너무 기쁘고 행복한 날이었다.”
•네덜란드의 아빠와 한국인 엄마를 둔 민오네 가족이야기 : 4년 전 영국 런던을 여행했다. 민오네는 과학자 아빠를 따라 유럽 여러 나라를 돌며 살고 있었다. 스웨덴 연수시절 친지와 민오네와 시내버스를 갈아타며 런던 곳곳을 구경하다 셋째 날 문제가 생겼다. 기차 타고 옥스퍼드대에 가자고 했더니 민오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거기 왜 가요?” 세계적 명문이니 아이들에게 캠퍼스 보여주면 ‘웅대한 꿈’을 키우지 않겠느냐고 옹색하게 대답했다. 난처해하던 민오 엄마는 “우린 그냥 런던에 남겠다.”고 했다.
옥스퍼드는 열 살 아이에게 최악의 여행지였다. 볼거리 하나 없는 소도시인 데다 대학가는 수도원처럼 고요했다. 굳게 잠긴 교문에 매달려 “세계 석학들을 배출하는 학교”라며 호들갑 떠는 엄마를 아이는 짜증 섞인 눈으로 쳐다봤다. 저녁에 민박집에서 만난 민오는 런던타워에서 본 왕들의 칼과 왕관이 얼마나 크고 멋졌는지 자랑했다. 기가 푹 죽은 아들은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다.
<신문기사(김윤덕) 중에서>
③사례4 : 가슴으로 읽어야 할 동시
• ‘ 여덟 살의 꿈’/<1학년>
『나는 영훈초등학교를 나와서/ 국제중학교를 나와서/ 민사고를 나와서/ 하버드대를 갈 거다/ 그래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정말 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 거다』
• “엄마, 난 올백을 못 받아서 한참 뒤에 급식을 받았어.” 라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의 말을 학교 측에 전한 어느 학부모의 이야기로 인터넷을 달군지 며칠 지나지 않아 모 일간지 실린<가슴으로 읽는 동시>이다.
‘백 점 맞기’ / 진현정(1972)
『엄마가 얘기했지?/ 문제는 천천히 읽고/ 다 풀고 다시 한 번 검토하라고/ 한 문제 안 틀리는 거/ 그게 실력이니까 절대 실수하지 말라고/ 그랬니 안 그랬니? 정신 똑바로 안 차리니까/ 이 모양이지 꼭 한 개씩 틀리잖아/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근데 너 왜 울어?』(박윤희 선생님의 교육칼럼 중에서)
④사례4 : 저서 ‘대한민국 부모’<이승욱‧신희경‧김은산 공저>
대한민국 가정은 병들어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대한민국 부모』. 이 책은 부모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고통을 증거 하고자 구성한 것으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아이들을 교육이라는 야만의 정글로 밀어 넣은 부모들의 행위가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 살펴본다. 살아남기 위해 병들고, 살아남기 위해 일탈하는 아이들, 무기력으로 저항하는 아이들, 부모를 안티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보다 더 아픈 부모들이 마주한 현실을 이야기하고, 아이도 부모도 행복하지 않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전해준다. 아이가 자신의 삶을 살아낼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알고 변할 수 있도록 부모가 아이에게서 독립할 것을 강조하며 교육다운 교육이란 무엇인지, 다시 태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부모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위의 사례들을 통하여 우리 교육의 문제점과 해결 방법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 10대가 행복하지 않다는 게 별반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한국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 학교폭력 등......
교육열이 세계 최고라는 명예에 비해 행복지수가 낮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예를 든다면
‧첫째,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이다. 아이들을 불행으로 몰아가는 지나친 입시경쟁이 가장 큰 근본원인 이라 볼 수 있다.
‧둘째, 부모들의 지나친 과욕이 빚어낸 결과물로 어떤 방법과 희생을 치루더라도 남에게 이기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부작용의 한 예로 얼마 전 엄마와 교사가 합작하여 자녀의 스팩을 만들어 대학에 입학시킨 사례도 있지 않은가.
‧셋째, 최근 진보적 교육감들이 등장하여 교육현장에는 이념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교육환경 속에서 교사와 학생이 본분을 다 할 수 있겠는가.
위에 제시한 세 가지를 요약하면, 모든 것을 떠나서 순수하게 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육적 시각과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교육정책 수립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첫댓글 교육의 현실을 아프게 지적한 칼럼, 전적으로 공감하네.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자식교육에 대한 부모의 바람직한 태도는 어떠해야 옳은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하여 우리는 대부분 별로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이 문제이다. 주옥같은 글 감사히 읽었네,친구. 찬 기운에 건강 유의하시길...^^